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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73화 (1,573/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73화

새로운 일상(28)

‘너… 너… 너 왜 지금까지… 컵케이크나 맞으면서 살았어?’

녀석의 평소 이미지와 지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베니고어와 투닥투닥거리며 컵케이크 테러를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진 군사의 모습과 지금의 진 군사의 모습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장담하건대 베니고어 역시 지금의 진 군사를 본다면 쉽사리 컵케이크를 꺼내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할 것

이다.

뒤쪽에 있는 사용인들도 그저 돈으로 고용된 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진 군사를 위해서라면 목

숨이라도 버릴 기세이지 않은가.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인망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놈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

‘영… 영 적응이 안 되자너…’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함께 온 손님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단순히 녀석이 가지고 있는 부의 냄새에 놀란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잘… 어울리는 건가…’

“…….”

“…….”

범접할 수 없는 종류의 금수저 오오라가 녀석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타고나기를 지배하는 쪽으로, 남을 다스리고 부리는 쪽으로 타고난 녀석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튀어나올 수가 없다.

손짓으로 사용인들을 부리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자신을 위해 준비된 모든 것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듯한 느낌이다.

녀석을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비… 비굴해지고 싶자너… 당장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고 싶어지자너.’

몸 안쪽 깊숙이 새겨진 간신의 DNA가 당장 진 군사에게 납작 엎드리라고 외치는 듯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그저 담담하게 일행을 향해 입을 열고 있는 중이다.

“그럼, 지내시는 동안 머무를 별채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리가 꽤 되기는 하지만 조경을 즐기시면서 이동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은데… 마차가 필요하시다면 따로 준비를….”

“아, 아니요.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고요… 그, 그것보다 진 군사님 생각보다 집이 더 크네요?”

“그런가?”

“아니, 진짜로 엄청 크잖아요. 진짜로 멀리서 봤을 때는 국립공원 같은 건 줄 알았다니까요? 무슨 집에 호

수가 있어요? 아니, 조경은 또 왜 이렇게 잘해놨고요? 여기 무슨 아방궁이에요?”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아니,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예요. 뭔 호수에는 관상용 황금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고, 저거… 저 나무는 엘프의 숲에서만 자라는 나무 아니에요? 저건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기르고 있는 거예요? 아니라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니, 여기에 작은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잖아요. 무슨 비싼 동물들이 이렇게 많아요? 바위 하나도 평범한 게 없네.”

“희생과 부활의 성자님. 저희가 모시겠….”

‘쓰읍. 어디 시바 내가 진 군사님이랑 대화하고 있는데 끼어들고 난리야?’

충성심 강한 한 사용인이 내가 진 군사에게 과도하게 친한 척을 하며 접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보다는 혹시나 자신들의 고용주가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릴까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 군사의 옆에 한 발짝 다가가며 눈을 부라려주니 곧바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것이 시야에 비쳐온다.

때마침 진 군사도 괜찮다는 듯이 손짓을 했으니, 녀석의 입장만 난처해진 셈이었다.

‘우리가 시바 이 정도로 친해. 너네 주인님이 인간관계를 불편해하는 줄 알았지? 시바 나는 진 군사랑 밀실에서도 오랫동안 같이 지낸 사이야. 너 시바 진 군사가 해준 마파두부는 먹어보고 나한테 다가와서 버릇없이 굴려고 하는 거야? 쓰읍!’

“하아…참나….”

“?”

“군사님.”

“?”

“…….”

“…….”

“조금… 건방진 사용인들이 있네요?”

갑작스레 진 군사의 저택에 찾아와 기습적으로 안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아 살짝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곳에 얼마나 머무를지 모르는 이상 초반부터 강하게 기강을 잡는 것이 올바른 행동. 슬쩍 귓속말을 보내니 곧바로 안색을 굳히는 녀석의 얼굴이 눈에 보여온다.

“…….”

“…….”

“이해해라. 손님이 온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고… 평소에는 나의 손발이 되어주는 이들이니 말이다. 내가 타인과 섞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멋대로 생각해 나온 실수였던 것 같군.”

“그래요?”

“한번 주의를 주도록 하지. 용월?”

“네.”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나?”

슬그머니 진 군사의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살짝 올려주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야. 어딜. 시바.’

“주… 주의하겠습니다.”

“알면 되었다. 앞으로는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네.”

“이번에는 특별한 경우이니,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소리다.”

슬쩍 고개를 숙여오는 용월이라는 사용인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아마 꽤나 굴욕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 진 군사에게 주의를 먹었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터.

고용인이라고 해서 체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고용주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녀를 꾸중했다는 것은 평소의 진 군사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평소와는 다르죠? 우리 친하죠?’

당연히 나를 의식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벌 아닌 벌을 주면서 이쪽을 무척 중요한 손님이라고 모두에게 선언한 것이다.

눈에 띄게 키가 작은 용월이라는 여자는 그 와중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보아하니 진 군사에게 연심이라도 품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느낌.

물론 내 착각일 가능성이 농후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정상적인 고용주의 고용인의 관계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의외로 진 군사가 신뢰한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잘 믿지 않는 그 진 군사가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원숭이 라인을 탈출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수준일 터. 지혜 누나의 말에 따르면 나는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이기영의 압승이었다.

한 발자국 옆으로 더 이동한 이후에는 들으라는 듯이.

“저녁에 체스라도 둘까요?”

“자신 있나?”

“자신 있죠. 최근에 제가 이겼잖아요.”

“상대전적은 내가 조금 더 앞서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피곤했을 때 둔 건, 무효예요.”

“어처구니없는 계산법이군.”

이라고 사소한 잡담을 나누어 준다. 녀석들이 알고 있는 진 군사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쓸데없는 스몰톡 말이다.

당연히 몇몇 사용인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감돈다. 물론 손님의 앞이라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모두가 표정을 숨길 수가 없는 법.

괜스레 뿌듯해지는 것은 왜일까. 딱히 계산을 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었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다 보니 평소의 버릇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기 황금 잉어들은 뭔가요? 도대체… 그간 본 적이 없는데.”

“공화국의 한 던전에서 공수해 온 것들일 거다.”

“아아아. 그래요?”

“별채는 총 몇 개가 있어요?”

“6채 정도 있는 것 같군. 네놈에게 안내해 줄 별채는 가장 큰 별채이니….”

“저는 별채에서 지내기 싫은데요?”

“…….”

“…….”

“본채에 방을 따로 마련해 주지.”

다시 한번 사용인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시야에 비쳐온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저 커다란 나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미관상으로 조금 거슬린다고 해야 되나. 혼자만 유독 튀는 느낌이고….”

“…….”

“…….”

“후우….”

“왜요?”

“아니… 아니다.”

“…….”

“…….”

물끄러미 나무를 바라보기 시작한 녀석이 보인다.

‘신경 쓰이겠지.’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다. 아마 볼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 것이 분명, 심지어 내 말이 틀리지도 않다. 내가 따로 조경 같은 것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독 혼자만 튀는 나무가 완벽한 조경의 조화를 해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네?”

“그렇지 않아도 치울 작정이었다. 네놈 말대로 성에 차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택의 주인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시점이었다. 초대를 한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사과하마. 그러니 눈에 밟히는 곳이 있더라도 넘어가도록.”

“아… 그래서였구나….”

“그래.”

“어쩐지… 전체적으로 엄청 훌륭하기는 한데 조금씩 조금씩 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리모델링을 진행 중

이라고 하시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사실 이런 종류의 공사는 한꺼번에 끝낼 수 없으니까요. 조경이 전부 끝날 때까지 저택을 옮겨놓을 수도 없고… 좀 곤란하시겠어요.”

“딱히 지내는 데 이상은 없으니 말이다.”

“하기사. 조경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죠. 눈에 불을 켜고 단점을 찾지 않는 이상, 전체적으로 보면 무척 아름다워요.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특히나 호수가 너무 예쁜 거 있죠. 조금 과장 보태서 교국의 거울호수만큼이나 예쁘다니까요.”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니, 그리 느끼는 것이 당연하겠지.”

‘적당히 콧대도 세워줘야 하자너.’

장담하건대 리모델링 따위는 진행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물론 다른 이들이 듣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겠지만 이 저택에서 오랜 시간 지내며 저택의 대소사를 모두 관리하고 있던 사용인들은 진 군사의 입에서 거짓말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경악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당황하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야 그 진 군사가 아니었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성에 차지 않는 의견 따위는 쓰레기 취급하며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리는 그 진 군사 말이다.

그런 진 군사가 이쪽의 말 한마디에 조경을 통째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잘 보여야 하는 게 당연하자너.’

심지어 별채가 아니라 본채의 방을 따로 내어준다고 했다.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녀석의 본채에서 따로 방을 얻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쪽도 한 깔끔 떨기는 하지만, 저 미친 결벽증 괴물이 누군가를 자신의 구역 안으로 들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직장이나 다른 장소였다면 몰라도 이 저택의 본채는 진 군사가 지친 심신을 달래는 보금자리가 아니었던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얼굴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덥네요. 아니, 햇빛이 조금….”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곧바로 양산을 펴오는 녀석이 보인다. 이제야 이 저택의 넘버2, 아니, 진정한 실세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한 것 같았다.

‘그래. 시바. 그래야지.’

이걸 너무 늦게 깨달으면 안 되지.

“아. 고마워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름이 뭔가요?”

“왕강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 왕강 님. 기억해 두겠어요.”

“충.”

‘충은 또 뭐야. 시바.’

“참 좋은 사용인들을 두셨네요.”

“…….”

“…….”

진 군사의 표정이 살짝 찝찝한 것 같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면서 최대한 빨리 조경 구역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라도 내가 다시 한번 책을 잡아올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제부터는 칭찬 타임만 남았으니 녀석의 기가 살 일만 남아 있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쪽이다. 지금까지는 딱히 인지하지 못했었지만… 살짝 뒤를 돌아보니 제대로 당황한 것 같은 김현성의 얼굴이 눈에 비쳐왔다. 살짝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당연지사.

‘아… 시바… 너무 과하게 친한 척했나?’

진 군사와 내가 이렇게까지 친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자신 말고 다른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표정이라고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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