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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418화 (1,416/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418화

아이나 페넬로티(9)

“너… 미친 새끼세요?”

“동요하지 마라. 이기영. 별것 아닌 오류일 뿐이니까.”

“네가 제일 동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웃…기는 소리.”

단언하건대 이 새끼만큼 동요하고 있는 새끼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답지 않은 초조한 눈빛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목소리,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귀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당연히 큰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시바! 오류가 생겨서 나가지 못한다는 게 말이에요? 뭐예요? 그럼 시바 오류가 생겨서 갑자기 이 아공간이 압축돼 버리면 진 군사님이나 나나 여기서 그냥 뒈지는 건데. 이게 뭐 단순 오류가 생겼다고 말하면 끝이에요? 안 그래도 시바 답답해서 미치겠구만. 아 시바 이거 냉방 시스템 어떻게 됐어요? 갑자기 더워지잖아! 시바!”

“…….”

“뭔 시바! 잘난 척이란 잘난 척은 혼자 다 하고 기본 소양이니 뭐니 본소양이니 명대사를 후려 갈기더만 오류를 고치는 기본 소양은 안 갖추고 뭐 했어요?”

“…….”

“이래서 사람이 겸손해야 돼. 평소에 온갖 똥폼은 다 잡더니만 결국 중요할 때 이렇게 나자빠지잖아. 김현성 욕할 처지가 아니라니까. 아니! 빨리 고쳐 봐요!”

“제기랄! 그렇지 않아도 건드리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내가 이 공간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이야기했을 텐데! 제길! 네놈이 미친 치와와 새끼마냥 옆에서 시끄럽게 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옆에서 누가 좀 시끄럽게 한다고 주문을 망치는 마법사는 시바 튜토리얼 때 빼고는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뭐 갑자기 유인원으로 퇴화라도 하셨어요? 박덕구가 마법사로 전직해도 그딴 실수는 안 할 것 같은데. 참 대단하십니다. 군사님. 차암 대단하십니다!”

“제기랄! 이게 평범한 마법처럼 보이나? 중얼거린 게 하필 네놈이었다는 게 가장 문제란 말이다! 제길! 계속해서 쫑알쫑알 쫑알쫑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제길!”

“실수를 하면 고쳐야죠! 시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데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아까는 시바! 별것 아닌 오류라면서요!”

‘이 새끼. 염치도 없이 잔뜩 흥분한 거 보라고. 시바.’

아마 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이 새끼의 입장에서는 까무러칠 만한 상황이 찾아온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놈이 말하는 오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저리 초조해하는 것을 보면 단순 주문을 외우는 도중에 실패한 것이 아닌 모양.

어딘가에서부터 코딩이 꼬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 공간 자체도 무척이나 복잡한 공식으로 이루어졌을 터다.

녀석 하나 드나들 때는 문제가 없었고 시동어 같은 것들로 공식을 주문으로 압축시켜 놨었겠지만, 이기영이라는 변수를 들이면서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린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나를 이쪽으로 끌어당기는 과정이 거칠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공식을 새로 짠 거야.’

처음부터 이 아공간에 손님을 초대하는 기능 따위는 없었던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 맞다.

아이나 페넬로티와 드잡이질을 하는 도중에 방 안에 사람 하나를 더 들이는 주문을 새로 짜버렸고, 결국 기존의 주문이 새로운 주문과 충돌을 일으킨 거겠지.

물론 녀석은 수습할 자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 아공간을 만드는 공식을 놈이 만들었으니, 중간에 새로운 기능을 끼얹는 것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라 생각했겠지.

‘근데 그게 아니었죠? 하다 보니까 잘 안됐죠?’

결국 잘난 본인을 믿다 사고가 난 것이지 않을까. 중간에서부터 코딩이 잘못되었던 터라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확신할 수 없다.

내 입장에서도 짜증 나는 상황이었지만 이쪽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녀석 역시 짜증 나기는 마찬가지. 심지어 이게 언제 끝날지도 확신할 수 없었을 테니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근데 그건 네 사정이고요?’

곧바로 소파 위에 있는 쿠션을 집어 던진 것은 당연지사.

“아무것도 건들지 말라고 분명 이야기했을 텐데 이기영! 제기랄!”

“밥이나 가져와 이 새끼야! 시바!”

“뭐?!”

“귓구멍 막혔어요!? 밥 가져오라고! 아까 네가 버렸잖아요! 시바!”

“이… 이 미친놈이!”

“뭐요!”

“뭐?”

“뭐어!!”

“이… 이… 미….”

“뭐어어어어!!!”

잠깐 동안 시작된 기 싸움. 좋든 싫든 일단 부딪치게 될 테니 기선을 제압하는 것은 국룰이다.

당연히 명분은 이쪽에 있다. 녀석과의 눈싸움을 피할 이유도, 져줄 필요도 없다. 오히려 더욱더 당당하게 굴어야 하는 것이 맞다. 녀석 역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테니 아마 물러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상했던 대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하는 녀석.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만… 기다려라.”

“샤워하고 올 테니까. 차려놔요.”

“…….”

“…….”

‘이 새끼 시바 째려보면 어쩔 건데.’

“와인도 꺼내 놓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접이었다. 조금 문제가 있었다면….

‘이 새끼… 말을 잃어버렸자너.’

이 새끼가 대화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것. 삐진 건지, 아니면 말을 하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을 마주치기가 무섭게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또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쪽이 사용한 화장실을 곧바로 청소하기 위해 들어간다든지, 침실을 사용한 이후에는 꼭 정리한다든지, 심지어 삼시 세끼도 꼬박꼬박 가져다주고 있다. 질이 좋은 와인이나 녀석이 즐겨 먹는 차도 함께였다.

그 외의 시간은 물론 아공간을 고치는 것에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필사적으로 보여 조금은 불쌍해 보였을 정도….

‘점점 수척해지자너.’

스트레스로 곧 죽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것과는 반대로 이쪽은 매일같이 속이 더부룩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시바 배불러. 은근히 솜씨 있자너.’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이 새끼가 밥도 먹지 않는다는 것. 침실을 이미 이쪽에 선점당해 쪽잠도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마저도 얼마 자지도 않는다.

작업 도중 TV처럼 틀어놓은 창문이 혹여나 꺼지면 “제길”이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작업에 열중한다.

생각보다 진전이 없어 녀석도 더욱더 초조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 어떻게 봐도 진 군사답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질문에는 꼬박꼬박 대답은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애들한테 상황 설명 해줬어요?”

“이미 전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이라거나.

“내일 메뉴는 뭔가요?”

“마파두부.”

“아 어제도 먹었잖아. 딴 거 먹어요.”

“동파육.”

이라거나.

“뭐… 잘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도록.”

이라거나.

“특이사항은요?”

“조만간 창문이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도록.”

같은 종류의 대화였다. 딱히 터치도 없고, 편하다면 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지만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상황.

아무래도 이 새끼가 곧 죽을 같았기 때문에 따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아빠 힘내세요. 한번 해주긴 해야 되자너.’

변화는 다음 날 아침부터였다. 이 새끼가 항상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해주는 것부터. 보글보글 진영이의 계란국, 너무 힘을 주는 것보다는 그냥 무심하게 건네주는 것이 맞다.

“아침 먹어요.”

“뭐… 뭐?”

“아침 먹으라고요.”

“…….”

“밥 안 먹은 지 오래됐잖아.”

“…….”

“밥 먹고 잠깐 체스나 둘까요?”

‘이 새끼 고개 끄덕이는 것 봐.’

말하지는 않았지만 힘들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심적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작업이 더 안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선다.

“그리고 작업하고 있는 거 한번 보여줘 봐요. 혹시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 어차피 내가 사용하는 공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네놈이 알아보기도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네?”

“그렇지 않아도 점점 차도가 있었던 참이니 그리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역시 이 새끼는 잘해줘야 효율이 나오자너.’

슬금슬금 오만함과 자신감이 눈 속에 들어차는 중, 계속해서 눈치를 보던 얼굴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재빠른 태세전환. 이미 한참이나 시간을 날린 주제에 금방이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 마냥 행동하는 모습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체스를 한 판 져주고 난 뒤에는 더욱더 기세등등해진다.

“꽤 늘었군. 네놈도 말이다.”

“아. 시바!”

“하하하… 하하하하핫!”

“아니 시바! 다시 둬요! 비숍 뭐야! 시바!”

“여전히 시야가 좁군, 언제나 말하지만 무작정 달려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아! 어떻게 알았는데요! 이거 완전….”

“너무 뻔하지 않았나? 속이 완전히 보이는 수였다. 네놈치고는 분투하기는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거지. 보이나. 이게 그 결과야.”

“시바! 한 번 더해요.”

“아쉽지만 시간이 없군. 작업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야.”

‘점점 더 기세등등해지고 있자너. 재수는 없는데 어쩔 수 없기는 해.’

이윽고 작업에 분투를 가하는 녀석이 시야에 비쳐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석에서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던 모습이 눈에 띄었었는데 지금은 마법진들이 눈에 띈다.

엄청나게 요란하게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터라 당황스러움이 느껴졌을 정도.

자세도 무척 꼿꼿하다. 물론 본래 자세야 과할 정도로 바르기는 했지만 손짓이라든가, 움직임이라든가 묘하게 절도가 느껴진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 아니, 심지어 정신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공식들을 하나하나 해체해가는 모습은 경이로움을 넘어 당황스러울 정도, 애초에 녀석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공식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녀석은 정하얀과는 다르다. 정하얀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공식을 푼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정답으로 가는 길을 깨닫고 있으니, 그녀는 이해하지 않고 계단을 밟아 나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지 않다. 놈 역시 확실히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기는 했지만, 녀석은 마법을 학문으로 받아들이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보여주고 있는 광경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공식을 풀이하는 속도가 마치 하얀이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당연지사.

“준비해라.”

“네?”

“대충 마무리된 것 같으니까.”

“이렇게 빨리요?”

“별것 아닌 문제였다.”

‘지금까지 낑낑댄 건 뭐였는데 그럼?’

“뭐… 겨우 이 정도라는 거겠지.”

‘잘난 척 오지게 하네. 진짜.’

이곳에 들어올 때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무언가가 이쪽을 뱉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지러움과 탈력감은 그대로,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누군가 몸을 들어 올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뭐예요?”

“쉿.”

대답 대신 놈이 선택한 것은 애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자연스럽게 녀석의 눈을 따라 들어가자 익숙한 인형이 눈에 띄었다.

“…….”

“…….”

‘파스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가 내가 알고 있는 파스텔 영애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것은 얼굴을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 왼쪽 눈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한쪽 눈의 빛이 바래진 게 눈에 보였다.

아마도 실명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거기에 조금 자라 있는 키, 치렁치렁한 드레스 대신에 어디 용병이 입을 만한 무장을 하고 있는 것이 시야에 비친다.

‘하루 아침에… 뭔데?’

아니, 하루 아침이 아니다. 달라진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주변 풍경도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적어도 몇 년은 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닿았을 때. 파스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흰 또 뭐야.”

“…….”

“페인트 그 역겨운 년이 보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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