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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142/270)

142화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실드를 두들기는 감염자들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전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 공포마저 잊은 채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캉! 캉! 카앙--!!!

진웨이는 연금술로 칼날처럼 날카롭게 만든 두 손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매서운 공격이 이어졌다.

“……제길!!”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맹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담담한 명훈과 달리 진웨이의 얼굴은 조금씩 구겨지고 있었다.

“결국 밑천이 슬슬 보이는 건가.”

명훈은 검으로 그의 손을 쳐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닥쳐!!”

부웅---!!!

그 순간 진웨이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미꾸라지 같은 새끼!!”

진웨이는 명훈을 향해 소리쳤지만 명훈은 대답 대신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퍼억……!!

검을 횡으로 눕혀 손잡이 뒷부분으로 진웨이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찍었다.

“……!!”

연금약으로 신체를 강화한 상태였음에도 명훈의 일격에 진웨이가 비틀거렸다.

차자자장!!

순간 몰아치는 명훈의 검격.

진웨이가 반응을 할 새도 없이 명훈은 계속해서 속도를 올렸다.

‘뭐야? 이 자식……!’

진웨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명훈의 평가는 그저 계시자는커녕 대리자 일족의 계약자에도 뽑히지 못한 일반인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운 좋게 남궁의 밑에서 헤드나 받아먹으며 잡일을 하는 존재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밀리는 거지?’

진웨이는 옷 안에서 둥근 폭탄을 꺼내 사정없이 명훈을 향해 던졌다.

쾅-!! 쾅-!! 콰가가가강--!!

요란한 폭음과 함께 일대가 시커먼 연기로 가득했다. 연기 뒤로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죽어!!!”

진웨이는 그 그림자를 향해 손을 찔러 넣었다.

퉁-!!

“……?!”

목을 노리고 뻗은 진웨이의 팔이 검의 옆 날에 튕겨 나가며 궤도가 바뀌었다.

파밧-!!!

아주 작은 튕김이었지만 그의 몸을 비틀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 틈을 명훈은 놓치지 않았다.

퍽! 퍽!! 퍼벅!!

명훈이 검을 공중에 띄우고 주먹으로 진웨이의 턱과 복부를 노렸다.

그의 주먹이 진웨이의 턱 끝을 후려치자 순간 멍한 통증과 함께 진웨이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이, 이 새끼…….”

그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탁-

명훈이 공중에 떠 있던 검을 다시 잡아당기며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우드득……!!

순간 뻗은 진웨이의 팔이 그대로 부러지며 반대로 꺾였다.

“……컥!!!”

“연금술이란 게 대단하긴 하네. 이 검으로도 베어지지가 않다니.”

흔들거리며 부러진 팔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는 진웨이를 보며 명훈이 말했다.

“뭐…… 내 실력이 부족한 건가. 알렉 트라만이었으면 간단하게 베었을지도 모르겠네.”

“너…… 뭐냐.”

진웨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덴 하울을 끌어내고 남궁의 딸을 잡아 남궁까지 노리려고 했던 그가 고작 일반인에게 발목을 잡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긴. 너 나 잘 알잖아.”

와그작-!!!

명훈의 대답에 진웨이는 신경질적으로 비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쿵…… 쿵…… 쿵쾅!!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

진웨이의 뺨이 씰룩였다.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연금술은 만능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연금술을 쓸수록 몸 안의 혈액이 빠르게 돌았고, 그로 인해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 힘을 얻게 되는 대신 소모되는 혈액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다.

등가교환(等價交換).

연금술의 가장 기초이자 기본이 되는 그 규율은 계시자의 힘이라 할지라도 통용되는 것이었다.

“……죽어!!”

타는 듯한 갈증을 뒤로한 채 약을 삼킨 진웨이가 명훈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앙!!!

그때였다.

묵직한 무게가 실린 검이 정확히 진웨이의 발 옆에 박혔다.

아스팔트가 갈라졌고 검날의 절반이 바닥에 박혔다.

흠칫-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니었지만 진웨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으로 느낀 공포였다.

‘아차.’

진웨이가 황급히 자세를 잡으려 했다.

“너 눈에 핏발 섰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명훈이 파고들며 검 끝을 진웨이의 목에 찔러 넣었다.

“컥!!”

“괴물로 변하거나 하는 건 아닌가? 저 구름도 네가 만든 거잖아.”

비약으로 인해 단단해진 신체 덕분에 베이진 않았지만 검 끝의 무게로 눌린 목은 숨을 쉬기 어려웠다.

“……이 새끼.”

꽈악-

진웨이는 자신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 【별해검】을 날째 움켜잡았다.

치지지지직……!!

손에서 흘러나오는 비약의 액이 검날을 뒤덮자 검은 고통스러운 듯 파르르 떨었다.

“감히 계시자들의 싸움에 벌레 같은 새끼가 끼어들어서는!!”

“만신전이 어째서 계시자들의 싸움이냐. 우리도 추종자가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크, 크크…… 그래. 죽어서까지 남궁의 뒤나 닦아라.”

카앙-!!

그때였다.

놀랍게도 명훈이 쥐고 있던 【별해검】의 칼날이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크, 크크…… 검이 튼튼하면 된다고? 봐라. 계시자도 아닌 놈이 가지고 있으니 위상의 무기가 그마저도 못하는구나.”

스아아악-!!!

녹아버린 검날을 뒤로한 채, 진웨이가 그대로 명훈의 가슴을 찔렀다.

“확실히…… 그러네.”

하지만 동시에 명훈 역시 오히려 진웨이의 주먹을 향해 몸을 날렸다.

푸욱……!!

부러진 검이 진웨이의 눈에 박혔다.

명훈이 힘을 주자 검은 서서히 더 깊이 박히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처음으로 그의 공격이 통했다.

“연금술로도 강화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군.”

퍼억--!!

그 순간 명훈의 몸이 날아갔다.

“아저씨!!!”

지켜보던 소민과 성우가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쿠그그그…….

튕겨 나간 그가 벽을 만들고 있던 전차들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쿨럭.”

한쪽 무릎을 꿇고서 피를 뱉어 내며 숨을 고르는 명훈이 두 사람을 향해 멈추라는 듯 손을 들었다.

“이거…… 죽을 뻔했네.”

후두두둑…….

그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가슴을 가리고 있던 갑옷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나 참, 현실의 신물은 기껏해야 계시자의 힘을 한 번 막는 정도인가?”

부서진 갑옷의 잔해를 털어내며 그가 말했다.

“얻는 데 꽤나 고생했는데 말입니다. 이래서야 저 위에 놈들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뭐?”

진웨이는 명훈이 하는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퍼어어어어억---!!!!

그때였다.

진웨이의 머리가 옆으로 꺾이며 그의 몸이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위에 놈들도 잡으면 되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형님.”

명훈은 방금 전 진웨이가 있던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빠!!!”

소민이 달려왔고,

[오랜만이다.]

“……?!”

그의 옆에 서 있는 마왕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클클, 어린애다운 표정이다. 귀엽게 생겨서 죽여 버리고 싶네. 이런 꼬마에게 졌다니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단 말이야.]

“다, 당신은…….”

소민이 남궁의 허리를 꽉 움켜잡으며 나타스를 향해 말했다.

퍼억-!!

그 순간 남궁이 마왕의 뒤통수를 검으로 후려쳤다.

“헛소리하면 완전히 소멸 시켜 버린다. 영혼 병사로 계약한 이상 앞으로 네 처우가 어떻게 되는지는 네가 더 잘 알지?”

[……마족식 농담이었다.]

“농담 같은 소리 하네. 쓸데없는 얘기 할 시간에 저거나 정리해.”

진웨이는 자신을 짐짝 취급을 하는 남궁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서, 설마…… 마왕을 사역한 건가?’

비록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는 수만의 군세를 이끌었던 존재였다. 그런 마왕 위에 군림한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오싹-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진웨이는 마왕의 눈빛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쳇, 이 몸의 꼴도 우스워졌군. 하지만 좋다. 귀귀족을 치워 버릴 수 있다면야…… 그리고 정말로 강한 건 네 아내였으니까.]

나타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봐. 화롯불의 계시자. 안타깝지만 너는 여기서 죽어야겠다. 그래도 외롭진 않을 거다. 귀귀족의 계약자도 데려다줄 테니까.]

“……뭐?”

쿵- 쿵- 쿵-

진웨이는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왕을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걸어오는 발자국에서 느껴지는 위압감만으로도 그는 온몸이 굳는 기분이었다.

“저, 저리 꺼져!!!”

진웨이는 뒷걸음질 쳤다.

퍼억---!!

하지만 찰나의 순간 마왕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마왕의 주먹이 진웨이의 복부를 찌르자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이랬어야 했는데 말이지.]

마왕은 소민을 힐끔 보고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헉…… 허헉…….”

마치 천식 환자처럼 마왕의 일격을 맞은 진웨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이면 되나.]

“그래.”

마왕은 남궁의 대답에 쓰러져 있는 진웨이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싱거운 결말이었다.

“빌어먹을…….”

연금술의 부작용으로 진웨이의 내장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마왕의 일격에 온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이었고 팔 하나 들 힘도 그에게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화아아악---!!

그때였다.

차가운 한기를 뿜어내는 구름이 연푸른 벽이 되어 마왕을 밀어 냈다.

[호오…….]

진웨이를 잡았던 팔에 날카로운 가시들이 박혀 있었고 마왕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뽑아내며 웃었다.

[찾는 수고를 덜었군.]

마왕은 한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에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며 주위를 훑었다.

[제 발로 찾아오다니 말이지.]

부우우웅--!!!

그 순간 마왕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한기로 만들어진 벽이 단순에 부서지고 그 뒤에 있던 다에시의 목을 낚아챘다.

쾅! 쾅! 콰아아앙!!

그가 다에시를 이리저리 내던지며 지면에 처박았다. 충격에 팔과 다리의 뼈가 부러지며 살점을 뚫고 튀어 나왔다.

순식간에 구겨진 다에시의 몸을 마왕이 집어 던졌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이 진웨이의 옆에 떨어졌다. 팔다리가 괴상하게 꺾인 다에시의 시체를 보자 진웨이는 전의를 잃고 주저앉고 말았다.

“놈은 분신을 쓴다. 저건 껍데기에 불과해.”

[안다. 하지만 가지를 치다 보면 결국 뿌리까지 자를 수 있는 법. 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잡는다.]

콰직……!!

마왕이 다에시의 시체를 즈려밟자 그의 몸이 풍선처럼 터졌다.

터진 시체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마왕은 흩어지는 연기를 가볍게 손으로 쓸었다.

그러고는 마치 냄새를 맡듯 손끝을 코에 가져가 킁킁거렸다.

[클클, 좋다. 좋아. 그리 멀지 않구나.]

냄새를 맡은 마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할 수 있겠지?”

[물론.]

“늦지 않게 다녀와. 빨리 처리한다면 더 재밌는 걸 볼 수 있을 테니까.”

[재밌는 거?]

마왕의 물음에 남궁은 쓰러져 있는 진웨이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큭?”

인상을 찡그리며 진웨이가 그를 바라봤다.

“죽…… 여. 어차피 너희도 끝이야. 퍼진 독구름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거니까. 크큭…….”

하지만 그의 말에 남궁은 냉소를 지었다.

“내가 널 왜 죽여?”

“……뭐?”

“지금부터 재밌는 걸 할 건데. 너도 봐야지.”

남궁이 뒤를 바라보며 고갯짓을 했다.

“……??”

그러자 그의 뒤로 박효주가 걸어 왔다.

“이, 이거 놔!!!”

그녀의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

그 순간 진웨이의 얼굴이 경악과 함께 일그러졌다.

“어, 어떻게…….”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궁을 바라봤다.

결박된 채로 박효주에게로 끌려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에이라 미쉘이었다.

“어때, 재밌지?”

씨익-

남궁은 그를 향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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