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반쯤은 폐허가 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자들을 피해 어쩔 수 없이 남궁과 함께 탑승한 차량 안에서 알렉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나?”
남궁은 차에 놓인 패드를 그에게 건넸다.
“…….”
“네 말대로 보스 몬스터를 잡은 곳치곤 양호하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니까.”
알렉은 마물 침공에 대해 올라온 속보들을 빠르게 훑었다.
‘버킹엄 궁전까지 위협을 받았다니…….’
가장 먼저 영국의 피해 상황을 본 알렉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욕심에 눈이 멀었구나. 내가 너무 안일했어.’
뿐만 아니라 주요 도시를 잃은 많은 국가들을 비롯하여 원폭까지 강행하려 했다는 내용에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었던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었다.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으니까.
“……기자들에게 왜 그런 소릴 한 거지? 적색지대의 보스를 사냥한 건 네가 보낸 부하들이잖아.”
“너무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리고 부하가 아니고 동료. 너는 저 두 사람을 그렇게 생각하나 보지? 덩치 녀석이 서운하겠는데.”
남궁은 일행을 비롯해 한슨과 요한나가 탄 옆 차선의 나머지 한 대의 차를 가리켰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알렉은 차에 탈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딱히. 마물의 침공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서로 아웅다웅 싸울 필요 있나 싶어서.”
“웃기지 마. 네가 아무런 꿍꿍이도 없이 나와 손을 잡겠다고? 여의도에서의 일을 벌써 잊은 모양이지?”
들고 온 패드를 신경질적으로 남궁에게 던지며 알렉이 말했다.
“그럼? 보상에 눈이 멀어 죽어 가는 인류도 버리고 써펀트를 잡으러 갔습니다, 라고 할까?”
“무슨……!! 와이번의 습격을 보고받고 나는 좀 더 전력을 보강시킨 뒤에 귀환을 하려 했던 것뿐이다.”
“허리에 찬 검이 아깝군.”
남궁의 반응에 알렉의 얼굴이 구겨졌다.
“네놈이 뭘 알아!!”
“여긴 우리 둘뿐이야. 방음도 확실하고. 그러니 솔직해지는 게 어때?”
“……무슨 소리야?”
“보상에 손이 가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야. 너는 영웅이 되려 하지만 그 이전에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까.”
격한 알렉의 반응과 달리 남궁은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나는 그런 걸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단지 거래를 하자는 것뿐이니까.”
“거래? 무슨 거래?”
“영웅이 되고 싶잖아?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 보상에 눈이 멀어 실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양쪽 모두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기 좋잖아? 안 그래?”
“…….”
“무대는 내가 만들었지만 네게도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텐데.”
“……네가 원하는 건?”
“세 번째 문이 닫히고 3일 뒤에 소환수의 밤이 열린다는 알림은 너도 봤겠지.”
남궁의 말에 알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색지대에 갔음 하는데.”
“설마 소환수를 선점이라도 하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그 알림을 봤어. 누구에게 먼저 기회를 몰아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아니. 그 반대야.”
“……뭐?”
“소환수의 밤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3일 동안 적색지대는 마물도 소환되지 않고 그저 공터로 남아 있지.”
“그런데?”
“그 3일 동안 적색지대에 가려 한다. 그동안 입장하는 사람들을 네가 막아줬으면 좋겠는데.”
“소환수의 밤이 시작되기 전에? 아무것도 없는 거길 가서 뭐 하게?”
“거기까지 알려줄 필욘 없을 것 같은데.”
“…….”
예상치 못한 남궁의 제안에 알렉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이 거기서 뭘 하려는 거지? 3일 동안 마물도 소환되지 않으니 헤드를 독식할 것도 아니고…….’
“고민하지 마. 별거 없으니까. 그냥 조용히 좀 쉬려고.”
남궁이 그의 표정을 읽은 듯 말했다.
“너나 나나 이제 얼굴이 팔렸으니 이제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다닐 거야. 대배우이신 우리 알렉 트라만이야 익숙하겠지만 나는 그게 좀 불편하거든.”
‘저 인간이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그럴 리가. 분명 꿍꿍이가 있을 텐데…….’
도무지 가늠을 할 수 없는 남궁의 생각에 그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싫으면 관둬. 나도 이리 같은 기자들에게 먹잇감이나 던져주고 말지.”
“적색지대 공략을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떠벌리고 다닐 생각인가? 어디 해봐. 그 정도로 내가 협박당할 것 같아?”
“설마. 그건 이미 내 입으로 너와 함께한 계획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럼……?”
“그냥 아이슬란드에서 있었던 일 정도만 얘기할 생각이야. 피해자인 록산느가 계시자인 것을 알게 되면 기자들의 표정이 과연 어떨지 궁금한데.”
굳은 표정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영국 왕실에서 드루이드의 도움을 청했었다. 쿠후란이 그것을 거절하긴 했지만 말이야.”
“…….”
“왕실과 너의 행동은 별개의 것이지만 타깃이 같다는 것은 좋은 먹잇감이 되겠지. 기자들은 이렇게 쓰겠지. 제안을 거절한 드루이드를 죽이러 온 계시자. 살인은 과연 영국의 명령인가?”
“모함이다!!!”
“언제 우리가 진실과 거짓을 따졌지? 대중은 그저 자극적인 것을 원할 뿐이야. 더욱이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정부도 사람들의 눈을 돌리기 위한 가십거리가 필요할걸.”
찰칵- 찰칵-!!!
창밖으로 보이는 플래시 세례.
기자회견장으로 정해진 벡스코(BEXCO)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세 번째 문을 막은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반응을 생각하면 과했다.
마치 파괴된 도시와 죽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한 끔찍한 피해를 잊게 만들려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끔찍하게 위하는 여왕이 과연 너를 그냥 둘까. 탐욕 때문에 나라도 외면한 걸 아는데 말이야.”
남궁은 그를 바라봤다.
“승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불안은 곧 찾아오지. 불안을 잊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어뜯을 먹잇감을 주는 거거든.”
탈칵-
“……!!”
그 말을 끝으로 남궁이 차 문을 열려 하자 알렉은 다급히 그를 붙잡았다.
“잠깐!!!”
문을 열기 직전 남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알겠다.”
그의 대답에 남궁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 * *
“와…… 사람들 엄청나네.”
“당연하지. 국가적 재앙이었다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물들이 가득했던 곳인데 이런 곳에서 기자회견이라니…… 진짜 보통내기는 아냐.”
“그러니 그 괴물을 잡았지. 안 그랬으면 우리도 다 죽었어.”
단순히 국내뿐만 아니라 각 외신 지부의 기자들까지, 전 세계 기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껏 이런 대규모의 기자 회견은 단 한 번도 없었을 터.
“3번째 마물까지 한국에서 잡히다니…… 이러다 진짜 제대로 일 한 번 터지는 거 아닌지 몰라.”
“이미 터진 거지. 레비아탄을 사냥한 사람이 남궁이랬지? 신상을 조사해도 딱히 나오는 게 없던데…… 오늘 회견에서 알 수 있겠지.”
“영웅의 탄생인가……?”
“과연…….”
사람들은 저마다 떨리는 눈빛으로 홀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탈칵-
그 순간 장내의 불이 꺼지면서 홀의 입구에 집중적으로 조명이 켜졌다.
저벅, 저벅, 저벅-
모든 시선이 한 곳에 향했다.
“……어?”
“뭐, 뭐야?”
탁, 탁, 삐이-
단상에 오른 사람은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기며 말했다.
“……알렉 트라만입니다.”
웅성- 웅성- 웅성-
남궁의 등장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홀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알렉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갑작스러운 이변 현상에 우리는 마물과의 항쟁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 세계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렸다.
“오늘 저는 남궁의 동료…….”
잠시 목소리가 떨렸다.
“동료로서 그를 대신하여 여러분들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 *
▶ 적색지대에 입장하였습니다.
포탈의 빛이 사라지고 무너진 도시 대신 울창하게 자란 수풀들이 보였다.
“표정 괜찮은데. 역시 배우다워. 속은 부글거리겠지만 말이야.”
위성 전화의 액정에서 보이는 기자회견 속보를 보던 남궁은 피식 웃었다.
“시끄러운 일은 당분간 녀석에게 맡기면 되겠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
남궁은 레비아탄을 사냥하고 난 뒤 고민을 했다.
‘명훈을 앞장 세워 무장수호를 출범시킬까’부터 여러 가지 생각을 말이다.
등장은 누구보다 화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려할수록 더 많은 적을 만들게 될 것도 사실이었다.
‘알렉은 사실 문제가 아냐. 감투를 좋아하는 녀석은 오히려 영웅의 위치에 세워놓으면 컨트롤하기 더 쉽지.’
적색지대를 공략한 이가 명훈들이었기에 귀환 포탈의 위치를 새로이 지정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덩달아 한국으로 오게 된 알렉을 남궁이 낚아 채듯 회견장에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에이라 미쉘.’
‘적색지대에 녀석을 남게 한 이가 열에 아홉은 그녀일 가능성이 높지.’
성녀(聖女).
하지만 그 이면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남궁은 그녀가 세(勢)를 키워가는 것을 가장 먼저 견제한 것이었다.
“아무리 알렉과 에이라가 손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도 난 그 인간이 영웅 대접을 받는 건 반대야.”
남궁은 아무도 없는 적색지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놈은 욕심 많은 소인배에 불과해. 나를 죽이려 했다고. 언제라도 배신할 인간이야.”
“나도 알아. 록산느.”
먼저 적색지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록산느를 향해 남궁이 말했다.
“언제라도 배신할 수 있는 놈이기 때문에 죽이기도 쉽지. 하지만 에이라 미쉘은 뱀 같은 여자야. 뱀을 상대하느니 지렁이를 상대하는 게 쉽거든.”
탈칵-
남궁은 전대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마치 보석함처럼 생긴 그 안에는 은빛의 구슬 같은 것이 하나 들어있었다.
“흐음…….”
넘버링 731.
이름 : 레비아탄의 내단
등급 : 레어(최고)
▶ 희대의 수룡, 레비아탄의 힘이 담긴 내단.
▶ 섭취할 수 있다.
▶ 섭취 시, 강력한 수 속성의 힘을 얻는다.
▶ 모든 원소 계열의 저항 능력이 강화된다.
▶ 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 정신 계열의 능력이 소폭 상승한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부가 효과를 보면 과연 레어 등급이 아닌 그 이상의 등급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과연 일곱 뱀 중 하나다워.’
애초에 3번째 문이 열리는 시점에서는 공략이 불가능한 악독한 마물이었으니까.
지금 시점에서 이만한 옵션을 가진 물건은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단의 효과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 하나 망설임 없이 입에 털어 넣어 버렸을 것이다.
“자.”
하지만 남궁은 놀랍게도 그 내단을 아무렇지 않게 록산느에게 건넸다.
“잘도 그걸 구했군.”
“운이 좋았지.”
록산느는 그가 건넨 내단을 살폈다.
“어때?”
“충분해. 아니, 차고 넘치지.”
그녀는 내단의 효과를 보더니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마물은 알을 품은 모체에게서 힘을 흡수해. 하지만 이 녀석은 힘을 나눠줄 모체가 없지.”
부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써펀트의 알을 남궁에게 보이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이걸 내게 맡긴 뒤로 꽤나 고생했지만…… 결국 알아냈지. 알을 강제적으로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알 속의 마물이 눈을 뜰 수 있도록 직접 힘을 주입시켜야 한다는 것을.”
“그걸 할 수 있는 게 그 내단이군.”
“맞아. 그리고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지. 마물이 살기 좋은 장소. 아시아? 미국? 유럽? 당연히 처음부터 마물이 있던 곳이지.”
록산느의 목소리는 어쩐지 조금 고양된 듯 보였다. 오히려 남궁보다 더 써펀트의 알을 부화시키는 것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기뻐 보이는데.”
“뭐, 좋든 싫든 간에 나도 드루이드니까. 자연을 따르지.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은 생명의 탄생. 이를 인도하는 일은 싫지 않아.”
“마물을 부화시키는 건데도?”
“존재 자체를 논하는 것이 아냐. 탄생의 위업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지.”
“잘못하면 악인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이로군.”
“그래서 드루이드란 칭호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 쿠후란을 제외하고 나뿐이니까.”
“잘난 척?”
“아니. 진실일 뿐.”
남궁은 그녀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시작하지.”
록산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 이대로 그냥 당신이 흡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너무 아까운데.”
“아니. 해줘.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소환수는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얼마든지 더 강해질 수 있지만 소환수는 태어날 때 강함이 정해지니까.”
“헤에…… 잘난 척?”
“진실이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헛웃음을 터뜨렸다.
“실없는 소리는 그만하지.”
“그래.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야. 이제 소환수의 밤이 열리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소환수의 밤은 나를 뽑은 가시덩굴의 미망인이 진행하는 이벤트야.”
남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하길 소환수의 밤엔 앞으로 있을 문을 공략하기 위해 제법 쓸 만한 마물들이 있다고 했어.”
“그중에서도 네가 얻을 소환수가 가장 강력하겠지.”
“뭐…… 슬쩍 그런 귀띔은 해줬지만. 설마 내 위상이 준비한 이벤트에 나보다 더 좋은 소환수를 얻으려는 건 욕심 아냐?”
록산느는 남궁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부화시키려는 거지. 왜? 네 소환수보다 더 강하다면 도와주지 않을 생각인가?”
“하여간…… 그렇게 물으면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잖아? 어차피 이 알은 당신이 가져온 거야. 내단 역시 당신이 구했고. 방법에 대한 대가라면 부화의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드루이드다운 대답이군.”
남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네게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거야. 이걸 알게 되면 너는 어쩌면 위상이 주는 소환수보다 더 강력한 걸 얻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품 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넘버링 88777.
이름 : 성장의 비약
등급 : 매직(최고)
▶ 생명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비약.
▶ 생명이 아닌 상대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 가격 : 10,000헤드
“이건 소환수를 성체로 만드는 비약.”
“그걸 어디서 얻었어?”
“뭐, 이런저런 퀘스트 덕분에. 너무 부러워 마. 소환수의 밤이 열리면 적색지대 사용 한정으로 싸게 구할 수 있으니까.”
록산느는 그의 말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일 거야. 당연히 소환수를 얻은 사람들은 모두 바로 이걸 써서 자신의 소환수를 빠르게 성장시키겠지.”
“흐음.”
“하지만 사람들이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다.”
“……놓친 것?”
성장의 비약은 생명을 한 단계 성장시킨다.
“소환수의 밤에는 모두 부화된 소환수들뿐이고, 적색지대에서만 판매하니 성장의 비약은 당연히 성체로 자라게 만드는 용도라고만 생각할 수밖에.”
남궁은 그녀를 바라봤다.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성장의 비약은 적색지대 한정이 아닌 일반품도 있다.”
“……그게 뭐가 이상하지?”
주르륵-
남궁은 성장의 비약을 알 위에 뿌렸다.
“소환수란 결국 마물. 마물을 길들이는 것이지. 그 말은 꼭 적색지대가 아니라도 마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우우우우웅……!!
“만약 이걸 부화되기 전 알의 형태일 때 사용하게 어떻게 될까?”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강해지고 싶은 욕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적색지대에서 값싼 성장의 비약을 샀으니까.
“……!!!”
그 순간, 놀랍게도 써펀트의 알이 빛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소환수에게 이걸 쓰면 기껏해야 성체로 자라나는 정도겠지만…….”
쩌적……! 쩌저저적……!!
“태어나기 전에 사용하게 되면 성장이 아닌 진화가 되지.”
거대한 알이 깨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