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1500화 (1,498/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00화

소실(10)

‘현자의 돌?’

“…….”

“…….”

‘이 새끼 술 처먹었나?’

“…….”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여기에 있었던 나머지 그냥 미쳐 버렸나?’

“…….”

‘아니면 시바 스트레스 때문에 치매라도 왔나?’

진 군사의 정신 건강을 생각하게 될 정도로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아니, 시바… 뭔 갑자기 현자의 돌이야?’

다른 설명도 없이 대뜸 현자의 돌이라고 갈겨 버리니 더욱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자의 돌이라는 게 실체가 없다는 것 정도는 녀석 역시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말 그대로 현자의 돌이라는 것은 떡밥만 무성할 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어딘가의 문헌에는 기적을 일으키는 돌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또 어딘가에서는 죽은 사람도 일으키게 한다는 엘릭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라고 하기도 했다.

마법사의 탑에서는 무한정으로 마력을 뽑아낼 수 보석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고, 어딘가에서는 신의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했다.

불로불사를 이루게 해주는 소원의 돌이라거나, 초월적인 힘을 가지게 해주는 아이템이라거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실성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온갖 이능이 판치는 이 동네에서도 현자의 돌이라는 것은 떡밥만 무성할 뿐,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무언가였다는 거다.

‘그냥 시바 뭐만 보면 전부 다 현자의 돌이라고 할 정도자너.’

그야 대륙에서 가장 사기 치기 좋은 단어가 바로 현자의 돌이라는 단어가 아니었던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자의 돌로 사기 치는 사기꾼들이 판을 치고 있을 것이다.

죽을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다가가 현자의 돌이랍시고 돌멩이를 팔아먹는다거나, 영원한 젊음을 원하는 귀족들에게 팔아먹는 다거나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현자의 돌의 주인이라고 사기를 치며 네크로맨시로 사람들을 일으키고 다니던 흑마법사 사기꾼 놈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무지한 이들은 현자의 돌을 무안단물 보는 것마냥 믿고 따르고 있었고, 좀 배웠다고 하는 놈들도 현자의 돌 이야기만 나오면 환장을 한다.

이쪽 역시 대륙 초반부에 촉망받는 연금술사로서 현자의 돌 떡밥을 흘려 이곳저곳에서 투자를 받으며 여러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현자의 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금술에 대해 배우고, 대륙에 대한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현자의 돌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시바, 정의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시바 막말로 뭐 만들면 누가 현자의 돌이라고 인증마크라도 찍어주는 것도 아닌데.’

그래.

무한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기는 했지만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만드는 돌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치명상을 입은 사람을 살리는 포션의 핵심 재료를 현자의 돌이라고 한다면, 그 비슷한 걸 어쩌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젊어지게 만드는 것을 현자의 돌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 현자의 돌이라고는 부를 수 없다.

현자의 돌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아니, 일찍이 대륙에는 존재한 적도 없었던 물건이라는 거다.

어느 순간 현자의 돌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관련 사업도 축소시켜 버린 이유였다.

당연히 연금술이 나름 발전해 있는 공화국의 진 군사 역시 이런 상황에 밝을 것이 분명, 거기에 본인이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 잡지식을 많이 알고 있기도 했을 테니 현자의 돌이라는 게 사실은 개구라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마 내가 진 군사에게 넌지시 현자의 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면, 또 사기극을 벌이니 뭐니 개소리니 뭐니 하는 말을 지껄였을 게 분명하겠지.

‘근데 이 새끼 입에서 먼저 현자의 돌이라는 소리가 나왔자너. 참….’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건지, 아니면 뭐 필요하다는 건지. 시바.

무언가 부연 설명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슬쩍 귀를 기울였을 때였다.

다시 한번 부리를 딱딱거리려는 까마귀의 목에 갑작스레 화살이 날아 들어온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자색 눈의 까마귀의 목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 시야에 비쳐온다.

심지어.

푸드덕!

“까악!”

“까아아아악!”

“까아악!”

“까아아아아악!”

거리며 주변에 있던 까마귀들 역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하. 시바. 진짜.’

“…….”

“…….”

‘진 군사 이 새끼….’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당연지사.

‘여기 애들 눈치 더럽게 빠르네…’

아무래도 원거리 저격수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여보. 잠깐 와서 이 까마귀 좀 봐줘. 뭐 이상한 거 없어?”

“딱히 아무것도….”

“그러지 말고. 자세히 봐주세요. 여보.”

“…….”

진 군사가 연결이 끊기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한 것 같기는 했지만 녀석과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것에 짜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굵직한 떡밥을 남기고 궁금하라고 퇴장한 셈이 아닌가.

‘아니, 시바 기왕 링크를 해서 연락을 할 거면. 그냥 꿀벌 같은 거랑 하면 되지. 시바 괜히 지 가오 챙기려고 까마귀 불러왔다가 이 사달이 났자너.’

새가 필요하다면 조금 더 평범한 새들도 있지 않았을까. 왜 굳이 시바 자색 눈의 까마귀 같이 눈에 띄는 것을 선택했을까. 시체들 뜯어먹는 새가 까마귀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괜스레 진 군사를 씹고 있었을 때였다.

“환자인가?”

미카엘과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는 천관위의 모습이 시야에 비쳐왔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지금은 개개인의 사정을 전부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괴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인력을 배치해 줄 수는 없다. 더 급한 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

“조금만 더 버티도록, 지금은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는 없군.”

“너무 괴로워하고 있습….”

“캐슬락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미카엘에게 짧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녀석이 멋있는 척하고 있었지만, 화살에 맞아 떨어진 까마귀를 주우러 직접 이동하고 있는 모습은 와이프 대신 당근마켓 심부름을 나온 유부남의 모습이었다.

마력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직접 행차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쪽의 주변에 있는 까마귀에 천천히 시선을 고정시키는 녀석.

당연하지만 아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현시점의 천관위가 꽤 성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 군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니 말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여보.”

“흐음… 이상하다. 분명히 뭔가 조금 이상했었는데… 눈알도… 부자연스럽게 부리를 부딪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비둘기들 중에 도미니온스? 그 여자가 사역마를 부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죠? 아니면 다른 비둘기들 중에서는 있었나? 애초 이런 안개 속에 까마귀들이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반대쪽으로 가면 시체들이 굴러다니고 있을 텐데… 왜 굳이 여기에 있냐 이거야.”

“조금 예민해진 듯하니 들어가서 쉬는 게….”

“…….”

“…….”

“지금 내 눈이 틀렸다고 말하는 거예요? 여보?”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기는 한데… 일단…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보.”

‘그래 봤자 흔적은 발견 못 할 것 같지만….’

라고 생각했던 그때, 축 늘어진 까마귀가 별안간 벌떡 일어나 부리를 딱딱거리기 시작했다.

딱! 딱딱! 딱! 딱! 딱딱!

“…….”

“…….”

“…….”

“봐. 뭔가 이상하다 했어. 목에 화살 박힌 새가 이렇게 움직이는 거 봤어요? 여보?”

콰직!

“당신 요즘 공부 좀 소홀한 거 아니야? 아무리 주특기에 특화되어 있다지만 명색이 마법사인데 마력 반응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래도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마법사 중 하나인데… 비둘기들 개수작하나 못 알아차린 게 말이나 돼?”

콰직! 뿌드득!

“…….”

“…….”

“어이 거기.”

“네. 위란 님.”

“캐슬락 백작한테 보고하고, 행군 속도 올리는 걸 고려해 달라고 전해. 아니, 무조건 최대한 빠르게 캐슬락에 들어서야 한다고 하는 게 좋겠네. 조금 무리해서라도 무조건 빠르게 움직이라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버릴 거 전부 버리고 이동하라는 소리야.”

“네.”

“주변에 까마귀, 아니, 야생동물이든 뭐든 보이는 족족 죽이라는 것도… 개미 새끼 한 마리 안개 속으로 못 들어오게.”

“네.”

“여보는 뭐 해야 하는지 알고 있죠?”

“…….”

‘천관위 자존심 많이 상했자너.’

위란에게 한 방 먹은 것보다 저 마법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것에 스크래치를 입은 것 같았다.

“나는 주변 좀 둘러보고 올게요. 여보.”

“…….”

“심한 말 해서 미안해요. 내 맘 알지?”

위란 역시 그런 천관위가 내심 신경이 쓰였던 모양, 녀석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 이후에는 곧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 시야에 비친다.

그녀가 어째서 자리를 떠났는지는 뻔하다. 아마 주변에 있는 까마귀란 까마귀는 전부 족치러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 군사 때문에 갑작스레 까마귀 대학살이 일어날 것 같기는 했지만 녀석의 말을 확실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었다. 분명히….

‘1회차. 이기영.’

이라고 했었지.

당연히 뭘 전하고 싶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가면 쓰레기가 현자의 돌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정확히는 현자의 돌 같은 게 아니기는 하다. 아까 말했던 대로 현자의 돌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냥 녀석은 어렴풋이 비슷한 것을 만드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 군사도 편의상 현자의 돌이라고 표현한 것 같고….

소원의 돌이니, 현자의 돌이니 사실 명칭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녀석이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꽤 재미있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새끼… 이거 사람들 그냥 무지성으로 갈고 있는 거구나?’

“…….”

“…….”

‘그래. 나도 생각해 본 적이 있기는 해.’

언젠가 정하얀이 사람들을 압축시켜 자그마한 공으로 만드는 걸 본 것 같은 기억이 있는 것 같다.

당시에 저도 모르게 저런 걸 계속해서 뭉치고 압축시킨다면 현자의 돌 같은 걸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야 하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그냥 순수한 생명의 근원을 뭉쳐서 압축시켜 버렸다고 그게 뭐가 되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했고, 그걸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불가능해.’

아니, 정말 불가능할까. 대륙에 있는 인간 전체를 갈아버린다면, 현자의 돌과 비슷한 물건을 만드는 게 정말로 불가능할까.

인간이 아니라 신을 공정한다면 그걸 그냥 정의되지 않은 무언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소한 1회차 이기영이 가능한 행동은 아니다.

‘그 새끼는 연금술사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정말로 그 물건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거라면, 나름대로 공부를 하기야 했겠지만, 아마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녀석의 본질은 흑마법사였으니 기껏해야 제물로 사용하는 정도겠지.

“캐슬락입니다. 이기영 님. 캐슬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조금만 더….”

‘캐슬락이고 나발이고 지금 알 바냐고.’

너무 당연하지만 현시점의 1기영은 회귀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지혜가 죽었는지, 죽지 않은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도, 이곳에 도착한 우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까마귀…’

진 군사가 보낸 게 아닐 수도 있다.

위란에게 짓이겨져 버려진 까마귀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들어와 꽂힌다.

“…….”

“…….”

나를 낚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내게 보낸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현자의 돌을 만들고 있다느니 뭐니 하는 것도 이쪽을 찔러보기 위한 개구라일 가능성도 있다.

‘너….’

“…….”

“…….”

‘한번 놀아보자 이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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