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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85화 (1,085/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85화

로헨 대륙 (5)

“…….”

“선배님.”

“…….”

“선배님. 혹시 요 며칠간 지켜보신 플레이어가 있으신가요?”

“왜?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들이 안 보이니?”

“네. 열심히 찾고는 있는데.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이 보이지는 않네요. 진짜 괜찮은 애들은 이미 다른 놈들이 선점하거나 침 발라놓은 것 같고….”

“으음….”

“…….”

“굳이 튜토리얼에서 찾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기존에 넘어온 인원들 중에서도 아직 게니우스를 선택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많으니까. 몇몇은 정말 재능 있는 아이들이고….”

“그래도… 기왕이면 신선한 애들이 좋으니까 그렇죠. 다년 차는 좀 약은 면도 있고… 유명한 애들 몇 명 제외하면… 대세에서 조금 멀어졌달까. 기왕이면 메인스트림에 합류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좋으니까요.”

“누구였더라… 아! 우효열은 어때?”

“…….”

“…….”

‘쓸 만한 정도가 아니잖아요. 선배님.’

우효열이면 자신 역시 본 적이 있다.

단언하건대 이번 기수 중에 가장 핫한 루키 중 하나였으니까.

신이 내린 재능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전투능력과, 과감함, 적응력은 물론, 화제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성향이 맞지 않은 이들이 간혹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

자신 역시 그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라이벌이 너무 많아요.”

“뭐. 그렇기야 하겠지. 그런데 야누스.”

“네?”

“네가 진짜 그가 마음에 든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니?”

“…….”

“내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었나. 우리가 그들을 후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우리가 그들보다 뛰어난 존재라는 것은 아니야. 물론 그들은 한낱 필멸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중 몇몇은 언제든지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로헨 대륙의 특성상 우리들과 그들은 상호 협력 관계라고 생각하는 게 맞아.”

“네. 그렇죠. 그렇지만….”

“네가 우효열이라는 플레이어의 게니우스가 되고 싶다면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그의 마음을 사야 된다는 거야. 진심을 다해 마음을 열라는 거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고 있는 플로라 선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머리 위에 커다란 화관을 쓰고 있고, 긴 머리카락 곳곳에 있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넘어 고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좋은 말들을 아끼지 않는 꽃과 풍요의 여신.

자신과 상담해 주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모습은 그 넓은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그러니까 로헨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패밀리아를 구성하고 계시는 거겠지.’

패밀리아. 꽃과 풍요.

플로라 님을 게니우스로 삼고 있는 플레이어의 집단은 플로라 님에 대한 충성심만큼이나 강하고 정의로운 이들이었다.

로헨 대륙의 위기에 언제나 최전선에서 싸우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힘을 사용하기를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로헨 대륙에서 꽃과 풍요의 여신의 이름은 무겁다. 언젠가 그녀처럼 대륙을 위해 큰일을 하고 싶지만….

“그것 외에도… 우효열이라는 인간은 뭔가 이상한 부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정보를 보는 것도 제한되어 있고… 숨겨진 것도 많은 것 같고…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그건 네 선택이란다. 야누스. 나는 네가 단순히 실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과 네가 선택할 플레이어가 즐거웠으면 해.”

“선… 선배님.”

“이제 너무 슬슬 함께할 이들을 찾는 게 좋지 않겠니? 코인도 모을 만큼 모아놓은 것 같은데. 플레이어에게 투자만 잘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아~ 우리 야누스의 마음을 뺏어갈 플레이어는 대체 누굴까.”

“선배님!”

“후후훗. 그럼 수고하렴, 야누스. 오늘 업무도 수고 많았어.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네! 선배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 혹시 선배님 오늘 저녁….”

“미안해서 어쩌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아. 그렇군요.”

“다음에는 꼭 같이 보자.”

“네.”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멀어지는 플로라 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 것도 당연하리라.

아직까지 게니우스를 선택하지 못해 코인들을 놀리고 있다니, 간혹 상점에 납품하거나 업무 성과금으로 신성을 벌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한 성과들을 굴리지 못하고 있어 많이 답답하던 차였다.

자신과 친하거나 비슷한 시기에 오퍼를 받은 다른 동기들은 이미 모두들 누군가의 수호신이 되어 대륙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몇몇은 벌써부터 유명한 패밀리어를 만들었을 정도였으니, 자신이 많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물론 후발주자로 출발한다고 한들, 메인스트림에 합류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환상 거울 앞에 앉게 된다.

혹여나 쓸 만한 필멸자들이 있는지, 자신이 모니터링을 하지 못한 사이 두각을 드러낸 이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함.

물론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늘의 문지기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화면에 돌린 곳에 자리한 것은….

‘정하얀이라고 했나?’

이번 기수 중, 우효열과 함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법사였다.

‘얘도 괴물이야.’

튜토리얼 입장 동시에 마법사로 각성, 튜토리얼 몬스터들을 손짓 한 번에 쓸어버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정신상태가 불안정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플러스로 먹힌 모양.

물론 자신 역시 그걸 흠이라 여기지는 않았다.

보통 천재 마법사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정신병을 앓는 경우야 많았으니까.

그녀를 기피하는 쪽은 패밀리아를 창단하고 싶어 하는 이들, 우효열과 마찬가지로 타인과 의사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성격은 후에 세력을 만드는 것에 치명적으로 작용했으니….

-죽, 죽어… 죽어! 죽어!!!

-아아아악!

-도망쳐! 제길! 도망쳐!

아니나 다를까 화면에서 나오는 그녀가 무자비하게 마법을 난사하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중간부터 들어와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별일 아닐 것이다.

저번에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정하얀보다는….

‘한소라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어.’

능숙하게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있는 인형 하나. 보통 튜토리얼에서 집단을 만드는 매물은 인기가 많다.

이후 만들어질 패밀리아의 리더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타 집단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대화가 된다면 통제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으니… 아직 초보 게니우스인 자신에게는 딱 적절한 상대이리라.

‘실제로 정하얀보다 인기가 많잖아.’

-소라 언니?

-응. 괜찮아. 이제… 일어날 수 있겠니?

-네. 물… 론이에요.

-쉼터로 가자.

-소라 언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감사의 인사는 쉼터로 간 다음에 하자. 걸을 수 있지?

-네. 물론이죠.

생존자들을 규합하고 그들의 위기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사제 직군한테도 인기가 많을 것 같고… 신체 능력도 좋은 편이니 어쩌면 성기사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쪽으로 많은 것들을 줄 수 있는 게니우스들이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 선했다.

이 외에도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은 많았지만 첫 계약을 2티어들과 맺기에는 아쉬운 것이 사실, 기왕이면 위 세 명 중 한 명과 계약을 주도하는 게….

‘아냐.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이미 대형 패밀리아에서도 접촉했을 수도 있어.’

물론 이미 기존의 계약을 맺고 있는 신들이 튜토리얼에서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은 불법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벌써부터 코인폭격을 하며 뒷구멍으로 접촉하고 있을지….

함부로 코인을 뿌리기도 쉽지 않다. 굴릴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인 자신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말이다.

함부로 코인을 소비하다 타 파벌의 함정에 걸려든다면, 패밀리아를 만들고 싶다는 꿈 따위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리라.

‘머리 아파.’

철야 업무, 쥐꼬리만 한 월급, 스트레스받는 사건의 연속.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지쳐 있는 상황.

‘코인 창놈은 어떻게 됐으려나.’

떠오른 것은 이틀 전에 봤던 그 녀석이었다.

노을빛의 잡신에게 코인을 후원받아 상점을 열었던 플레이어.

그 과정이 굉장히 짜증 나기는 했지만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방송을 즐기지 않았던가.

아마 많은 이들이 녀석에게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작은 코인에 허덕이는 게니우스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더 말이다.

시작부터 60만 코인을 손에 넣고 5레벨 등급의 상점을 둘러보는 모습이라니….

‘결국 그날 뭘 샀는지 보여주지도 않았잖아.’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코인 벌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초반에 관심을 끌기에는 나쁘지 않을 테지만 아마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결국 진짜 투자자들은 광대가 아니라 영웅에게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으니 말이다.

떠오른 김에, 어디까지나 떠오른 김에 살짝 손가락을 움직였을 때였다.

“뭐야.”

[비공개 플레이어]

“이 새끼…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코인으로 뭘 샀나 했더니 고작 비공개 사용권을 구매했다고? 지난번에 어그로 한 번 끈 걸로 유입이 끝난 줄 알았나?

멍청한 놈이다. 놈이 노리는 게 뭔지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도 멍청한 선택에 헛웃음이 튀어나올 지경.

하지만….

“이게… 뭐야….”

[시청 게니우스 : 2,119명]

“도대체… 뭐야….”

어마어마한 시청자를 보고 있자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효열도 이 정도로 많은 구독자들을 거느리고 있지 않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메인 대륙의 내로라하는 플레이어의 시청자 숫자와 비슷하지 않은가.

심지어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 도대체 이 새끼가 뭐길래 고작 하루도 안 돼서 이 정도의 수호신들을 끌어모았을까.

[방제 : 초보 검사 이기영. 튜토리얼 촉수 슬라임과 3 대 1로 정면 승부 합니다!]

‘이… 뭐야… 도대체….’

[입장하시려면 구독권이 필요합니다.]

[구독권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면 2백 코인이 결제됩니다.]

보고 싶다.

저도 모르게 든 생각이었다.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간에 보고 싶다.

2,119명, 아니, 2,123명이나 보고 있다면 저 안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는 게 확실할 것이다.

2백 코인. 어떻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금액이었지만 1백 코인도 아쉬운 현시점에서는….

‘아니야. 그동안 노력했잖아. 철야 작업에 스카우트까지.’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낄낄대면서 웃고 싶은데….

잠깐 고민했을 뿐이다. 2백 코인이야 오늘 하루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충분했으니까. 생각하고 움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인다.

그리고.

[후원해 주신 게니우스님들 목록]

[1. 노을빛의 검신 님♥ : 93만 코인]

[2. 꽃과 풍요의 여신 님♥ : 89만 4천 코인]

[3.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 님♥ : 59만 코인]

[4. 황금색 성좌의 앉은 이 님♥ : 58만 코인]

[5. 거룩한 밤의 여주인 님♥ …….]

[6. 가죽을…….]

[7. …….]

[8. …….]

자신이 존경하고 동경하던 선배님의 별칭을 오른쪽 상단 회장님 목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1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우리 기영이 힘내라고 외칩니다!]

“이게… 뭐야….”

[꽃과 풍요의 여신♥이 우리 기영이라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네. 힘낼게욧! 풍요의 여신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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