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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81화 (1,081/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81화

로헨 대륙 (1)

[이기영 님께서 튜토리얼 ‘초보자의 시련’에 입장하셨습니다.]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울창한 나무였다.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것들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마치 던전처럼 보이는 이쪽의 튜토리얼과는 다르게 커다란 숲을 맵으로 만들어놓은 모양인 것 같았다.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빠르다. 생존 물품이 있나 곁눈질로 확인했지만, 튜토리얼이 시작된 지 꽤 된 상태인지 이미 모든 게 다 털려 있는 상황, 심지어 제대로 된 무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바.’

간혹 짐승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연히 정하얀과 한소라와 같이 시작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괜스레 몸이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이미 한차례 몸을 점검해 봤지만 대륙에서 키운 능력은 모두 잠겨있다.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낸 신체스펙도, 살인검술을 펼칠 수 있는 육체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왜 말이 다른 건데. 시바.’

마치 대륙에 처음 떨어졌을 때처럼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분노가 일어날 지경.

처음에 협의한 내용은 분명 이게 아니지 않았던가. 분명 빵빵한 지원을 약속했었는데….

‘뭔가 사고가 있었던 거야.’

“…….”

‘일이 터졌으면 수습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1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피드백이 들려올 만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튜토리얼 초보자의 시련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

이딴 개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중, 당연히 입을 열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이 새끼야.]

[로헨 대륙의 튜토리얼은… 어? 뭐, 뭐지?]

[제 말 안 들리세요?]

[이… 이기영 님께서는 해야 할 퀘스트… 어? 뭐… 뭐지? 선배! 잠깐 와주시겠어요? 뭔가 이상… 지금 새 인원이 들어왔는데요. 오류가 생겼는지.]

[선배고 나발이고 당신 이름 뭐냐고요!]

[어… 네?]

[튜토리얼 책임자 되세요? 직급이랑 이름이 뭐예요.]

[네?]

[시바. 제 말 안 들리시죠? 직급이랑 이름 뭐냐고 몇 번이나 물었는데 내 말 안 들리지. 시바. 뭔데 일을 이따구로 처리하는 거예요? 위에서 이야기 못 들으셨나? 샤넬리아 에르메스한테 보고 안 들어왔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차가지고. 무슨 시바 일을 이따구로 처리해? 로헨 대륙 시바 이거… 관리자 교육을 어떻게 하면….]

[아… 저… 저… 저…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지금 뭐가 뭔지 잘….]

[세 번 말합니다. 직급이랑 이름.]

[튜, 튜토리얼 담당자, 하… 하급 관리자 가르비아… 라고 합니… 딸꾹.]

[지금 당장 위에 연락해서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내서 보고해 주세요. 아니, 그전에 통신채널 열어서 직통으로 내려온 공문 있나 확인하고. 애초에 튜토리얼 시작된 거 며칠 전 아니었나? 지금 와서 새로운 사람이 소환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저, 저한테 할당된 임무는 튜토리얼에 입장한 이들의 안내여서… 저, 저는 그냥… 매뉴얼대로….]

[공문.]

[잠… 잠깐만 기다려 주시면… 아… 아! 있다! 있습니다. 이기영 님.]

“…….”

[네… 지, 지금 공문에 보면… 저… 지금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문제가 생긴 건 나도 알고 있는데 정확히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지금 위에서도 문제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일… 일단 로헨 대륙을 컨설팅해 주시기 위해 찾아와 주신… 희생과 부활의 신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드리며… 현 로헨 대륙의 시국과 정세에 대해….]

[본론.]

[네! 적, 적혀 있는 것에 따르면 희생과 부활의 신께서 로헨 대륙으로 입장하시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오류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분명히 희생과 부활의 신님이 요구하시는 조건들을 전부 충족시킨 이후에 소환 과정을 진행했지만… 그… 아마 시스템이 개입했다는….]

‘시바….’

[결코 로헨 대륙의 실수가 아님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

[현재도 계속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희생과 부활의 신이시여. 물론 아직까지 시스템이….]

계속해서 떠들고 있는 하급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각했어야 했었는데.’

말 그대로 시스템이 개입할 거라는 가정을 하지 않은 탓이다.

아니, 사실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로헨 대륙으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시스템은 차원을 관장하는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다. 위에 놈들이 신앙으로 차원을 관리하는 것부터 악마대군주가 본인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 본신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것, 기초 원소가 대륙을 유지하는 기반이라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법칙이다.

엄밀히 말해 로헨 대륙의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거나, 로헨 대륙이 곧 망하게 생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시스템의 관심사가 아니다.

녀석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차원의 균형을 해칠 만한 일이 일이느냐, 차원의 법칙에 위배되는 일이느냐 하는 것 정도겠지.

말하자면 악마대군주 세 마리는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로헨 대륙에 진입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페널티를 감당하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경로를 통해 대군주가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쌓아놓은 노하우를 통해 시스템의 허락을 받아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반면.’

이쪽은 모든 것이 초행길. 타 대륙의 신을 현 대륙으로 단순 강림시키는 것이 아니라, 튜토리얼 시스템을 통해 소환하는 일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고 이례적인 일이었다.

애초에 김현성, 정하얀, 차희라, 이기영같이 살아 있는 신이라는 것 역시 흔하지 않은 상황.

본래 예정되어 있던 것보다 더욱더 너프를 해서 들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 로헨 관계자들과 합의를 하고 들어왔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바 아바타 입장도 아닌데, 능력치 너프를 99퍼센트 진행했다는 게 말이야 방구야? 기껏해야 40퍼센트 이내라고 생각했는데… 시바. 이거 뭐 어쩌라고?’

시스템은 나와 정하얀, 한소라가 로헨 대륙의 입장하는 것이 차원의 균형을 해치는 일이라 판단하고 있었나 보다.

이런 상황을 예견해 길드원 전원을 데려오지 않았던 건데….

‘하얀이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정하얀이 문제였을 거야.

굳이 예를 들자면 입국 심사에서 걸린 것이리라. 시스템은 정하얀을 일종의 치트키라고 판단했고, 그녀가 입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잘라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단 이기영과 떨어뜨려 놓는 거.’

입장 인원의 능력치를 너프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손발을 아예 잘라내야만 밸런스가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너무 안일했어.’

마법으로 일대종사를 이루어낸 것으로 모자라 스스로 마법의 신이 되어버린 천재.

전투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유틸성도 갖추고 있다.

사실상 그녀의 마법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녀가 로헨 대륙의 생태계 교란종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로헨 대륙 역시 기본적으로 마력이라는 이능을 사용하는 대륙인 만큼 시스템이 정하얀에게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겠지.

타 길드원들이 넘어올 기반을 최대한 빠르게 마련하고, 세력을 확장 시켜 우-효열을 품에 안을 생각으로 하얀이를 인선에 넣었지만….

‘덕구나 혜진이가 정답이었던 건가.’

[희생과 부활의 신이시여.]

‘아니, 혜진이도 위험했을 수도 있어. 걔도 슬슬 한 발 걸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아예 유아영이나 창렬이랑 같이 왔어야 했나?’

[희생과 부활의 신이시여?]

일단 한소라를 데리고 오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대군주들이 판치고 있는 만큼 흑마법사를 인선에 넣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희… 희생과 부활의 신이시여!]

[네?]

[그… 근처에 마물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네 발로 걷고 있는 형태의 마물이 눈에 띄었다.

“크롸아아아아아악!”

“빨리 좀 말해주지! 시바!”

[죄… 죄송….]

“제길!”

곧바로 옆에 있는 짱돌을 집어 던진 것은 당연지사.

‘이길 수 있어.’

튜토리얼 던전이라고 해봐야 일반인들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난이도.

능력치를 너프당하기는 했지만, 일반 등급의 난이도의 몬스터들은 언제나 이기영의 밥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튜토리얼 던전에서는….

“크롸아아아아!”

“시바! 지원 요청! 지원 요청! 뭐라도 해봐! 뭐라도!”

[네? 네? 일… 일단 저희 쪽에서 해드릴 수 있는 지원은… 그… 시스템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튜토리얼 던전에서의 히든피스를… 아… 이, 이거 안 되는구나. 히, 히든피스 같은 경우에는 직접 획득하셔야 한다고 매뉴얼에….]

“야! 야!”

[잠… 잠깐… 아! 있습니다! 조금 급한 감이 있지만 성검을….]

“성검을 나한테 왜 내려!”

[아! 일… 일단….]

“아무거나 좀 해봐요! 쫌!”

게걸스럽게 이빨을 들이미는 사족보행 마물의 목을 어떻게든 밀어냈지만 녀석의 발톱까지 밀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버둥 치고 있는 만큼 녀석의 발톱이 몸으로 파고들고 있는 상황.

오랜만에 느껴지는 격통에 눈물이 찔끔 나오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더 억울했던 것은 별 같잖은 녀석에게 발리고 있다는 것.

하다못해 검이라도 있었다면 살인검술을 사용해 이 녀석의 사지를 찢어버리지 않았을까.

“으으읏… 아앗! 아악! 시바! 나 죽는다! 나 죽어! 어윽! 나 죽어요!”

“크르르… 크콰아아아악!”

“발톱 빼! 이 새끼야! 빼! 아흑윽….”

[선, 선배님!]

“누가 네 선배야!”

[희, 희생과 부활의 신이시여!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아악!”

[허가입니다!]

“뭐가 됐든 간에!”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어?’

[가죽을 만지는 부드러운 손이 당신을 돕고자 합니다.]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이 당신을 구하고 싶어 합니다.]

[…….]

[…….]

[…….]

중2병이라도 걸린 듯한 닉네임을 단 놈들이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노을빛의 검신이….]

뭐?

[당신을 지켜봅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좌절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눈물을 흘립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분노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당신의 상처를 보고 울부짖습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당신의 적을 멸하고자 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노을빛의 검신이….]

[노을빛의 검신이….]

[…….]

[…….]

[…….]

[…….]

[노을빛의 검신이 당신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노을빛의 검신이 1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노을빛의 검신이 5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노을빛의 검신이 1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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