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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78/270)

78화

-3번째 몬스터 웨이브 전 세계를 강타!!

-차원이 다른 대규모의 습격!!

-혼란과 공포…….

-적색지대가 끝이 아니었나?!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 긴급 대피령이 발표되었고, 이미 몇 개의 도시들은 마물에 함락되어 폐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심 진입 15초 전.

-호위 중인 모든 비행편대는 산개하여 길을 연다.

-라저.

무전이 끝남과 동시에 대구에서 급파된 122대대의 F-15K 편대가 하늘을 날고 있는 수송 헬기 주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전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사일들이 일제히 눈앞의 와이번들을 요격했다.

콰앙……!!!

크르르르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남궁이 타고 있던 헬기가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다.

[키에에엑!!!]

조종사는 안간힘을 다해 조종간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두두두두……!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헬기의 기간포가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강……!!

날아오는 와이번들과 함께 주위 빌딩들의 유리창들이 탄환에 와장창 깨져 나갔다.

“흐, 흐악!!”

요란한 굉음과 달리 두터운 비늘을 가진 와이번들은 탄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를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렸다.

조종간을 잡고 있던 조종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서걱-

그때였다.

쩌어어어어억……!!!

입을 벌리던 와이번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녀석의 살점이 그대로 찢어져 헬기의 양옆으로 떨어졌다.

“……!!!”

조종사는 헬기 주위에서 검은 연기로 된 인영들이 와이번을 도륙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까지면 충분합니다.”

남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굉음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드르륵……!

솨아아아아악!!

헬기의 문을 열자 거친 바람이 몰려 들어왔다.

“현재 적색지대의 2차 몬스터인 리자드맨이 소환되었지? 상황은?

-강호준 대위의 보고로는 현재 섬에 생성되어 있는 3개의 안전 거점을 중심으로 연합과 클랜들이마물과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놈들이 소환된 지 얼마나 되었지?”

-오늘 새벽 4시 30분에 리자드맨들이 소환되었습니다. 3시간 20분 전입니다.

남궁은 귀에 꽂은 수신기에서 들려오는 박효주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삑- 삑삑-

그는 고글을 고쳐 쓰고서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새롭게 맞췄다.

‘리자드맨이 소환되고 난 뒤 7시간 뒤에 보스 몬스터인 써펀트가 소환된다.’

[03 : 40 : 00]

타이머를 작동시키자 숫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적색지대에도 전 세계에 마물들이 소환되었다는 것이 알려졌을 것이다.’

적색지대에 투입된 인원들 중 일부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적색지대 공략이 제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나라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기에 알렉 트라만을 비롯한 3명의 계시자들이 적색지대를 이탈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 3명이 모두 귀환한 최악의 경우 적색지대에 남아 있는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최명훈과 강호준을 비롯한 남궁의 일행들이 적색지대에 가 있긴 했다.

하지만 소규모인 그들로서는 어딘가 숨어 있을 적색지대의 진짜 보스, 모울을 찾는 것만으로 벅찬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써펀트까지 소환되기라도 한다면?

대륙뿐만 아니라 적색지대마저 아비규환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았다.

3시간 40분.

그것이 남궁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타닷……!!

남궁은 그대로 헬기 밖으로 몸을 던졌다.

“……!!!”

조종사는 그 광경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 맨몸으로?”

수 킬로미터의 상공에서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린 남궁의 모습에, 그는 할 말을 잃고서 조종간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 * *

슈아아아악……!!!

상공에서 낙하하는 남궁은 고개를 돌렸다.

[키에에엑!!]

[캭! 캭!! 캬아아악!!]

먹잇감을 낚아채려는 듯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이 일제히 날개를 접고 그의 뒤를 따라 날아오고 있었다.

“흠.”

남궁이 양다리를 가슴 쪽으로 당기며 뱅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늦춰진 속도에 와이번들이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때였다.

쿠웅!!

남궁의 뒤에서 소환된 아스가 그를 향해 달려들던 와이번의 머리를 거대한 도끼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케에엑!!]

놈의 머리가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다.

타앗!!

동시에 남궁의 발아래 영혼 병사들이 나타났고, 그는 마치 디딤대처럼 그들이 뻗은 손을 밟고 튀어올랐다.

펑! 펑! 펑!!!

영혼 병사들이 사방으로 소환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남궁은 지그재그로 오르기 시작했다.

푸욱-!!

머리가 날아간 와이번의 목덜미에 검을 박아 넣고서, 그가 녀석의 몸 통 위로 뛰어올랐다.

콰앙!!

콰드드드득……!!

바닥에 처박힌 와이번이 지면을 몇 번 튕기더니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바닥을 긁으며 수미터를 밀려났다.

“…….”

남궁은 곤죽이 된 와이번의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고글을 벗어 던진 그가 이마를 쓸어 올렸다.

“후우…….”

차가운 공기가 그의 얼굴을 때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긴장과 함께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공항에서 조금 벗어났나.”

그의 눈에 통유리로 되어 있는 건물이 보였다.

포항신항 근처에 있는 Park1538의 포스코 역사박물관이었다.

건물이 부서지지 않은 것을 봐서는 아직 이 일대는 습격의 피해를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소환된 마물은 와이번류들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상공에 머물러 있어 지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쾅! 쾅!! 콰아앙!!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건물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크르르르…….]

그를 쫓아오던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이 지면으로 내려와 날개를 접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두다다다다!!

하지만 그 순간, 쏟아지는 총탄 세례에 남궁을 향해 걸어오던 와이번들의 걸음이 멈췄다.

-착륙 지점 확인!!

-엄호를 시작하겠습니다.

남궁이 고개를 돌리자 기갑탄을 쏟아내며 달려오던 전술 차량들이 그의 앞에 멈춰 섰다.

“필승! 포항신항까지 호위하겠습니다.”

차량의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중사가 그에게 경례를 하며 손을 뻗었다.

“호위는 괜찮습니다. 이제 병력을 철수하도록 하시죠.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십시오.”

“이미 병력들이 산개되어 시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습니다. 저희는 항구까지 남궁 님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사람들의 목숨엔 당신들도 있습니다.”

남궁의 말에 중사의 어깨가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곧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목숨, 나아가 동료의 목숨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남궁 님께서 저 마물 떼를 뚫고 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중사의 말에 남궁은 답답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곧 말을 멈추고 말았다.

자신 역시 그랬었으니까.

어차피 안 된다고 말해봤자 듣지 않을 것이다.

각오를 한 눈빛.

“직접 겪어보는 게 낫겠지.”

꽈악-

남궁은 중사의 손을 잡고서 차량에 올라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각 부대는 사거리 확보 실시!

-항구까지의 모든 길목을 차단 한다! 각 포병대대는 정해진 위치에서 와이번을 향해 포격 개시!!

쾅! 쾅!! 콰앙!!!

전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시작으로 해병1사단의 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아아앙!!

남궁을 태운 차량이 있는 힘껏 속도를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르다.’

여기저기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두두두두……!!!

전생의 이날도 분명 저들은 처절하게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때와 달랐다.

절망에 찬 발버둥이 아닌 마물과의 전쟁이서 이길 수 있다는 전의(戰意)가 더 강했다.

그리고 그 희망의 믿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궁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키에에에엑!!!]

도로를 질주 던 전술 차량 앞에 와이번 한 마리가 수풀을 뚫고 튀어나왔다.

“헉!!”

운전병은 황급히 핸들을 틀었다.

끼이이익!!! 콰앙!!

가까스로 멈춘 차량을 기다렸다는 듯 와이번이 머리로 들이받자, 남궁을 태운 전술 차량이 그대로 뒤집어지면서 도로를 굴렀다.

“조, 조심하십시오!!”

안에 함께 있던 중사가 비틀거리면서 소리쳤다.

콰앙!!

치직…… 치지직…….

뒤집힌 차량 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운전병.

“크윽…….”

중사는 옅은 신음과 함께 이마에서 흐르는 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철컥-!!

그는 소총을 겨누었다.

“……!!!”

하지만 놀랍게도, 조금 전 자신을 공격했던 와이번들이 보이지 않았다.

툭-

도륙이 난 와이번의 시체 위에 서 있는 남궁이 부서진 차량의 문을 뜯어냈다.

어느새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영혼 병사들.

“나오시죠.”

꿀꺽-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받고 말았어.’

그제야 중사는 이 전투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제 아셨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당신들이 저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쿵! 쿵! 쿠웅--!!!

상공에서 와이번들이 또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거대한 마물의 눈을 마주하자 지독한 훈련을 받았던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스르릉-

하지만 그런 마물을 앞에 두고 남궁은 태연한 모습으로 검을 겨누었다.

“이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싸움입니다.”

“……그래도 함께하겠습니다!”

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나? 오히려 너희들은 짐만 된다니까? 내게 도움이 될 생각이라면 모은 헤드로 보따리에서 포션이라도 사서 넘겨.”

“하, 하지만…….”

중사는 남궁의 신랄한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목숨은 하나야. 자신의 목숨도 지키지 못할 거라면 돌아가는 게 맞다.”

남궁은 그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함께 싸우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기뻤다.

전생에선 갑작스러운 마물의 습격에 평범한 시민들뿐만 아니라 군인들조차 전의가 무너져 있었으니까.

‘의지를 너무 꺾고 싶진 않지만…….’

아직은 이르다.

더 이상 총으로 마물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았으니까.

‘이제 곧 소환수의 밤이 열린다.’

그때가 되면 조금 더 헤드를 모을 수 있을 테고, 유효한 무기들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피윳-!!

그때였다.

가로막고 있던 와이번의 눈동자가 뭔가에 명중한 듯 터져 버렸다.

단단한 비늘을 가진 괴물이었지만 제아무리 녀석이라도 눈알까지 단단하지는 않았던 것.

‘……저격?’

-좌측 무너진 벽으로 가십시오.

위급한 상황과 달리, 남궁의 귀에 어쩐지 조금은 힘이 빠진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남궁은 단번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과거 711부대의 유일한 저격수.

‘김창환.’

철컥-

그 순간 어쩐 일인지 수신기 뒤로 들릴 리 없는 탄환의 장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키에에에엑!!]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와이번이 날뛰기 시작했다.

피윳-!! 퓻--!!!!

하지만 그 찰나 날아온 나머지 탄환이 와이번의 한쪽 눈마저 꿰뚫고 지나갔다.

쿵! 쿠우웅……!

눈이 보이지 않는 놈들은 우왕좌왕하며 서로 부딪히다 자기들끼리 뒤엉켜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중사는 쓰러져 가는 와이번들을 넋을 놓고 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의 힘은 무력만이 아니다.

창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711에서 그걸 가르쳐 준 게 형님이지 않습니까.

남궁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제6부두까지 바로 엄호하겠습니다.

그의 주위에 있던 와이번들이 어느새 모두 무력화되어 쓰러졌다.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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