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8화 (98/270)

98화

▶ 런던의 희생자들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 흡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영령들을 흡수하였습니다.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습니다.

▶ 남아 있는 영령들이 당신에게 흡수되기를 바랍니다.

▶ 영혼의 흡수 Lv2 → Lv3

▶ 영령들을 흡수합니다.

▶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습니다.

▶ 영혼의 흡수 Lv3 → Lv4

▶ 영혼의 흡수 Lv4 → Lv5

푸른 영령들이 남궁의 몸에 계속해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미 한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혼들이 그의 몸 안으로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 강제로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이게 무슨…….]

마왕은 남궁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광경은 그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흡수된 영혼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아무리 이미 죽었다고 해도 소멸을 원하는 자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적인 흡수가 아닌 이상, 사실 영혼을 흡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궁 역시 마물의 영혼이 아닌 사람의 영혼은 현충원 이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네놈……!!!!]

마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야말로 천재일우와 같은 확률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 불균형적인 힘의 상태입니다.

▶ 카니발의 규율이 적용됩니다.

그의 다급함을 비웃듯 남궁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희생자들의 영혼이 그에게 밀려들어갔다.

▶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영령들을 경험하였습니다.

▶ 이 이상 흡수될 경우 당신의 육체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 남아 있는 영령들의 원성이 빗발칩니다.

▶ 영혼의 욕망을 칭호의 효과로 대신합니다.

▶ 위업을 달성하였습니다!!

▶ 칭호 : 영령 군주

군주의 직위에 합당한 영령을 거느렸을 때 얻을 수 있는 칭호.

칭호를 획득한 자는 사령술의 위력이 크게 상승한다.

“……!!!!”

남궁은 밀려들어 오는 강렬한 힘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말았다.

영혼을 흡수하게 되면 흡수된 영혼들의 기억이 밀물처럼 그를 때렸다.

현충원의 영령들의 기억이 전쟁 그 자체였다면 희생자들의 기억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 제각각의 기억 속에서도 단 하나 공통된 열망이 있었다.

복수(復讐).

남궁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잘 알겠다.”

강렬한 그 하나의 감정으로 점철된 수백만 명의 힘이 그의 등을 있는 힘껏 밀고 있었다.

저벅-

마왕을 향해 말이다.

[크아아아!!!]

그 영혼들의 영압을 느낀 마왕은 본능적으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슈아아아앙……!!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화염이 남궁을 덮쳤다.

퍼엉!!!!

하지만 그 순간 남궁이 검을 긋자, 그를 향해 날아오던 화염이 그대로 요란한 굉음과 함께 풍선 터지듯 터져 나가며 산화되었다.

저벅-

남궁이 한 걸음 더 마왕을 향해 걸어갔다.

팟!!!

[……!!!]

한순간에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마왕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츠즉……! 츠즈즈즉……!!

그저 남궁이 서 있던 자리에 자줏빛의 화염이 잔해처럼 남아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마왕의 육안으로도 좇을 수 없는 남궁의 속도에, 그는 피하는 것을 포기하고 커다란 날개를 펼쳐 자신을 감쌌다.

서걱-

하지만 섬뜩한 소리와 함께 마왕은 날개로 가려졌던 시야가 서서히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쿵!!

그의 날개가 잘려 나간 것이었다.

[크아아악!!!]

생채기 하나 제대로 내기 어려웠던 마왕의 날개에서 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네놈……!!!]

두 개의 날개를 잃은 마왕이 분노 서린 목소리로 소리치며 남궁을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턱-

하지만 그의 꼬리는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쉽게 남궁의 손에 가로막혔다.

꽈악……!!

꼬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그의 꼬리마저 단 일격에 터져 버렸다.

[으아아악!!!]

마왕이 악에 받친 듯 이리저리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콰아앙!!!

하지만 그의 공격은 완벽하게 남궁에게 막혔다.

서걱……!!

오히려 공격을 한 마왕의 양 주먹에서 붉은 핏물이 흩뿌려졌다.

[크윽……!!!]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마왕이 남궁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사자(死者)의 원한이 때로는 도움이 되는군. 너를 죽이라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원한에 힘이 끊이질 않아.”

남궁은 별해검을 허공에 그었다.

촤르륵……!!

검날에 묻어 있던 마왕의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미친놈…… 어디 그렇게 계속 그 힘을 써봐라. 그릇이 차면 결국 물은 넘치고 깨지는 법. 네 그 옹이그릇 같은 깜냥으로 그 영혼들을 모두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마왕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네놈의 그 보잘것없는 육신이 먼저 영혼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우우우웅---!!!

그 순간 별해검의 검날이 자줏빛을 뛰어넘어 칠흑처럼 검게 변했다.

“그건 해봐야 알겠지.”

타다다닥……!!!

둘의 거리가 좁혀졌다.

[크아아아!!!]

잘려 나간 날개의 단면에서 붉은 핏물이 솟구치더니 마치 그물처럼 펼쳐져 남궁을 덮쳤다.

무아경(無我經) - 3서(書)

야차계에서 익힌 무아경의 마지막 술법.

남궁은 오히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피의 그물 앞으로 몸을 날리며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앞으로 굴렀다.

“후웁……!!!”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준 그의 몸이 다시 한번 역방향으로 튕겨 오르며 몸을 돌려 마왕의 얼굴을 향해 검을 찔렀다.

타타당!!!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남궁의 공격에도 마왕의 그물은 부서지지 않았다.

꾸르르르…….

그의 사력을 흡수하는 것처럼 그물들이 별해검을 감싸며 꿈틀거렸다.

퍼엉!!!!

하지만 검에 닿은 피의 그물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사방에 떨어진 마왕의 피가 치지직!! 하는 시커먼 연기와 함께 바닥이 타들어가며 여기저기 구덩이를 만들었다.

[야차의 술법…… 한때 소란스러웠던 놈의 기술이구나.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는데…….]

마왕은 흡수한 남궁의 힘에 오히려 자신의 피의 그물이 폭사당한 것을 보며 말했다.

[네놈이…… 회귀자로구나.]

“그래서 어쩌라고?”

[나를 따르던 666,666명의 대마족들을 죽인 학살자……!! 네놈의 목을 뜯어 그들에게 나눠주겠다!!]

남궁은 있는 힘껏 검을 밀어 넣었다.

마왕의 이마에 박혀 있는 마안(魔眼)에 검 끝이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존재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학살자?”

소리치는 마왕의 얼굴을 보며 남궁은 차갑게 냉소를 지었다.

“고작 백만도 되지 않는 숫자다. 네놈이 인간계에 강림해서 하루도 되지 않아 빼앗아간 목숨은 족히 10배. 그런데…….”

카드드드득……!!!

“감히 그딴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냔 말이다!!”

남궁은 마왕을 향해 달려갔다.

“끝이다.”

하지만 충격에 비틀거리던 마왕은 오히려 남궁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크, 크큭…… 그럴까?]

주륵-

그때였다.

마왕의 목에 검을 찔러 넣으려던 남궁의 코에서 갑자기 피가 흘러내렸다.

조금 전 심각한 상처들도 깨끗하게 아물었던 것과 달리, 이렇다 할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마왕의 비릿한 웃음이 들렸다.

[안타깝구나. 인간의 한계란 결국 이 정도가 끝인 거지. 결국 넘치다 못해 그릇이 깨졌구나.]

그의 말에 남궁의 한쪽 뺨이 씰룩였다.

[제아무리 일곱 뱀의 계시자라 한들 그 많은 원령을 갑자기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별해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사령의 힘이 옅어졌다.

콰아아아앙!!!!

마왕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죽는 건 네놈이다.]

“형님!!!”

그때였다.

둘 사이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며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꽈악!!

미카엘이 남궁의 팔을 잡아당겼다.

[어딜!!!]

그러나 마왕이 오히려 남궁과 도망치려던 미카엘을 향해 주박을 걸었다.

치직……! 치지지직……!!

바닥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날개에서 나온 것과 같은 붉은 줄기들이 튀어나오며 미카엘의 발목을 잡았다.

“……!!!”

[쓰레기 같은 계시자들…… 모조리 찢어주마!!!]

마왕의 독기가 서린 손톱이 그들을 향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의 손톱이 남궁의 목을 꿰뚫기 바로 직전,

촤르르륵……!!!!

놀랍게도 남궁의 손목에 감겨 있던 사슬이 그의 심장을 노리던 마왕의 팔을 감쌌다.

[……!!!]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마왕의 얼굴이 남궁의 사슬을 본 순간 굳어졌다.

[우(无)의 사슬……?]

마왕은 황급히 사슬에서 팔을 뺐다.

치이이익……!!

하지만 놀랍게도, 아주 잠깐 사슬에 감겼었을 뿐인데 그의 팔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크윽!!!]

마왕이 인상을 찡그리며 타들어간 자신의 팔을 망설임 없이 잘라 버렸다.

툭……! 파스스슥!!

잘린 팔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부서지며 잿가루만이 바람에 흩날렸다.

[네놈…….]

마왕이 비틀거리는 남궁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이제 보니 넘지 말아야 할 영역에까지 발을 들여놓은 놈이로구나!!]

콰아아아아앙!!!

그의 몸속에서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런던의 상공을 뚫고 피어올랐다.

▶ 네 번째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마력이 하늘에 닿는 순간, 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놈은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놈이렸다!]

‘제물이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을 텐데…… 설마 마력을 써서 강제로 문의 소환을 앞당긴 건가?’

남궁은 날개와 꼬리가 잘려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강력한 마력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쿠그그그그……!!

하늘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마족들의 비명과도 같은 포효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네놈은 여기서 죽……!!]

그때,

콰아아앙--!!!!!

남궁의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들이 굉음과 함께 마왕을 밀어냈다.

▶ 칭호 효과로 대신한 영령들이 폭발합니다.

▶ 칭호의 효과를 잃었습니다.

[크아아악!!!]

예상치 못한 폭발에 차원문을 열려던 마왕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지금입니다!!!”

다리를 옭아매던 줄기들이 사라지자 미카엘이 남궁의 허리를 감싸며 힘을 끌어 올렸다.

[거기 서!!!!!]

마왕이 놓칠세라 미카엘이 만든 공간의 틈을 향해 본능적으로 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사슬에 의해 잘려 나간 손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스악……!!!

도약한 공간이 사라지고,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마왕은 황망함에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그 순간, 마왕의 귓가에 조금 전 폭발했던 영령들의 속삭임이 들렸다.

한국으로 와라.

[감히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콰앙……!!!!

영령의 말을 들으며 마왕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군세들이여……!! 손톱 하나 남기지 말고 그놈을 모조리 갈기갈기 찢어 먹어라!!!!]

그러고는 남궁이 사라진 쪽을 노려보며 짓씹듯 속삭였다.

[전생에 다 하지 못한 복수를 시작하겠다.]

* * *

치직……! 치지직……!!!!

공간이 찢어지며 그 안에서 두 사람이 튕겨져 나왔다.

“우악!!”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미카엘이 몇 미터를 데굴데굴 구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고고…….”

간신히 벽에 처박히는 것으로 멈춘 미카엘이 허리를 두들기며 일어섰다.

“어?”

“……형님!!!”

명훈의 외침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미카엘의 옆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남궁을 부축하며 명훈이 소리쳤다.

“어서 형님을 눕혀!”

“……너희가 왜 벌써 여기에?”

“정신이 드십니까? 미카엘이 저희를 데려다주고 난 뒤에 런던에 간 거였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요.”

벽에 기대어 쓰러져 있던 미카엘이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호준아, 포션 있는 대로 가져와!! 그리고 효주 씨께 얘기해서 회복 가능한 힐러도 찾아봐!!!”

“아, 알겠습니다!!”

“됐다. 지금 있는 포션으론 소용없어. 에이라 미쉘이 와도 이 독기를 몰아내긴 힘들 거다.”

남궁은 욱신거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우우우웅…….

그의 손바닥 안에서 자줏빛의 빛이 흐릿하게 뿜어져 나왔다.

‘안이 엉망이로군…… 하긴, 그 많은 영령의 힘을 한 번에 흡수했으니…….’

도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나를 살린 거겠지. 스스로 폭발하면서 자신들을 소멸시켰으니까.’

덕분에 칭호의 효과도 사라졌지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었다.

“차라리 미카엘이나 봐줘. 너희까지 이곳에 데려다준 거면…… 런던과 한국을 몇 번이나 도약했을 테니.”

부축받던 남궁이 호준에게 명령하던 명훈의 손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구석에 처박혔던 미카엘이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말했다.

“아니, 지금 남 걱정할 때입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길 혼자 가신 거예요!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명훈이 그를 다그쳤다.

“진수혁을 불러줘.”

하지만 남궁은 그의 핀잔에 그저 옅게 웃으며, 괜찮다는 듯 대답 대신 그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이미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익-

명훈은 그의 행동에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뒤로 고갯짓을 했다.

문이 열리고 진수혁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에 이곳에 오셨을 때만 하더라도 멀쩡하셨는데, 하루 사이에 완전히 걸레짝이 되셨군요.”

“칭찬으로 듣지. 어떻게 되었지?”

“대전 시민들의 대피는 8할 이상 완료되었습니다. 나머지 인원을 이동시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진수혁이 말끝을 흐렸다.

“괜찮아. 시간은 벌었으니까. 마왕이 자신의 마력을 써서 강제로 지옥문을 열었지만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어.”

4번째 카니발의 알림은 울렸지만 마족의 군세가 제대로 넘어오려면 최소 하루는 걸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나머지 인원들도 대피를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도 되지 않아 너무 많이 변해 버렸네요. 오전에 갑자기 저를 찾아오셨을 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때가 생각나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준비하자.”

하지만 그와 달리 남궁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차르르릉…….

그 순간, 그의 손목에 감겨 있던 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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