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270)

96화

-유니버스 클랜의 집결!!!

-엘리자베스 여왕의 피살 이후 런던을 급습한 마왕, 나타스를 처단하기 위해 인류 최강자 알렉 트라만과 스무 명의 능력자들이 나서다!

-그는 런던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가 다시 한번 영웅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저 드론들 좀 치울 수 없나? 정신 사나워서 나 참…… 다 부숴 버릴까?”

“그냥 둬. 이번에야말로 남궁이 아닌 우리들이 진정한 구원자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순간이니까.”

알렉은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달린 드론들을 힐끔 바라보고는 요한나에게 말했다.

“괜찮을까? 한슨은 아직도 의식 불명이야. 게다가 힐러들이 마법으로도 잘린 팔을 붙이기는커녕 점 점 더 썩어가고 있어.”

기자회견장에서 가까스로 살아온 한슨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독수가 다리까지 뻗어나가…… 사지를 모두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팔이 잘린 어깨에서 시작되어 점점 퍼져가는 검은 독기가 한슨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알렉. 다른 계시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도움을 받아선 안 돼. 요한나, 저 드론들이 뭐라고 생각해?”

알렉은 고개를 저었다.

“저것들은 우리를 전장으로 떠밀고 있는 칼날이야. 하지만 그 칼날은 양날이지.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것을 잘 이용한다면…….”

꽈악-

그는 말했다.

“세상을 열광케 할 수도 있어. 영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든다. 그게 나와 여왕의 의지였어. 나는 희생된 여왕을 위해서라도 우리들의 손으로 4번째 마물을 잡을 거다.”

“…….”

요한나는 불안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놈에게 보란 듯이 이곳에 세계연합을 세울 거고.”

“계획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내가 보스를 잡는다. 요한나 너와 나머지 사람들을 결계 주위를 지켜.”

“……혼자서 괜찮겠어?”

불안한 그녀와 달리 알렉은 오히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나 알렉 트라만이야. 전 세계 단 8명뿐인 계시자란 말이야. 그런 나를 지금 의심해?”

“……그런 게 아니라.”

요한나는 뭔가 말을 하려다 끝내 입을 다물었다.

“아냐. 알겠어. 꼭 이겨.”

“걱정 마.”

알렉은 마치 보란 듯이 별해검을 뽑아 드론을 향해 가볍게 저으며 결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단단하게 막혀 있던 결계가 놀랍게도 기다렸다는 듯 흩어지며 그를 받아들였다.

‘……적색지대 이후 그는 너무 변했어. 아마도 남궁 때문에 조급함을 느끼는 것이겠지.’

요한나는 결계 안으로 사라지는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부디 그 조급함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텐데…….’

하지만 그녀는 괜한 걱정은 독이라는 걸 알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전투 준비. 별일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대로 대열을 유지하세요.”

“알겠습니다.”

클랜원들이 흩어졌다.

“…….”

혼자 남은 그녀를 감싸는 정적은 그야말로 폭풍전야 같았다.

저벅- 저벅- 저벅-

“……큭?”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알렉은 코를 찌르는 듯한 피비린내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나와라…… 당장 나와!!!!”

콰아아아앙--!!!

그가 별해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기가 폭발하며 주위가 번쩍거렸다.

새하얀 검기와 함께 그의 주변에서 뇌전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여의도에서 써펀트를 잡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기의 폭풍이었다.

[해와 달의 관망자가 뽑은 계시자인가.]

“……!!”

그 순간, 알렉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검을 그었다.

츠즈즈즉……!!

검날에 스며들어 있던 뇌전이 용솟음치며 뿜어졌다. 콰앙! 하는 요란한 폭음과 함께 그의 주변에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헉, 헉, 헉…….”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과 함께 검을 쥔 손에 땀이 맺혀 있었다.

고작 목소리를 들은 것뿐인데 그의 심장이 요동치듯 뛰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공포였다.

[설마 이게 끝?]

연기 속에서 들려오는 마왕의 목소리. 알렉은 황급히 뻗은 검을 회수하려 했다.

“뭐, 뭐야?”

하지만 검은 마치 어딘가에 꽂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안간힘을 쓰며 검의 손잡이를 비트는 사이 폭발했던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두 손가락으로 별해검을 잡고 있던 마왕이 검을 튕기듯 던지며 그에게 말했다.

“……커헉!!!”

검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그의 몸도 따라 흔들렸다.

순간 마왕의 발이 그의 허리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아스팔트 바닥이 부서지면서 그대로 알렉이 땅에 처박혔다.

[솔직히 말해봐라.]

콰드득……!!

마왕은 알렉의 뒤통수를 잡아 아스팔트에 문지르며 말했다.

“크아아악!!!”

갈리는 얼굴에 살점이 뜯기고 붉은 피가 바닥에 주르륵 묻었다.

“크, 크윽……!!”

알렉은 마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뒤통수를 잡고 있는 마왕의 손에 힘이 들어갈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내가??’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믿을 수 없었다.

우드득……!!

위상의 보호를 받고 있는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왕의 손아귀에서 알렉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뜨렸다.

[정말 네가 인간들 중에 가장 강한 놈이냐.]

알렉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웃기지 마……!!”

빠득-

압도적인 무력감, 절대적인 공포 앞에서도 알렉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야말로 정점(頂點)이다!!”

그의 감정을 읽은 걸까.

[꽤나 보기 좋은 얼굴이 되었구나.]

마왕이 알렉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런던에 마왕이라니. 무슨 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아저씨는요?”

적색지대에서 돌아온 명훈 일행은 매스컴에서 떠드는 속보에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설마…… 저 괴물과 싸우러 간 건 아니겠죠?”

경인의 물음에 사람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남궁 씨는 지금 대전에 가셨어요.”

그때였다.

성채의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박효주가 명훈에게 다가왔다.

“……대전이요?”

“네. 4번째 마물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라면서요. 여러분들께서 돌아오시면 대전에 집결하라고 전하라 하셨어요.”

“갑자기 대전은 왜요?”

“그러게요. 런던에 마물이 나타났는데…….”

“……설마?”

어리둥절한 그들과 달리 명훈은 남궁의 의도를 눈치챈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전이라면 분명 요새화가 된 곳일 텐데…… 영국에 있는 마물을 한국으로 끌고 오기라도 하려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박효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녀의 대답에 모두가 침묵했다.

“시민들의 대피가 끝나고 대전이 비게 되면 그곳으로 남궁 씨께서 마물을 유인할 거예요.”

“아이고, 미치겠네. 형님은 왜 남의 집 일까지 신경 쓰시는 거야?”

호준은 박효주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영국엔 그 뭐냐. 알렉 트라만도 있잖습니까. 맨날 형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이 참에 알아서 해결해 보라고 하지…….”

“맞아요. 그리고 날고 긴다는 능력자들도 많다고 매번 광고하던데 굳이 위험하게 우리나라로 데리고 오려고 하시는 거지? 웬 오지랖이래?”

“야, 조용히 해. 형님은 나만 욕할 수 있다.”

“적색지대에서 제 군신화가 없었으면 형님 소환수에게 잡아먹힐 뻔한 거 잊으셨어요?”

“씨…… 조용해. 운동장 좀 뛰어볼텨?”

돌아오자마자 티격태격하는 호준과 성우를 뒤로한 채 명훈이 효주를 바라봤다.

“저희가 해야 할 계획은 뭡니까?”

“아직 4번째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 대전에 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소환된 마물들을 막으라는 것이군요.”

“네. 맞습니다.”

박효주는 잠시 숨을 몰아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 네 번째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였다.

그들의 머릿속에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 마왕(魔王) 나타스의 차원문이 열립니다.

▶ 그의 특수한 힘으로 차원문은 마왕이 있는 오직 한 곳에만 집중되어 열립니다.

▶ 666,666마리의 마족 군세가 당신의 세계를 침공합니다.

“하, 하하…….”

그들은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말도 안 돼. 저 많은 숫자가 대전에 떨어질 거라고요? 무슨 수로 저걸 막아요!!”

성우가 알림에 경악하며 소리쳤다.

“뒤를 맡긴다.”

“……네?”

“남궁 씨가 여러분들에게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특히 성우 군에게 말이죠.”

“저한테요?”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다던데요. 다음엔 남궁 씨의 등을 맡기겠다고요. 그리고 그게 지금이라고.”

효주의 말에 성우는 머리를 한 대 맞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뭐야…… 그때 그냥 빈말로 한 거 아니었나.”

대리 경매가 끝나고 남궁이 돌아왔던 날.

기자들의 소란 속에서 나눴던 대화였다.

남궁의 말에 조금은 기대했지만, 적색지대에서 남궁과 떨어져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에 그냥 지나가는 인사에 불과하다 여겼었다.

“젠장…….”

성우는 박효주의 말에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도망도 못 가잖아.”

“우냐?”

“아, 아니거든요?”

성우는 어깨동무를 하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호준의 말에 황급히 눈가를 닦으며 소리쳤다.

“울어. 울어도 되지만 죽진 말자.”

“죽긴 누가 죽어요!”

화르르륵……!!

순간,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몸 안에서 끌어오르는 힘을 느꼈다.

▶ 살아남으십시오.

“당연하지. 빌어먹을 놈들아!!”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성우의 모습에 팽팽했던 긴장감도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가자.”

명훈이 성우의 뒤통수를 가볍게 쓸며 말했다.

“형님을 만나러.”

* * *

-18시간이 지난 현재 런던의 상황입니다.

-버킹엄 궁전 아래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들이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추정 사망자의 수는 600만 명!!!

-하지만 모두를 경악케 만드는 것은…….

-그 시체의 산 위에서 보란 듯이 알렉 트라만을 밟고 서 있는 괴물의 모습입니다!

드론들이 찍어내는 실시간 영상들이 전 세계로 퍼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안 돼……!!!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절규 섞인 모습들.

“나, 나는 그만두겠습니다!”

“그래!! 저런 괴물을 이길 리가 없잖아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짓이었어!!”

그리고 그 절규는 평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시를 지키던 능력자들마저 짓눌렀다.

“잠깐……!! 모두 대열을 유지하세요!!”

요한나는 도망치는 클랜원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녀의 외침이 그들에게 들릴 리 없었다.

부르르…….

능력자들이라고 해도 결국은 대부분이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리고 그건 그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꽈악-

결계의 선을 차마 넘지 못한 채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는 자신을 보며 요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콰아아아앙---!!!!

그때였다.

결계 안에서 날카로운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바, 방금 보셨습니까?!

-갑자기 마왕의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새하얀 전격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아, 저, 저기 보십시오!! 조금 전까지 마왕에게 붙잡혀 있던 알렉 트라만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

드론을 통해 쏟아지는 기자들의 말에 어리둥절한 것은 요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봐요. 이 사람 데려가세요.”

“……!!!”

하지만 그 당혹감보다 놀라운 것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쿵-!!

뭔가가 자신의 앞에 떨어졌다.

“아, 알렉?!”

놀랍게도 그것이 피투성이가 된 알렉 트라만이라는 걸 확인한 요한나는 이제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신은…….”

“포션을 먹이긴 했지만 간당간당해. 힐러를 찾아서 회복해야 할 거야. 최다수 능력자들이 있는 클랜이라고 떠들어댔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조금은 거들먹거리는 말투.

육방 다리의 계시자.

바로 도약자 미카엘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요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소리쳤다.

“감사는 아껴둬. 나한테 할 게 아니니까.”

“……네?”

-앗……! 저기 보십시오!!

-연기 너머로 마왕과 대치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죠?

-저, 저 사람은……!!!

귀를 때리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요한나는 그곳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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