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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66화 (1,066/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66화

피크닉 (29)

“혹시… 그분들의 행방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어째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했는지 자기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 둘이야 어찌 됐든 간에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이지후 님과는 잠깐 동안 함께 행동하기는 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뭔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고 동료애라는 것 역시 느껴보지 못했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지 않을까.

사실 자신들이 그들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이기연 님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도….

‘이야기의 끝이 알고 싶다.’

제대로 된 모험가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것이다.

‘이 모험의 끝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다.’

단순히 몬스터의 부산물이나 던전의 보상을 노리는 이들이 아니라, 이 대륙을 진심으로 즐기고 함께 호흡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이야기의 끝, 앞으로도, 쭉 알려지지 않을, 대륙인들에게 잊혀진 이 사건의 엔딩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캐넌은 자신을 낭만주의자라며 헐뜯겠지만 이건 그런게 아니다.

이쪽의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앞에 있는 명예추기경님께서 방긋 웃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 나쁜 뜻이 없다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무의미한 행동이리라.

어차피 자신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으실 테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

“어째서 여러분께서 그분들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시는지는… 대충 예상이 갑니다. 나쁜 뜻이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어떻게 제가….”

“솔직히 말해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건 굉장히 한정적입니다만… 다른 누구도 아니라 여러분들이니 기쁜 마음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그리고 명예추기경님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들이 몸을 숨길 수 있게 도와줬다는 것부터, 정확히 어디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종족 연합이 관리하고 있는 자유도시로 향했다는 것까지 말이다.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야.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은 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두 분 모두… 명예추기경님과 만나셨구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궁금했지만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는 것은 실례겠지.

“그렇군요… 이종족 연합이 관리하고 있는 도시로 향하셨군요. 사실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향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다른 이들과 마주치고 호흡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두 분 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여성분께서는 모험가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셨고….”

“네? 관련 일이라면….”

“접수원으로 일했던 경력도 있으시고… 실제로 그녀는 모험가로 활동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자 쿡쿡 하고 웃는 엘리오스 님의 얼굴이 보였다.

대충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느낌으로 웃음을 보낸 것 같다.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건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던 것처럼 보여졌다.

“다만 이번에는 힘을 숨기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그게 엘룬 님께서 자신을 선택한 이유일 거라고… 예상하건대 방랑사제의 신분으로 활동하실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말입니다. 물론 제 예상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녀는 엘룬 님의 사랑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군요….”

“아쉽게도 그와는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설마 명예추기경님 앞에서도 이전에 보였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닐까. 잠깐 동안 이지후에 대해 떠올리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졌다.

“네.”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라고 하더군요.”

“아….”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놓쳐왔다고…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나 많은 아픔을 줘버렸다고… 이제는 두 번 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게. 최대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

“단지 그것뿐이었어요. 아픔이 많으신 분 같았습니다. 아마 그에게는 그 아픔을 잊고 나아가는 일이 가장 먼저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네.”

“정말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습니다만… 결국 공통점은 이거였습니다.”

“…….”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두 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었을 겁니다.”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모습이 상상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두 사람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마 두 사람의 새 출발은 작은 소도시에서 시작될 것이다. 인간, 엘프, 드워프 많은 종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작은 소도시.

어쩌면 도시라기 부르기도 힘든 작은 마을일지도 모른다.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이웃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며 자신들을 소개하겠지. 사연이 많은 자들이 찾아오는 도시인 만큼 이웃들은 그들을 웃으면서 반겨줄지도 모른다.

만약 배척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웃으며 넘길 것이다.

작은 오두막에서 살아가기 위해 광장에 붙어있는 의뢰서를 찾아 작은 모험가 길드로 발걸음을 옮길 테고, 일반 등급의 의뢰부터 천천히 시작하겠지.

채집 임무나 소형 몬스터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들 말이다.

의뢰가 많지 않을 테니 이기연 님은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과 모험가 일을 동시에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일이 끝난 뒤에는 그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할 것이다.

저번에 봤던 것처럼 함께 별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다든가 사랑을 속삭이며 아침을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행복하고 평범한 삶. 결혼해 이종족 이웃들의 축복을 받고. 아이를 가지고 그가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고 떠들고, 작고 소소한 행복을 계속해서 추구해 나가며 그들에게 남아 있는 상처들을 하나둘씩 지워나갈 것이다.

그들은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작지만 그 누구보다도 의미 있는 삶을.

“대답이 되셨습니까?”

“…….”

“…….”

“네. 충분히 말입니다.”

“본래는 만나자마자 보상과 함께 전해드리려고 했지만 여러분들에게 작은 편지를 남기셨더군요. 엘리오스 님에게도 말입니다.”

“네? 정말입니까?”

“네.”

작은 편지지를 슬쩍 건넨다.

여기서 이걸 읽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조용히 봉투에서 편지지를 꺼낸 엘리오스 님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명예추기경님께서도 딱히 제지하지 않는 모습. 그 역시 뒤늦게 실례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지만 조용히 편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조용히 미소 짓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이윽고 천천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엘리오스 님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겠다고 하는군요. 고맙고. 미안하다고.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아주 먼 시간이 흐르면 만나자고… 그때는 지금처럼 젊은 모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적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평등하지 않으니까요.”

“붉은 실을 끊어내 죄송하다고… 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저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엘리오스 님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

명예추기경님께서는 주점을 밝게 비추는 것 같은 미소를 보내며 입을 열었다.

“엘리오스 님께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굳이 이종족 연합으로 거처를 옮긴 것도… 아마 엘리오스 님의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으니 말입니다.”

자신도 슬쩍 편지를 열어본다.

뭔가 감동적인 글이 적혀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고맙다. 혹시나 인연이 닿는다면… 한 잔 사도록 하지. -이지후.]

‘싸가지 없는 놈.’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편지를 바라본 캐넌의 표정도 살짝 구겨져 있지만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 그다운 편지라고 느끼고 있는 걸지도.

“그럼. 대충은 정리가 된 것 같네요.”

“…….”

“일단 파란 길드에서는 알렉스, 캐넌, 그리고 조지. 당신들에게 전설 아이템 한정과 영웅 등급의 아이템 한 정을 드릴 예정입니다.”

“네? 그… 그런….”

“물론 외부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말이에요. 지급하기로 한 영웅 등급의 아이템들 역시 공개된다면 세간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이니만큼 철저하게 세 분이 사용하시는 조건하에 보상으로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너무….”

‘과하지 않나?’

영웅 등급의 아이템은 몰라도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라니.

앞선 말을 들어보면 아마 지급하기로 결정된 영웅 등급의 아이템도 그 성능이 전설 등급에 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쁘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한 일에 비해 너무나 과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니까.

“합당한 보상입니다. 여러분들은 대륙을 구하는 것에 일조했고, 쉽지 않은 퀘스트를 완수하셨어요.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만….”

“…….”

“여러분들의 로그를 읽어봤습니다.”

“…….”

“많은 전쟁에. 많은 모험에 참여하셨더군요. 27군단 소환사태부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더지 성녀의 포근한 안식처 원정까지. 여러분들이라면 이 보상을 대륙을 위해 사용해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그렇지만….”

“또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서는 소정의 포상금이 교국에서는 명예훈장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물론 명예훈장의 경우에는 다소 내용이 바뀌겠지만….”

“…….”

명예추기경님은 담담히 몸을 일으켰다.

“이 모든 것들을 대신해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후 천천히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이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기품있고, 성스럽기까지 한 그 모습에 저절로 몸이 굳어버렸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 아니….”

“그게….”

“이제 슬슬 나가실 시간입니다. 부길드마스터. 길드마스터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고….”

“네. 혜진 씨.”

“지금 주점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뭔가 다른 인사가 나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싱긋 웃으며 마지막까지 자신들을 축복해 주는 그의 모습에 어떤 사족을 더 붙일 수 있을까.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 엘룬의 선택을 받은 그녀는… 이기연,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와 소소한 생활을 꿈꾸는 것으로 행복을 손에 넣었다.

짊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놓아버린 이후에야 비로소 행복을 손아귀에 쥐었다.

눈앞에 있는 희생과 부활의 성자는 어떨까. 모든 무게와 죄를 짊어진 그는… 대륙의 운명과 슬픔, 악의와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마저 모두 짊어진 그는….

자신의 삶이 아니라 성자로서의, 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는… 과연 행복할까.

그 누구보다도 편안한 미소를 짓는 그가 정말로 행복한 걸까.

“명예… 명예추기경님.”

“…….”

“명예추기경님!”

“네?”

“명예추기경님은… 행복하십니까?”

“…….”

다소 이상한 질문에 고개를 잠시 갸우뚱거린 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미소를 내보이며 입을 열었다.

“네.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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