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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141/270)

141화

꿀꺽- 꿀꺽- 꿀꺽-

진웨이는 잘린 소대장의 머리를 들어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삼켰다.

쩌적…… 쩌저적…….

소대장의 머리가 쭈글쭈글 구겨졌고, 진웨이는 마지막으로 잘린 머리를 뒤로 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좀 살겠군. 반지의 힘을 쓸 때마다 혈액이 증발되는 건 정말 뭣 같은 기분이거든.”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도 모자라 순식간에 벌어진 소대장의 죽음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의를 회복했던 군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이거 좋지 않은데…….’

순간의 머뭇거림은 밀려들어 오는 변이자와 감염자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마저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으, 으아악!”

“아아악!!”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남궁의 딸이 여기 있었군. 찾으러 다니느라 꽤나 고생을 했는데 말이지. 과연……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마력 양인데.”

진웨이는 소민과 성우를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인걸. 너라면 마지막 반지를 만들기 충분하겠어.”

“닥쳐! 이 미친 새끼야!!”

성우가 소민의 앞을 가로막으며 진웨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스캉-!! 츠카카강……!!

그가 종아리에서 단검을 뽑아 진웨이에게 휘둘렀다.

“하하, 꼬마야.”

그런 성우를 본 진웨이는 우습다는 듯 히죽거리며 품 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입에 삼켰다.

“하찮은 실력이군.”

퍼억-!!!

순간 진웨이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성우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와그작……!

날아가는 성우를 보며 진웨이는 또 하나의 알약을 씹어 먹었다.

4번째 반지를 만들게 되면서 그는 연금술로 만드는 모든 물약을 알약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진웨이의 속도가 증가했다.

“크아악!!”

그는 날아가는 성우보다 더 빠르게 달려 그를 앞질러 앞에 섰다.

“……컥!”

퍼억! 퍽! 퍽!!

성우의 등이 반대로 꺾였고 진웨이는 그를 향해 연신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약과 알약의 차이는 단순했지만 그 차이는 전투에 있어서 빛을 발했다.

약병을 열어 마셔야 하는 것이 아닌 입에 털어 넣을 수 있는 알약은 전투 중에 즉각즉각 반응이 가능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와그작……!!

다시 한번 알약이 입안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진웨이가 손을 펼쳐 손가락을 세우자 마치 칼날처럼 그의 손가락이 날카롭게 변했다.

슥-! 스슥-!!

그가 팔을 휘젓자 마치 검을 베는 것처럼 성우의 옷이 너덜너덜하게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옷의 조각만큼이나 그의 전신에 붉은 검흔이 수없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멈춰!!”

쾅! 쾅! 콰가가강!!!!

그 순간 뇌화가 그의 앞에 떨어졌다. 진웨이는 공격을 멈추고 성우를 발로 차 밀어 버리고서 뒤로 물러섰다.

“오빠!!”

소민은 쓰러진 성우에게 황급히 다가가 그의 입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치이이이익…….

하지만 성우의 상처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괴로운 듯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성우가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이, 이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축 처져 바닥에 쓰러진 성우를 보며 소민은 당황한 나머지 허둥지둥 그를 흔들어댈 뿐이었다.

퉁! 퉁! 퉁!!!!

방벽 위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기다란 실드가 생성되자 밀려오던 감염자들은 미친 듯이 실드를 두들겼다.

“저 거리를 모두 다 막은 건가? 말도 안 되는 마력이로군.”

진웨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실드의 길이에 어이가 없다는 듯 소민을 바라봤다.

“그만해라. 포션을 뿌리면 뿌릴수록 그 녀석이 더 괴로울 뿐이니까.”

바둥거리는 성우에게 다시 한번 포션을 먹이려던 소민을 보며 진웨이가 말했다.

“만독행이라고 한다. 3번째 반지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독이지. 회복과 관련된 어떠한 효과라도 일어났을 때 독성이 증폭된다. 그게 상처든 마력이든 혹은 정신 이상이든 간에.”

저벅- 저벅- 저벅-

진웨이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해독하지 않는 이상 저 녀석은 서서히 죽고 말겠지. 그래도 깡이 있는 놈이니…… 한 10분은 버틸 수 있으려나.”

“머, 멈춰!!”

소민이 지팡이를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멈춰 보시든지.”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진웨이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 말했다.

두다다다다다다다---!!!

그때였다.

걸어 오던 진웨이의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총탄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흠칫-

총을 쏘던 군인들이 그의 눈빛만으로도 굳어 버리고 말았다.

“헉, 헉, 헉…….”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진웨이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솨아아악……!!

순간 그의 앞을 요정들이 가로막았다.

다시 한번 뇌화가 떨어졌다.

“며, 명중했다!!”

붉은 번개가 진웨이의 머리에 꽂히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사상마법인가 뭔가 하는 것도 의외로 대단치 않군. 결국은 카니발의 규율 아래에 있는 힘.”

퍼억-!!

하지만 진웨이는 자신의 주위를 날아다니는 요정을 마치 파리 잡는 것처럼 손등으로 쳐내며 소민에게 말했다.

그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복용자를 잠시 동안 무적으로 만들어 주는 2번째 연금술식인 하오수(下五水).

“사람들이 대단한 마력이라고 치켜세워주니 너도 남궁처럼 강하다고 생각했느냐.”

진웨이는 소민을 내려다봤다.

“기껏해야 색이 다른 번개를 뿌리는 것이 재주의 전부라면, 꼬마야. 너는 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지 말았어야 한다.”

“그 손 놔!!!!”

피투성이가 된 성우가 진웨이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퍼억……!!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주먹이 성우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르르르…….]

“원후(猿候). 죽이지 마라. 이제부터 가지고 놀 장난감이니까.”

어느새 나타난 거대한 고릴라가 진웨이의 한마디에 머리를 조아렸다.

차르릉……!

그는 성우가 떨어뜨린 단검을 발로 차 밀어 내고는 그의 멱살을 움켜잡아 들어 올렸다.

“으, 으윽…….”

진웨이의 손에 잡힌 성우가 발버둥을 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목을 조여오는 손가락에 더욱 괴로울 뿐이었다.

끄드드드득-

진웨이의 손가락이 성우의 목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그의 손톱이 살점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상처가 타들어가듯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아아악!!”

성우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소민이 다시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크륵!!!]

진웨이의 소환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잡아먹을 듯 입을 벌리고는 두터운 주먹을 그녀에게 휘둘렀다.

콰앙! 쾅!! 콰가가강!!

공기가 터져 나가는 듯 굉음과 함께 그 충격으로 소민이 뒤로 밀려 나갔다.

[쿠오오오오!!]

녀석은 소민을 향해 경고하듯 자신의 가슴을 연신 두들기며 포효를 내뿜었다.

“나대지 마라. 넌 남궁을 불러낼 미끼니까. 그때가 되면 죽여주지.”

진웨이는 소민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어린 녀석이 쓸데없는 잡기(雜技)에다 뒤나 노리고 말이야. 남궁이 그런 것만 가르치던?”

“이…… 이거 놔…….”

성우는 진웨이의 팔을 잡으며 간신히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내가 가르친 겁니다.”

그때였다.

“……?”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섬뜩함에 진웨이가 잡고 있던 성우를 던져 버리며 뒤로 물러섰다.

“원후!!!”

그의 고릴라가 황급히 튀어나왔다.

촤아아악……!!

아니, 튀어나오려 했다.

우당탕! 콰가가강……!!

앞으로 달리려던 고릴라는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을 굴렀다.

[칵! 카칵!!]

놀랍게도 소민의 앞에 녀석의 잘린 한쪽 다리가 남아 있었다.

바닥에 너부러진 녀석은 고통스러운 듯 바둥거렸고 잘린 다리에서 붉은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너…….”

진웨이는 신음을 뱉어내는 자신의 소환수를 바라보며 검을 쥐고 있는 남자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성우야. 군신화를 풀었으면 이렇게까지 얻어터지지 않았을 텐데.”

“……부대의 철수가 끝나지 않아서요.”

성우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네가 달라진 건 기쁘지만 위험까지 무릅쓸 필요는 없다. 우리는 형님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야. 무엇보다 네 목숨을 우선시해라.”

“알겠습니다.”

“목숨을 우선시해라? 겉멋만 든 말이로군. 네놈들 따위가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세상인 줄 아나?”

“진웨이. 왜 이렇게 어긋난 거냐. 대전에서 만났을 땐 이 정돈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했더니 남궁의 따까리 아냐? 네가 저 꼬마를 가르친 거냐. 우습군. 너 같은 녀석에게 뭐 배울게 있다고.”

“……너!!!!”

“무리하지 마라. 진웨이의 말대로 포션을 먹으면 더 고통스러울 테니 치료도 불가능하잖아. 아프겠지만 그냥 참아.”

“괜찮아요. 하지만 저 새끼가 지금……!”

콰앙---!!!

그 순간, 진웨이의 손에서 뿜어 져 나온 날카로운 칼날이 성우의 목을 노렸다.

탕! 타탕! 탕!!

그러나 그 칼날들은 명훈의 검에 가로막혀 바닥에 떨어졌다.

‘……별해검?’

진웨이는 명훈이 들고 있는 검의 정체를 깨닫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이 어때서 알렉 트라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지?”

“글쎄. 자격이 있나 보지.”

“계시자도 아닌 네가 위상이 내린 선물을 쓸 자격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와그작-

그가 약을 깨물자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4개의 반지가 빛나기 시작했다.

“돼지 목의 진주로군. 검의 힘도 끌어내지 못하는 놈에겐 그저 튼튼한 몽둥이나 다름없지!!”

콰앙-!!!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이 사라졌다.

공간을 뛰어넘어 진웨이가 명훈의 뒤를 노렸다.

캉! 캉! 카캉!!

하지만 그 순간, 명훈이 검을 뒤로 꺾으며 그의 공격을 막았다.

“……?!”

카가가가강……!!

그의 공격이 이어질수록 명훈은 오히려 그의 속도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뭐지? 이놈…….’

연금약으로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 올린 그였다. 남궁의 손에서도 도망쳤던 그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미카엘이 아니고선 자신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자신했다.

‘따라 오는 게 아냐.’

캉-! 캉-!! 카캉--!!!

공격을 거듭할수록 진웨이는 자신을 사로잡는 이질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리 검이 내가 노리는 위치에 가 있다.’

카앙---!!

명훈의 목을 노린 칼날이 검에 튕겨 나가자 진웨이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

연금약의 유효 시간이 끝나자 그는 타는 듯한 갈증에 숨을 골랐다.

‘뭐지? 저딴 놈이…… 어떻게…….’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명훈을 바라봤다.

“확실히…… 튼튼하긴 해.”

하지만 그런 진웨이를 놀리듯, 명훈은 들고 있던 【별해검】을 새삼스럽게 살피듯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검이 부러지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지?”

“……뭐?”

“하긴, 너야 이것저것 필요하겠지. 실력도 없이 약발로 싸우는 약쟁이 새끼.”

명훈이 검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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