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사용설명서 1096화
우효열 (3)
[꽃과 풍요의 여신♥이 우리 기영이의 아카데미 생활을 응원합니다.]
[거룩한 밤의 여주인♥이 어째서 아카데미에 들어간 건지 궁금해합니다.]
[황금색 성좌에 앉은 이♥가 1천 코인을 후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은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이라고 말합니다.]
[삐뚤어진 수호자는 당신이 초보자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을 못마땅해합니다. 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미 패밀리아에 들어가거나 다른 종류의 오퍼를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죽인다면 메인스트림에 들어갈 수 없을 거라 충고합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그 입 닥치라고 외칩니다. 네가 우리 기영이의 깊은 뜻에 대해 뭘 아느냐 비웃습니다. 그래서 삐뚤어진 수호자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메인스트림에 진입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가녀린 촉수 여왕♥은 최근 당신의 컨텐츠에 대해 불만을 표현합니다. 촉수 고블린 이후로 촉수에 대한 사랑이 시들해진 것 같다며 아쉬워합니다.]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은 촉수 컨텐츠도 좋지만 이번 컨텐츠도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 합니다. 초보자 아카데미에서는 분명 배울 것이 있으며, 실제로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들 중 메인스트림에서 활약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다고 예를 제시합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초보자 아카데미는 많은 게니우스들의 동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 일부 게니우스들에게 반문합니다. 정복을 입은 모습이 어울리니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외칩니다. 우리 기영이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소리 지릅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1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네.’
압도적인 1위에 랭크되어 있는 노을빛의 검신과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꽃과 풍요의 여신은 천외천의 후원 수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필멸자들의 싸움은 여전히 치열했다.
잠깐 정체되어 있어 걱정하던 찰나, 다시 한번 하늘의 문지기가 포문을 열었으니 어떻게 미소 짓지 않을 수가 있을까.
‘충신이야. 충신.’
계속해서 자극적인 컨텐츠를 먹고 있던 이쪽의 구독자들에게는 특히나 이번 아카데미 입소가 불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이 기대한 것은 패밀리아에 들어간 이후 곧바로 메인스트림에 들어가 여러 가지 컨텐츠를 즐기며 로헨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게 아니었을까.
중간중간 촉수 몬스터들과 대결도 벌여주고, 개성 넘치는 동료들과 만나며,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전형적인 사이다 전개를 기대한 것은 당연지사.
초보자 아카데미 교육의 목표가 적응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플레이어 이기영이 입소한 것을 더욱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이쪽은 초보자의 시련을 1위로 클리어한 인재 중의 인재였고, 적응 교육이 필요하다면 패밀리아 내에서도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마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추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안티팬들의 원성에 코인 공급이 말라가던 시점, 마치 이쪽의 심정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후원 타임을 열어주니 미소가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안 그래도 세트장 건설하는 거 때문에 아슬아슬했었는데.’
숲에서 빠져나온 또 다른 충신들이 규모가 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소도시부터 사냥터, 던전까지 만들다 보니 코인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꽤 속이 쓰린 투자이기도 했지만….
‘질 좋은 컨텐츠를 위한 투자자너….’
어찌 보면 이번 아카데미 건은 여러모로 필요하기도 했다. 굳이 우효열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시간을 끌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매번 촉수 같은 기획 이벤트를 벌일 수는 없었으니까. 단기적으로 코인을 빨아 먹는 데는 촉수만 한 것이 없었지만 자극적인 것도 자꾸 보면 질리는 법이다.
어느 정도 구독자가 빠져나가더라도… 확실히 방향성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이번 컨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효 녀석이지만 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위들에게 중요한 것은 파티 내에 있는 후위들을 지키는 것이다. 사제들과 마법사들은 언제나 적들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움직인다면 교육생들이 어딜 가더라도 반푼이 취급은 받지 않겠지. 다치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면 지금 당장 아카데미를 박차고 나가도록. 너희들이 거대 패밀리아에서 활동하든, 아니면 그저 그런 모험가로 활동하든 간에….”
“…….”
“이미 파티를 만들었다면 너희들은 한 팀이다. 죽는 것이 두렵고, 다치는 것이 무섭다고 해서 후위들을 내버려 둔다면, 너희들은 로헨 대륙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병아리들아. 이곳에는 없지만 후위들도 마찬가지다. 전위들이 너희를 위해 방패를 들어주는 만큼, 너희들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지. 당연한 소리지만 사제직군들은 전위들을 보호해야 하고, 마법사와 궁수들은 전위를 위협할 만한 적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
“아마 모두들 게임을 해봤을 테니 본 교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하도록. 두 번은 없다. 개개인의 실수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고 개개인의 이기심이 팀을 망친다. 오우거조차도 가지고 놀 수 있는 강한 플레이어들조차도 패밀리아를 만들고 파티를 구성한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누군가가 너희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팀을 보존하고, 너희들의 목숨을 지키는 방법이다.”
“…….”
“그럼, 대륙에서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파티의 방진과, 포지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 너희들이 들어갈 파티의 멤버들에게 멍청하게 보이면 안 될 테니 말이다. 대부분, 모든 모험가들이 기본적으로 트라이앵글 방진을 고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만큼 간단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각 병과의 포지션의 위치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특수병과나 특수직업에 경우에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트라이앵글 방진의 변형이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열심히 강의를 듣는 와중에도 하품을 쩍쩍 하고 있는 녀석, 아직도 이 새끼가 초보자 아카데미에 있는 게 부자연스럽다.
한 달짜리 우리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들개를 붙잡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윌리엄과 꽃과 풍요도 아직 아카데미를 떠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 역시 이곳에 알을 박았으니, 차마 이곳을 떠날 수 없었겠지.
‘그냥 가기에는 해결해야 되는 게 많지.’
이기영이 누구인지, 어째서 자신의 신경을 이렇게 거슬리게 하는지, 도대체 1회 차와 지금이 무엇이 달라졌고… 이 녀석은 어째서 이곳에 남은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일 것이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녀석을 지켜보자는 것이 녀석의 첫 번째 계획이었을 터.
나에 대해 정보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이대로 지기 싫다고 느낀 것이 결과적으로 좋게 작용한 것이다.
“조만간 타 직군들과도 합동 수업이 있을 예정이다.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있으니 수업이 끝나기 전에 말해주도록 하지. 일단은 서로 짝을 짓고 방금 이전 시간에 배운 검술에 대해 복습하도록.”
“네.”
‘저 교관 저 새끼 또 땡땡이 치러가네. 어쩐지 오늘 열심히 한다 싶더만.’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자율학습을 진행하는 교관, 물론 마음이야 이해가 갔다. 우효의 교육 태도를 지적하다 개 박살이 난 소소한 사건의 당사자였으니까.
벌써 3일째,
우효 녀석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이번 아카데미에서 주목받고 있었다.
뛰어난 재능과, 병신 같은 태도로 말이다.
여러 패밀리아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 꽃과 풍요와 같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패밀리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이 이번 기수 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불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천재니까.’
말 그대로 모두가 녀석을 천재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교관들부터, 같은 학생들, 외부에서 온 스카우터들이나, 패밀리아 관계자들까지.
튜토리얼을 졸업하자마자 레벨 3에 도달한 것은 이례적인 성장 속도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진짜로 놀라운 것은 녀석의 레벨뿐만이 아니었다.
전투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 단순히 레벨이나 스탯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센스, 녀석은 녀석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두각을 드러낸 것은 녀석뿐만이 아니다.
우효열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이들은 있었으니까.
아직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지 않은 원석이었고, 단지 적응이 좀 느릴 뿐인 튜토리얼의 생존자였다.
“기영아.”
“네? 누나.”
“잠깐 나 좀 봐줄 수 있을까?”
“네. 물론이에요.”
그중에 하나 건진 게 누나였다.
‘임청하.’
홍콩 출신으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으로 초보자의 시련을 마무리 한 레벨 2의 검사.
대외적으로 밝혀진 직업이 검사였지만, 내 눈에 비치는 정보는 그녀의 직업은 열 한 자루의 검사였다.
직업명이 좀 애매하기는 했지만 게니우스에게 선택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클래스를 얻었다는 점이 플러스.
노력가 성향이 붙어 있다는 점이 두 번째 플러스였다.
“수련 중에 미안한데… 조언을 얻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어제 수업 때 배운 건 아니고. 네가 저번에 가르쳐 준 거 말이야….”
‘아. 젠 거?’
“네.”
“어, 어때?”
“제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응. 응.”
“누나가 방금 보여주신 검술이 검 한 자루로 펼치는 검술이 맞나요? 제가 알려드린 건 분명히… 그러니까 누나 나름대로 스타일에 맞게… 조금 바꿔보신 건가요?”
“어? 어떻게….”
“한쪽 손이 조금 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요. 제 느낌이 맞다면… 이렇게. 이렇게 하시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그게 뭐야…?”
‘그게 뭐라니.’
“그러니까. 무게중심을 왼쪽에 두고, 발을… 팔은 이렇게….”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아! 아아아! 그런 거구나!”
“네네.”
“근데 기영아. 너는 정말로 그런 게 보이니?”
“글쎄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머릿속에는 그려져요.”
“그렇구나. 아이구… 귀여워라. 우리 복덩이!”
“아! 누나!”
‘얘가 못하는 짓이 없네. 볼도 함부로 꼬집고 말이야.’
진짜 누나가 아니다. 나이는 내가 더 많지만 아무래도 우효 놈과 동갑인 게 유리한 게 좋을 것 같아 설정을 그렇게 했다.
대외적으로 이기영의 나이는 23살. 물론 위화감은 없다. 필멸자를 벗어난 옥체는 무리하면 19살이라고 구라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으니까.
“매번 고마워서 어떻게 하지?”
“저는 누나가 기뻐하시는 것만 봐도 기뻐요.”
“기영아. 잠깐 여기도….”
“네! 형!”
당연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임청하뿐만이 아니다. 그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는 있지만 다른 쪽에서도 괜찮아 보이는 놈들이 몇몇 있었으니까.
‘28살. 한승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머리는 왜 이렇게 쓰다듬으려고 그래?
“형! 결국 방패 들기로 하신 거예요?”
“그래. 인마. 네가 그렇게 방패 들어보라고 사정사정하는데 내가 어떻게 양손검을 고집하겠어?”
‘그래, 인마. 너 이 새끼. 방패 아니면 희망 없어. 바하무트나 라파엘 정도는 돼야지 양손검 휘두르지. 넌 검에 영 재능 없더라. 덕구보단 작아도 한 덩치 하니까 고기방패 하는 게 딱 이야.’
“아이 형. 머리 좀… 그만 만져요.”
“다 네가 귀여워서 그러는 거다. 이 녀석아. 네가 알려준 게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양손검이나 휘두르고 있었겠지. 고마워서….”
“아니, 그래도….”
‘시바 머리 망가진다고 이 눈치 없는 새끼야.’
“이기영 님! 여기도… 조금….”
“잠깐만 기다려요. 브랜드.”
‘모범생인데. 시바. 교우 관계도 좋자너… 너무 착실하자너.’
무수한 악수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우효 녀석은 조용히 나무 그늘 밑에 앉아 그 광경을 꼬나보고 있었다.
자리를 피했던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모의전이다.”
‘…….’
“다음 평가로 모의전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