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 엘더 리치의 영석을 사용하였습니다.
남궁이 구슬을 깨뜨리자 그 안에 응축되어 있던 검은 기류가 그의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 영석의 영기가 혈맥술 - 강(强)의 효과를 깨워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 강(强)에 속한 능력 : 근력, 체력이 상승합니다.
기류를 흡수하자 남궁은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지배 가능한 사령의 수가 증가합니다.
▶ 사령술(중상급)의 효과로 인하여 지배 사령의 수가 추가적으로 소폭 증가합니다.
▶ 칭호 : 영령군주를 확인하였습니다.
▶ 영혼 사역의 능력이 대폭 상승됩니다.
▶ 영혼 사역 Lv2 → Lv4
▶ 사역 가능한 사령의 수 4 → 10
솨아아악……!!!
영석이 완전히 사라지자 남궁은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단순히 혈맥술로 인한 신체의 회복도 회복이지만, 사역 가능한 사령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괜찮군.”
그는 고개를 들었다.
▶ 영혼 감지 Lv3가 발동됩니다.
그의 눈동자가 빛나자 화물선 안에 있는 수많은 시체들의 영혼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키만 얀에 의해서 조종당했지만 영혼마저 사라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 주위 우호적 영혼들이 당신에게 동조합니다.
▶ 주위의 영혼이 당신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 영혼 사역 Lv4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억울한 죽음은 공감하지만…… 당신들을 데리고 갈 순 없어.”
영혼 병사를 사역할 수 있는 수는 한계가 있었기에 엄선할 필요가 있었다.
▶ 영혼의 눈 Lv3이 발동됩니다.
저벅- 저벅-
그는 화물선의 끝으로 걸어갔다.
영혼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영령들 중 유독 붉은빛을 띠는 영혼이 있었다.
“키만 얀.”
최휘수는 이미 리치가 되어 영혼이 소멸한 상태였지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아 있는 인간이었던 그는 아직 영혼이 남아 있었다.
“네게 선택지는 두 가지다. 여기서 내게 완벽하게 소멸할지, 아니면 나를 따라 카니발을 모두 끝내고 정화될지.”
그의 말에 마치 고민을 하듯 영혼이 흔들렸다.
주술사는 오랜 세월 동안 생과 사의 연구를 해온 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오직 시체만을 다루던 키만 얀은 특히나 영혼에 대한 집착이 강한 자였다.
‘키만 얀은 윤회를 믿었으니까. 영혼이 존재한다면 몇 번이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의 소멸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솨아악……!!
그 순간, 키만 얀의 영혼이 그의 앞에 나타나 서서히 무릎을 꿇듯 아래로 떨어졌다.
▶ 주위의 영혼들이 당신의 결정을 원망합니다.
▶ 그들이 키만 얀의 영혼이 소멸하길 바랍니다.
키만 얀이 그의 앞에 서자마자 화물선에 있는 많은 영혼들이 일제히 혼불을 일으키며 원성을 내뱉었다.
“그만.”
하지만 남궁은 단 한마디로 그들을 조용히 만들었다.
“당신들이 떼로 덤빈다 하더라도 그에겐 안 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 주위의 영혼들이 슬퍼합니다.
“미안하지만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당신들의 억울함이 아닌 키만 얀의 능력이야.”
그러나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영혼들은 책망하듯 거세게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이 빌어먹을 카니발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적어도 그게 아직 살아 있는 당신들의 가족과 동료를 죽음에서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성이 느껴졌던 불꽃이 신기할 정도로 사그라졌다.
“…….”
남궁은 그들을 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 영혼 사역을 완료하였습니다.
화아아악……!!
그 순간 키만 얀의 영혼이 서서히 커져 가더니 하나의 형상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영혼 병사들과는 다른 형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키만 얀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영혼 병사는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 사역한 영혼이 짙은 사기를 품고 있습니다.
▶ 사기의 기운이 병사들의 영혼을 보호합니다.
▶ 영혼 병사들이 강화됩니다.
화아아악……!!
키만 얀의 영혼으로 탄생한 영혼 주술사가 지팡이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자줏빛의 구체들이 영혼 병사들에 흘러 들어갔다.
▶ 영혼 병사들의 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남궁은 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스테리온을 사역했을 때처럼 그들의 외형 변화가 이뤄지진 않았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스릉-!!!
그 순간, 세 명의 영혼 병사들이 검을 뽑았다.
화르륵……!!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들이 쥐고 있는 검의 검날이 타오르듯 검붉은 화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영웅의 영체가 아니더라도 사역하지 못했던 새로운 특성의 영혼 병사를 얻으면 강화가 되는 건가.’
남궁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술사를 비롯한 나머지 병사들도 모두 사라졌다.
“내게 힘을 빌려주고자 한다면 거절하지 않겠다. 원하는 자가 있다면 흡수하지.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다.”
▶ 영혼 흡수 Lv5를 사용하였습니다.
그가 손을 뻗자 화물선 안에 있는 영혼들의 주위로 돌풍이 일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저절로 소멸해 버리는 불꽃이 있는가 하면, 몇몇 영혼들은 남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영령들을 흡수합니다.
▶ 인간의 특성 : 전체적인 모든 능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습니다.
▶ 사령술(중상급)의 효과로 한계치가 해금됩니다.
▶ 영혼 흡수 Lv5 → Lv6
▶ 레벨 조건을 충족하여 새로운 효과가 해금됩니다.
▶ 영혼 강화 Lv1
그의 흡수를 거절한 영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화물선 안 시체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레벨의 상한치까지 영혼을 흡수하자 남궁에게 새로운 알림이 울렸다.
《영혼 강화 Lv1》
영혼 지대 내에 모든 영혼 병사들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강화시킨다.
지속 시간 5분.
▶ 관련된 칭호가 있을 시 효과가 증가한다.
▶ 칭호 : 영령군주를 확인하였습니다.
▶ 영혼 강화의 능력이 대폭 상승됩니다.
▶ 영혼 강화 Lv1 → Lv3
▶ 레벨 상승으로 인해 영혼 강화의 지속 시간이 10분으로 변경 됩니다.
남궁은 새롭게 얻은 능력에 만족했다.
설귀산에서부터 마물들과 영혼 병사들의 격차가 점점 조금씩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진화시킬 순 없지만…… 당분간은 이걸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겠어.’
주술사의 무구 강화와 함께 영혼 강화까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영혼 병사들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언젠가는 녀석을 만날 수 있겠지.’
하지만 영혼 병사들의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그는 한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전생의 자신과 마지막까지 함께했으며, 이번 생의 삼독문에서 얻은 【군주 레오릭의 투구】의 진짜 사용자를, 그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전생의 그는 일곱 뱀의 계시자가 아니었기에 사령술을 쓸 수 있게 되었어도 지금처럼 여러 명의 영혼 병사를 불러낼 수 없었다.
그가 사용할 수 있었던 병사는 단 한 명.
그러나 그 한 명이 없었다면 그는 절대로 회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곧이다…….’
남궁은 잠시 떠올렸던 과거의 회상을 잊고 천천히 앞을 바라봤다.
“좌표는?”
그의 물음에 주사인이 엄지를 치켜들며 수신호를 보냈다.
“모두 확인했어.”
화물선이 점점 가라앉는 와중에도 그는 능숙하게 드론들로 구명정의 위치를 확인하여 바다 위에 띄웠다.
탁 타탁···!
그리고는 빠르게 조종실의 입력되어 있던 정보를 확인했다.
프로그램되어 있던 좌표부터 통신 내역까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끝낸 주사인을 본 남궁이 구명정에 몸을 실으며 말했다.
“한국으로 와라.”
“안 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준비해 둘 테니까.”
“……안 간다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는 주사인이었지만, 그는 남궁이 구명정의 밧줄을 움켜잡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 아직 쓸 만한 녀석들이 숨어 있어. 그들을 찾아야 하는데 손이 부족해. 네가 도와주면 훨씬 더 수월할 것 같은데.”
“됐어. 너희들끼리 해. 내가 관여하는 건 이번뿐이야. 어쩌다 보니 이렇게 엮이긴 했지만 한국에는 안 가.”
부르르르릉……!!!
구명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우렁찬 엔진 소리가 남궁의 말을 끊었다.
“화물선의 좌표는 베트남이었어.”
“베트남? 왜 거기로 설정되어 있는 거지?”
구명정의 키를 잡은 채 주사인이 말하자, 생각지 못한 행선지에 남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IRS 놈들은 키프로스에 거점을 잡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중해와는 완전히 반대인데?”
“글쎄. 녀석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화물선의 목적지만 놓고 본다면 놈들은 중앙으로 진출할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중앙이라면…… 황금가지뿐만 아니라 ISR 녀석들도 아시아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데.”
남궁은 그의 말에 냉소를 지었다.
“내가 있다는 걸 알면서 계시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침공을 할 생각을 했다? 글쎄,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왜? 놈들은 이번 만신전은 인간이 신이 될 기회라고 한다면서. 이왕이면 가장 강한 계시자를 제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철썩-!!
주사인은 거친 파도를 용케도 잘 넘기면서 배를 몰며 말했다.
“성물도 【알라의 서(書)】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였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는 소리야.”
하지만 남궁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승부를 볼 놈이 아니거든. 보고에 의하면 ISR을 부활시킨 자가 다에시 아드나니라고 했어. 너도 알겠지. 그놈이 얼마나 용의주도한 인간인지.”
주사인은 그의 말에 말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재라고 평가될 만큼 수완이 뛰어난 그놈이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잡으려고 한다고? 절대 아니지. 분명 믿는 구석이 따로 있을 거야.”
“설마…….”
“그래. 계시자가 아닌 놈들이 내게 덤비는 게 아냐. 계시자인 놈들이 지금 일을 꾸민 거지. 분명 흑막은 따로 있다.”
남궁이 그에게 말했다.
”솔직히 키만 얀이 엘더 리치를 조종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거든.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라도 있지 않는 한…….”
그때였다.
“도구…….”
남궁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키만 얀은 시체를 다루는 주술사지만 이 정도로 많은 수를 다룬다는 건 불가능해. 그런데도 이 많은 시체를 무리하게 운송하고 있다는 건…….”
‘어딘가에 시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
사령술과 함께 인간을 사용하는 힘은 단 하나.
바로,
연금술이었다.
“진 웨이.”
그는 주사인을 바라봤다.
“카니발이 생겨난 뒤로 베트남에 허가되지 않은 공장이 세워졌는지 알아봐. 저 정도 규모의 시체를 활용해야 한다면 결코 작지 않을 테니까. 공장이 없다면 그런 것을 세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빈 공터라도 찾아봐 주고.”
“설마 삼합회가 이번 일을 꾸몄다는 거야? ISR까지 끌어들여서? 간댕이가 부었군.”
“모르지. 그 녀석만 엮여 있는 게 아닐지도.”
남궁은 천천히 심호흡했다.
비릿한 파도 내음이 그의 코를 때렸다.
꼭 곧 퍼지게 될 피비린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