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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138/270)

138화

대한민국에 테러가 일었다.

이 소식은 급속도로 빠르게 전 세계로 퍼졌다.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네스트 창설을 주시하고 있던 곳곳의 능력자들은 경악하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해했다.

‘천하의 남궁이 있는 한국에 테러라니…….’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 끔찍한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쾅-!! 쾅--! 콰아아앙---!!!!

요란한 폭음 소리와 함께 피어 오른 독구름이 상공을 천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두 대피소로 서두르십시오!!”

“독구름에 닿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도시에 배치되어 있던 병력들이 폭탄이 터진 도시의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었지만, 독구름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현재 춘천, 울산, 여수, 원주 등 각지에서 독구름 생성 확인!! 구름의 이동 경로를 파악 중입니다.”

“이전에 생성된 구름은 어디로 가고 있지?”

“현재 남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북상 중입니다.”

“나머지 구름들의 경로도 파악하고 경로 안에 있는 모든 도시의 시민들을 대피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보고드립니다. 춘천과 강원 지역에서 생성된 구름은 반대로 남하 중입니다!! 방금 들어 온 정보에 의하면 독구름들이 바람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했던 얘기와 완전히 다르잖아. 어디서 온 정보야?

“그게…….”

지휘관의 물음에 모니터를 주시하던 통신병들이 순간 머뭇거렸다.

“비켜!”

거칠게 병사를 밀치며 지휘관이 모니터에 띄워진 정보를 확인했다.

탁- 탁- 탁-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수십 대의 모니터에 구름의 예상 경로가 나타났다.

“……이게 뭐야?”

전국 각지에 생성된 구름들은 마치 달팽이의 등껍질처럼 나선의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뚜두두두두…….

그때였다.

모니터 옆에 있는 수화기가 울렸다.

“……네.”

핫라인을 통해 걸어온 전화가 누구의 것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총리의 말에 지휘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됐어. 이제 구름들이 서울로 향할 거야.”

“……괜찮을까요?”

“독구름의 입자들은 특수한 자력을 가지고 있어. 원래는 서로 밀어 내면서 떠돌아다니게 되어 있지만 그걸 내가 반대로 바꿨거든.”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최초로 피어 오른 독구름 아래 있던 주사인이 장비를 회수하며 말했다.

“내가 만든 자기장벽과 비슷한 구조라서 다행이야.”

“그런데 독구름이 한 곳에 모이면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이 방법밖에 없어. 구름을 해체하려면 구름에 강력한 힘을 밀어 넣어서 입자 구조를 변형시켜야 해. 이를테면 마력 같은 힘 말이지.”

우우우웅…….

주사인의 고글에 여러 가지 수치가 떠올랐다. 그는 관자놀이 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수치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독구름을 해체시킬 만큼의 마력을 가진 자는 덴 하울 정도일 거야.”

그가 손목에 장착되어 있는 팔찌를 두들기자 홀로그램으로 된 지도가 영상으로 나타났다.

“지금 서울의 독구름을 미끼로 모든 독구름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어. 미카엘의 순간이동과 덴 하울의 마력이라면 구름이 합쳐지기 전에 순차적으로 파괴할 수 있을 거야.”

“이게 도대체 몇 개야? 쉽진 않겠네요.”

호준은 지도상에 나타난 구름 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일단 구름의 입자를 좀 더 분석해야 할 것 같다. 구름을 해체시킨다고 끝나는 게 아냐. 감염자들에게 쓸 해독제를 만들어야 해.”

주사인이 띄워 보낸 드론으로 채취한 구름이 담긴 작은 병을 벨트에 채워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력을 주입한다고 해도 구름이 완벽하게 해체된다는 보장도 없어. 만약에 입자들이 공기 중에 스며들기라도 한다면 더 최악이니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지금 사령부로 플랜을 보냈다. 남궁이 올 때까지는 그들과 함께 움직이도록 해.”

“사령부요? 설마 군대와 같이 다니라고요?”

“……너 군인이거든?”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는 호준의 반응에 주사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독구름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계시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겠지. 남의 나라에 와서 난리를 피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쩌겠어. 빌어먹을 힘을 가진 자들인데.”

주사인은 두 사람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난장을 피운다고 그냥 곧이곧대로 맞고만 있을 순 없잖아. 우리는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다.”

711의 부대장은 최명훈이었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임펄스를 승리로 이끈 작전을 계획했던 주사인의 말은 그들에게 절대적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것 없어. 독구름을 유인하듯 계시자들도 이곳으로 오게 만드는 거지. 혹시라도 놓치는 독구름이 있다면, 지들도 죽고 싶지 않을 테니 해체하겠지.”

“……어쩐지 저 형, 한번 당해봐라, 하고 일부러 이곳에 구름을 보낼 것 같지 않아요?”

호준이 창환에게 속삭였다.

“그것도 괜찮지. 계시자다 뭐다 하더니 어떤 놈은 영웅 놀이에 사람들을 죽이고, 어떤 놈들은 자기들 욕심에 사람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철컥-

창환은 자신의 총을 살피며 말했다.

“누군가 지켜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지켜야지.”

* * *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중심으로 반경 1㎞의 구름 지대가 생성! 경기장 주위로 배치된 병력과 시민들이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모니터 띄워!”

“보, 보고드립니다!! 영역 안에 있는 감염자들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크르르르르르……!!]

[카아아악!!!]

드론들이 전송하는 영상들 속에서 갑자기 괴물의 울음소리 같은 기괴한 포효가 들렸다.

“이, 이게…….”

그리고 사령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시민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독에 중독된 시민들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내 추정 감염자의 수는 약 1,500명으로 보입니다!!”

“……경기장 부근에 있는 모든 대교를 끊는다. 최대한 감염자들이 구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해!!”

콰아아아아앙--!!!

가양대교를 시작으로 월드컵대교와 성산대교가 떨어지는 포탄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아아악!!]

[크가각!!]

대교를 통해 한강을 건너 구름을 향해 가던 감염자들이 휘몰아치는 불꽃에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며 파편들과 함께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퍼억-!!

무너지기 직전 대교를 건넌 감염자들은 공원을 가로질러 구름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튕겨 나갔다.

“제길, 난리도 아니군!! 틀어막아!!”

조금 전 감염자를 날려 버린 주먹을 쓸면서 소리치는 거구의 사내는 다름 아닌 장길수.

그의 외침에 뒤에 서 있던 수십 대의 차량들이 도로 주위로 바리게이트를 쳤다.

쿵! 쿵! 쿠구구궁!!

“냉동차 안에 얼린 마물들을 잔뜩 실어 뒀으니 쉽게 넘어가지 않을걸? 어디 한번 용써 봐라.”

세워둔 차량을 연신 두들기는 감염자들은 그야말로 좀비 떼를 보는 것 같았다.

“설마 물리면 감염되고 그런 건 아니겠죠?”

“모르지. 진웨이 그놈이 별 이상한 걸 만들었어. 일단은 감염자들보다 저 위에 있는 구름부터 조심해야 해. 다들 점액이 사라지기 전에 이동한다.”

“네! 알겠습니다.”

장길수의 말처럼 대답하는 연합원들의 전신에는 미끌거리는 점액이 발려 있었다.

피서맨의 부레에서 채취한 점액을 비벼 만든 그것은 놀랍게도 독구름을 막아 주는 보호막이 되고 있었다.

“군 병력이 들어올 수 있는 영역은 구름 외곽까지다! 안에 들어오려는 놈들은 우리가 막아야 해!”

그는 냉동차의 문을 열며 소리쳤다.

“다음 지역으로 간다! ISR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다들 조심하면서 움직여!”

부르르르릉……!!

그가 엔진의 시동을 걸었을 때였다.

“당신이 장길수인가?”

“……?!”

조수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푸욱-

따끔한 바늘이 그의 갈비뼈를 비집고 들어왔다.

“너…… 이 새끼.”

“대단하군. 진웨이의 말로는 단박에 정신을 잃을 거라던데. 괴물을 먹어서 그런가? 괴물 같은 자로군.”

장길수는 비릿한 웃음을 짓는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조금 전 감염자를 손쉽게 날려 버렸던 그의 주먹은 너무나도 느려져 있었다.

안간힘을 썼지만, 자신을 공격한 남자의 얼굴에 닿기 전에 서서히 굳어진 그의 팔은 맥없이 떨어졌다.

빠아아아앙---!!!

그의 머리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핸들의 클랙슨을 누르자 요란한 소리가 주위에 울렸다.

“뭐야? 저거 형님 차인데?”

“무슨 일이지?”

움직이던 차량들이 그 소리에 일제히 멈춰 섰다.

퉁퉁……!!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뒤차에서 내린 협회원이 문을 두들겼다.

“형님?”

콰아아아앙---!!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발판을 딛고 차에 올라서려던 순간, 차 문이 갑자기 안에서 밖으로 부서지며 날아갔다.

“컥!!”

뜯겨진 차 문과 함께 올라서려던 남자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뭐, 뭐야?!”

“컥…… 커컥…….”

튕겨 나간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고개를 떨구자 부서진 건물의 철근이 그의 가슴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형님.”

남자는 자신의 죽음보다 갑자기 변한 장길수가 걱정되는 듯 힘겹게 그를 불렀다.

푸후우우우우…….

없어진 차 문 뒤로 장길수가 걸어 나왔다.

[크아아아!!!]

검게 변한 피부와 튀어나온 송곳니는 한눈에 봐도 그가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꾸득…… 꾸드득…….

그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원래도 거구였던 장길수는 마치 오우거를 연상케 할 정도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구, 구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해!!”

장길수의 머리 위로 독구름의 그림자가 다가오자 협회원들이 황급히 달려들었다.

퍼억! 퍽!! 콰가가강……!!

하지만 2배는 더 커진 거대한 그의 주먹이 협회원들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쳤다.

쾅-! 콰아앙-!!!

무너진 대교의 잔해들이 폭발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주변을 부수기 시작했다.

“제길……! 돌아 버리겠네! 형님!! 정신 좀 차리쇼!!!”

마장동 협회원들은 괴물이 되어 버린 장길수를 보고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크아아아아!!!]

눈에 붉은 핏발이 서고 부풀어 오른 근육에 셔츠가 찢어져 상체가 그대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 초록 괴물을 연상케 했다.

“구름이 점점 커지는데 어떡하죠? 이대로 있다가는 형님이 구름 안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해!! 너희도 봤지? 감염자들이 독구름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아오, 미치겠네…… 저 인간을 무슨 수로 막지?”

협회원들은 하나같이 튼실한 체구였지만 거대해진 장길수에 비하면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전원 사격 준비!!”

그때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마스크를 쓴 군인들이 총을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자, 잠깐! 뭐 하시는 겁니까!”

“이봐요!! 저 사람이 누군지 모릅니까! 장길수라고! 장길수!!”

갑자기 나타난 부대원들에 협회원들이 그들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독구름 안으로 들어가게 둘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뭔데? 총을 어디다 겨누는 거냐고!”

“포항에서부터 대전까지 목숨 걸고 싸운 사람에게 뭐 하는 짓이야!!”

“그거 한 발만 쏴봐. 형님이 그런 걸로 죽을 인간도 아니지만 쏘는 즉시 당신들은 확실히 죽여 버릴 테니까!!”

마물의 시체를 토막 내던 연장들을 움켜쥐고서 협회원들이 부대원들에게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장길수 씨가 지금껏 나라를 위해 해 온 일을 아는데 어찌 그를 쏘겠습니까.”

부대원들이 일제히 옆으로 갈라지고 기다란 창을 든 남자의 등장에, 협회원들이 모두 그를 주시했다.

“초, 총리……?”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TV에서나 봤던 얼굴이 어울리지 않게 이곳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어울리지 않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이 더 어색할 따름이었다.

스르릉-

총리는 들고 있던 창을 고쳐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창극의 떨림은 너무나도 그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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