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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173화 (1,172/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173화

몰래 온 손님 (1)

언제나 승리는 달콤하다.

[메인스트림, 노을빛의 군주의 두 번째 이야기. 버림받은 성녀의 군대가 완료되었습니다. 생환하신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번 메인스트림이 끝이 날 때까지 로헨 대륙 플레이어 전원에게 유지되는 버프를 제공합니다.]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축복]

[마력소모량이 2할 감소합니다. 치유량이 3할 증가합니다.]

[메인스트림 ‘버림받은 성녀의 군대’ 공략 랭킹.]

[1. 이기영 4,524,511점]

[2. 윌리엄 2,231,561점]

[3. 정하얀 2,161,332점]

[…….]

[…….]

[7. 한소라…….]

[‘버림받은 성녀의 군대’ 공략에 힘써주신 상위 플레이어들에게 코인과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미쳤다.’

보상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달콤하다.

‘진짜 미쳤다.’

당연히 이 이야기를 클리어하면 전체적으로 스펙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시스템 차원에서 버프를 내려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

혹시 로헨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한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이쪽과 다르지 않았다.

당황하거나 깜짝 놀라는 표정들, 로헨의 플레이어들 역시 이례적인 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준다고?’

물론 어째서 이런 보상이 들어왔는지는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금 일어나고 있는 메인스트림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균형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이 인류에게 내리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시스템이 비공식적으로 관여한 만큼 로헨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덕분에 마력소모량과 치유량이 증가한다는 버프를 꽁으로 가져온 셈.

단순 수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버프였다.

인류에게 다시 한번 희망이라는 달콤한 구름이 드리운 것은 당연지사.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날뛰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쳐왔다.

윌리엄이나 에밀리아도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캐묻기보다는 지금의 승리를 즐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메인스트림에 참여했던 병사들이 이 승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

괜스레 깃발을 들어 올리고 이쪽을 치켜세워 주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 그래. 내가 랭킹 1위자너.’

또 그게 끝이 아니지.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했자너. 윌리엄도 내가 만든 거 아니냐구.’

얘네 입장에서는 사기를 끌어올리려면 영웅 하나 키운 다음에 우상화 작업도 해야 될 테니까.

솔직히 나보다 더 이런 홍보에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인류의, 로헨의 승리입니다.”

“…….”

“빛의 승리이며. 꽃과 풍요의 성자의 승리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잔뜩 흥분한 군중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꽃과 풍요의 패밀리아의 무용담과 용기를 칭찬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이쪽으로서는 조금 감정을 잡아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흥분한 군중들이 다가와 헹가래를 치기 시작했다.

‘아니, 뭔 축제라도 벌어졌냐구. 싸움 끝났어?’

“꽃과 풍요의 성자를 위하여!”

다 이겼어?

“꽃과 풍요의 성자를 위하여!! 하하하하하! 꽃과 풍요의 성자를 위하여!!”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엔딩이라도 난 것마냥 역경을 뚫고 나온 두 연인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도 눈에 보인다.

여기를 둘러보고 저기를 둘러봐도 엔딩 곡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음악과 함께 크레딧이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 한 번 더 기강을 잡아야 하나 싶었지만, 일반 병사뿐만이 아니라 지휘본부에 속해 있는 패밀리아의 수장들조차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

‘이 새끼들 처음이구나….’

이런 규모의 전투를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쫄깃하게 마무리 지은 게 처음이구나.

물론 전투가 박진감 넘쳤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겨우 두 번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명경기를 끝낸 스포츠 선수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니까 시바 보상으로 버프를 주죠. 니네 하는 꼬라지 좀 봐.’

전투에서 있었던 흥분과 아드레날린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황,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오늘 하루는 작게나마 승전을 축하하는 게 좋겠네요.”

풀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네. 아마 당분간은 전면전을 피하려고 할 거예요. 21군단은 아직도 북벌을 진행 중이고… 이번 전투에서도 많은 걸 쏟아부었을 테니까요.”

“네.”

“쉴 틈 없이 달려온 병사들이 마음 놓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확실하게 보급품을 최대한 푸는 게 좋겠어요. 술이 있다면 술도 괜찮고…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고, 병사들의 승전을 치하해 주셨으면 해요.”

“네. 뜻대로 하겠습니다. 이기영 님.”

‘술 마신다니까 분위기가 정리가 되네.’

전후처리를 한 이후 승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진다고 공지하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이 보였다.

전쟁으로 난장판이 됐었던 세인트 벨이 깔끔해진 것은 순식간, 심지어 삼삼오오 모여 있기까지 하다.

아직도 얼굴에는 전투에 대한 열기와 승전의 기쁨이 남아 있었지만 최대한 방금 전보다는 조금 침착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쪽 인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라야!! 끄윽… 히끅….”

“아… 정, 정하얀 니임….”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정하얀과 한소라가 회포를 푸는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아헨델에서 온 원군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그중에서도 한소라와 정하얀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마치 나무에 매미가 달려 있는 것마냥 한소라에게 딱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으, 으응. 소, 소, 소라도 잘, 잘 지냈지?”

“네. 물론이죠. 정하얀 님 왜 이렇게 얼굴이 상하셨어요. 식사는 제대로 하신 거 맞으세요?”

한국인 아니랄까 봐 밥 잘 먹었는지를 걱정하는 것 봐.

하얀이 밥 잘 챙겨 먹었어요. 아니, 내가 잘 챙겨 먹였어.

“또 제대로 안 챙겨 드셨죠. 아… 왠지 이럴 것 같았는데… 혼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혼, 혼자는 아니었어. 착,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지금은 잠깐 다른 곳에 가 있는데… 있잖아. 소라야. 거기 남궁선이라는 사람이….”

“네. 네.”

“그전까지는 계속… 마력을 키우느라고… 가,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었어서….”

“네.”

밀린 이야기들도 좀 나누고, 대륙에 있었을 때도 항상 정하얀이 말하고 한소라가 들어주는 쪽이었는데 여기에 와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한곳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정하얀이 시야에 비쳐온다.

그녀가 시선을 둔 곳은 한소라와 함께 온 사람들 쪽. 조금 멀리 떨어져 한소라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근데… 같, 같, 같이 온 사람들은 누구야?”

“저… 같이 활동하는 파티원들이에요. 이… 이기영 님한테도 허락을 받아서… 아헨델에서부터 활동하기로 했었거든요….”

‘얘는 왜 나를 팔아?’

“오빠가?”

“네. 아! 지, 지금은 기억을 잃어버리셨죠. 네… 그, 그랬죠.”

“파티원?”

“네… 같은… 파티원들이요.”

“아… 아, 그, 그래….”

“소개시켜 드려도 될까요?”

“응.”

다행히 지난번 이쪽에게 개소리를 지껄였던 녀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베테랑처럼 보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먼 볼트 영감처럼 가성비도 좋고 잘 써먹을 수 있는 인선들, 즉시 전력으로 취급할 수 있는 인원들을 영입한 것이 분명했다.

‘은근히 잘 꾸렸네. 얘도 노전사 희생시키려고 하나 봐.’

아헨델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것을 보고 조금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이른 시간 내에 자신을 증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꽤 신뢰받고 있는 모습, 단순히 파티원들을 모은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파티의 리더라는 믿음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얘는 능력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항상 했었어.’

날갯짓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대륙으로 복귀한 뒤에 날갯짓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어색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정하얀 님.”

“네, 네… 네….”

‘진짜. 어색하자너.’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나를 바라보는 한소라가 빨리 이 어정쩡한 분위기를 풀어달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 이기영 님. 안녕하십니까.”

“오, 오빠!”

예상했던 것처럼 정하얀은 다시 찰싹 이쪽에 달라붙었다.

“인사를 드리는 게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세인트 벨을, 아니, 로헨을 위해 이곳에 찾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로헨에 소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러분들께서… 그 누구보다도 로헨을 위해 앞장서 주시니… 먼저 터를 잡고 있던 제가 얼마나 작고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아마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

“한소라 양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세월을 죽이고 있었겠죠.”

“그래도 이곳에 찾아와 주신걸요.”

“하하….”

“잠깐 앉아도 될까요?”

“네. 영광입니다. 이기영 님.”

로헨에서 오래 구른 베테랑 입에서 바로 이기영 님이라고 극존칭 소리 나오는 거 봐요. 이래서 사람이 성공해야 돼.

“소라 씨에게는 감사 인사를 미처 못 드렸네요. 감사드려요. 소라 씨.”

“네… 부…길… 아니, 이기영 님.”

“오, 오빠. 저, 저번에 제가 말한 거 있잖아요.”

“네. 하얀 씨.”

그 뒤로는 잠깐 동안 쓸데없는 잡담 나누기, 언제나 그렇듯 대화의 주제는 다양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직후에는, 전쟁터라는 주제에 알맞은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했다.

어디든 꽃기영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게 마련인지라, 어느새 윌리엄과 에밀리아가 찾아와 합류했고, 달콤한 권력 맛을 보려고 찾아온 타 패밀리아의 수장들도 기어 들어왔다.

솔직히 다른 놈들이야 내 알 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정하얀과 한소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현듯 우리 쪽 대륙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진짜 이기영이라면….

‘무슨 부귀영화 누리자고 여기 왔더라. 그냥 다 때려치우고 대륙에서 식구들이랑 지내는 것도 행복했을 텐데.’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시점.

“위하여!”

“꽃과 풍요의 성자를 위하여!!”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여전히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윌근본의 질문에 대한 답은 뻔했다.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

“다음은 마왕성으로 향할 거니까요.”

“…….”

“저희가 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주체적으로 잿빛 노을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담하게 꺼낸 말이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았다.

‘조금 힘들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가야 돼.

외부적으로는 타 군주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짭현성, 광증현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면 지금 타이밍에 마왕성으로 향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는 게 옳다.

“확신 있게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네.”

“혼란스러운 건 아마 적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김현성이 미쳤는지, 미치지 않았는지에 대해 100분 토론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날 저녁.

몰래 찾아온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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