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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316화 (1,314/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316화

마법사의 탑(29)

“제기랄… 우리… 괜찮은 거 맞는 거지? 칼턴?”

“괜찮은 거 맞다니까. 파란 길드잖아. 파란 길드. 그것도 길드마스터가 아니라 조혜진이 직접 보호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그냥 안심하고 푹 쉬라고 빅보이.”

“아니… 불안해서 그렇지. 송수경 그 새끼 일도 있으니까. 거기 있었던 파란 길드원들 전부 꼬맹이한테 노예 인장이 있다는 걸 봤잖아. 어떻게 안심하고 푹 쉴 수가 있겠어?”

“병신 새끼. 야. 만약에 파란 길드가 꼬맹이한테 흑심이 있었으면 벌써 우리는 죽은 목숨이었어. 그 자리에서 송수경이랑 같이 목을 자르면 되는데… 구태여 우리를 살려서 파란 길드까지 데려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 꼬맹이가 욕심이 났으면 진즉에 행동했겠지.”

“그, 그런가?”

“그래. 이 새끼. 송수경한테 한 번 당해보더니 더럽게 과보호하려고 하네. 그런 사이코 새끼가 어디 흔한 줄 알아? 내가 온갖 개 병신 같은 놈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 새끼는 진짜였다고. 완전 미치광이 새끼였다니까. 뒈지는 그 순간에도 어으… 소름 끼쳐. 게다가 파란이 어디 보통 길드야? 예전에 비해 몰락했다고는 해도 그래도 파란은 파란이야. 조혜진도 살아 있고 길드 마스터도 멀쩡한 것 같더만… 금방 본래의 위치로 돌아갈걸?”

“…….”

“그러니까 안심하고 꼬맹이 좀 손에서 놔라 이 새끼야. 거 무슨 길 잃은 고양이 껴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얘 불편하게 언제까지 안고 있으려고 그래? 도대체. 답답해하는 거 안 보여?”

“아니… 내가 과보호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꼬맹이 새끼가 안 떨어지잖아. 꽉 붙잡고 있다고. 제기랄… 자고 있는 와중에도….”

‘뭔 소리야. 네가 안고 있는 거고만 시바.’

칼턴과 빅보이의 설전에 유진이 한마디를 얹었다.

“아무튼 간에 덕분에 편히 좀 쉬게 돼서 좋구만 뭐…. 너희들은 몰라도 나는 회복한 지 얼마 안 돼서 휴식이 꼭 필요했는데…. 참 우리도 출세했어. 뒷골목 전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파란 길드의 귀빈실에서 머무르고 있다니 말이야.”

“그치?”

“야. 방 좋은 거 봐라. 복구사업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삐까번쩍한 거 보라고.”

‘뭐가 삐까번쩍해? 도대체. 전부 싸구려구만.’

“역시 파란은 파란이야.”

‘얘네 파란 뽕에 취했네. 취했어.’

처음 살갑게 다가왔던 조혜진을 경계하는 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파란 길드로 함께 가자는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 며칠 전,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는지 늘어져 있는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 이러다가 파란 길드에 스카우트되는 거 아니야?”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늘어져 있는 유진을 보고 있자니 얘네는 진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참 팔자 좋네.’

그나마 제정신이 박혀 있었던 빅보이조차 슬슬 경계를 푸는 것 같은 모습, 물론 파란 길드에서 다른 일을 진행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너무나 적응력이 빠른 놈들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배고픈데 밥이나 달라고 하자고. 어제 먹은 거 진짜 맛있었는데 말이야.”

“역시 고급 음식은 뭔가 다르긴 달라.”

“우리 꼬맹이도 환장을 하고 먹드만… 그래도 오늘은 햄비어로 달라고 하자고… 무려 파란 길드에서 나온 햄비어니까. 분명히 뭔가 다를걸.”

“크으… 그거 좋네. 고급 럼주에 고급 햄비어.”

이쯤 되면 빅보이 녀석이 그냥 햄비어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아무래도 진심을 담은 혼신의 외침이 통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냥 세뇌당해서 헛소리를 지껄인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꼬맹이 새끼 이거 자면서 침 흘리는 것 봐라. 끅끅끅. 햄비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꼴 보라고.”

‘자꾸 볼 잡아당기지 마. 이 새끼야.’

심지어 유진과 칼턴도 볼을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 마치 일어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슬그머니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유진 이 새끼야! 꼬맹이 잠 깼잖아!”

“아니, 왜 나한테만 그래? 니들도 같이 잡아당겼으면서!”

“아니, 이 새끼.”

아직 눈을 비비면서 잠에 취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시바 나도 지금 이 새끼들이랑 여기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런데 어쩌겠어. 혜지니 얼굴은 첫날 이후로 보지도 못했는데.

물론 바쁘기야 할 것이다. 현재 파란 길드의 상황이 말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헤르엔이나 송수경의 일도 보고서를 올려보내야 했으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평행세계로 따라와 그 김현성의 부길드마스터가 되어버렸으니 업무량에 파묻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거 아니냐구.’

벌써 귀빈실에 머무르고 있은 지도 사흘째다. 파란 길드에서 빅보이 일행을 붙잡아 놓은 이유는 헤르엔 사건의 진상조사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파란 길드가 이쪽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쪽에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슬슬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설마 아직도 일하고 있나?’

문밖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조혜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을 때였다.

“아… 형들… 누가 왔나 봐요.”

라고 입을 열자 동시에 문 쪽을 뒤돌아보는 빅보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

“…….”

“…….”

“…….”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조혜진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

“…….”

처음 만났을 때와 같다. 마치 눈으로 욕을 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 방금 전까지 불평불만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이후에는 곧바로 불만이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죽을 것 같다는 얼굴을 한 조혜진의 얼굴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떠올린다.

“…….”

이곳에는 김미영 팀장이 없다.

선희영도 없다.

유능한 팀원들도 없다.

그 사실이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조혜진의 몰골에 빅보이와 칼턴, 유진도 할 말을 잃었는지 그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을 때, 퍼뜩 정신을 차린 조혜진이 입을 열어왔다.

“죄송합니다. 진즉에 직접 찾아뵀어야 했는데.”

“아니… 아닙니다….”

“일단… 함께 식사라도 하시면서….”

“아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단 파란 길드에서는 여러분들이 헤르엔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휴우… 다행이군요.”

“물론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여러분들이 옮긴 장물이 키메라들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네… 네?”

“여러분들이 블랙마켓에서 옮긴 장물들이 키메라의 합성소재였습니다. 물론 여러분들뿐만이 아니라… 그 시기에 헤르엔으로 들여온 장물들이 모조리….”

“저… 저희는 모르고.”

“아니요. 굳이 변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파란 길드에서는 이미 여러분들이 관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죄를 물으려면 물을 수는 있겠지만 헤르엔 수성전에 큰 공을 세웠다고 인정하는바, 일종에 면책권을 드리려고 합니다.”

“정… 정말입니까?”

‘까딱하면 바로 목이 잘릴 위기였자너.’

“삼대길드를 비롯한 린델 수뇌부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합의가 오가고 있는 내용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

“솔직히 말해 여러분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은 공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희 길드에서 힘을 썼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깃들어 있는 시선으로 조혜진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였다면 고의고 나발이고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목을 날려버리는 것이 국룰이었을 테니 말이다.

관련자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송을 한 것도 아니고, 장물을 운반하다가 헤르엔을 터뜨려 버렸으니 당장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다.

빅보이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는 거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

그리고 아마 그 조건은 당연히 눈앞에 있는 꼬맹이일 거라는 생각하겠지.

순식간에 빅보이와 칼턴, 유진의 얼굴에 적대감이 감돈다.

안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혜진을 공격할 것 같은 기세에….

‘돈까스 칼 내려놔 빅보이.’

조혜진도 다시 한번 급하게 말을 이어왔다.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지 예상이 갑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얼추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방향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 파란에서는 여러분들에게 투자하고자 합니다.”

“…….”

“정확히 말씀드리면… 눈앞에 있는 이 작은 마법사분에게 말입니다.”

“…….”

“노예의 인장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직접 마법사도 구해드리고… 여러분들의 입회하에 일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잠깐 동안 침묵이 감돈다. 멍청한 빅보이의 입장에서도 조혜진이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던 탓이다.

에둘러 말하면 나를 파란 길드로 영입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쪽이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평범한 아들내미였다면 현수막이 걸리고 우리 꼬맹이 장하다고 축하파티를 받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꼬맹이의 과거는 꽤 기구하다. 거기에 배에 선명히 찍혀 있는 노예의 인장 덕분에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물론 빅보이는 꼬맹이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며칠 전에 송수경 사태를 직접 경험해 본 만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이야기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오해의 소지가 되는 말씀을 드린 것 같군요.”

“네?”

“파란 길드에서 작은 마법사분을 영입하고 싶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후원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군요.”

“…….”

“아시겠지만 현재 린델의 전력이 많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파란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가 재능 있는 마법사를 필요로 한다고 말씀을 드린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어째서겠어? 혜지니랑 나랑 말을 맞췄나 보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저 재능 있는 마법사를 키우고 싶을 뿐입니다. 현재를 위해서도 또 미래를 위해서도, 린델, 아니, 대륙은 재능 있는 인력들을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하물며 그게 천재일지도, 제2의 정하얀이 될지도 모르는 인재라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합니다.”

“제2의… 정하얀?”

‘혜진이도 이빨이 많이 늘었자너.’

“우… 우리 꼬맹이가 제2의 정하얀…이란 말입니까?”

“저는 마법사가 아니라 정확히 말씀드리기 힘듭니다만.”

“…….”

“어깨너머로 배운 마법이 헤르엔 수성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정도라면… 천재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것도 저 어린 나이에… 아니,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천재입니다.”

빅보이도 은근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내가… 천재?’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나만 몰랐자너.

“그…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후원을 해주실 수 있는지.”

“유진! 뭔 소리야! 아직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입 닥치고 있어! 빅보이! 다 꼬맹이를 위한 일이니까.”

“뭐? 너 이 새끼 정신 나갔어? 그 또라이 새끼한테 당한 게 엊그제 같은데.”

“계속 품에 안고 있을 거야! 이 새끼야?! 이번 같은 기회가 또 올 줄 알아?”

“칼턴 넌 뭐 해? 뭐라고 좀….”

“아니. 나도 이번만은 유진에 말이 맞다고 본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조혜진 님.”

“아닙니다.”

“그렇다면 혹시 어떻게 지원을 해주실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일단은… 마법사의 탑에서 수습 마법사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조혜진이 나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아직까지도 머뭇거리고 있는 빅보이 녀석, 당연히 슬쩍 눈치를 주며 혼자 중얼거린다.

“마법사의 탑.”

“…….”

“수습… 마법사.”

천재 꼬맹이에 눈에 들어서 있었던 것은 미지의 학문, 마법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었다.

“마… 마법사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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