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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194/270)

194화

쿠웅……!!

[드래곤이 쓰러졌다!! 놈의 몸 안에 용핵을 꺼내라!! 그것으로 호수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나가 여왕은 쓰러진 옅은 숨을 토해내는 엘더 드래곤의 위에 서서 소리쳤다.

와아아아아---!!!

나가 전사들은 그녀의 말에 무기를 들어 올리며 환호를 터뜨렸다.

[반격의 시작이다!! 호수의 힘으로 놈들을 쓸어버려라!!!]

푹! 푸푹!!!

셀 수 없이 많은 칼날들이 드래곤의 몸을 후벼 팠다. 힘을 잃은 비늘은 우수수 떨어졌고, 거대한 배를 가르자 그 안에 반짝이는 보옥이 있었다.

“드래곤 하트를 호수에 빠뜨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지 않나?”

[누구냐!!]

남궁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가 일족의 전사들이 황급히 무기를 들었다.

[크릉…….]

유유히 수면 위를 걸어 거대한 산양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놀랍게도 그가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네놈…… 사신을 깨우다니 카니발을 망가뜨릴 작정이냐.]

“내가 깨운 건 사신이 아냐. 호수 속에 잠들어 있던 엘프들의 원혼이지. 그들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 사신이 되었을 뿐이다.”

남궁은 나트리엘에서 내려 나가 여왕을 바라봤다.

“복수를 하겠다는 자를 내가 말릴 필요 없잖아. 그 대상이 같다면 더더욱.”

[사신은 죽음과 함께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있는 한 결코 생(生)은 없어. 네놈 때문에 결국 카니발의 수많은 참가자들도 죽게 될 거다.]

“걱정 마라. 그들보다 더 죽음에 가까운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죽음에 닿지 않게 할 것이다.”

나가 여왕은 남궁의 말에 차갑게 웃었다.

[고작 인간 하나가?]

“고작 인간 하나가 아니지.”

저벅- 저벅-

남궁은 드래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나가 여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하는 거다.”

콰아아앙---!!

그의 주위에 있던 나가 일족의 전사들이 일제히 튕겨 나갔다.

[놈을 막아!! 어서 용핵을 적출해라!!!]

남궁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여왕은 황급히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우우우우-!!!]

하지만 그 순간, 나트리엘이 고개를 치켜세우더니 포효를 내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앙!!!

커다란 산양의 뿔이 드래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들이받았다.

[컥……!!!]

[크아아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병사들이 나트리엘의 공격에 나가떨어졌다.

[우우우우……!!!]

나트리엘이 다시 한번 포효를 지르자 그의 발아래에서 줄기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덩굴이 쓰러진 병사들을 휘감았다.

[공격하라!!]

후방에 있던 일족의 마법사들이 룬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쿠그그그…….

상공에서 먹구름이 피어나자 순식간에 나트리엘의 머리 위로 수십 다발의 낙뢰가 떨어졌다.

쾅! 쾅!!! 콰가가강!!!

“……!!”

남궁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한 마법사들의 마법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호수의 효과를 받아 강해진 건 전사들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푸우-]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수십 다발의 낙뢰가 떨어진 자리에서 나트리엘이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저으며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나가 일족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나트리엘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영혼 병사가 되기 전에 녀석은 원시성령이었다. 계를 창조하던 힘을 가진 존재에게 원소 마법이라니…… 너희가 생각해도 바보 같지 않나?”

[크윽…….]

나트리엘의 주위에 자라난 덩굴들이 마치 뱀처럼 몸을 일으켜 마법사들을 경계했다.

“다시 한 번 마법을 쓰면 그땐 덩굴들이 너희들의 머리통을 꿰뚫을 거다.”

남궁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마법사들에게 똑똑히 들렸다.

마법사들은 드래곤의 시체를 향해 걸어가는 그를 쉽사리 막지 못했다.

[멍청한 놈들……! 뭘 하는 거야!!]

여왕은 굳어 버린 병사들의 모습에 이를 바득 갈며 자신의 창을 뽑아 들었다.

[그거 내려놔라!!!]

남궁이 드래곤의 시체에서 커다란 용핵을 꺼내는 순간 여왕의 창이 그를 공격했다.

콰지지직……!!

그녀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스파크가 번뜩였다.

[네놈 때문에 팔각전쟁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오히려 너희들에겐 좋은 핑계거리 아닌가?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어차피 졌을 테니까.”

[웃기는 소리!!]

쿵-!!!

나가 여왕이 들고 있던 창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쳤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수십 개의 날카로운 바람 칼날이 만들어졌다.

슈캉-!!!

바람을 가르며 칼날들이 남궁을 노리자 그의 앞에 검은 연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카가가강---!!

영혼 병사들이 나가 여왕의 칼날을 막았다.

그들의 등장에 나가 여왕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흥, 네놈이야말로 말과 행동이 같지 않잖느냐! 팔각전쟁에 나선 주제에 계시자의 힘만 쓰고 있으면서……! 계약자로서 이 전쟁에 참여했다면 계약자의 힘만 써야지!]

멈칫.

그 순간 공격을 튕겨내던 남궁의 팔이 멈추자 덩달아 여왕의 창도 멈춰 섰다.

“그 말…… 진심?”

[뭐, 뭐가?]

“같은 편 뒤통수에 번개를 내리꽂는 작자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 것도 우습군.”

남궁의 말에 여왕의 얼굴이 붉어졌다.

[크아아아아---!!!]

그녀의 창이 다가오는 순간 남궁은 용핵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쩌적…… 쩌저적…….

그의 손에 있던 용핵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 돼!!!!]

여왕의 창이 남궁에게 닿기 바로 직전 파슥! 하는 소리와 함께 용핵이 산산조각 났다.

용핵이 부서지는 순간, 엘더 드래곤이 부르르 몸을 떨며 쓰러졌다.

옅게 남아 있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자 남궁은 기다렸다는 듯 술법을 일으켰다.

▶ 드래곤 하트 속에 담겨 있던 마력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용핵 속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마력이 없는 남궁조차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짙었다.

▶ 마력을 보유하지 않아 드래곤 하트의 마력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 드래곤 하트의 마력이 산화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주위를 가득 채운 마력들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내가 필요한 건 엘더 드래곤의 죽음이었으니까.’

용핵이 남아 있는 한 드래곤은 죽지 않았다.

[우우우우……!!]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흘러내리는 마력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

나트리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

놀랍게도 용핵 속 마력이 그의 울음에 반응한 듯 사라지던 가루들이 다시 한 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원시성령의 힘으로 마력이 치환됩니다.

▶ 마력 → 원시력

▶ 원시력이 당신의 혈맥과 반응합니다.

▶ 원시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흡수하시겠습니까?

남궁은 몽글몽글한 거품처럼 변한 마력의 가루들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능력도 있었나.”

[크릉-]

나트리엘이 그의 손등을 가볍게 핥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 원시력이 혈맥술 - 강(强)의 효과로 신체를 변형시킵니다.

▶ 가장 고귀한 자연력의 힘을 깨우쳤습니다.

▶ 혈맥술이 한 단계 진화합니다.

거품들이 그의 몸 안에 밀려들자 쏟아지는 알림과 함께 전신의 혈맥들이 확장되며 그 안으로 새로운 힘이 밀려드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힘은 결코 거칠지 않았다.

엘더 리치의 영석을 사용했을 때는 느꼈던 파도 같은 힘이 아닌, 전신을 아우르는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온기는 남궁의 혈맥을 더욱더 확장시켰다.

▶ 혈맥술 - 유(柔)를 깨우쳤습니다.

▶ 이형(異形)의 힘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사령술(중상급) → (상급)

▶ 보유한 사령술의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남궁의 양팔에 자줏빛의 빛이 번뜩였다.

▶ 영혼의 눈이 Lv 10(최대)가 되었습니다.

▶ 영혼 흡수가 Lv 10(최대)가 되었습니다.

▶ 영혼 사역이 Lv 10(최대)가 되었습니다.

▶ 최대치에 도달한 능력들은 삼독문에서 등급 진화가 가능합니다.

‘……등급 진화?’

전생에 그는 상급 사령술까지 도달한 적이 있었지만 3개의 능력들을 최대치까지 끌어 올리진 못했다.

그러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저 용을 사역하러 온 것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봤군.”

남궁은 나트리엘의 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운이 좋았어.”

만약 호수 아래 엘프들을 먼저 만나지 않았더라면 용핵의 마력은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 이게 무슨…….]

마법의 정통한 나가 여왕은 남궁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위험해.’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자신의 이마에 박혀 있는 3개의 구슬을 깨뜨렸다.

[여, 여왕님……!!]

그녀의 행동에 일족들은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 격노의 구슬이 부서졌습니다.

▶ 나가 일족의 모든 병사들의 신체능력이 증가합니다.

▶ 나가 일족의 모든 병사들의 비늘이 강화되어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을 잡아야 한다!]

여왕의 이마에 박혀 있던 구슬을 사용한다는 건, 그녀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과 같았다.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한 수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모두 공격하라!!!!]

그녀의 희생 덕분일까.

나가 일족의 병사들이 남궁을 향해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퍽-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기롭게 그에게 달려들던 전사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

“등급 진화라…… 당장에라도 삼독문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지만 마무리 지을 건 마무리 짓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야겠지.”

[어, 어떻게…… 격노의 구슬로 비늘이 강화된 상태일 텐데?]

고작 한 명 죽은 것에 불과하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은 병사의 모습에 전사들을 물론이거니와 여왕의 사기마저 단숨에 꺾여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비늘로 감싼다 해도 보이거든. 약점이.”

남궁은 그런 여왕을 향해 말했다.

“네 약점도.”

그는 여왕의 목을 움켜잡더니 손가락을 그녀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웁……?!]

그리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는 어금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자 여왕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약점 포착……? 카니발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 룬을…….]

그녀는 남궁의 한쪽 눈동자가 금빛으로 변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조차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

그 말 말고는 눈앞의 적을 설명할 길이 없을 뿐.

“칭찬으로 듣지.”

남궁은 전의를 상실한 여왕을 뒤로한 채 쓰러져 있는 엘더 드래곤을 향해 손을 들었다.

“답하라.”

그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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