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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84화 (1,584/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84화

새로운 일상(39)

“자신을 무림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튜토리얼 던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공화국 전령의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의아한 얼굴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손님을 빤히 바라보게 되는 상황, 공화국 중앙에서 온 병력들이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뜬금없이 다가오는 소식이었다.

적당히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를 올리고 사라질 것이라 판단했었는데 뜬금없이 무림인이라는 것이 튀어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당연하지만 진 군사 역시 도저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무조건 이쪽을 집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녀석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어느새 자리를 고쳐 앉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 군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시야에 비쳐온다.

“그…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잠깐. 네놈이 집에 돌아간 이후에 자세한 정황을 살펴보고 서신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 분명 높은 확률로 미친놈이 분명하겠지. 종종 그런 놈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아니요. 이런 소식을 들었는데 집에 어떻게 가요? 군사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최근에… 그….”

“공화국의 튜토리얼 던전에서 일어난 일이니 엄밀히 말하면 네놈이 관여할 필요가 없는 일이 아닌가? 그

러니 이만 돌아….”

“왜 제가 관여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교국이랑 공화국이 막 운명공동체가 된 셈인데! 군사님이랑 저도 운명공동체라고요!”

“나가라.”

“아니요. 못 나가요.”

“제기랄! 나가란 말이다!!!”

“아니, 못 나간다니까요? 이런 뉴스를 들었는데 어떻게 나가요!!”

“나가라!! 이기영!!! 나가라!!! 나가!!!!! 제발 돌아가란 말이다!!!”

‘이, 이 새끼 왜 이렇게 흥분했어?’

“당장 나가란 말이다!! 이제 그만!!”

“아니, 진짜 못 나간다니까요!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못 나가요! 군사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못 나가는 게 시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베니고어가 지나가는 말로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지만 않았더라도 성검용사를 뛰어넘는 컨셉러가 나왔다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말을 그저 미친놈의 헛소리로 치부할 수가 없다. 예전에 그녀가 천마니, 신선놀음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며 옆 동네를 정벌하러 가자고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아마 진 군사 역시 베니고어의 헛소리 아닌 헛소리들을 들어왔을 것이다.

실제로 베니고어가 정벌 정벌 하던 차원이, 그러니까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무공이라는 이능을 사

용해 아웅다웅 서로 다투고 있는 세계관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타이밍이… 조금… 의아하지 않나.’

공화국과의 평화협정을 앞둔 상태에서 최면 아저씨와 조우하고, 루키페르의 끄나풀의 뒤를 캐내려고 했을 때, 하필이면 이런 일이 터졌다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우연의 일치였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살다 보니 세상에 결코 우연이라는 것은 없더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녀석들이 육망성 게이트를 열어 1회차를 여는 길을 마련한 만큼, 타차원과 연결된 게이트가 공화국의 튜토리얼 던전에 있다고 해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말하자면… 공화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륙 전체의 문제라는 거자너….’

아마 저 전령이 내가 자리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 내부의 소식을 전한 것을 보면 분명히 진 군사보다 더욱더 윗선에서 이미 교국, 혹은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의 협조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목소리가 귀에 꽂혀왔다.

“교국과 협력하여 일을 조사하라. 총통의 결정이에요. 군사님.”

“…….”

“…….”

“오랜만이네요. 희생과 부활의 성자님.”

슬쩍 시선을 돌린 곳에 위치한 것은 치파오를 입고 있는 여자. 허리춤에 둘둘 말려져 있는 채찍은 아마 그녀의 전설무구인 여신을 벌한 채찍 울드임이 분명할 것이다.

‘샤… 샤오 린이네.’

고유기벽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의 주인공, 공화국 오호대장군의 막내로써 대륙을 대표하는 초인 중에 하나. 여신을 벌한 채찍 울드의 주인.

캐슬락의 블랙마켓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기도 했고, 강해진 것 같은 모습.

물론 내 옆에 있는 정하얀이나 김현성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태창을 개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현시점에서는 내가 그렇게 필요한 자원은 아니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알파 같은 모습에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물론 정하얀이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넬 생각은 없다.

누가 봐도 정하얀은 가만히 샤오 린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샤오 린도 그런 정하얀의 모습을 사뭇 부담스러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마법사 소녀가 더 이상 예전의 병아리가 아님을, 자신을 한 입에 삼켜 넘길 수 있는 강자로 성장했음을 인지하고 있다.

심지어 그 옆에 있는 흑마법사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새. 모르긴 몰라도 한소라 정도면 최소 그녀와 동수 이상을 겨룰 수 있지 않을까.

‘상성이 안 맞아서 조금 불리하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한 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샤오 린이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래, 굳이 설명하자면 그녀는 희라 누나와 비슷한 종류다.

자신감, 여유로움, 태어나길 포식자로 태어난 느낌적인 느낌. 물론 희라 누나가 날개 달린 호랑이 같은 거라면 샤오 린 같은 경우에는 늑대 정도로 퉁칠 수 있겠지만 늑대도 포식자의 한 종류다.

손짓 한 번이면 자신의 목을 꺾어 버릴 수 있는 강자 세 명을 눈앞에 두고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송곳니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번 숨을 크게 쉰 이후에 그녀에게 이야기를 건넨 것은 당연지사.

“오랜만이네요.”

그녀 역시 침착하게 내 목소리에 대답해 왔다.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는 한 것 같은데… 어쨌든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대마법사님도, 그리고… 노을빛의 검신님께서도… 잘 지내셨나요?”

“…….”

정하얀은 그녀를 노려보는 것으로 인사를 받았고,

“네. 오랜만이로군요.”

김현성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물론 그녀의 성향을 알고 있는 만큼 그녀를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진 군사가 김현성보다 그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

“…….”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바로 반말 박아버리자너. 이제는 컨셉이고 뭐고 없자너. 우리 군사님.’

“무슨 일이기는요. 중앙에 지원을 요청하셨잖아요. 본래는 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총통님께서 직접 저를 지명하셨어요. 말을 안 하시기는 했지만 이번 평화협정에 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계셨던 것 같고… 그만큼 희생과 부활의 성자님을 신경 쓰고 계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으신 것 아닐까요? 실제로 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니까요. 얼음쟁이도 같이 올 뻔했으니….”

“…….”

“또 누군가는 이 뒤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충 보니까 반 평화협정 시위대에 파란 길드원들도 몇 명 있는 것처럼 보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속에서 온 놈들도 보이고… 모인 군중들의 숫자도 숫자인 만큼 적당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잖아요.”

“…….”

“저도 함께 앉아서 청이 오라버님이 해주신 마파두부를 함께 들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네요. 아! 물론 제가 직접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방금 전령이 전한 말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예요.”

“그게 무슨 뜻이지.”

‘그 와중에 얘네들은 왜 이렇게 사이가 안 좋아 보일까.’

“말 그대로죠. 제대로 이해시키려고요. 저는 직접 만나봤거든요. 두 명이나.”

“…….”

“…….”

“이건 군사님 생각처럼 정신이 훼까닥 나간 것들끼리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아니에요. 장담하건대 지구에서 온 놈들이랑은 달라요. 복식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력도 그렇고요. 정말로 신기하더라고요. 무공이라는 거 말이에요. 내공이라는 마력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이용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저희와는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고 활용하는 방법도 달라요. 무구를 사용하는 것도 차이가 있고요. 장담하건대 튜토리얼 던전 같은 건 눈감고도 클리어할 수 있을걸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꽤 잘 알고 있군.”

“한 놈은… 직접 죽였거든요.”

“…….”

“…….”

“그렇게 보지 마세요. 어쩔 수 없었던 거니까. 완전히 미친놈이었어요. 튜토리얼 던전이 시작된 이후에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을 대부분 죽여 버렸더라고요. 넘어온 곳에서도 흡성대법인가 뭔가 하는 걸 사용하는 걸로 유명한… 그러니까… 뭐 별호가 흡성마군이라고 했었나. 흡혈마군이라고 했었나. 흡성대군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간에 그쪽에서도 유명한 악당이었던 모양이더라고요. 당연히… 협조적일 수가 없었죠.”

“…….”

“어찌저찌 통제하려고 해봤지만 결국에는 그 미친놈이 튜토리얼 던전에서 빠져나온 인원들을 통제하던 공화국 루키 34명이 죽었고… 어쩔 수 없이 제가 급하게 소환된 거죠. 남자친구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참… 김이 다 새버렸어요.”

‘그 남자친구들은 흡성 어쩌고한테 고마워했을 것 같자너.’

무척 놀라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김현성과 진청이 눈에 띈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사생활 이야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샤오 린 그녀가 흡성 어쩌구를 죽였다는 것은….

‘제압할 수 없었다는 뜻이니까….’

녀석을 제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이능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은 놈, 심지어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면… 솔직히 우리 같은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군침이 돌 수밖에 없는 실험체다.

이것저것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캘 수 있는 정보들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죽이는 것 보다 살아 있을 때가 더 가치가 있다.

‘얘가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을 테고….’

최대한 살려서 제압하려고 했을 테지. 그게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대가 생각보다 더 강했다는 거지?’

다른 의미로 어째서 총통이 대륙보호 관리 위원회와 교국과 함께 협조하라고 전했는지도 이해가 간다.

튜토리얼 던전에서 아무런 힘이 없는 지구 놈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대륙민들 입장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손짓 한 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괴물들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이미 재앙이다.

흡성마군인지 뭔지 하는 놈 같은 놈들이 분기별로 수십 마리씩 떨어지면 통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아가 대륙 전체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체제에 붕괴가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찾아오게 될 수도 있다. 공화국의 총통 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던 것이리라.

물론 놈들의 정체를 숨기고 공화국의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화살표를 돌릴 수도 있었겠지만…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위험한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겠지.

혹시 누가 알겠는가. 그쪽 차원에 김현성을 뛰어넘는 검사가 있을지.

또 그 새끼가 어느날 갑자기 이곳으로 소환될지.

하필이면 그 새끼가 악마 같은 새끼였던지라 이 대륙에서 개판을 치게 될지 말이다.

아무리 대비해도 부족함이 없다.

진 군사 역시 사태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팔짱을 끼며 중얼거린다.

“…….”

“…….”

“남은 하나는 살아 있다?”

“네. 그놈이 제 손에 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협조적이었어요. 포권까지 올리던데요? 흡성 뭐시기를 처단해 줘서 고맙다고요. 저보고 존성대명이 뭐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지 뭐예요. 아마 얌전히 있을 거예요. 본인도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심성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으니까. 당연하겠죠. 조금 알아봤더니 도사더라고요.”

“도사?”

샤오 린이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어디라고 했더라….”

“…….”

“아! 섬서성의 화산파에서 왔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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