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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365화 (1,363/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365화

우정의 도피(3)

“뭘 어떻게 해. 데려와야지.”

“…….”

“최대한 빠르게.”

“흐음… 지금 바로 다녀올 생각이에요?”

“아마도. 빨리, 그리고 많이 돌아야 하니까. 김현성이 어느 시점으로 떨어졌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됐잖아. 단순히 대륙을 뒤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년도 별로 확인을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해. 김현성이 거기 오래 있어 봤자 좋을 것도 없고.”

“우리 쪽에 김현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먼저 아니에요?”

“그건 누나가 확인해 줘. 나는 현성이가 1회 차에 체류하고 있는지부터 조사해 볼게.”

“으음….”

“왜?”

“아니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냥 오빠가 너무 오빠 생각에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한데도… 너무 쉽게 결정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기는 해.’

지혜 누나 생각대로 마구잡이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가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증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게 아니라….

‘회귀자 사용설명서로 이 새끼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으니까.’

녀석이 1회 차로 향했을 거라고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리 연결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끊어지기 직전이라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사설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김현성의 존재를 아예 느낄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현성이 이를 악물고 자신의 정보를 넘기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녀석과 내가 연결이 되어 있는 이상 어느 정도는 느껴져야 하는 게 있게 마련, 녀석의 흔적조차 느낄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김현성이 시공간이 뒤틀린 곳으로 향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게 1회 차밖에 더 있냐고.’

단순히 다른 대륙으로 향하거나 차원이 일그러진 상태였다면 이 정도로까지 연결이 차단되어 있지는 않았겠지.

머무는 시간대가 다르고,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장소로 향했기 때문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리라.

‘그러니까 일단 가 보면 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녀석의 존재감을 느끼는 게 더 쉬워질 테니 말이다.

최소한 녀석과 내가 같은 시간대 안에 존재하고 있다면, 아니, 적어도 한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면 녀석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존재감을 느끼기 더 쉬워질 거야.’

오히려 중요한 것은….

“김현성이 어떤 목적으로 1회 차로 갔는지도 모르잖아요.”

‘이거자너.’

“예상가는 거라도 있어요?”

“아니. 근데 이유는 나랑 비슷할 거라고 봐. 안정화 때문이겠지.”

“그것 때문이라면 그놈들이랑 같이 향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아니, 그전에 왜 이렇게 서로 모르는 게 많아요? 영혼 연결 어쩌고저쩌고 매일 매일 난리는 치는데. 정작 둘이 속에 쌓인 이야기나 중요한 이야기들을 공유를 안 하니까 이 모양 이 꼴이 되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진즉에 두 명이서 공유를 하고 합의를 보는 게 나았겠다.”

“걔랑은 합의가 안 되니까 하는 소리야.”

“시도조차 안 해봤고 결국에는 일만 꼬였잖아요. 오빠는 오빠대로 김현성 찾으러 가야 되고, 김현성은 또 김현성 나름대로 제멋대로 해버리고. 그리고… 김현성이랑 오빠는 1회 차로 향한 방법이 다르지 않아요?”

“…….”

“게이트는 상처였어요. 오빠의 역할은 반창고였고요. 대륙의 개연성을 부과하기 위해서 생긴 게 육망성 게이트라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었는데, 김현성은 육망성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다면서요? 그럼 김현성은 반창고가 되기 위해서 간 게 아니네요? 오빠랑은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

“그 육망성 빌런들이랑 같이 향한 것도 신경 쓰이고요. 김현성이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1회 차로 갔다기보다는 그놈들과의 거래 때문에 1회 차로 갔다고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

“그놈들의 목적은 뭘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글쎄.”

“악의적인 목적은 아니라고 가정해도, 걔네들이 꺼림칙하다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어요. 솔직히 오빠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급하게 움직이고 싶은 것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정보가 모이고,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가 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말 하기는 싫은데 오빠 지금 좀 김현성 같다고요.”

“그게 뭔 소리야?”

“왜? 걔가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해 봐요. 27군단 소환사태 때도 그냥 앞뒤 안 가리고 전 병력을 텔레포트 해서 달려오고, 로헨 때도 뭐 생각이나 하고 갔겠어요? 그냥 지가 꼴리는 대로 하고 싶으니까 파란 길드 전부 다 때려 박고 노을빛의 마왕성으로 강림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김현성이랑 똑같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사안이 급하다는 건 인정하지만요. 준비할 건 준비해야죠.”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그런 것뿐이야. 누나.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저쪽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적으니까. 물론 누나가 꺼림칙해하는 것도 이해는 해. 오랜만에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하면 더 그렇지. 근데 내 생각에는 더 이상 여기에서는 준비할 수 있는 게 없어. 물론, 단서 몇 개, 아니면 우리 가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거 몇 개는 더 찾을 수 있겠지. 근데 그것뿐이야. 조금 더 확실히 한다고 간 만 보고 있다가 결국에는 죽도 밥도 안 된다고.”

“…….”

“누나 말대로 김현성과 육망성 박사 새끼의 목적을 알 수가 없으니까.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다는 거야.”

‘누가 알겠냐고. 걔가 가면 쓰레기 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가는 건지.’

물론 김현성에게 이미 1회 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회차가 되어버리기는 했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녀석은 이제 더 이상 1회 차에 집착하지도, 1회 차에서 만났던 특정 인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니까.

만약 내가 가면 쓰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녀석이 내게 책임을 묻거나, 실망하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혹시 알겠는가.

단순히 생각하고 예상하고, 의미 없다고 여기는 것과 그 모든 걸 직접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당장 대학살극을 벌이는 1기영의 모습을 봐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돌팔이가 거기에서 어떤 감언이설로 김현성을 흔들려고 하고 있을지, 또 어째서 김현성이 놈들의 손을 잡았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물론 그 모든 것에도 김현성이 이쪽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한구석에 있기는 했지만, 최근 이 새끼가 하고 있는 짓거리를 생각해 보고 있노라면 무작정 믿을 수만도 없다.

반창고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 간 거라면 더욱더 상황이 심각해진다. 김현성의 특정 행동이 1회 차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한 놈은 반창고를 붙이려고 발악을 하고 있는데, 한 놈은 반창고를 떼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다.

“아무튼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최우선이야. 누나. 안 그러면 진짜 여기가 개판 날 수도 있다니까.”

“후우… 알겠네요. 대충… 무슨 뜻인지… 인선은요?”

“글쎄.”

“정하얀은 데리고 갈 수 있어요?”

“아니. 못 데려가.”

“차희라는요?”

“누나도 못 데려가지.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못 데려가. 하얀이 같은 경우에는 데려가고 싶지도 않고, 1회 차에 대해서 알아서 좋을 것도 없어.”

“라파엘은 어때요?”

‘그 새끼도 마음에 안 들어. 시바.’

다른 것도 아니라 김현성을 찾으러 가는 거라면 그 회색 비둘기야말로 배제하는 게 합당하다. 애초에 그 새끼의 급발진이 아니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그렇게 불안해?”

“그럼 불안하지, 안 불안하겠어요? 괜히 거기 가서 객사할까 봐 걱정된다고요. 단순히 1회 차였다면 어떻게든 지나갔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게이트는 어디로 갈 건데요? 아니, 김현성이 어느 시대로 갔겠어요? 오빠가 마무리하고 온 시점은 외신전 직전이었잖아요. 김현성도 그쪽으로 갔을까요? 그게 맞으면 북쪽에 있는 게이트로 타는 게 맞지 않아요?”

에베리아 왕국, 그리고 린델 내부에 있는 게이트도 선택지 중에 하나기는 하다. 에베리아 왕국은 세계수와 함께 마지막까지 놈들을 방어하던 곳이었고, 마찬가지로 린델도 인류 최후의 거점 중 하나였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만약 에베리아 왕국으로 향한다면 엘레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불가능하다면 엘리오스도 괜찮을지도 모르지. 1회 차 엘프들은 2회 차보다 더 폐쇄적이었을 테니 말이다.

‘근데 이 새끼가 굳이 외신들을 조지러 갔을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야.

“…….”

“…….”

내가 김현성이라고 가정한다면… 아마 녀석이 순수하게 1회 차를 면밀히 살펴보고 싶은 거라면… 모르긴 몰라도 가면 쓰레기를 보러 가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라면 회귀하기 직전의 상황을 살펴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알타누스의 신전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지.’

이 새끼도 사람인지라 본인의 회귀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을지 궁금할 테니 말이다.

육망성 빌런 새끼들과 계약에 묶여 움직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분기점.’

혹은 1현성과 1기영이 부딪치는 상황일 확률이 높다.

이 대륙의 서사는 혼자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다. 시스템은 나와 김현성을 이 대륙의 합법적인 관리자로 못 박았다.

어쩌면 이번 사태도 필히 일어나야 했을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이기영 혼자서는 서사를 만들 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시스템이 육망성 패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닐지 누가 알겠는가.

‘1혜진의 죽음은 이미 겪고 온 일이야.’

그 밖에도 많다. 여러 전쟁과 전투에 1기영과 1현성은 필연적으로 얽히고설킨 상태였으니까.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갈지는 결정했어요?”

“그거 생각 중이야. 아무래도, 연합에서 먼저 게이트를 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네.”

“이 근처에서 워프했을 가능성 때문에요?”

“응. 그리고 연합에서도 일이 없었던 건 아닐 테니까.”

“무슨 일이요.”

“아마… 대륙전쟁.”

“…….”

“…….”

“그럼 인선은 제가 짤게요.”

“뭐?”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거든요.”

‘이 누나 한 번 당하더니 경계심 맥스로 올라갔자너.’

“일단 김창렬이랑 연수는 데려가요.”

“…….”

“…….”

‘나쁘지는 않은데.’

가장 큰 목적이 김현성을 데리고 오는 일인 만큼 어차피 추적에 특화되어 있는 놈들을 데려가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오빠네 길드에 병아리도 괜찮겠네요.”

“뭐. 알프스? 벨리에?”

“네.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그쪽도 추적에 특화되어 있기는 하잖아요. 특히 흰둥이가.”

‘대충 감이 오는데.’

조금 엉덩이가 가벼운 조합을 짜고 있는 걸 원하고 있지 않나 싶다. 김현성을 추적하기에도 용이하고 유사시에 몸을 내뺄 수 있는 인선 말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행동해야 했으니, 암살자에 기반을 둔 김창렬과 하연수, 유틸적인 부분이 약한 것을 고려해 버프가 가능한 알프스와 마법 사용이 가능한 민첩캐 벨리에까지.

발이 느린 탱커나 마법사들은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선희영.”

‘한 명 정도는 뭐, 감당 가능하지. 사제가 필요하기는 하니까.’

직접 인선을 짜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치고는 스쿼드가 빈약하다. 검은백조의 박연주라도 붙여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좀 큰 거 한 방이 없는 느낌이기는 한데….’

라파엘 같은 네임드들 말이다. 물론 앞선 인선이 아쉽다는 뜻은 아니다. 김창렬도, 하연수도 충분히 능력 있는 암살자들이었으니까. 게다가….

‘전투직군은 아니지만 선희영도 있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을 때, 이지혜가 다시금 말을 이어왔다.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요.”

그리고,

잠시 후,

인상을 찌푸리면서 육망성 앞에 발을 디딘 놈의 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약속은… 지켜라.”

“…….”

“…….”

“제기랄… 또 쓸데없는 일에 휘말려 버렸군.”

그 오만한 얼굴을 보니 갑작스레 심사가 뒤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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