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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465화 (1,463/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465화

대륙전쟁(45)

-복수.

-……

-복수하러 왔어요.

동시에, 쏜살같은 화살이 여단원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가르디아 영애와 라이넬피아 영애의 몸 역시 다시 한번 투명해지는 것이 시야에 비쳐온다.

-핫! 웃기지도 않아! 겨우 이딴 잡기 따위로?!

-잡기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겠죠.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4년 전만 해도 무도회에서 춤이나 추고 있었을 멍청이들이! 소꿉장난 같은 마법으로 허세를 부려? 말리지 마 선희영! 내가 이년들 전부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릴 테니까.

-후우… 전투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습니다만… 목적은 전투가 아닙니다.

-하! 대규모 투명화 마법이라고?! 그래도 재능은 있었나 봐? 이봐요. 귀족 아가씨. 나는 마도를 위해서 내 모든 걸 바쳤어. 길드고 차희라고 나발이고 전부 다 버리고 이 자리에 와있는 거라고! 배부르고 따뜻한 곳에서 고작 교양으로 배운 마법 따위가 나한테 먹힐 것 같아?! 이딴 마법 따위 디스펠 하는 데 몇 초도 안 걸….

-…….

-…….

-사중 중첩? 회로 변경? 하… 꼴에 한 수는 있었다 이거지?

마스크를 쓴 여자가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바로 퇴장하는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기는 했지만….

‘쟤 수준 높은데….’

정진호가 죽을 때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 본래는 붉은용병 소속이었지만, 차희라를 속이고 붉은용병의 길드원들로 인체실험을 감행하다 들키고 도망자가 된 마법사였다.

분명히 희라 누나한테도 마도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희생이었다고 지껄였었던 것으로 기억, 다소 질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녀가 능력 있는 마법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가 피로 쌓아 올린 탑에 오른 것이었으니 대척점에 있는 루스빌라 영애보다 유능한 마법사인 셈이었다.

‘전력이… 너무 딸리는데.’

여단에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녀밖에 없는 것은 또 아니다.

-기껏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숨겼는데… 굳이 목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놀랍도록 평범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

-…….

기형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멀대 새끼.

-먹어도 되는 거지?

돼지.

-죽여도 상관없는 거 맞지?

-혼나지 않는 거 확실한 거지?

쌍둥이.

-흐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놈.

-시간이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단희영.

네임드들에 비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 외 짜바리들도 존재한다. 물론 그 짜바리들도 영애들보다는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평범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소리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전부 다 들린단 말입니다.

순식간에 어디론가 쇄도하는 녀석. 마스크를 쓴 여자가 놈을 보며 소리친다.

-움직이지 마! 멍청한 놈아!

‘함정.’

놈이 검을 휘둘렀지만 뜻밖에도 검이 허공을 가른다.

-어… 어라?

‘어라는 시바.’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어디에선가 날아들어온 화살이 놈의 어깨에 박힌다.

-어?

고통보다는 의문이 먼저, 분명히 소리를 듣고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검이 어째서 닿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함정이야. 멍청한 놈! 마법으로 주변에 소리를 깔아뒀다고! 목소리가 들린다고 무작정 달려들지 말란 말이야! 그 정도로 멍청한 년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연기… 연기 조심해!

-콰드드드드드드드득!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응. 까다롭네.

-선희영! 위치 파악돼?

-연기가… 혼선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잡히지 않는군요.

-제기랄! 이 쓸모없는 새끼들! 도대체 제대로 된 놈들이 하나도 없어!

‘답답하기는 할 것 같자너.’

제대로 된 길드에서 활동한 전적이 있었던 것은 붉은용병 출신이었던 마스크를 쓴 여자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다 부랑자 출신이거나 개인적으로 활동했을 것이 분명, 파티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물론 다른 여단원들도 아예 파티 플레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방심을 하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누가 봐도 강해 보이지 않은 상대, 4년 전만 해도 귀족 영애들이었다는 이력까지, 저 독단적인 녀석들이 함께 힘을 합칠 리 만무했다.

-나를 지켜! 제기랄! 30분이면 저딴 마법 해체시킬 수 있으니까! 나를 지키라고! 연기를 걷어내라고 새끼들아! 내 말 들어! 마법사를 지키는 건 상식이잖아!!!

‘저번에도 비슷한 소리 하지 않았나.’

-이 멍청하고 무식한 새끼들아! 나를 지키라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전부 다 쓸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맞지!

-이 미친 쌍둥이들! 전선 이탈하지 마! 아무 데나 마법 난사하지 말란 말이야!!!

-…….

-제기랄! 이래서 단장이나 머리가 같이 있었어야 하는 건데!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금!

‘정진호랑 가면의 영웅 듀오가 아니면 컨트롤도 안 되는 모양이고….’

녀석들에 비하면 영애들의 파티 플레이는 엄청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이 미개한 대륙에서도 이 정도로 전술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18명이 하나가 된 듯, 한 치의 오차도 움직이고 있는 중, 머릿속에 전술을 완전히 쑤셔 넣은 수준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단원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의 눈으로는 영애들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페인트 영애의 손동작 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말이다.

-어떻게 좀 해보라고! 선희영!

-죽음의 늪.

순식간에 맵에 늪이 차오른다.

-그, 그렇지! 발자국은 남을 테니까. 잘했어! 선희영! 잘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애들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기로 이동하고 있자너.’

심지어 선희영이 소환한 늪을 이용하기까지 하는 모습, 철퍽철퍽거리는 소리와 발자국의 형태를 마법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오히려 더 전투에 혼선이 생길 정도, 결국에는 발자국에 낚인 녀석의 몸에 화살이 틀어박힌다.

-제기랄! 화살은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공격할 때 투명화 마법이 풀리는 건 상식이잖아!

‘저격수는 아예 전장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18번째 영애는 아예 합류하지 않은 채로 전장의 밖에 있다. 다완의 명물 안개소환사 천관위와 원거리 저격수 위란의 전투 방법이었다.

이 모든 게 다.

설계.

‘미쳤네.’

당연히 이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건 이미 훈련이 된 거야.’

상황상 직접적으로 모여서 훈련을 하지는 못했겠지만….

‘통신 채널이 있었을 테니까.’

이미 통신 채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영애들은 알지 못하는 한 가지 채널이 더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기마다 페인트 영애의 전술을 모두가 공유하고, 각자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 정도의 퀄리티로 전투에 임할 수 없다.

어째서 그들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왔는지도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목표는 아까 전 페인트 영애가 말했던 그대로.

복수.

4년 전 그날에 대한 복수였다.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거네.’

왕국연합과 제국에서 정보를 숨긴 것인지, 아니면 풀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인트 영애는 4년 전 데뷔탕트의 흉수가 살인여단이라는 것에 당도했다.

심지어 그들 중 하나가 청소사건과 연관이 있는 자라는 정보까지 확인한 것이 분명, 정보만 있다면 쉬이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 그녀가 이런 정보들을 손에 넣었다는 게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왕국연합과 제국에서 정보를 풀었다고 하더라도, 청소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까지 풀리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영애들이 작정하고 흉수를 찾아 나서려고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언제 진실에 도달했었는지는 오리무중이었지만 어쨌거나 영애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실에 도달했다.

그리고, 서로의 위치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브러쉬는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페인트는 제국과 왕국연합에서, 팔레트는 공화국에서, 다른 영애들 역시 모두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뷔탕트, 그곳에 없었던 다른 영애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아마 본인들에게 벌어진 일이니 본인들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겠지만….

‘얘네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애들이었자너….’

그 와중에 파스텔 영애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아이나 페넬로티를 잃은 시점부터 파스텔은 정상이 아니었으니 그녀를 위해서라도 알리지 않은 거겠지.

다시 한번 생각해도 기가 차는 상황. 지금 그녀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여단원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지 않은가.

-저기 있다! 죽여!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제기랄! 좀 꺼져라! 연기! 제길!

-도대체 뭣 하고 있는 거야! 다시 사라졌잖아! 제기랄! 그것 하나 못 잡아?!

-어쩌라는 겁니까! 연기가 이렇게 앞을 막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연기를 만들어낸 마법사는 보통 수준이 아니란 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어딜 가도 대접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 제길… 이런 건 본적도 없는데… 오히려 그쪽에서 저를 서포트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연기만 어떻게 하면….

-나는 지금 빌어먹을 투명화 마법을 디스펠 하고 있잖아!

-몇 초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중첩에 회로까지 비틀었다고!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게다가 니들이 내가 집중하지 못하고 하고 있잖아! 제기랄! 무식한 놈들한테 말해도 뭘 알아듣겠어?! 제기랄! 말을 말아야지! 제정신인 새끼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

단장도 없고, 머리도 없으니 오히려 내분이 일어나는 중이다. 심지어 단희영은 딱히 저걸 통제할 마음도 없는 모양,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아아아아아악! 씨이발!!!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으직! 으지직!

마침내 팔레트의 연기가 한 녀석의 몸을 꺾어버리기 시작, 말단 단원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을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단원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 병신 새끼! 뻔히 보이는 공격에 당해?

-제일 먼저 죽을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분은… 이름이 뭐였더라… 뭐.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셨는데 잘됐군요.

-저거… 먹어도 돼?

-이 돼지 새끼! 처먹으려면 우리 편을 처먹지 말고! 이 날파리들부터 처먹으라고!

-…….

-…….

‘난리자너.’

이쯤 되면 버티는 게 기적처럼 보이는 수준이었지만….

‘그만큼 격차가 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격차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애들은 계속해서 턴을 쓰며 마력과 체력을 허비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완벽한 연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여단의 핵심 멤버들은 미래에도 살아 있다. 적어도 지금 저기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녀석들의 반절 이상이 여기서 살아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애들이 이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보다는 패배할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이거 안 좋아.’

견제만 해도 충분했는데, 급발진을 해버린 영애들… 심지어….

“이대로는 못 끝내! 이 개새끼들아! 내 동생이 죽었다고!”

“죽어!!!”

“막아! 저 개새끼! 더러운 공화국 새끼들!!”

“절대로 용서 못 해! 쥐새끼들아!! 죽어!!!”

소강상태로 접어둔 전장 곳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휘관의 명령, 개인적인 복수심, 그리고 여러 이유들로 인해, 무기를 든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애초 성지훈의 외침 한 방으로 모든 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인상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다. 전장을 이탈한 이들의 수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안 좋아. 이거… 이렇게 되면 안 좋아.’

혼자 계속해서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고 있었던 바로 그때였다.

-…….

-…….

-부길드마스터.

어디에선가 통신이 들어온 것.

‘창렬… 이야?’

이윽고 뜻밖의 소식을 전하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리십니까?

-창렬 씨?

-…….

-…….

-길드마스터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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