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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84/270)

84화

“현 시각 15시 32분! 전방 10㎞ 앞 보스 출현 확인!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해수욕장에 주요 병력 배치 완료!”

슈아아아앙---!!!

임시 전진기지로 바뀐 김해공항 위로 전투기들이 빠른 속도로 날고 있었다.

쿠그그그그그…….

아스팔트 위로 요란하게 돌아가는 전차의 바퀴 소리와 함께 대구, 포항 등 부산 인근에 포진되어 있던 부대들이 부산으로 이동 중이었다.

쿵-! 쿵-!! 철컥---!!

각지에서 병력들이 집결하고 있는 와중에 해운대를 두르고 있는 광안대교 위에서는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무쇠 방벽(하급)이 설치되었습니다.

▶ 무쇠 방벽(하급)이 설치되었습니다.

병사들이 대교의 난간에 뭔가를 장착하자, 직사각형에 거대한 댐과 같은 형상의 방벽들이 하나둘 세워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군.”

대교를 따라 세워진 방벽을 바라보며 만덕수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목표물……!! 이곳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대피하십시오!!”

그때였다.

대교에 방벽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던 중 차량 한 대가 황급히 들어왔다.

“……벌써?”

“아직 방벽을 모두 세우지 못했는데…….”

갑작스러운 보고에 병사들은 당황스러운 듯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그 순간 레비아탄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더니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포격 준비!!”

우우우웅-!!!

키이이이이잉--!!!

명령이 떨어지자 광안대교 위에 배치된 K(자주포와 다연장 로켓포가 불을 뿜었다.

쾅-!! 콰콰쾅--!!

츄아아앙……!!!

자주포의 포신이 불을 뿜고 로켓포의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전방에 마물을 향해 발사되었다.

[키에에에엑……!]

레비아탄 주위로 소환된 와이번들이 포탄에 격추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서 타십시오!!”

만덕수를 태운 지프가 대교를 질주하며 해변을 떠나 도시 안으로 대피했다.

쿠그그그…….

해변가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화염을 바라보며 만덕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탁하네…….”

쾅!

콰쾅--!!!!

-헬기의 위치는?

-조금 전 센텀시티를 지났습니다. 곧 해운대 해수욕장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알겠다. 마물들을 그쪽으로 유인하도록!!

-동백섬에 배치된 병력은 헬기가 착륙할 수 있도록 엄호 바란다!!

-롸ㅈ……!!

콰아아앙---!!

하지만 그 순간, 통신을 하던 통신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기는 포인트 G-002! 해안가에서 다수의 마물 출현!! 수가 너무 많다……!!

-최대한 저지하라……!!

지상군을 비롯해 급파된 모든 병력들이 마물의 공습을 막기 위해 모든 화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으악……!”

“아아악!!”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일어나는 교전.

그곳에는 총탄의 발사 소리보다 비명 소리가 더 많았다.

“전선을 유지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들의 싸움이 무의미한 저항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다.

야차 보따리에서 산 무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수십 명이 달라붙어 간신히 한 마리의 와이번을 사냥 할 수 있는 전황은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

“도, 도착했다!!”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든 헬기를 바라보며 병사들은 소리쳤다.

승리하기 위해서.

부우우우우웅---!!!!!

헬기에서 뛰어내린 장길수가 해변가에 뒤집어진 전차를 들어 올렸다.

“흐아아아!!!”

병사들은 그의 엄청난 괴력을 잠시나마 넋을 잃고 바라봤다.

콰아아아앙!!!

투포환을 던지는 것처럼 장길수가 범퍼를 잡고 원을 그리며 회전한 차량을 냅다 던졌다.

콰직!!!

레비아탄을 향해 날아가는 차량이 녀석의 이마에 정확히 꽂혔다.

녀석이 머리를 있는 힘껏 휘두르자 머리에 부딪힌 차량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크에에에에!!!]

마치 ‘고작 이런 걸로?’라는 눈빛으로 레비아탄은 장길수를 내려다보며 웃는 듯 보였다.

푸욱-

하지만 그때였다.

넘버링 946770.

이름 : 써펀트의 부서진 비늘 조각

등급 : 매직(최고)

▶ 써펀트의 비늘의 일부.

▶ 빛을 반사시키고 시야를 굴절 시켜 소지자의 모습을 주위 풍경에 동화시킨다.

▶ 제한 : 하루 1회

그때였다.

레비아탄의 머리 위에서 공간이 흐릿하게 일그러지더니 그곳에서 남궁의 모습이 나타났다.

[크, 크르르륵?]

자신의 뒷덜미에 박힌 검이 지릿한 통증으로 다가왔을 때, 녀석은 남궁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탁……! 타다닥……!!

곧바로 박효주가 수면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이 닿는 순간 파문이 일었다.

“저, 저게 가능해?”

“말도 안 돼…….”

해변가에 배치되어 있던 병사들은 놀란 눈으로 질주하는 그녀를 바라봤다.

“후웁!!”

박효주가 숨을 들이마시며 품 안에서 낡은 단검 하나를 꺼냈다.

차르릉……!

단검의 끝에 방울이 달려 있었다.

날이 벼려지지 않은 단검은 의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인 듯 절삭력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우우우웅……!

하지만 그녀가 단검을 양 손바닥으로 포개며 잠시 눈을 감자,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일며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치링……!

포갠 손바닥을 비틀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이 없던 단검이 마치 새것처럼 깨끗하게 변했다.

끼륵…… 끼륵…….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부탁한다.”

그녀가 그 웃음소리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흐아아압!!!”

박효주가 파도 위를 가볍게 박차자 날카로운 파동이 일어났다.

파앙!!!

수면이 거세게 폭발하면서 그녀의 몸이 마치 날아가는 것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크아아아!!!!]

그 순간 레비아탄 주변에 있던 와이번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스캉-!!!

예기를 뿜어내던 단검을 있는 힘껏 던지자,

촤아악……!!

탄환처럼 날아가던 단검이 그대로 와이번의 목을 관통했다.

그리고 그녀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날아가던 단검이 그녀의 팔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활공했다.

“이야…… 초상비(草上飛)에 어검술(御劍術)까지?”

장길수는 자유자재로 단검을 공중에서 부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놀란 듯 바라봤다.

“그동안 어디서 뭐 하나 궁금했는데 아주 신묘한 기술을 익혀왔구만?”

바람의 정령과 염동술을 이용한 기술이었지만 무협광인 장길수에게 박효주의 전투는 그야말로 감격 그 자체였다.

[캬아아아악!!!]

그 순간 공중에서 방향을 틀던 박효주의 등 뒤로 와이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후웁!!”

그것을 본 장길수가 옆에 있던 병사들이 들고 있던 다연장 로켓포를 빼앗았다.

빠득-

그가 이를 갈았다.

▶ 폭식 발동!

▶ 동물형 마물을 사냥 시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 흡수한 마물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리자드맨의 특성 : 정밀함 사용!!

그의 눈동자 색깔이 마치 리자드맨의 노랑 눈빛처럼 바뀌었다.

콰아아앙--!!

로켓포를 들고 있던 양팔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장길수는 마치 창대처럼 로켓포를 있는 힘껏 던졌다.

스아앙……!!

요란한 굉음과 한께 포신이 날아갔다.

퍼억!!!!

로켓포는 박효주를 노리던 와이번의 머리에 포신이 정확히 명중했고, 엄청난 힘에 마물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버렸다.

“……!!!”

병사들은 엄청난 무게의 로켓포를 아무렇지 않게 던져 버리는 그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게 각성자…….’

‘말도 안 되는 힘이야. 정말 엄청나군.’

장길수는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머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놀라긴 이르다. 아가들아. 진짜 괴물은 따로 있으니까. 보고 싶으면 살아남아야겠지? 어서 공격해!”

“네, 네넵!!!”

그의 말에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억!!!

박효주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뒤에 있던 와이번의 머리가 터지며 살점들이 튀었다.

“밟고 뛰어!!!”

저 아래에서 들려오는 장길수의 외침에 그녀는 와이번의 머리를 부순 로켓포를 디디며 뛰어올랐다.

솨아아악……!!

로켓포가 그대로 날아갔고, 그녀는 쿠후란에게서 받은 단검을 움켜잡으며 와이번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키에에엑!!]

마물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양다리를 앞뒤로 흔들다 뛰어올라 그대로 와이번의 등 위로 올라탔다.

부웅……! 부웅……!!

와이번이 그녀를 떨어뜨리려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녀는 마치 말의 고삐를 쥔 것처럼 와이번의 머리를 움직이며 레비아탄 가까이로 와이번을 몰았다.

[크르르르르!!!]

레비아탄이 요동을 치며 몸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었다.

솨아아악……!!!

거대한 몸뚱이가 수면에 부딪히자 폭발하듯 사방으로 물보라가 일었다.

“남궁 씨!!”

레비아탄과 함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를 향해 박효주가 소리쳤다.

그녀가 황급히 수인을 맺었다.

솨아악……!!!

레비아탄이 들어간 바다 군데군데 마치 하수구에 물이 빠지듯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파즈즉!!!

“큭?!”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 수 없는 반발력에 그녀의 팔이 튕겨 나가며 휘청거렸다.

‘염동력을 튕겨냈어?’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닷속을 바라봤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

[키에에엑!!!]

물속에 들어갔던 녀석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레비아탄의 비늘을 움켜잡고 있는 남궁을 본 박효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

귀면피를 쓴 남궁이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가 비늘 위에 손을 가져가며 힘을 집중했다.

몸 안에 혈류들이 빠르게 파도치듯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폭음이 들렸다.

주위에 와이번들이 그 소리에 놀란 듯 흩어졌다.

‘엄청나잖아?’

박효주는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레비아탄의 등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쾅-!! 쾅-!!! 콰아앙--!!!

연기 속에서도 남궁의 일격은 계속되었다.

“저도 도울게요.”

와이번의 등에서 뛰어내린 박효주가 레비아탄의 등 위에 있는 남궁의 옆에 착지하며 말했다.

“아니. 자연계나 정신 계열의 힘은 쓰지 않는 게 좋아. 레비아탄 정도 되는 마물들은 그만큼 저항력도 대단하거든.”

남궁이 조금 지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의 목걸이 정도라도 있으면 모를까. 잘못하면 오히려 반발력에 네가 날아갈 수도 있어.”

“그럼……?”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힘으로 때려 부수는 것이지만…….”

콰아아앙!!!

말을 흐린 남궁이 곧바로 검을 내려쳤다.

“아무래도 힘들 것 같군.”

요란한 굉음과 함께 그의 검이 튕겨 나갔다.

[크르르르르…….]

레비아탄은 그의 공격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저 낮게 으르렁 거릴 뿐.

“확실히…… 재앙급다워.”

남궁은 지끈거리는 손목을 좌우로 꺾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어?’

그 엄청난 공격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레비아탄의 비늘은 부서지거나 잘린 흔적도 없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분명 대미지가 들어가긴 했을 거야. 무아경은 내부를 파고드는 술법이니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반년 뒤였다면 모를까…… 너무 빨라.”

남궁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무아경을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놈이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걸.”

“그, 그럼 안 되죠!”

생각보다 격한 박효주의 반응에 남궁은 의외라는 듯 바라봤다.

“아뇨…… 중요한 분이시니까…….”

얼버무리는 대답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남궁은 그녀를 슬쩍 훑고 다시 레비아탄을 바라봤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요르 녀석…… 고작 3번째 문에서 레비아탄을 소환하게 만들어놓다니.”

애초에 마물의 침공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지 모른다.

일곱 뱀의 주인답게 그의 계획은 악랄하고 비상했으니까.

“……어쩌죠?”

박효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계시자들이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일본 쪽에 한 명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예지 능력은 힘의 소모가 커서 쓰고 나면 한 동안 전투 불능에 빠져. 게다가 그녀는 정신 계열의 힘을 쓰는 계시자라 지금 온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을까요?”

”기다려 봐. 미끼는 던져놨으니까.“

“……미끼?”

남궁이 레비아탄의 등을 바라봤다.

“이제 그만 나오는 게 어때?”

쩌적……! 쩌저적……!!

“……!!!!”

놀랍게도, 그 순간 단단한 녀석의 비늘이 일그러지며 그 안에서 하나의 손이 튀어나왔다.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 그걸 보고 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아저씨, 그 검. 진짜 보스 잡고 나온 거야?”

“누, 누구……?”

박효주는 레비아탄의 몸 안에서 튀어나온 한 남자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육방(六房) 다리 주인의 계시자.”

계시자들 중 유일하게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한 사람.

남궁은 그를 향해 웃었다.

“도약자(跳躍者),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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