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1255화 (1,254/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55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24)

이 꼬맹이는 현재 틀림없이 감정과잉 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대답하라고! 진영!!!”

‘아니,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자너.’

지가 주인공이야 뭐야. 진짜.

펠리스 하네스트 성장물 아닌데 진짜….

슬픈 마음은 이해 가지만 데시벨이 너무 높다. 녀석의 울음소리가 다른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쯤 되면 카메라도 녀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이미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는 녀석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누가 보면 녀석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줄 알 정도로 감정과잉 상태로 접어들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친구를 위해 흘리는 눈물과 반응이라기에는 그 반응이 너무 격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비켜! 비키라고!”

‘이 새끼는 미스캐스팅이다. 진짜. 중간에 리타이어시켰어야 됐어.’

주연보다 나대지 말라고 현장에서 욕먹을 상이야.

김명원도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지,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실신 직전까지 이른 펠리스 하네스트 녀석이 카메라를 더 끌어당긴다.

물론 김명원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옳다. 딱 김명원의 모습이 더욱더 옳은 모습이다.

정극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는 진실 된 눈물, 진영의 과거에 대한 동정,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 정말로 이런 현실이 되어버리고 만 작금의 상황을 부정하는 눈물이었다.

“제길… 제길!”

“…….”

“난… 난 도대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흐윽….”

아릴이 녀석을 꽉 껴안아 주며 위로하는 모습을 제대로 담고 싶었지만….

“으아아아아아아!! 비키라고! 진영! 진여엉!!”

갑작스레 난입한 취객이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위험해요! 하네스트 님. 아직… 아직 지역이 오염되어 있습니다. 지금 저대로라면….”

‘잘 봤네.’

“게다가 이미 진영 님께서는….”

“웃기지 마! 비키라고 말했다! 녀석이 겨우 저 정도로 죽일 리가 없어! 그렇지? 진영? 아직 안 죽은 거지?! 녀석을 구해야 해. 당장 비키지 못해!?”

샤슬갈 트리오도 절망에 빠져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녀석이 설치기에는 최선의 환경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빅토르 갈리안이 괴성을 내지르며 꼬꾸라진다.

마법사치고는 꽤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엉엉 울면서 몸을 비틀고 있는 모습이 마치 돼지 새끼를 보는 것 같아 살짝 가슴이 아파오기야 했다.

“흐어어어어엉… 흐어어어어엉….”

심지어 울음소리도 비슷했다.

슬퍼하기는 슬라바 역시 마찬가지. 멍하니 그 현장을 바라만 볼 뿐 차마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의 허망한 얼굴이 괜스레 클로즈업된다.

“흑… 흐윽….”

샤오 란 역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요… 전, 전부 꿈일 거예요. 전부… 전부…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하… 하하하… 진영 님이… 진영 님이 이렇게 돌아가실 리가 없어요. 전부 거짓말이에요.”

김명원과 펠리스 하네스트와는 다르게 이 샤슬갈 트리오는 지속적으로 관리해 준 쪽이었다.

하지만 조금 감상에 빠지려던 찰나에도… ‘진영! 진여어어어엉! 대답하라고!’라고 외치는 펠리스 하네스트의 녀석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갑작스레 다시 나타난 빌런 트라오레 교수가 아니었다면 녀석의 독무대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악마의 등장으로 잠깐 잊혔던 트라오레 교수 역시 허겁지겁 마법진이 있었던 곳으로 다가가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힉…히힉… 이건… 말, 말도 안 돼… 히익…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트라오레 교수….”

“내… 내 계획이 저런 꼬맹이한테… 이건… 말도 안 된단 말이야! 나는… 나는 마법의 신이 될 남자다! 나는… 나는 신세계의 왕이 될 사람이란 말이다… 근데 겨우… 겨우 저런 꼬맹이가….”

“트라오레 이 개자식!!”

“히익… 힉…. 제길… 제길!!!”

홀로 남겨진 녀석의 선택이야 뻔했다.

“이,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죽여주마… 전, 전부 죽여주마!!”

같은 전형적인 대사를 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투 준비해! 일어서! 진영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마!”

“멍, 멍청한… 멍청한 꼬맹이들이… 감히… 내 상대가 될,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마법의 신이 될… 이 트라오레의 상대가? 자, 자신들의 무력함을 저주하면서 죽어라… 이… 이 쓸데없고 역겨운 꼬맹이들아!”

“파장을 맞춰! 뭐 하고 있는 거야! 다들!”

“개자식 죽여주겠어!”

“펠리스 하네스트! 진영을 이탈하지 마! 혼자서는 안 돼!”

분노로 물든 아이들이 주문을 외우고는 있지만 제대로 대항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꼬맹이들이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라오레 교수 역시 많이 망가진 상태였고 마력회로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꼬맹이들의 멘탈이 건강한 상태였다면 제법 볼만한 싸움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이 분노로 이성을 잃거나 슬픔에 잠겨 움직일 수 없다. 제대로 주문을 외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싸울 의지를 잃은 놈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기 시작하는 트라오레 교수가 수십 개의 역병화살과 구체를 만들어놨을 때, 아이들의 표정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기까지인가….”

“흐윽… 흑… 진영 님… 이건 말도 안 돼요. 이건 꿈일 게 분명해요.”

“흐어어어어엉….”

“트라오레 이 개자식! 죽여주겠어!”

“죽어라… 죽, 죽어라! 이 건방진 꼬맹이들아!”

마침 등장한 누군가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꼬맹이들이 큰일이 생겼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왔다.’

분위기부터 달라진 것 같은 느낌. 녀석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

“…….”

‘왔다. 왔… 왔다구! 믿고 있었다고 젠장!’

“…….”

“…….”

“…….”

분명 생성되어서 공중에서 꼬맹이들을 위협하고 있었던 역병 마법들이 허공에서 사라진다.

‘디스펠하고 있는 거냐고! 젠장!’

억지로 트라오레 교수의 파장에 호응해 이미 캐스팅된 마법들을 하나하나 취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기예라고!! 제기랄!!’

아직 ‘그 녀석’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군이 왔다는 사실은 꼬맹이들 역시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누, 누구냐… 웬, 웬 놈이야!”라는 말을 외치고 있는 트라오레 교수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무대 위로 몸을 옮기고야 만 그림자의 영웅, 아니, 지금은 그저 진영의 아버지 진청일 뿐이었다.

그가 저벅저벅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꼬맹이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외부인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로 얼룩져 있는 진청의 모습은 아마 공화국의 꼬맹이들 역시 처음 보는 광경이었을 게 분명했다.

평소처럼 단정한 모습이 아니다. 결계를 찢고 왔기 때문에 옷 곳곳이 불에 탄 듯 그을려 있었고, 잘 정리되어있는 헤어스타일 역시 망가져 있었다.

무엇보다 평소와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에서 풀려난 짐승 같은 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녀석답지 않게 꽤 박력 있는 모습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넌… 넌… 네, 네가 어째서 여기에….”

진청은 대답하지 않는다.

“군사님?”

“군사님…?”

공화국 꼬맹이들은 의아한 목소리로 진청을 부르고 있었다.

인상이 와락 구겨진 녀석이 그런 목소리에 일일이 대응할 수 있을 리 만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장담하건대 녀석의 눈은 이미 하얗게 변해버린 진영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 리 없는 트라오레 교수는 무작정 마법을 던지며 진영의 아버지에게 대응하고 있었다.

“히익!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다!”

“…….”

“여기로 오지 마! 제, 제길! 오지 마!”

“…….”

“오지 마! 오지 마!!!!”

여기저기서 마법들이 생성되지만, 순식간에 디스펠 된다. 쏘아 나가는 데 성공한 마법조차 진 군사의 앞에 닿지 못한 채로 투명한 벽에 막힌다.

녀석은 그냥 저벅저벅 걸을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오레 교수는 자멸하고 있었다.

자칭 마법의 신이라 자신을 칭한 녀석이 정통 마법사도 아닌 진청에게 관광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어! 죽어라! 제발… 제발 죽으란 말이다!”

“…….”

“죽어!!!! 죽어어어어어!!!!”

마침내.

퍼어어어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진청의 주먹이 녀석의 안면에 적중했다.

콰지이이이이이익!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퍼어어어어어억!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지지율 상승 펀치!!!’

본래 이 새끼가 중국 무술 어쩌구를 쓸 때면 얼마나 깔끔한지 피조차 자신에게 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주먹을 쥐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 녀석이 막 싸움을 하는 건달패마냥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트라오레 교수의 안면에 제대로 틀어박힌 주먹 때문에 트라오레의 피와 침 같은 것이 주먹에 묻은 것 같았지만 오늘만큼은 그 결벽증을 벽장 안에 넣어두고 온 듯싶었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이빨이 으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트라오레 교수가 튕겨 나간다.

얼마나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는지 진청 녀석의 주먹에는 트라오레 교수의 이빨이 박혀 있었다.

‘얘 지금 화풀이하는 것 같자너.’

한 방에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이미 나가떨어져 한 참 뒤에 있는 벽에 처박힌 트라오레 교수가 기어나가듯이 도망치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살, 살혀줘… 제발… 제발 살혀… 으… 으….”

“…….”

“살혀… 살혀…어….”

“…….”

‘근데 얘들 보잖아. 진 군사… 왜 그래. 그리고 걔 죽이면 안 돼. 골수까지 쪽쪽 빨아야지.’

“제… 제가 잘못했….”

하지만 아들을 잃은 진 군사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적어도 죽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건지, 숨은 붙여놓을 것 같았지만 구태여 전투력을 상실한 트라오레 교수를 발로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트라오레 교수가 바닥에 처박히며 기절.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무서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것 같았던 아이들은 의외로 안심한 표정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간에 진 군사가 도착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째서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았냐는 원망 섞인 눈초리가 쏟아지기는 했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녀석은 없었다.

“일어나라….”

“…….”

“일어나라. 이 개자식!”

공화국의 천재 군사, 그림자의 영웅. 뛰어난 지성의 별, 언제나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모습으로 유명했던 그가….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은….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란 말이다!!!!”

‘시바….’

“개 같은 짓거리 집어치우고 빨리 일어나라고 이야기했다. 이 개자식!”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