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1082화 (1,082/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82화

로헨 대륙 (2)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크롸아아아아아악!”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그만 좀 물어봐. 이 새끼야.’

“아흐윽!!”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시겠습니까?]

[YES / NO]

‘주변에 이용해 먹을 거 없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시바.

제기랄.

게니우스가 뭔지, 어째서 김현성이 날 지켜보고 있는 건지, 코인은 도대체 뭔지, 갑작스레 이쪽에게 쏟아지는 메시지들이 뭔지 알 수 없었지만 판단은 빠르다.

‘로헨 대륙의 기본 설정?’

신들이 플레이어들을 후원하는 시스템인가? 우리 쪽보다 개입할 여지가 많은 건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다.

물론 이 생각들을 제대로 정리할 여지는 없었다.

조금 더 안전한 장소에 있었다면 정보들을 정리하고 이것저것 소박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괴물에게서 살아남는 것이었으니까.

“크롸! 크롸아아아아!”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몬스터는 계속해서 발톱을 몸 안으로 집어넣으며 이빨을 들이미는 중.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아픔에 손을 상처 부위로 가져가고 싶지만 손을 치우게 되면 이 괴물 새끼의 이빨이 이쪽의 목에 닿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으로서는 녀석의 목을 최대한 붙들고 있는 것이 전부.

‘시바. 시바. 시바!’

이미 튜토리얼에서 시간이 꽤 지나간 시점, 당연히 스타트 포인트 근처에는 이쪽을 도와줄 수 있는 인간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녀석의 목을 붙잡고 있는 팔에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얼굴 위로 계속해서 녀석의 침이 떨어져 내려 제대로 호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코인은 뭐야? 상점은 어떻게 열어.’

튜토리얼에서 김현성이 후원한 코인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게 이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상점 창은 도대체 어디….

“크르르… 크콰아아아악!”

“아아아아악!”

“크르르… 크콰아아아아아아아악!”

“예스! 예스… 아흑… 예쓰!!!”

“아아아아아아아크콰아아!”

“예쓰으! 예스! 아으으윽!! 예스! 예쓰으으으읏! 예쓰읏! 예쓰으으으으으으읏!”

“…….”

[YES]

[노을빛의 검신을 당신의 게니우스/GENIUS로 선택하셨습니다.]

[노을빛의 검….]

[당신의….]

순식간에 메시지들이 머릿속에 꽂혀 왔지만 그것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희미하게 상승한 것 같은 근력과 민첩이었다.

이후에는 이쪽을 깔아뭉개고 있던 몬스터 녀석이 비명을 내지르며 내게서 튕겨 나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튕겨 나간 것이 아니다. 갑작스레 퍼져 나간 노을빛에 눈이 부셨는지 자신의 양 눈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크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새끼!”

‘무기, 무기!’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봤지만 짱돌 외에 무기로 쓸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메시지가 쏟아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노을빛의 검신이 당신에게 노을빛의 검을 내립니다.]

‘좋아.’

이펙트 죽여주고요.

환한 노을빛 사이로 보이는 검의 손잡이. 천천히 녀석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은 당연지사.

화아아아아아아악! 하는 효과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허공에서 검을 뽑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노을빛의 검을 뽑아 드는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공에서 노을빛의 검의 모습이 점점 뽑히는 모습은 장관 아닌 장관.

마침내 노을빛의 검이 세상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다시금 울부짖는 이형의 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콰아아아아아아!”

“개새끼!”

검술이라면 배운 적이 있다.

실제로 몬스터를 향해 써본 적은 없지만, 김현성이 이쪽의 달라진 몸놀림에 박수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

라파엘 역시 실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찬사를 보내지 않았던가.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검이 무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휘두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보여.’

녀석의 움직임마저 눈에 보이는 상황, 마음의 눈은 사라지지 않았다.

녀석이 어떤 타입의 몬스터인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 민첩성과 근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모든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잡아본 검은 익숙하지 않다.

‘라파엘.’

하지만 머릿속으로 떠오른 라파엘의 검술이 손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묵직한 중검.

“으윽.”

검이 무겁게 느껴져 선택한 검술이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라파엘의 검은 무겁다.

녀석의 검이 무거운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마력을 컨트롤하기 위해서이기 때문.

한때 김현성에게 검술을 배운 적이 있었던 녀석은 역설적이게도 김현성과 가장 다른 검술을 손에 넣게 됐다.

“크롸아아아아아아!”

네 발로 뛰어오다 두 발로 뛰어오는 녀석, 나머지 두 손은 나의 가슴을 노리기 위해 뻗은 것 같았지만.

‘튕겨낸다.’

노을빛의 검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활용한다면 녀석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은 일도 아닐 터.

그 누구의 검술보다 코어의 힘을 중요시하는 라파엘의 검. 라파엘처럼 중검에 기교를 섞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녀석의 검술의 기본기가 되는 부분을 흉내 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허리에 힘을 주고 다리를 굴린다. 혹여나 검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양손으로 검을 제대로 파지한 이후, 녀석이 내게 손을 뻗는 타이밍에 검을 휘두른다.

까앙!

“뭐, 뭐야!”

하지만 튕겨 나간 쪽은 이쪽이었다.

‘이 새끼 생각보다 센 건가?’

물론 녀석에게도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팔이 아닌 손톱으로 검을 막아낸 것이 그러한 이유일 터.

검의 무게를 느꼈는지 지체 없이 뛰어드는 괴물이 보인다.

‘리치는 내가 더 길어.’

이미지화하는 것은 쓰로누스.

언젠가 녀석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만큼 긴 리치를 활용하는 녀석의 검술 역시 모두 파악하고 있다.

어쩌면 이 검술이 내게 제일 잘 맞을지도 모르지. 한때 창을 사용했었으니까. 리치가 긴 무기를 활용하는 전법은 내게 익숙하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 이후에는 곧바로 거리를 재기 시작. 길게 뻗어 안쪽을 후벼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만 같은 검술.

설명은 무의미하다. 곧바로 검을 뻗는 것이 옳다.

‘중요한 것은….’

검을 뻗고 난 이후야.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검을 뻗기 위해 이전에 뻗은 검을 회수하는 것. 많은 검로가 있지만 사실 쓰로누스의 검이 강한 이유는 검을 회수하는 타이밍에 있다. 녀석은….

‘뻗은 검을 함부로 회수하지 않아.’

찌르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횡 베기, 횡 베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려치기.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근육과 쓰로누스가 가지고 있는 근육은 다르다. 쓰로누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검로도, 이기영이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뻗은 이후에 얼마나 빠르게 회수하느냐는 것, 얼마나 빠르게 녀석과 다시 한번 거리를 벌리느냐는 것이 아닐까.

검을 찌른 이후.

‘이건 속임수야.’

곧바로 검을 회수한다. 검만 회수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한 동작처럼 이어지는 뒷걸음질.

“아악!”

돌부리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완벽한 동작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미 녀석과의 거리가 벌어….

“크콰아아아아악!”

‘개새끼 왜 이렇게 빨러.’

순식간에 이쪽을 따라 들어온 녀석, 이미 쓰로누스의 검술이 활약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생각한 나는 곧바로 다음 검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템플러 젠.’

기본기.

가장 기본기다운 검술.

검술의 교본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기본기에 치중한 녀석의 검술.

어쩌면 내가 너무 기교에 의지한 것이 아닐까. 일어서기 전부터 뛰는 법을 배우려 한 것일 수도.

“하앗!”

“크콰아아!”

“하아앗!”

중요한 것은 기본기. 파지법부터 다시 생각하자. 원래 검을 드는 게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니까.

불편한 게 당연한 거야. 불편해도 그렇게 잡아야 돼. 그게 옳은 방법이니까.

자세.

별것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신체 능력이 부족한 만큼….

“아아아아아악!”

녀석의 손톱이 내 팔을 스쳐 지나간다.

‘바하무트. 바하무트.’

근력 수치는 저 몬스터보다 내가 더 높을 거야. 기껏해야 튜토리얼 잡몹이니까.

물론 실제 근력 수치와 얼마나 힘을 낼 수 있느냐는 다르다.

같은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대상에 따라 얼마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지는 훈련으로 달라진다.

바하무트 같은 경우에는 본신의 힘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듯한 패도의 검술.

이기영은 자신의 근력의 20퍼센트 정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바하무트의 검술을 활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대 62.7퍼센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

압도적인 힘.

위압.

한여름에 내리쬐는 햇빛과 같은 뜨거움.

움직임 하나하나에 힘을 담는 검술의 정수.

역설적이게도 바하무트의 검술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검을 휘두르는 팔이 아닌 신체를 지지하는 하체에 있다. 녀석이 직접 내 검술을 교정해 주지 않았던가.

떠올리자. 그 여름날의 추억을.

마치 시간을 거슬러 흘러가 녀석과 함께 있는 것만 같다. 그 커다란 손이 내 하체와 허리를 받쳐주고 손을 붙잡아 자세를 고쳐주는 것만 같은 기분.

녀석의 혼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네. 템플러 바하무트.”

‘예언의 사제님. 저 목각인형을 적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체에 조금 더 힘을 실으셔야 합니다. 팔을 이쪽으로… 네. 잘하고 계십니다.’

“네.”

계절은 여름이었다.

‘검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잡이를 바스러뜨릴 것 같은 기세로.’

계절은 분명 여름이었다.

“네.”

‘지금입니다. 발을.’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나쁜 새끼야!”

김현성이 쓰지 말라고 했던 것밖에 없나?

너무 위험하니 꼭 자신이 있을 때만 사용하라고 했던 그 검술. 그 살인검술을 펼쳐야 하나.

“이아아아아악!”

“크콰아아아아아악!”

용호상박.

호랑이와 용의 싸움.

“이이이익!”

“크콰!”

“하아아아앗!”

“콰콰콰콰콰콰콰콰!”

자강두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현성이와 희라 누나가 싸우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아무 법칙도 그 어떤 법도도 없다.

그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펼쳐지는 살의와 살의의 대결. 내가 한 단계의 벽을 넘으면 녀석 역시 그 벽을 따라온다.

전투 중에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지만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만 같다.

‘이 새끼 왜 이렇게 세지? 히든 보스 몬스터 그런 건가?’

“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속되는 전투로,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녀석 역시 인지하고 있다.

‘이 새끼 히든 보스인 건가?’

팔이 떨린다. 발이 후들거린다. 녀석 역시 지쳐가고 있다.

스치기만 해도 서로에게는 치명타.

끝끝내 서로를 향해 팔과 검을 뻗고, 영화에 나온 것처럼 서로의 몸이 교차되었을 때.

“하아… 하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서 있었던 것은 이기영이었다.

“크롸… 롸… 크…”

“하아… 하아… 하악….”

[이기영 님께서 업적을 달성합니다.]

[튜토리얼 잡몹 쓰러뜨리기.(1/1)]

“시… 시발… 잡몹?”

[노을빛의 검신을 게니우스로 받아들임에 따라 이기영 님이 직업을 획득하셨습니다.]

[노을빛의 초보 검사 직업을 획득하셨습니다.]

“시… 발….”

“…….”

“시바!!! 살인검술은 개뿔!”

손에 들려 있던 검을 땅바닥으로 집어 던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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