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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201/270)

201화

-대한민국의 강호준 대위가 7번째 마물의 침공을 막았습니다. 그는 현재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이자 세계연합 NEST의 협회원으로서…….

“형님, 보셨습니까? 저기 보셨죠?”

“그래, 그래. 지겹게 봤으니까 이제 묻지 마라.”

“히, 히힛.”

셀러맨더의 시체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 몇 번이나 돌려보며 호준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와……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샐러맨더를 한 방에 보내다니.”

“후후, 이 몸의 주먹 앞에 그 정도 도마뱀 따위야. 딱 느낌이 왔지. 녀석의 정수리에 파팍!! 골로 보낼 수 있겠다 말이야!”

경인의 말에 호준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남궁 씨에게 혼날까 봐서 그런 거예요.”

“쉬, 쉿!!!”

“혼나요? 왜요?”

“그게 말이죠. 남궁 씨가…… 웁웁!!”

호준히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 막았다.

“야, 성우야! 애들 데리고 훈련장가서 연습이나 해. 놀지 말고.”

“성우 없는데요?”

“……응? 아침부터 어디 갔는데?”

“던전 공략이요.”

경인의 대답에 그곳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던전 공략? 지금 와서? 왜? 연습 던전이라도 다녀오려구?”

“아뇨. 미공략 던전이요. 제가 알기로 태국의 무아이 던전에 간다고 했어요. 처음엔 같이 갈까 싶었는데 성우가 혼자서 다녀오겠다네요.”

“무아이 던전이면…… 전에 태국의 라차프 길드가 도전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박효주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괜찮을까요? 제 기억으론 그 당시 생존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녀석…… 그런 일을 왜 아무런 얘기도 없이 혼자 간 거야? 같이 갔으면 쉽게 공략했을 텐데. 그리고 경인이, 너라도 얘기했어야지.”

“그래서 일부러 얘기 안 한 거다. 혼자서 공략해 보고 싶다고 하더군.”

모두의 시선이 남궁에게 쏠렸다.

“형님은 성우가 던전에 간 거 알고 계셨어요?”

“응, 새벽에 내게 찾아왔더라.”

그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성우의 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군신화는 다수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잖아요. 괜찮을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무마이 던전을 추천해 준 건 접니다. 라차프 길드에서 던전을 다시 재공략할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명훈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1차 공격대가 전멸하는 바람에 남아 있는 길드원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성우의 군신화 특성을 그들이 원하기도 했고요.”

“중요한 건 성우가 스스로 던전에 가겠다고 정했다는 거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 거다.”

남궁은 사람들을 훑었다.

“문이 닫힐 때마다 던전들이 생성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문을 닫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생성 된 던전을 대부분 공략하지 않고 남겨뒀어.”

하지만 던전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을 통해 소환 된 마물을 상대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진해서 마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는 나와 함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길러왔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분명 한계가 있는 법. 이제는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찾아야 할 거다. 다행이도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그것이 던전을 의미한다는 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문이 닫히고 남은 마물들이 정리되면 앞으로 연합에서도 현지에 남아 있는 던전들을 공략하려 합니다.”

“던전은 기회다. 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있을 카니발의 보스를 상대하는 데 있어 생존 확률을 높여줄 테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알겠습니다. 저희 모두 던전 공략에 도전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너희가 이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강해지고 싶은 욕심도 좋고,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의지도 좋다. 뭐든 상관없으니…… 우리 세계에서 마물을 몰아내는 거야.”

남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감을 가져라. 너희는 누구보다 강하다.”

“명심하겠습니다.”

“……뭐지. 나는 그냥 자랑하러 온 건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네.”

그가 떠난 뒤 호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상하긴. 놀지 말라는 뜻이잖아. 덕수 아저씨 공방으로 가자. 후아석으로 만든 검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

명훈은 피식 웃으며 호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이참에 나도 국내에 아직 남아 있는 던전들을 정리해야겠어. 적어도 우리나라만큼은 마물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야지.”

성우의 행동은 그저 던전에 도전하는 것뿐이었지만, 남궁은 그것을 이용해 사람들의 전의에 불을 지폈다.

‘하여간 정말 사람 다루는 데 능숙하다니까.’

박효주는 못 당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했다. 우습게도 자신 역시 참악부대를 데리고 던전을 공략하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디 가십니까?”

그녀는 방을 나선 남궁을 따랐다.

“소민이를 보러.”

“하긴, 소민이가 많이 기다렸어요. 아빠를 보면 좋아하겠네요. 지금 창호 군과 같이 있어요.”

“좋아하면 좋겠는데…… 아마 좀 시끄러울 거야.”

“부녀 사이가 다 그렇죠. 그래도 부러운데요?”

박효주는 처음 남궁을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 아버지의 야심에 대한 일침을 받았을 때는 놀랐지만, 그의 경고가 오히려 지금은 득이 되었으니까.

“저는 아버지와 대화도 잘 하지 않는걸요.”

남궁의 개입으로 인해 서재욱이 살 수 있게 되었고, 정부는 빠른 속도로 제 기능을 찾았다.

덕분에 전생처럼 그녀의 아버지인 국방부 장관 박대호가 군 병력을 함부로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권력은 언제라도 가질 수 있어. 나는 야삼가를 싫어하진 않아. 다만 지금은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라는 것뿐이지.”

남궁은 참악부대를 통해 그녀가 박대호의 월권 행위를 경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 의무를 다하면 평화의 시대가 왔을 때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수도 있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부녀도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싸우지 않겠네요.”

박효주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그 정도 싸우는 거야 일도 아니지.”

“……네?”

“어쩌면 우리 딸은 날 죽이려 들지도 모르겠는걸.”

“에이, 농담도.”

그녀는 남궁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저었다.

“……진짜요?”

하지만 웃음기 없는 그의 모습에서 박효주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응.”

그리고 그 이유를, 그녀는 곧 알 수 있었다.

* * *

“아빠!! 미쳤어?!!”

콰아아아아앙---!!!!

날카로운 붉은 번개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남궁은 그녀의 뇌화를 피하면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말없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서, 돌아오더니 요정족을 섬멸 할 거라고?!”

“소민아. 너도 대리자 일족의 계약자이니 알 거야. 그들이 팔각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걸.”

그녀의 번개는 매서웠지만 정직했다.

안타깝게도 기교가 없는 공격에 당할 만큼 남궁은 약하지 않았다.

“호수에서 노움 일족과 귀귀족을 제외한 나머지 일족들이 전투를 벌였어.”

그는 자신을 향해 내리치는 딸의 번개를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

“비룡, 해인, 그리고 나가 일족은 패배를 인정했고 자신들의 보고를 내어놨고.”

“그래서? 요정들도 그렇게 하라는 뜻이야? 아빠, 패배를 인정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알지. 수장의 목을 내어놓는 것.”

콰즈즈즉……!!

번개를 피하던 남궁의 발이 멈추자, 그의 머리 위로 정확히 번개가 내리 꽂혔다.

“아빠!!”

그 광경에 정작 공격을 한 소민이 더 놀란 듯 남궁을 불렀다.

“아직 노움과 귀귀족이 남아 있지만, 전쟁의 의지가 없는 노움이나 계약자를 잃고 내 힘을 두려워하는 귀귀족은 경쟁 상대가 되지 않겠지.”

하지만 놀랍게도 머리 위로 떨어진 번개는 남궁에게 닿기도 전에 충격으로 부서졌다.

“그럼에도 전쟁은 끝내야 한다.”

산화되듯 가루가 되어 날리는 불꽃의 번개 가루 속에서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여왕님은 나한테 이런 얘기를 안 한 거지? 나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몰랐어.”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산산이 부서지는 뇌화를 보며 소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요정족에겐 팔각전쟁의 우승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니까. 그들에게 호수를 돌려주었다.”

남궁은 고개를 떨구는 딸의 머리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

“소민아. 팔각전쟁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일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그들은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린 거지.”

그는 울먹이는 딸을 가볍게 안았다.

“힘들겠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너를 그들의 계약자로 만든 것이 널 괴롭히려는 것이 아님을 잘 알 거야.”

꽈악-

소민은 그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너무 슬퍼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의 아버지께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그때였다.

훈련장에서 들려오는 페어리 퀸의 목소리에 소민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나가 일족에게 빼앗긴 영혼샘을 돌려받은 덕분에 저희 요정족은 원래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여왕님…….”

-소민 양께서 카니발을 무사히 끝낼 때까지 제가 없더라도 요정들은 당신을 도울 겁니다.

페어리 퀸과 요정들은 남궁에게 허리를 숙였다.

“자, 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왕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뇨!!”

소민은 그녀를 향해 울먹였다.

-카니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넬랴에게 모두 일러두었습니다.

“……가지 마세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할 겁니다. 제 영혼이 당신의 곁에 언제나 머물러 있을 테니까요.

여왕은 그런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꼭 소민에게 말을 했어야 하나요? 아이에겐 이별도 슬픈데 이건…….”

“살면서 알아야 할 일은 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소민이를 요정족의 계약자로 만들지 말았어야죠.”

박효주는 원망스러운 듯 남궁을 쏘아보며 말했다.

“세계수의 지팡이.”

“……네?”

“그건 덴 하울도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냐.”

남궁은 말했다.

“하지만 소민이는 사용할 수 있다. 그 지팡이가 있다면 카니발의 문 몇 개를 수월하게 닫을 수 있어.”

“설마…… 카니발 때문에 딸을 계약자로 만들었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런 잔인한…….”

“잔인해? 이건 잔인한 게 아냐.”

그는 박효주를 바라봤다.

“내 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단호한 그의 대답과 달리 박효주는 그의 말이 이유가 될 수 없다 여겼다.

“글쎄요. 소민이가 아빠가 없을 때 누구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는지 모르시죠? 페어리 퀸이에요. 아이에게서 그녀를 빼앗아 가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이에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다른 방법이 있겠죠?”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군. 아무리 나라도 언제나 입맛에 맞는 답을 구해다 줄 순 없어.”

남궁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우…… 정말.”

박효주는 어쩔 줄 몰라 그와 소민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끝내 소민에게 달려가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저벅- 저벅-

훈련장을 나온 남궁은 복도를 걸었다.

[이야, 연기 잘하시네요.]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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