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7화 (57/270)

57화

▶ 대리자 일족들이 자신의 계약자를 찾는 대리 경매가 일주일 뒤 시작됩니다!

▶ 일족의 지원을 받게 되면 강력한 힘과 보구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단, 모든 사람이 일족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 대리자 일족이 당신과 계약 할 수 있도록 스스스의 가치를 그들에게 어필하세요.

촤르르륵……!!

알림과 함께 남궁의 앞에 빛무리가 일어나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경매가 시작될 장소가 적혀 있는 지도였다.

지도의 위치는 한강변에 만들어진 인공섬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빛섬이로군.”

지도를 확대하자 반포대교 아래 3개의 섬들이 모습이 나타났다.

남궁은 썩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듯 그곳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자, 그럼. 무운을 빌지. 앞으로도 계속 잘해주라고. 나는 너와 한배를 탄 몸이니까.]

요르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음에도 부디 웃으며 만날 수 있길 바라겠어.]

▶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앞으로의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단, 경매에서 참가자의 목숨은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는 사라지기 직전 마치 마지막 알람을 기억하라는 듯 남궁에게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웃기지도 않는군.”

세빛섬의 기억이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저 마지막 문장의 결말 때문이었다.

-속보! 알렉 트라만, 던전 공략을 알리다!!

-위대한 계시자의 힘을 증명!

-남은 계시자들은 누구?!

띠링-

핸드폰이 울리며 뉴스의 속보를 알리는 울림이 화면에 나타났다.

-여덞 명의 계시자, 팔무성(八武星)에게 세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과연, 대리자 일족이 계약자 역시 이러한 힘을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지…….

알렉의 미궁 공략이 뉴스에 떠오르고, 살아남기 급급했던 사람들은 이제 계시자가 가진 이형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옥이라 여겼던 현실에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계시자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이제 살아남는 것을 넘어 힘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들 것이다.

‘그리고 마치 짠 것처럼 대리 일족의 경매가 시작된다.’

남궁은 지금 이 상황에 비소(誹笑)를 지을 뿐이었다.

‘경매에 참가자들은 알 리가 없다. 계시자들이 프리 퀘스트로 인해 이미 혜택을 받고 축제에 참가 했다는 것을 말이야.’

하지만 계시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게 이 상황을 맞이했을 뿐이다.

‘이제 고작 2번째 문이 끝났을 뿐이다. 대부분은 그냥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지 마물을 사냥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

그리고 그 결과로, 각 나라마다 수천, 수만 명이 모이는 경매장의 첫날,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매는 일주일 뒤에 시작되지만 그것이 일주일 뒤에 꼭 결정된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일주일이라…….”

그 기간 동안 세빛섬을 가득 채운 시체의 핏물이 넘쳐 한강으로까지 흘러들어갈 것이다.

“후우…….”

그런 곳에 그는 자신의 딸을 보내야 했다.

자질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그저 여리기만 한 소민이가 그런 지옥도에서 과연 잘 해낼지 걱정이었다.

‘경매는 우선적으로 일족의 관할지에서 대표가 선발된 이후 시작된다.’

그 말은 일단 경매에 뽑혀 야차 일족의 계약자로 선택받은 뒤에야 다른 일족의 계약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8개의 대리자 일족.

하지만 경매의 후보는 8명이 아닌 16명이다.

야차 일족의 경우에도 규류와 현류처럼 일족 내에서 위계와 파벌이 존재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야차들도 많지만, 어쨌든 경매가 시작되면 각각의 일족들은 2명의 후보를 뽑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16명을 가지고 일족들이 마지막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뽑혔지만 결코 그것이 행복한 보상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16명 중 8개의 일족에게 뽑히지 못한 나머지 절반 역시 다른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시체가 될 뿐이니까.’

수천, 수만의 피를 밟고서 얻어 낸 힘.

과연 이것이 희망일 수 있을까.

남궁은 과연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빠!”

그때였다.

고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소민이 찾아왔다.

“조금 전에 알림 들었지? 일주일 뒤에 대리 경매가 시작된다는 거 말이야.”

“응, 그런데 우리도 참가할 거야?”

“그래. 명훈이나 다름 사람들은 가지 않고 아빠랑 너랑 둘만 갈 거야.”

“으음…… 우리 둘만? 왜?”

“모두가 갈 수는 없는 곳이거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세계가 그렇듯 별로 좋은 모습을 볼 순 없을 거야. 소민아,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가지 않아도 좋아.”

남궁은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싸워야 하는 거구나. 그치?”

그녀의 물음에 남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빠가 널 돕겠지만…… 어쩌면 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 가는 걸 봐야 할지 몰라.”

순간 소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될 13살의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할게. 어떻게 하면 돼?”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소민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쉽게 결정할 일이 아냐. 일족의 계약자가 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야.”

“알고 있어. 하지만 처음인걸.”

“……응?”

“아빠가 나한테 함께하자고 한 것 말이야. 지금까지는 항상 뒤에 있으라고만 했잖아. 위험하다, 안 된다. 그 말뿐이었는데.”

“아…….”

남궁은 딸의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과 같은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나한테 물어본 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 순간, 그는 일전에 고블린 로드를 잡았던 현충원에서 명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이는 어리지 않다는 말 말이다.

“그래. 맞아. 이건 소민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리고 앞으로 네가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지.”

“응. 그럼 나 할 거야.”

소민은 남궁을 향해 대답했다.

“나는 아빠처럼 많은 사람을 구할 순 없어도…… 짐이 되진 않고 싶으니까.”

‘많은 사람을 구한다라…….’

딸의 눈에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월드 보스를 잡고 지옥문을 닫은 영웅으로 비춰지는 걸까.

하지만 남궁은 쉽게 그 말에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은 이미 피로 찌든 지 오래였으니까.

“아빠도 똑같아. 그냥 내 주위의 사람들을……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내 딸을 지킬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해.”

“그럼 아빠가 날 지켜줘. 내가 강해져서 아빠 주위의 사람들을 지킬게!”

소민은 주먹을 쥐며 마치 결심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빠도.”

남궁은 딸의 말에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그런 그의 품에서 온기를 느끼려는 듯 소민은 좀 더 그의 허리를 꽉 양팔로 감쌌다.

* * *

“아이슬란드요? 갑자기 거긴 왜요?”

“대리 경매가 있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아슬아슬하게 시간은 될 거야.”

성채에 일행을 소집한 남궁이 다음 계획을 말하자 명훈은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저희도 같이 가면 되나요?”

경인이 물었다.

“아니. 나와 소민이만 다녀올 거야.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리 경매에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해. 계속해서 알림이 울릴 거야. 놈들은 너희를 집요하게 유혹할 거다.”

남궁은 마치 다짐을 받는 것처럼 거듭 강조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힘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감언이설로 너희를 꼬드길 거다. 하지만 절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특히, 성우.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잡아라.”

“네, 네. 명심할게요.”

하지만 여전히 움츠러든 그의 모습에 불안한 듯 남궁은 전태호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의미를 알아차린 전태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우리의 목표는 대리 경매가 끝난 뒤 3번째 문이 열리며 생성될 적색지대의 공략이다. 호준이와 명훈이는 성우를 단련시켜 줘.”

“일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괜찮겠습니까?”

“당장 뭘 하라는 게 아니니까. 룬으로 성장을 하는 것과 스스로 터득하는 건 확실히 다르거든. 1,2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니…… 10년 뒤를 생각하고 쌓아 가는 것이지.”

“네. 저희 부대 훈련장으로 데려가면 되겠네요. 성우야, 형이 빡세게 굴려줄게!!”

“아…… 가, 감사합니다.”

호준의 분위기에 성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2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고 보니 야차 보따리의 물품들이 바뀌었더군요.”

“맞아.”

명훈의 말에 남궁이 대답했다.

“잘 얘기해 줬어. 아마 야차 보따리에 보면 싼 가격에 교본들이 새로 들어와 있을 거야. 그것들은 익히는 게 좋아.”

그것은 2번째 문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주는 미약한 보상 아닌 보상이었다.

“검술부터 권술, 둔기술 뭐…… 궁술과 총술까지 다양하게 있네요. 가격도 20헤드밖에 안 되는데…… 이거 모두 그냥 다 배워 버릴까요?”

야차 보따리를 열어 목록을 확인한 호준이 물었다.

“와, 총술이나 궁술 같은 건 자동적으로 목표에 조준이 가능하게 해준다는데요? 그것도 구입해서 바로 사용하면 효과가 적용된다니…….”

교본들의 설명을 읽던 그가 눈을 빛냈다.

“그래. 궁술 교본을 익히면 확실히 명중률은 높아질 거야. 아마…… 일반인들도 전 선수에 호각할 정도가 될걸?”

“그럼 엄청난 거 아닙니까?”

“하지만 교본을 익힌 사람들은 활의 시위를 당기는 순간 교본의 힘이 발동되어 목표물에 화살을 쏘기까지 다른 걸 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남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션이 걸린 것과 같은 거네요. 일종의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 반응을 하는 것도 어렵겠군. 활을 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순위의 행동이 되니 말이야.”

“맞습니다.”

그의 말을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역시 활을 쓰는 전태호 부자였다.

“초반에야 교본이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교본은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거다. 우리가 배울 건 신체 교술본이다.”

모두가 보따리의 목록을 스크롤해서 교본을 찾았다.

“훈련 시 신체 자질의 통합 등급을 조금 올려준다. 다른 교본과 좀 다르네요. 훈련 목록도 잔뜩 있고…….”

교본의 설명을 읽던 명훈이 남궁에게 말했다.

“마물을 사냥한 수에 따라 오르는 거면 당장 익힌다고 해도 사냥에 도움이 되진 않겠네요.”

“익히고 난 다음에 행여나 죽어 버린다면…… 소용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걸 살 사람이 지금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거야. 놈들이 노리는 것이. 눈앞의 사탕에 독을 발라 놓은 거지. 자신의 몸을 의지대로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면 불구덩이로 뛰어 드는 것과 같다.”

“지독하군요.”

명훈이 반응에 남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색지대가 열리기 전 연습용 던전들이 만들어질 거야. 위험한 곳은 아니니 모두 신체교술본을 익힌 다음 그곳에서 훈련을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절대로 혼자서 가지 마. 던전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건 사람이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남궁의 말에 그들은 긴장된 얼굴로 대답했다.

“교본 이외에 각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구입해도 좋아. 다만, 1,000헤드는 남겨둬. 적색지대에 가면 필요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아이슬란드까지 가실 생각이십니까? 공항도 폐쇄되어 있을 텐데…….”

“권력이 좋은 게 뭐겠어.”

끼익-

그때였다.

문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세단에서 내리는 박효주의 모습을 확인하고서 명훈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갑자기 아이슬란드는 무슨 일이시죠?”

남궁과 편하게 대화를 하기 위해 직접 차를 몰고 온 박효주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사람을 찾으러 갈 거야. 내가 없는 동안 해야 할 일들은 메시지로 보내놨으니 확인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찾는 거라면 차라리 저희에게 말씀 주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도 명색이 국정원인데 사람 찾는 것 정도는…….”

“못 찾을 거야. 국정원이라 하더라도.”

“으음…… 누군데 그러십니까?”

“드루이드.”

남궁의 대답에 박효주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루이드라…… 계시자 중에 한 명인 건가요?”

“계시자 중에도 물론 있긴 하지. 하지만 내가 찾으려는 사람은 위상에게 뽑혀 갑자기 드루이드가 된 그런 가짜가 아냐.”

그는 말했다.

“진짜 드루이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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