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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40화 (240/270)

240화

[크르르르…….]

전신에 붕대를 휘감고 양팔에 박도를 쥐고 있는 마물은 31번째 문의 보스인 슬레이브였다.

인간형의 마물인 녀석은 엄청난 속도로 결계 주위에 있던 마법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마법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대기하고 있던 비월의 살수들이 일제히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앙―!!

[크륵?]

가츠마타의 검을 막은 슬레이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씨익―

붕대 안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입이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콰직―!!

“……큭!!!”

슬레이브가 이빨로 가츠마타의 목덜미를 물었다. 황급히 뒤로 피했으나 그의 쇄골 위 살점이 움푹 뜯겨 나갔다.

“단장님!!!”

살수들이 그 광경에 소리치며 황급히 놈을 막아섰다.

“오지 마! 대피가 우선이다!”

가츠마타는 부상당한 마법사들을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치이이익……!!

그는 뜯겨 나간 살 위로 포션을 들이부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솨아악―――!!

그 순간 그의 옆을 스치며 빛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카앙!!!

슬레이브가 두 개의 박도를 교차해 얼굴을 가리며 화살을 막았다.

날카로운 충격음과 함께 녀석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크륵……?]

생각지 못한 공격에 녀석이 경계를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타앙―!!

녀석의 이마에 정확히 탄환이 꽂혔다.

▶ 칭호 : 마안 사냥꾼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한 번 더.”

결계 주위를 선회하던 헬기 위에 있던 김창환이 총을 겨누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카아앙―――!!

그러자 다시 한 번 화살이 쓰러져 있는 슬레이브를 향해 날아들었다.

경인의 비전신궁에서 쏘아진 화살이었다.

▶ 육시(六視)의 은총 중 하나를 얻습니다.

창환의 머리 위로 6개의 탄환이 든 룰렛이 다시 나타났다.

촤르르륵……!!

빠르게 돌아가던 룰렛이 멈추자 그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쯧, 절멸탄이 나오면 딱인데.”

▶ 연쇄탄(連鎖彈)을 획득하였습니다.

철컥―!

그는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투투투퉁……!!

그가 쓰러진 슬레이브를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쏟아지는 탄환에도 불구하고 슬레이브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슴에 박힌 두 번째 비전신궁의 화살를 뽑으며 녀석이 창환이 있는 헬기를 바라봤다.

부우웅……!!!

녀석이 들고 있던 박도를 있는 힘껏 던졌다.

콰앙!!

박도가 순식간에 헬기의 프로펠러에 박혔고, 그가 타고 있던 헬기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안 돼!”

경인이 그 광경을 보고는 소리쳤다.

“너무 걱정 마. 추락 지점에 길드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주사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컨트롤러를 조종하며 경인에게 말했다.

그런 그의 태도가 경인은 못내 아쉬웠지만 사실 추락하고 있는 건 창환의 헬기만이 아니었다.

-좌표 A0-2122-D377! 19번째 보스 확인!

-좌표 DD0-287-G99! 21번째 보스 확인!

-좌표 CV7-520-KK74! 29번째 보스 확인!

그리고 상대해야 할 마물 역시 슬레이브 하나가 아니었다.

“룬 아머 최대 출력으로.”

곳곳에서 들려오는 정찰병의 보고 알림에 주사인은 낮게 숨을 토해 내며 컨트롤러를 작동시켰다.

우우우웅……!!

결계 주위에 박혀 있던 장치 속 룬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촤자자자작……!!

피뢰침처럼 생긴 기다란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룬의 파장이 상공에 생성된 지옥문의 눈들을 향해 쏟아졌다.

콰직……! 콰지지직……!!

문을 형성하고 있는 눈동자들이 룬 아머의 공격에 괴로운 듯 비틀거렸다.

“지옥문 안의 보스들은 회차를 거듭해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현재 생성된 문의 개수는 27개야. 30번이 넘는 문까지 소환되었단 말이지.”

타닥― 타다닥―!!

주사인은 컨트롤러에 부착되어 있는 키보드를 빠르게 두들겼다.

“저 슬레이브를 봐. 30번대 초반의 보스인데 너와 창환의 저격에도 아무런 대미지를 주지 못했어.”

경인은 그의 말에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흑룡에게 직격타를 입힌 네 실력은 결코 약한 게 아냐. 그런데도 이 정도라면 나머지 마물들은 말 할 것도 없지.”

“그럼 어떻게 하죠?”

“문의 보스의 난이도가 올라가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주사인은 쓰고 있던 고글을 벗으며 상공을 바라봤다.

“저 눈. 문을 유지하는 저 눈은 항상 똑같아.”

“아……!”

“일반적으로는 보스를 잡아야 문이 닫히는 것이지만, 만약 반대로 문이 먼저 닫히게 된다면?”

[차원의 연결이 끊어지기 때문에 문의 보스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된다.]

“……!!”

경인은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일대에 그 목소리만큼이나 차가운 냉기가 휘몰아쳤다.

눈꽃의 여왕이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문에 대해서 연구를 했지.”

“그게 저 룬 아머로군요.”

“맞아.”

[인간의 과학은 흥미롭더군. 무기체에 가까운 문의 눈동자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결국 알아내다니 말이야.]

“무기체가 아니라 무기체에 가까운 것이니까.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어.”

우우우웅……!

룬 아머에 장착되어 있는 룬들이 더욱더 빛나기 시작했다.

“뭐, 설령 실체가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부숴야 한다면 부수는 게 내 일이지만.”

[케에에에엑……!!]

놀랍게도 비명을 지르던 눈동자들이 룬 아머의 공격에 힘을 잃고 지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륵……?]

눈동자가 바닥에 떨어지자 문의 보스들 역시 충격을 받은 듯 순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흐아아압!!”

가츠마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슬레이브를 향해 검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타격을 준비한들 눈을 완벽하게 소멸시킬 순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무력화해 보스의 힘을 최대한 약화시키는 것.”

꿀꺽―

천하의 주사인조차 긴장되는 듯,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는 너희가 마무리해야 해.”

위상의 모든 혜택이 적용되고 있고 해와 달의 관망자의 성도들과 성우의 군신화까지.

부족한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끝냈다.

“명심하겠습니다.”

경인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활을 고쳐 잡았다.

[나는 나머지 30번대의 보스들을 상대하지. 한 위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내 힘으로 그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부탁하죠.”

[최선을 다하마. 이곳은 나의 아이가 있는 세계이기도 하니까.]

눈꽃의 여왕이 옷깃을 흩날리며 하늘로 날아오르자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전장에 차가운 눈송이가 내렸다.

“덴 하울은?”

“아직 죽지 않았어요. 결계 안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가츠마타가 고전하고 있어서 그를 구출하는 게 쉽진 않겠군…….”

가츠마타를 포함하여 마법 부대의 마법사들을 모두 대피시킨 비월의 살수들이 모두 슬레이브와 함께 난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마물은 쉽사리 힘이 꺾이지 않았다.

“제가 가겠습니다.”

니나가와 에리카는 들고 있던 수정구를 품 안에 넣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얇은 세검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결계 안에는 아직 나오지 않은 보스들이 잔뜩 있어. 아무리 계시자라고해도 전투 요원도 아닌 그쪽이 가는 건 자살 행위야.”

“그럼 누가 가죠? 계시자도 아닌 당신이 갈 겁니까? 덴 하울을 살리겠다고 하셨잖아요. 현재 모든 전력이 마물과 싸우고 있어요. 남아 있는 전 저뿐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비전투요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계시자입니다. 싸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사박― 사박―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가벼웠다.

“저 역시 계시자. 싸우기 위해 위상에게 선택을 받은 자입니다.”

파앗―!

순간 주사인의 시야에서 에리카의 모습이 사라졌다.

“……!!”

어느새 수백 미터를 도약한 그녀는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사이를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선택받은 자라…….”

주사인은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컨트롤러를 잡았다.

“결국 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건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전장(戰場)을 주시했다.

* * *

“다들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남아 있는 능력자들을 모두 집결시켜 두었습니다. 만에 하나 사이판을 벗어나는 보스가 있다면 그들은 남아 있는 전력으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솔직히 말해서 빠져나온 보스들을 저희가 처리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세계협회에 주둔하고 있는 전력조차 승리를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여 싸우지 않을 것입니까.”

-……네?

모니터 속 각국의 정상들의 말에 총리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총리의 말에 모니터 속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영웅이지요. 그가 이 위기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그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언제 온단 말입니까?

-그 전에 세계가 멸망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결국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정부여서는 안 됩니다.”

총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겠습니까.

모니터 속 정상들은 총리의 말에 난색을 표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보호 받을 자격도 없는 것이지요.”

총리는 벽에 세워 둔 창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쿠웅―!!

묵직한 창의 무게가 바닥에 닿자 쩌저적 하며 금이 갔다.

“그러기 위해 지금껏 힘을 기르지 않으셨습니까.”

-…….

“회담을 연 이유는 여러분들께 이것을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숨는 것을 뭐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행동이 시민들에게 정부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것임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철컥―.

순간 홀의 문이 열렸다.

“우리가 싸운다 한들 이 전쟁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분명 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지만…….”

전투복을 입은 부대원들이 총리를 향해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그럼에도 무기를 들 때입니다.”

총리는 그 말을 끝으로 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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