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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87화 (1,587/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87화

새로운 일상(42)

“살살해요. 군사님. 소중한 샘플이에요.”

86, 녀석의 내공 스탯이었다. 당황스럽게도 웬만한 마법사들을 상회하는 스탯이다. 물론 일정 경지에 이른 검사들 같은 경우에도 저 정도 스탯을 손에 넣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결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아이템의 보조를 받지 않고 저 정도 마력 스탯을 만들어 놨다는 건 꽤나 고무적이다. 이토 소우타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 녀석의 마력 스탯이 겨우 75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무척 높은 수치. 거기에다가…….

‘고급 내공 운용 지식?’

직업 효과로 고급 내공 운용 지식도 가지고 있다. 아마 우리 쪽의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딱 상위 모험가와 중위 모험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위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직업 효과.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놀라게 된다.

상향평준화가 된 지금은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을 가지고 있는 모험가들이 꽤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을 가지고 있는 모험가는 전체의 20% 정도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렇다.

심지어 녀석은 고급 검술 운용 지식까지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꽤나 빽빽해 보이는 상태창, 물론 근력 스탯과 내구 스탯이 다소 낮은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아마 보통 마력이 높은 이들이 그런 것처럼 내공의 보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국에….

‘이런 샘플이 굴러들어온 건 행운이자너….’

그래. 이런 게 굴러들어 온 건 천운이나 다름이 없다. 저 내공이라는 게 무엇인지 일단 파헤쳐 봐야 했고, 마력과의 차이점이나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다. 내공이라는 게 과연 마력을 어디까지 저항할 수 있는가. 과연 어느 정도의 항마력을 가질 수 있는가.

‘쟤네들이랑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연히 마법과 신성력의 유무니까.’

녀석이 진 군사의 마법을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진 군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97의 마력 수치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무려 108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본 진 군사의 상태창에서 도대체 고급 소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어째서 소환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하는 궁금증이 일기는 했지만 아마 뭐 녀석다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주 귀여운 판다 같은 걸 소환수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오가 상해 소환하지 않는… 뭐 그런 쓸데없는 이유겠지.

“근데… 곧바로 알아차리셨네요.”

“놈의 마력이 탁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화산에서 왔다는 녀석의 내공이 저렇게 더러울 리 없을 테니 말이다.”

“군사님도 무협소설 좀 읽으셨어요?”

“그다지.”

“읽기는 읽었다는 거네요. 군사님도 모공빙… 좋아하세요…? 치파오를 입고 있는 사천당가… 츤데레… 연하 캐릭터도요?”

“그 원숭이가 읽었다는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아… 그… 래요?”

“지랄하지 마라. 이기영.”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곧바로 지랄하지 마라가 나오냐고.’

아무래도 이 이상 쓸데없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차단당한 느낌. 무협소설 건과 관련해서 이쪽과 말을 섞고 싶어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슬쩍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미지의 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이쪽뿐만이 아닌 모양, 내공심법이니 매화검법이니 자하신공이니 하니 뭐니 하는 것들이 궁금한 것처럼 보인다.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저게 어렸을 적 읽었던 무협소설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미지의 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저기 내공 덩어리들이 뭉쳐 있는 곳이 단전이라는 거죠?”

“그렇겠지.”

“배때지도 한번 열어봐야겠네요. 다른 곳들도 한 번씩 다 열어봐야 하고요. 그럴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장기의 위치나 기능이 저희와는 다를 수도 있잖아요. 솔직히 저게 인간이라는 보장도 없고… 겉모습만 비슷하게 생긴 미지의 종족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요?”

“…….”

“물론 열기 전에 다른 실험부터 해야 하는 거 아시죠? 일단 다른 것보다 내구성 실험부터 하는 게 좋겠어요. 적은 마력… 아니,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느 정도의 항마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게 최우선이에요. 원소마법이나… 아. 정신계열의 마법은 몇 등급까지 저항할 수 있는지 전부 통계를 내야겠죠? 저쪽이랑 부딪칠 수 있는 가능성도 상정을 해줘야 하니까요. 회복력 실험도 꼭 해야 돼요. 듣기로는 내공이라는 게 자연치유력을 상승시켜 준다네요.”

“네놈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처리할 생각이다.”

“군사님이 못 미덥다는 게 아니라 그냥 혹시나 해서 우선순위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능력 좋은 사제를 붙여드리는 게 좋으려나. 희영 씨가 이런 거에는 도가 텄거든요.”

“거절하겠다.”

‘둘이 아직 불편하자너.’

“아. 그리고 그전에 전체적인 전투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되려나. 몬스터들을 잡아 와서 붙여보는 게 좋을까요? 샤오 린이랑 붙여보기에는 너무 약한 것 같기는 한데… 나이도 그렇고, 능력치도 그렇고 아마 저쪽 세계에서도 루키 정도로 취급받고 있을 거예요. 우리 쪽에서 적절한 루키면 벨리에… 정도려나. 혹시 공화국 쪽은 차세대 오호대장군으로 주목받는 애들 없어요?”

“들려오는 이름이 적지는 않지만… 그런 실험 자체가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군.”

“당연히 해야죠. 별것 아닌 데이터도 꽉꽉 채워서 뽑아야 되니까요. 물약에는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는 지도 실험할 거예요. 연금술도 그쪽 세계에서는 꽤 생소할 테니 말이에요. 뭐 사천당가라는 곳에서 독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목이 다르니까요.”

“…….”

“근데 확실히 군사님 마력수치가 높으니까 도통 저항을 못 하기는 하네요. 지금 적당히 조절하고 있기는 하죠? 간단한 바인더 마법인데도 아예 밀어낼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요?”

“그걸 감안하고 놈을 제어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군. 처음 느껴보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내공이 항마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확실히….’

슬쩍 녀석을 바라보자 역시나 공포에 질려 있는 눈이 시야에 비쳐온다. 마치 몸 전체의 기능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일 테니 그럴 만도 했지만 아마 가장 녀석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나와 진 군사가 나누었던 대화일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해서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할 리 만무, 본인이 쇠창살 안의 실험동물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겠지.

정신계열 마법이라는 둥, 내구성 테스트를 해본다는 둥, 내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비인도적인 발언이 오가고 있었으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아예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진 군사가 손을 들어 올린다.

“저항해 봐라.”

“…….”

“저항하지 않으면 네놈은 죽는다.”

“군사님 죽이면 안 된다니까요!”

“방금보다 출력을 반 이상 줄였다. 이 정도 마력에 저항하지 못한다면 실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구태여 놈들을 경계하는 것도 멍청한 일이지.”

“읍… 으읍… 읍!”

땅바닥에 처박혀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자색의 창이 형성된다. 직관적이고 간단한 마법이었지만 녀석이 위협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밀도 높은 마력의 응집체였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머리카락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내공이라는 것을 보여 봐라. 네놈이 충분히 저항할 수 있도록 손을 써 놓았으니… 셋을 세도록 하지.”

“…….”

“하나.”

“…….”

“둘.”

“…….”

“셋.”

“아… 죽이면 안 된다고요!”

순식간에 녀석을 향해 쏟아지는 자색의 창. 이 멍청한 새끼가 정말로 이러다가 소중한 샘플을 죽여 버리게 될까 입을 커다랗게 벌린다. 순간적으로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을 묶고 있던 무형의 기운이 터져 나간 것은 바로 그때.

곧바로 녀석이 자신에게 내리꽂히고 있는 창에 대항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 결국에는 두 손으로 창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콰아아아아아앙!!!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물론 녀석의 손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혹시라도 내게 달려들까 싶어 슬그머니 진 군사의 뒤로 걸음을 옮겼지만 녀석은 감히 탈출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본인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느끼고 있자너.’

이쪽 세계관의 최강자 중 한 명이랑 마주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흡성 어쩌구를 죽인 샤오 린도 이 대륙에서 꽤나 강자 취급을 받는 강자였지만 눈앞에 있는 진 군사는 격이 다르다.

매일 컵케이크 테러나 당하고 사는 것처럼 보여도 대륙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녀석이 곧바로 납작 엎드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거다.

“살려주십시오.”

“안 죽인다니까요? 해주실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저희가 당신을 죽이겠어요?”

“살려… 주십시오….”

“아니… 안 죽인다니까요?”

“전부 다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흡성마군의 진전을 이은 백리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거짓말 안 했네.’

“스승이 죽었는데도 꽤 침착하네요? 그쪽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무척 각별하다고 들었는데요.”

“스승이 아니라 원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흡성마군은 어렸을 적 제가 살던 마음을 습격한 흉수였고, 저는 그자에게 잡혀 억지로 진전을 이을 것을 강요당했으니 말입니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기필코 처단하려고 하였으나….”

‘그래. 시바 처음에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이상하기는 했어.’

물론 놈의 상태창을 확인한 이후에는 곧바로 녀석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처음 샤오 린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부터 조금 의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기도 했다.

공화국의 루키들이 뒤지고 있을 때 자칭 정파에다가 화산파라고 불리던 녀석이 도대체 어디 있었는지 도통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흡성마군을 막을 생각이 없었던 거겠지.

‘제자라고 하니까 전부 설명이 되자너.’

“그것참 눈물 나는 사연이지만 아쉽게도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네요. 한 번 신용을 잃었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은데요? 방금 들으셨겠지만 신용할 수 없는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어보느니 머리를 열어보는 쪽이 더

빠르거든요.”

“…….”

‘물론 협조를 받는 건 그것대로 괜찮은 부분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어떤 일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목숨이 아까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흡성마군은 이곳에서 죽었다고 하나… 제게는 아직 갚아야 할 은원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바 단골 소재자너. 얘네는 왜 이렇게 원수들이 많은지 몰라.’

“혈교.”

‘혈교가 뭔데 이 새끼야. 괜히 무게 잡지 마.’

“흡성마군 역시 혈교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결국 그들에게 토사구팽당해 무저갱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잠깐… 뭐라고요?”

“혈교입니다. 가장 악독하고 구역질 나는 놈들이 모여 있는 사교집단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천마신궁보다 더욱더 위험한….”

“아니, 그게 아니라… 무저갱이요?”

“네.”

“여기 오기 전에 무저갱에 있었다고요? 거기가… 거기가 시바 뭐 하는 곳인데요?”

“주로… 무… 무림공적들을 가두어 놓는 감옥입니다.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여겨지는 감옥이라… 수많은 마두들과 노괴들이 아직까지도 갇혀 있는 지옥 같은….”

“그러니까… 그 시바 무저갱이라는 곳에 있다가 던전으로 이동됐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무저갱 아래에서… 이상한 붉은빛을 쬔 이후에… 분명 이 모든 것이 혈교의 음모….”

“혈교의 음모고 나발이고 지금은 관심 없고요. 다른 놈들도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네?”

“수많은 마두들과 노괴들이 갇혀 있다면서! 시바 거기에 있는 새끼들 중에 일부라도 여기에 떠밀려 왔을 가능성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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