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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62화 (1,560/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62화

새로운 일상(17)

“이 정도면 알아서 자정작용 되겠는데요? 부길드마스터?”

“아니, 조금 더 두고 보기는 해야 될 것 같네요.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것 같아서요. 물론 그냥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도 많아서 구분이 힘들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분탕 치는 놈들이 또 안 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전부 다 구덩이에서 튀어나오기는 했을까요?”

“물론이죠. 프레임도 씌운 것 같고… 사실 이런 작업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미친놈들투성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게시판 이용자들도 극단주의자들에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게 가장 큰 성과 아니겠어요?”

한소라가 한쪽 손으로 여신의 손거울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네. 아무래도 베니고어 넷은 차단 기능이 이상할 정도로 잘 활성화되어 있으니… 물론 플랫폼별로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 베니고어 넷 이용자들은 이 차단 기능을 달고 사는 수준이라니까요. 저도 지구에 있을 때, 조금 불편한 사람들을 차단하거나 블락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여기는 그냥 조금만 수틀린다 싶으면 곧바로 차단해 버려요.”

말인즉슨, 조금만 의견이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차단해 버린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서로 차단을 하거나, 차단을 받는 것을 크게 마음에 두지도 않고 쿨하게 받아들이는 풍조가 형성되어 있는 모양, 물론 사람 바이 사람이었던지라, 본인이 차단당했다는 것을 굉장히 신경 쓰고 가슴 아파 하는 이들도 있는 존재했고, 차단하는 것을 미안해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베니고어 넷은 차단 버튼이라는 것을 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듣기로는….

‘천연사, 역천사 때문이라고 했었나?’

대륙에서 대 히트를 친 두 소설의 팬덤이 나뉘어진 것이 원인인 모양이었다.

딱 베니고어 넷의 파생 시기가 두 소설이 막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던 시점이었던 터라, 두 팬덤이 꽤나 열정적으로 베니고어넷을 이용했던 것이 문제, 두 팬덤의 덩치가 얼마나 컸는지 모든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고 했던가.

심지어 당시에는 게시판이나 플랫폼들이 세분화도 되지 않은 상태, 그 좁은 곳에서 그 많은 인원들이 갇혀 서로 목소리를 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풍조가 생겨나 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저들이 차단 기능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심지어 우리 막아들이 베니고어 넷의 많은 유저들이 차단 기능을 너무나도 잘 활용하고 있다는 빅데이터를 습득한 이후, 이 차단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내놓기에 이른다.

차단하는 것도 더 간편하게, 차단을 풀 수 있는 방법도 간편하게.

심지어 유아이도 눈에 띈다. 베니고어 넷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붉은색 차단 버튼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베니고어 넷, 그리고 여러 플랫폼의 발전은 이 차단 버튼과 함께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꽤 이상적인 진화를 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버젓이 분탕들이 활동해도, 보이질 않으니까….’

분탕들이 날뛰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구태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논쟁을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게시판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차단 버튼을 활용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수다.

분탕에게 노출된 이들은 분탕들의 목소리가 곧 커뮤니티의 여론이라고 느끼고 저도 모르게 감화되고 합류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사건을 키웠자너.’

한소라의 계정 2개와 이쪽의 계정 2개로 불을 붙였다. 극단주의자들의 커뮤니티에 접속해 화력을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고, 구덩이에 숨어 있는 놈들을 전부 끌어냈다. 결과는 눈앞에 보고 있는 그대로다.

구덩이에 있는 놈들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숨어 있던 놈들도 한꺼번에 뛰쳐나온 것이다.

부작용이라면….

[촉수마스터 : ㅎㅂㅅ 촉수짤 3탄 달린다! (후방)]

[하악하악하악 : ㅎㅂㅅ 기도회 모음집 (후방주의)(극 후방주의)]

[발바닥광인 : 아무 목적 없이 모은 희생과 부활의 성자님 맨발 사진 모음 (아무 목적 없음 주의)]

‘조금 이상한 애들도 같이 튀어나온 게 문제기는 하지….’

심지어.

[최면아저씨 : 오늘도… 희생과… 부활의 성자님의 은혜롭고… 성스러운 자태를 보면서… 제 안의 욕망을… 다슬입니다… 어떻게… 요오망함과… 순결함이… 동시에… 공존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성,, 자님에 비밀을 한 꺼풀 벗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

‘이 새끼는 좀 무서운데….’

[최면아저씨 : 우리… 성자님이… 촉수와 함께 하는 모습이… 언제나 제… 뜨거운 가슴에 불을 지핍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마주치면… 좋을… 텐데….]

‘마주치면 시바 뭘 어쩌려고….’

[상식개변모브1 : 횐님… 갠 쪽… 보냈습니다… 심도 깊은 이야기… 기대… 하겠읍니다… 어쩌면… 제가… 도음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새끼는 또 뭐야. 시바.’

컨셉인지 뭔지 모를 위험한 놈들도 같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서로서로 외딴 섬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 게시판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천연사러버 : 차단 잠깐 전부 다 풀겠습니다. 웬 미친놈들이 날뛰네요.]

[천재검사와수줍은연금쟁이 : 아!!! 차단 풀었더니… 최면아저씨 또 보이네요… 저 사람은 뭔데 하루 종일 저러고 있나요?]

[역천사역천사오직역천사 : 나도 차단 전부 다 풀었는데, 지금 이거 뭐야? 왜 이러는 건지 이유 아는 사람? 얘네 왜 이래?]

[천연4랑해 : 게시판 난리났네요ㅜㅜ 베위님이 올려주신 우리 성자님 사진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다들 차단 풀길래 풀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웬 미친놈들이….]

[역천사야말로진리다 : 차단해도 차단해도 병신들이 계속 보여서 짜증나네. 뭔 일인지… 잠깐 보고 올게.]

[역천단원123 : 잠깐 훑어봤는데 뭔 교국우월주의자들 인 것 같은데? 신성한 민주주의 어쩌고, 뭐 어쩌고… 계속 난리치는 거 보니까. 이번 평화협정 때문에 저러는 것 같은데. 이거 가만히 놔둬야 되나?]

[천연사이다 : 쟤네 커뮤 찾아왔어요~ 여기 포탈 뚫고, 화력지원 해달라고 하는 글도 찾아왔네요. 참 뭐하고 있는 건지….]

[역천사이다 : 천연사들아. 지금 전부 다 차단 푸는 것 같은 분위긴데, 이야기 좀 할까?]

“부… 부길드마스터… 유저들이 극단주의자들 비밀 커뮤 벌써 찾은 것 같은데요?”

“나도 지금 보고 있어. 소라 씨.”

‘뭐야. 시바? 어떻게 찾았어?’

너무 깊게 들어가 있었던 터라, 시간이 되면 적당히 아군인 척하고 뿌릴 생각이었는데, 벌써 극단주의자들의 본진이 털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림자저택으로 : 한 놈 신상 털었네요~ 공개는 하지 않고 곧바로 교황청에 연락 넣겠습니다~ 바젤교황님, 이단심문관님들 한 놈 갑니다~]

‘신상은 시바 어떻게 털었어?’

얘네들 혹시 마스터 계정이라고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막스가 태업을 해서 보안이 뚫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천뱀 : 어쩔 수 없네. 이번에는 힘을 합쳐 볼까?]

[천연개굴 : 어머, 전 아직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았는걸요.]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뱀의 몸통 위에 개구리가 올라가 있는 짤들이 끊임없이 우수수 올라온다. 일종의 밈이 되어버린 모양인지, 마치 서로 절대로 양립할 수 없었던 두 집단이 협력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두 집단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당연히 옳은 방향이었다. 뭐 거창한 대의나 대륙을 위하겠다는 생각 같은 게 없어도, 이런 종류의 일은 본인들이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고 동기부여가 되니 말이다.

[최면아저씨 : 이… 아저씨도… 한 손 거들어도… 되겠…습니까? ^^ 저도… 열심히 싸우시는… 처자들과 함께… 성자…님을… 돕고 싶은… 심정….]

[천연사이다 : 아! 눈치 없이 끼어들지 말고 좀 꺼져요! 최면 아저씨!]

[역천사이다 : 아 씨발! 저 아저씨 또 왔어!! 좀 꺼져!!! 회지에서만 튀어나오라고!!]

[최면아저씨 : 그, 그런….]

베니고어 넷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솔직히 말해서 싸움이 되지도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애초에 화력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베니고어 넷에서 일어난 전쟁은 시바 마치 토벌전을 방불케 했다.

[천연사는천연사 :저쪽 커뮤니티 터뜨릴 수 있을까요? 트래픽 먹여서 아예 터뜨려 버리고 싶은데.]

[역천사작가님사랑해요 : 아마 소규모라 터뜨릴 수 있을 듯함 ㅋㅋㅋㅋ 정식 허가 받은 건 당연히 아닐 테니까 지원도 못 받고 있을 테고, ㅅㅂ 다들 베니고어 넷은 마력으로 유지되는 거 알지? 손거울 말고 거울로 접속해. 부계까지 전부 다. 나도 지금 친구들한테 화력지원 요청했으니까.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아직 자고 있는 애들 많아서 조금 있다가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모르니까 쟤네 구덩이 아카이브 쪄놓자. 할 수 있는 사람 있지?ㅋㅋㅋㅋ]

[천연사의마녀 : 여신의 거울로 마력 트래픽 먹이는 팁입니다. 다른 직군 분들한테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마법사이신 분들은 꼭 활용하시는 게 좋아요. 설마 여기서 쓸 줄은 몰랐는데 연구한 게 도움이 되기는 하네요. 역천사 팬덤 분들이랑 함께 작업하는 게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즐겁기도 하고… 기분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얘네들이 진짜자너… 이거 심연 아니냐고….’

이쪽도 모르는 정보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도대체 마력 트래픽을 어떻게 먹인다는 건지, 마법진은 또 언제 연성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심지어 이 모든 일들이 마냥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만일 이곳이 지구였다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지나갈 해프닝이겠지만, 이들 중에 거친 성정을 가진 상위 모험가들이 섞여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천암살 : 한 놈 신상 알아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하게 넷에 개인정보를 다 흘리고 다니는 분탕 새끼가 있었네. 라헬에 산다고 함ㅋㅋㅋㅋㅋ 지금 죽이러 간다.]

‘시…바….’

[역천4444 : 인증이 없으면 뭐?]

[역천암살 : 워프타고 가면 그리 안 먼데? 3시간 안에 인증할게. 기다려. ㅋㅋㅋㅋㅋㅋㅋ]

[천연사기성 : 아 그러지 마세요!!! 아아아아… 왜 문제를 키우시려고 그러는 건지…]

[역천4444 : 그냥 냅둬. 어차피 허세일걸? ㅋㅋㅋㅋㅋ]

[천연사기성 : 라헬이라고 했죠? 일단 저도 움직일게요. 괜히 언론 타면 분위기 안 좋아져요. 괜히 저쪽에 힘만 실어주는 꼴인데. 역천암살님도 곧바로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 잡혀가실 테고… 한순간의 객기로 인생 망치지 마세요….]

[역천암살 : 응. 나 어차피 공개 수배 중ㅋㅋㅋㅋㅋ 그리고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 애들은 나 못 잡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네가 뭔데 나를 막니 마니 하니? 너 뭐 됨? 천연사기성? 아 성기사구나? 팀의 체력을 책임지는 ㅋㅋㅋㅋ 인간 성기사 ㅋㅋㅋㅋㅋ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 거 보니까. 교황청 소속은 아닌 것 같고… 몇 티어 모험가야? 3티어는 되니?]

[천연사기성 : 글쎄요. 아마 당신보다는 높을 것 같은데요?]

[역천암살 : 지랄ㅋ 그럼 한번 막아봐. 내기할까? 네가 이기면 그날부터 곧바로 노예인장 박고 평생 언니라고 부르면서 모시고 살게~ 아이디도 천연암살로 변경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면 알지?]

[천연사기성 : 노예인장은 불법인데? 동생?]

[역천암살 : 더럽게 딱딱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려?]

[천연사기성 : 후회하기 전에 잠이나 자세요. 보아하니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언니로서 충고드리는 겁니다.]

[역천암살 : 네가 뭐 어쩔 건데?]

‘시바 그래도 사람 하나 죽는 건 막을 것 같자너.’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에 천연사기성의 아이디를 조회하자 곧바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검은백조 소속이네. 얘.’

심지어 이름을 확인한 이후에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만성해 최근 입지를 올리고 있는 올리비아 최.

“…….”

“…….”

검은 성기사라고 불리우는 네임드였다. 지혜 누나의 라인으로 심지어 시바 나랑 인사도 나눈 적이 있다.

다음 세대의 주연으로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얘도… 커뮤 활동 열심히 하는구나… 다행이다. 시바 억제기 하나 있어서.’

아직 사람이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갑자기 누가 하나 뒈져나가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극단주의자들 전체에게 쓰레기 프레임을 씌운 부작용이 튀어나온 것이리라.

‘죽어도 이단심문실에서 죽어야지. 거기서 그냥 죽으면 안 돼….’

자신들이 녀석들을 심판해도 된다는 스탠스로 향하게 되면 곤란하다는 거다.

‘이런 애들 있을 것 같았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애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 저 부길드마스터?”

“왜 그래요? 소라 씨.”

“저… 저… 아무래도, 길드마스터한테… 쪽지 받은 것 같아요….”

“네? 현성이가? 소라 씨한테요?”

“아… 아니요. 제 계정으로 쪽지가 온 게 아니라… 흑색마탑주한테 도착했어요. 이, 이거 길드마스터 채널… 맞죠?”

[2714 :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서 연락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일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 당신의 연락처와 현재 계신 주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시바 말도 안 되는 보이스피싱이야?’

“어,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죠? 네?”

“네?”

“어… 어떻게… 하냐고요오!”

공포에 질린 한소라의 얼굴이 시야에 비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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