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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104화 (1,104/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104화

우효열 (11)(삽화)

‘어제 그 지랄을 한 보람이 있네.’

보고를 듣고 있자면 저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큰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녀석, 정해진 루트에서 제대로 당도하지 못하고 있는 녀석.

긴장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녀석들을 가장 긴장하게 한 것은 어제 경기에 있었던 쇼맨십이었을 것이다.

아마 놈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충격적인 퍼포먼스처럼 느껴졌겠지.

어린애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자신들의 모의전과는 다르게, 잘 훈련된 이들이 유능한 지휘관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였으니까.

리타이어 한 과정도 과정이거니와 경기 결과 자체가 워낙 압도적이었다.

시작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가 깃발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이 새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몇몇 놈들은 초조함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뭐 보여준 게 있어야지.’

모의전이라는 말은 붙어 있지만 이 자리는 저들에게는 시험대였고….

저들은 딱히 보여준 게 없었으니 말이다.

‘이미 한 팀으로 보이지도 않아.’

물론 함께 훈련한 시간이나 약속된 루트가 있을 테니 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대가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우효열은 지휘권을 적당한 놈에게 넘겼고 녀석의 조원들 역시 그 지휘권을 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아마 돌발행동을 하는 인원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

“네. 첫 모의전은 소라 누나와 우효열의 독무대였으니까요.”

-음….

“말씀드렸던 것처럼 처음은 잡아먹기예요. 우효열은 가장 나중이고요.”

-녀석이 어디로 올지 어떻게 알지?

“길은 정해져 있어요. 목표는 깃발이 아니라 저일 테고요.”

저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몰아간다. 적 1분대 몰아가는 중. 어제와 같다.

“아마 그쪽으로 갈 거예요. 히로세 형은 우효열 쪽 확인되나요?”

-확인되고 있다.

“작전 취소하고 후퇴할게요.”

-하지만 거의 다….

“작전 취소예요.”

-알겠다.

“첼로 누나.”

-응.

“누나는 진입이요. 히로세 형은 계속 멀리서 타깃 주시해 주세요. 거리는 계속 유지해 주셔야 해요. 타깃이 눈에 띄니까. 멀리서도 충분하죠?”

-그래. 타깃 다시 위치 옮김. 11포인트로 이동 중으로 추정.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르다.

“타깃 다시 끌어내요.”

-확인했다.

“싸워주지 않으면 돼요.”

[노을빛의 검신♥이 역시 대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 당연히 형이 대단하지.’

[하늘의 문지기♥가 혹시 우리 기영이는 천재가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천재라는 것은 익히 보고 있어 알고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똑똑할 수 있냐고 감탄하며 울부짖습니다.]

‘그래. 나 대단한 거 알아.’

-타깃은 적 1분대와 멀어짐.

“작전 다시 진행해요.”

-그래.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자너.’

망원경으로, 여신의 거울으로도 전장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통신 아티팩트로도 충분히 전장의 상황이 그려진다.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해매기 시작하는 우효 녀석의 모습이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아마 우효열의 최초 목적은 최단거리로 이쪽으로 당도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거리낄 필요도 없이 정중앙으로 곧바로 깃발이나 이쪽을 노리는 것이 계획이었을 테지.

녀석의 눈에 이쪽의 조원들이 보이기 전에는 말이다.

말하자면 아주 잘 짜여진 함정이다. 분명히 손을 댈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 몇 발자국, 단 몇 발자국 차이로 타깃은 아군 병력을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진청과 모의게임을 할 때면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이쪽이 아군 말을 밀어 넣으면 놈은 계속해서 먹이를 뿌린다. 알고 있으면서도 물 수밖에 없는 미끼를 타깃에게 계속해서 공급한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왜, 알고 싶나?’

‘아니, 굳이 알고 싶은 건 아닌데. 말해주기 싫으면 말 안 해줘도 돼요.’

‘하핫! 멍청한 놈. 알려주지.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야. 이건 공식이다. 타깃의 민첩 수치를 예상할 수 있다면 값을 구하는 것 정도야 당연하지 않나. 어떤 말이든 간에 움직이는 속도는 정해져 있다. 이동하는 데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잡히지 않는 것은 그냥 공식이야.’

‘맵이 제한적이라면 언젠가는 잡히는 거 아닌가? 어차피 군사님 병력은 현성이보다 느리잖아.’

‘네 말이 헛짓거리를 하는 그 시간동안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

진 군사의 대사처럼. 우효열이 헛 짓거리를 하는 동안….

“타깃 미끼 물었어요. 모두 제가 말씀드린 포인트로 이동해 주세요. 작전 시간은 딱 5분입니다.”

-응.

“승윤이 형. 5분 괜찮아요?”

-그래. 괜찮다. 자신은 없지만 해봐야지.

한승윤의 5분, 녀석에게 잡혀 있는 동안이다.

“히로세 형.”

-타깃 미끼 물었음.

“시작.”

우효열이 한승윤 파티를 발견하고 그에게 달려들었을 때, 아군 병력은 반대 방향으로 위치를 옮긴다.

한쪽 전선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리스크를 짊어진 셈이지만 우효열을 온전히 따돌릴 수 있다는 메리트는 크다.

다른 말과는 다르게 이건 잡히도록 설계된 말. 먹을 수 있는 미끼였다.

당연히 놈은 미끼를 거절하지 않는다. 다른 쭉정이라면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겠지만 한승윤 정도라면 군침을 흘릴 만할 테니까.

계획에 신경 쓰이는 요소는 없다. 아니, 딱 하나 있다면 우효열에게 붙잡힌 한승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는 것이었다.

-버림받은 게 아니야. 멍청한 놈. 여기서 너를 붙잡고 있는 게 애초 내 목적이야.

‘아. 아티팩트 좀 꺼줘. 제발.’

-이노오옴! 나를 밟고 지나가라!

‘뭘 밟고 지나가.’

-나는… 나는 포기 안 해. 허억… 허억…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5분을 지키겠어.

‘…….’

-고작 모의전? 고작 모의전 때문에 내가 이러는 것 같아? 이건 기영이의 신뢰에 대한 보답이야. 네가… 너 같은 놈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런 쓸모없는 나라도… 누군가가… 누군가 믿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잡담이 많아. 이 동생은 진짜.’

-크윽… 으아아악! 절대 못 떨어져. 절대로! 기영아! 이 자식은 내가 맡고 있는다! 네 믿음! 꼭 보답하겠어… 꼭!

어떻게든 치명상을 피해가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계속해서 말을 나불거리는 걸 보면 리타이어 판정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온몸이 넝마가 되었겠지만 방패로 목과 심장은 계속 보호하고 있는 모양.

정말로 바짓자락이라도 잡으며 놈을 붙잡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다른 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중.

-여긴… 여긴 나한테 맡겨. 히로세.

-첼로. 진심이냐?

-응. 이게 더 효율적일 거야. 기영이라면 알고 있을걸. 미안해서. 우리를 장기 말로 쓰는 게 미안해서 말하지 못했을 뿐이야.

‘아니야. 시바. 왜 갑자기 다들 희생할라 그래? 그런 거 없어. 그냥 시바 작전대로 움직이면 끝이야. 작전대로 움직이면 전부 알아서 굴러가게 설계해 놨어.’

-여기는 나 혼자 맡는다.

-그럼 부탁하지. 첼로.

“첼로 누나! 하지 마요! 아니, 하지 마!”

-기영아. 나 바보 아니야.

‘너 바보야. 시바! 그거 뒤쪽에서 온 병력이 처리해 줄 거야. 왜 굳이 네가 그걸 맡을라고 그래. 왜 굳이 손해를 볼라 그래. 너 안 죽어도 우리가 이긴다고.’

-이야아아아아!! 와라!!! 첼로가 여기 있다!

-가자. 첼로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

‘아니, 시바.’

엿 됐다.

-후리야아아압!!!

아니, 진짜 큰일 났다.

-덤벼라! 덤벼!!! 이 새끼들아!!! 기영아! 듣고 있냐! 형 목소리 듣고 있어?

“아니, 뭐 해요. 랄프 형! 빠져나와요!”

-임마! 하핫. 옛날부터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고맙다.

“랄프 형. 아니!”

-별건 아니지만… 너한테 보답은 하고 싶었어. 지금 이 기분이라면 진짜 목숨도 바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라니까. 비록 모의전이지만 이게 너에 대한 내 마음이다, 인마. 여기서 허무하게 죽어서 패밀리아들한테 오퍼를 못 받는 게 뭐가 문제겠냐. 나는 그딴 것보다 너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네 믿음에 보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말이다.

‘아니, 이 시발놈들아! 희생하지 말라고! 진짜 전부 살 수 있다고!’

이 돌대가리 새끼들은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짜여진 대로 들어가면 완벽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톱니바퀴에 애써 흠집을 내고 있다.

첼로가 바퀴를 만들고 랄프가 엔진을 만들어야 자동차가 완성될진대, 이 희생 중독자 새끼들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몸을 던질 생각부터 하고 있다.

-허억… 허억… 아직 안 끝났어. 우효열… 이 새끼야. 나는… 나는… 하루… 하루 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어.

그 와중에 한승윤이 처음 예상했던 마의 3분을 넘어섰다.

정말로 5분을 버텨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로 5분을 버틸 기세로 얻어 맞아주고 있다.

-당연히 아프다. 무섭다고! 제기랄!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팔 다리에 구멍이 뚫렸는데 어떻게 안 떨리겠냐.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해야 될 때가 있는 거야.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덤벼… 덤벼 우효열 이 새끼야!!!

‘전부 이 새끼 때문인 것 같아. 한승윤 이 새끼가. 얘들한테 불 지핀 것 같아.’

이미 전장은 내 손을 벗어났다. 물론 유리하게 펼쳐지고 있는 전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한승윤은 우효열을 막아주고 있고, 희생 중독자들에 의해 적군 병력은 착실히 줄어들고 있다.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니었다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병력을 남겨 우효열에게 부딪쳤다면 셋업했던 이상적인 승리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시바 엿 됐어.’

한승윤과 함께 든든한 몸빵이 되어줄 랄프는 적 분대를 끌어안고 작렬이 산화했다.

참고로 굳이 이 새끼가 버텨주지 않아도 아군의 마법은 적에게 당도할 예정이었다.

원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활로 우효열을 견제해야 할 첼로는 적 잉여 병력과 함께 리타이어.

저 적 병력들은 어차피 남은 병력들이었다. 이쪽에 위협이 되는 병력도 아니라 대 우효열전에 들어오지 못하는 병력이었다.

심지어 세 번째 에이스 히로세 이 새끼도 희생하려고 간 보고 있는 것 같아.

-기영아.

“히로세 형! 아 진짜 하지 마요! 하지 마!”

-…….

‘이거 지겠다.’

“진짜 하지 마요! 히로세 형!!”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이다….

깃발로 돌아오고 있는 우효 녀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원래부터 상대하는 게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가장 쓸 만한 말들을 빼고 상대하게 생겼다.

‘큰일 났다.’

진짜 큰일 났다.

그 와중에….

[꽃과 풍요의 여신♥이 1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보여준 전우애에 눈물을 흘립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을 보며 오열합니다. 비록 모의전일 뿐이지만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보여준 헌신과 우정에 감탄하며 주저앉습니다.]

얘네들은 이러고 있다.

[초승달 아래에서 우는 늑대가 어처구니가 없다며 실소합니다.]

이 새끼한테 공감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노을빛의 검신♥은 자신이었어도 저들과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녀린 촉수여왕♥은 이번만큼은 촉수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디 당신의 앞길에 승리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나를 돌아버리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드는 상황.

‘이미 졌어. 시바. 끝났다고.’

갑작스러운 메시지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어?”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합니다.]

“…….”

[노을빛의 검신♥이 불안해합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1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15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의 게니우스가 되고자 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에게 힘을,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자 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자신 역시 희망과 힘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노을빛의 무구가 준비되어 있다며….]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을 꽃과 풍요의 성자로 삼고자 합니다.]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에게 힘을 내리고 싶어 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기영 씨는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합니다. 기영 씨는….]

[꽃과 풍요의 여신♥이 당신의 게니우스가 되고자 합니다.]

[게니우스를…….]

“…….”

[변경하시겠습니까?]

“예… 예쓰….”

[노을빛의 검신♥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거대한 빛이 나를 덮쳤다.

*다음 페이지에 회사설 크리스마스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흙수저 : 회사설 크리스마스 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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