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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461화 (1,459/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461화

대륙전쟁(41)

‘완전히 이 악물었자너. 마음가짐을 새로 하기는 했자너.’

살벌하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데?’

진도도 무척이나 빠르다.

물론 함가르디아 영애와 라이넬피아 영애가 훈련 상대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마냥 쉽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의 훈련도 아니었다.

특히나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공격이 어디로 올지, 어디로 향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팔레트 영애의 연기까지 성지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오직 시각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갑작스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함가르디아와 라이넬피아의 검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야아악!”

쾅!

자세를 잡을 시간이 부족해 몸이 균형을 잃기는 했지만 함가르디아 영애의 검을 확실하게 막아낸 모습, 이윽고 반대편에서 나타난 라이넬피아 영애가 휘두른 철퇴도 막아낸다.

다시금 몸을 숨긴 두 명이 모습을 숨기기 무섭게, 연기로 만들어진 화살들이 성지훈에게 쏟아진다.

한두 번 손발을 맞춰본 영애들이 아니다 보니 꽤 훌륭한 연계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우리 각성한 성검용사는 그것마저도 전부 튕겨내고 있었다.

상처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했다. 어차피 웬만한 상처를 유리엘로 인해 금세 회복할 테니 말이다.

“하아… 하아… 하아….”

“많이 지치신 것 같네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용사님?”

물론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누가 봐도 지친 모습이 역력한 모습, 벌써 몇 시간 째 이 짓을 반복하고 있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함가르디아 영애나 라이넬피아 영애도 숨을 고르고 있었으니 성검용사야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님, 조금 휴식하는 게 어떠세요?”

“후우… 후우… 아니. 괜찮아.”

“네? 하지만 지금….”

“별… 별거 아니야. 이 정도는… 다, 다른 주인들도 이 정도는….”

‘그놈의 다른 주인 이야기 좀 그만해라. 진짜.’

“나…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나… 나는 아직 성장기잖아.”

녀석은 땀을 닦으며 손을 내저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시선은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 게 킹받는 부분. 오롯이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듯이 눈을 떼지 않는다.

뭔가 연출된 모습 같았다면 기분 탓일까. 자신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봐 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기분 탓일까.

마치 다른 주인들보다 본인이 더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같다.

“이야아아아아압!”

쾅!

콰아아아앙!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앙!

“으악! 다시!”

이유야 어찌 됐건 간에 일단 녀석에게 불이 붙은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었다.

그래. 사실 지금 쉴 틈이 없기는 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자너.’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해 놔야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녀석에게 쉴 틈 따위는 없다.

물론 결전에 나서기 전에 체력 회복을 할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직 출정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이 남은 상황.

아무래도 확률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는 게 좋다는 거다. 4-2 전선의 공화국을 상대하려면 류한과 녀석의 부딪침이 필수 불가결하니 말이다.

심지어 녀석만 바쁜 것도 아니었다. 임시캠프에 있는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중, 물론 그중에서 가장 바쁜 것은…….

‘페인트 영애 자너.’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그녀는 이 쉼터 아닌 쉼터에 도착한 이후 조금도 쉰 적이 없다.

그녀와 함께하고 있는 브러쉬와 페인트 휘하에 있는 지휘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화군과 연합군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막겠다고 설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4-2전선 전체에서 전투가 몇 시간째 지속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야.’

류한이 있는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쯤 광기에 미쳐 있는 병력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계속해서 지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마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워낙 전투의 양상이 팽팽하기도 했으니 더욱더 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거자너.’

그 어느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건, 억지로 인간들을 갈아 넣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당장 망원경으로 주변을 둘러봐도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검과 창을 들이대고, 화살과 마법들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돌격! 돌격! 돌격!

-움직여라! 움직여!

-적에게 등을 보이는 개자식은 내가 직접 목을 베어주마. 움직여라! 움직여! 거기 이 새끼야! 움직이라고!

-이야아아악! 아아아아악!

-살려…… 줘…… 살려줘!!!!

-이 개새끼들! 공화국의 개들이!

대충 눈에 띄는 장면만 봐도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뒤로 도망치는 병사들이 아군 지휘관에게 목이 잘리고 있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해서 밀고 들어가는 이들이 시야에 비친다.

죽음의 공포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뭣도 모르고 검을 휘두르고 있는 병사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절규하는 목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며 억지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흐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제발 죽어! 이 개새끼들아!! 제발!!

-으아아아아아악!

-마법 지원은 어디 있나! 의무병! 의무벼엉!!!

-전부 다 죽여라! 전부!!

-콰아아아아아아앙!

-오른쪽에 마법! 화염구다! 흩어져! 흩어지라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불에 휩싸인 병사들이 몸을 부여잡고 비명을 내지르지만 아무도 녀석들을 도와주지 않고 있었다.

-장전! 발사!!

-피슉! 피슉!

-엄마아아아아… 흐윽… 아아아아악!

성자 코스프레를 하느라 전쟁을 막고 싶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다녔었지만 이렇게 보니…….

‘시바 이거 안 멈추면 난리 나겠자너.’

어찌 됐건 간에 저 미친 지옥이 펼쳐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줍지 않은 정의감이나 동정심 때문이 아니다.

‘너무 많이 죽고 있는데….’

말 그대로 너무 쉽게 인간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사망자 숫자가 적은 전쟁이라는 게 어처구니없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많은 병사가 죽어 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죽은 병사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들어선 병사들도 쓸려나가고 있었다.

사실 병사들 몇 뒈지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규모가 이 정도면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막말로 전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대륙전쟁은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전쟁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겠지만, 싸울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면 외신 전에서 싸울 병사들이 모조리 사라져 버릴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저 의미 없이 죽어 나가는 병사들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톱니바퀴가 존재할 수도 있다.

불나방처럼 타들어 가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미래의 네임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굳이 톱니바퀴나, 네임드가 아니더라도, 저 정도로 많은 인간이 죽어 나간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시바 난리 나자너.’

-살… 살려줘….

-엄마… 흐으으윽….

-나… 나 좀… 흐윽….

-제발… 누가 이걸 멈춰줘. 누가 좀….

보통 밀고 밀리다 보면 전선을 다시 구축하고 소강상태를 맞기 마련인데, 두 집단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죽어 나가는 이들만 늘어나고 있는 중. 여기를 둘러보고 저기를 둘러봐도 죽어 나가는 인간들밖에 없다.

덜덜 떨며 무기를 고쳐 쥐고 있는 소년병에게는 아마 이곳이 생지옥처럼 비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한테는 천국이자너.’

사이코패스 살인마 정진호와 여단 새끼들이 딱 그랬다. 가장 많은 인간이 죽어 나가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사이코패스 살인귀 새끼들이 시야에 비쳤다.

-죽여! 죽여!!

-전부 죽여도 돼?

-응. 전부 죽여도 된다고 했어.

-단장?

-네. 물론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새끼들은… 무슨 시바 물 만난 물고기자너.’

다른 병사들과 표정이 너무 대조적이라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정진호는 그 사이코 같은 본심을 숨기며 여단원들에게 젠틀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담겨져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는 병사들이 반가웠던 것일까. 가끔은 눈이 반달처럼 휘기도 했다.

-기영 씨와 지혜 씨에게는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겠네요. 단장.

-하하하하. 그렇습니까? 제가 따로 말씀을 전해드리는 게 좋겠군요.

-….

지옥도 안에서 웃으면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여단원들 마다 특성이 다르다 보니 하는 짓도 가지각색, 고통스럽게 고문을 하며 죽이는 놈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를 끊어 놓고 숨통을 끊는 놈들도 있다. 장난을 치듯 잘린 머리들을 던지면서 놀고 있는 쌍둥이도 눈에 비친다. 당연히 손을 모으고 움직이는 단희영도 눈에 보였다.

‘저. 시바 돼지 새끼도 보이자너.’

심지어 이쪽을 따라온 식인돼지도 눈에 띄었다. 개성 넘치는 단원들을 마치 놀이터에라도 데려온 양 여유롭게 사람들을 썰고 있는 정진호의 모습은 가관, 당연하지만 주변에 있는 병사들은 놈의 검을 제대로 막지도 못한 채로 무너지고 있다.

혈액을 이용하는 주문을 활용하기도 하는 녀석이다 보니 사방에 피가 쏟아져 있는 전장은 녀석의 홈그라운드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단장 말입니다. 기분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참… 알다 가도 모르겠다니까.

-우리야 좋지 뭐. 이렇게 마음껏 날뛸 수 있는데.

‘시바 진짜.’

-아아아아악!

-으아악!

피가 튀고 혈육이 튀고, 비명과 폭음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혼자 심취한 듯이 팔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와 시바 소름 끼쳐 미친 변태 새끼. 시바.’

단원들은 모두 바쁜 와중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봐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팔을 벌리며 자꾸만 히죽히죽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누가 저 새끼 좀 막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저대로 놔두면 균형이 무너지는 거 아니냐고.’

당연히 공화국 내에서도 녀석들이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하… 이거 참… 한창 좋을 때였는데… 아무래도 방해꾼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

“…….”

-그게 무슨 소리야. 왜 그래. 단자… 커흑… 으… 아….

단원 하나의 목을 날리며 등장한 것은 우리들의 영웅. 공화군의 영웅, 저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귀 새끼들의 패악질을 막아줄 영웅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이코패스 살인기계였다.

-…….

-…….

‘류한이자너!’

-…….

-…….

잠깐 동안 서로를 바라보는 둘, 먼저 입을 연 쪽은 정진호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정진호라고 합니다.

-…….

-…….

-공화군의 첫 번째 기둥… 뭐 만날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류한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

-…….

-…….

-재미없으신 분이로군요.

‘시바 사이코패스 대격돌이다.’

류한이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정진호가 외운 주문, 피의 화살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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