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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41화 (241/270)

241화

“흐아아아!!”

마물의 포효와 같은 장길수의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크륵……! 크르르륵……!!]

그는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마물의 척추를 그대로 부러뜨렸다.

[케에에엑!!]

괴상한 비명 소리와 함께 사자의 머리와 전갈의 꼬리를 한 마물의 뼈가 그대로 살점을 뚫고 튀어나왔다.

우드득―!!!

그가 마물의 목을 비틀어 그대로 잡아 뽑자 머리를 따라 척추 뼈가 그대로 주르륵 튀어나왔다.

우적, 우적……!!

장길수는 거리낌 없이 키메라의 머리를 씹어 녀석의 살점을 삼켰다.

▶ 폭식 발동!

▶ 동물형 마물을 사냥 시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 흡수한 마물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키메라의 특성 : 재생 사용!!

[크르…… 크크르…….]

그의 전신에 난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물었고,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오히려 마물들이 겁을 먹은 듯 뒤로 물러섰다.

“파티로구나, 파티야!! 모조리 먹어 치워주마!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다음은 누구냐, 쳐 오기도 아주 골고루 쳐 왔구나!”

장길수는 들고 있던 키메라의 머리를 집어 던지며 주위의 마물들을 향해 소리쳤다.

“바리게이트를 쳐라!!”

우우우웅―――!! 철컥―!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성동구 일대를 봉쇄하는 거대한 장벽이 지면에서 튀어나와 하나둘 세워지기 시작했다.

일전에 포항전에서 사용되었던 방벽보다도 더 높고 견고한 것이었다.

이지스 실드(Aegis Shield).

만덕수와 진수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다.

치직……! 치지지직……!!

장벽의 곳곳에는 사이판에서 봤던 룬 아머와 비슷한 장치들이 세워져 있었다.

[키에에에엑……!!]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격이 상공을 날고 있던 마물들을 지지기 시작했다.

“공격하라!!!”

소나기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와이번과 가고일들의 시체 속에서 장길수와 협회인들이 마물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장벽이 생성된 곳은 비단 그가 있는 성동구만이 아니었다.

구로구, 송파구를 포함하여 서울 시내에 만들어진 3개의 주요 거점 모두가 마물 사냥을 대비한 곳이었다.

-성동구 축산 연합이 바리게이트를 가동하였습니다!! 확인된 마물의 수는 모두 500여 마리!!

-연합의 지원군이 현재 성동구로 향하고 있습니다.

-진수혁의 자동화 부대가 송파구를 지원 중입니다. 올림픽 공원에 세워진 터렛이 모두 가동 중입니다!

-송파구의 마물의 공세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구로구는?”

“현재 가장 많은 군병력이 구로구에 포진되어 있습니다만 저희들이 가진 화기로는 소환된 마물을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 길드의 능력자이 모두 배치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열세로 보입니다.”

“가야 할 장소는 확실히 정해졌군.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보고를 받은 서재욱 총리는 거침없이 차를 몰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사, 살살 좀 모십시오! 보기보다 운전이 거치십니다그려.”

“그런가?”

차 안엔 총리 혼자가 아니었다.

그가 직접 핸들을 잡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인물은 더 의외였다.

“실전은 오랜만이지 않은가? 너무 걱정 말게.”

“……저도 군인입니다. 아무리 오랜만이라도 짐이 되진 않을 겁니다.”

총리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솔직히 의외였네. 자네가 함께 가겠다고 했을 때 말일세. 우리가 가는 곳은 서울 내에서 가장 위험한 곳인데 말이야.”

“딸애가 싸우고 있는데 아비가 돼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총리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말투와 달리 상기된 얼굴은 그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옆에 타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국방부 장관 박대호였다.

“내 자리에 욕심이 있던 게 아닌가?”

달리는 차 안에서 총리가 넌지시 물었다.

“하, 제가요? 누가 그럽니까? 효주가 그러던가요? 제가 정권에 욕심이 있다고 말입니다.”

박대호는 그의 말에 입술을 씰룩였다.

“그래서 참악 부대로 저를 감시하셨던 겁니까. 제가 월권행위라도 할까 싶어서 말입니다.”

“세상이 흉흉하니까. 내실을 다졌던 것뿐일세.”

남궁은 미래를 알고 있었고 박효주도 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굳이 총리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고하진 않았다.

하지만 총리 역시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박대호의 움직임을 주시해 왔었다.

“권력이 욕심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지금 세상을 보십시오. 그야말로 힘의 세상이지 않습니까. 남궁 그 작자가 사실 저희 편이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다른 마음을 먹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진 아무도 모르지요.”

박대호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만에 하나 총리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는 쿠테타도 서슴없이 했을 겁니다.”

“좋은 자세로군.”

“……네?”

“나를 제낄 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잖은가. 그 정도 자신감이면 믿고 싸워도 되겠어. 뱃살은 좀 빠졌나 모르겠구만.”

“그, 그건…….”

박대호는 웃으며 말하는 총리의 모습에 도리어 당황한 듯 그를 바라봤다.

콰아아아앙―――!

쿠그그그……!!

여기저기 들려오는 폭격과 폭음 소리에 당황해하던 박대호의 표정이 달라졌다.

“제 마음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총리께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저는 언제든 그 자리를 노릴 겁니다.”

“쿠테타를 멋들어지게 포장하지 말게.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내가 자넬 가만 두지 않을걸세.”

“쳇…… 그러니 제대로 하십시오.”

“자네야말로.”

짜악―!!

순간 총리가 박대호의 등을 가볍게 때렸다.

“어디 한번 보여주게.”

끼이이익―――!!

그가 핸들을 꺾으며 차를 멈췄다.

“군인답게.”

[끼에에에엑―――!!!!]

[크르르――!!!]

멈춰 선 그들 앞에 세워진 거대한 성벽과도 같은 바리게이트 위를 가득 채운 마물들이 보였다.

▶ 야심가 발동!

▶ 모든 신체 능력이 1.5배 상승합니다.

▶ 자신에게 적대심을 가진 존재에게 특성이 발동되는 동안 2배의 대미지를 줍니다.

“지켜보십쇼.”

박대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마물 떼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이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했다.

* * *

‘지독한 냄새…….’

결계 안으로 들어온 나니가와 에리카는 코를 찌르는 독기에 자신도 모르게 소매로 입을 가렸다.

▶ 흑묘를 소환합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부채를 가볍게 흔들자 그녀의 발아래 검은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흩어져서 찾아줘.”

고양이들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위험! 위험!]

그녀의 어깨 위에 있던 소환수, 오색앵무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소리쳤다.

탁―

그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콰아아앙―――!!

그녀의 앞에 떨어지는 거대한 송곳 기둥.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갔다가는 기둥이 그녀의 몸을 짓이겼을지도 모른다.

“…….”

놀람도 잠시 에리카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몸을 옆으로 날렸다.

쾅―! 쾅―! 쾅―!!!

그녀가 있었던 자리마다 거대한 송곳이 바닥을 때렸다.

[인간이다……! 인간……!]

[갈기갈기 찢어서 먹어 치우겠어! 그 마법사 놈처럼 말이야!!]

[크크…… 과연 무슨 맛일까?!]

사방에서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가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굴곡의 계선(戒線)이여, 나를 지켜라.”

그녀가 검을 흔들자 경계선이 갈라지며 그녀를 보호하는 얇은 막이 생성되었다.

“월하의 빛무리여, 여명을 밝혀라.”

반딧불처럼 작은 수십 개의 빛의 구들이 빛을 뿜어내자 어두운 결계 안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

그 순간 한없이 침착할 것 같았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적― 우적―

뭔가를 씹는 소리가 들렸고,

[뮤으…….]

조금 전 흩어졌던 흑묘들이 마물의 입속에서 옅은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꿀꺽―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마물들을 보며 에리카는 마른침을 삼켰다.

[맛있게 보이는구나. 너는 내가 먹겠다.]

자신보다 3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체구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 시커먼 몸과 달리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이 이질적인 새하얀 얼굴.

얼굴은 표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문신과 문양이 난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괴물이었지만 에리카는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악귀왕.”

[과연, 안갯속 길잡이가 뽑은 계시자인가?]

“복마주력伏魔呪力)!! 부정한 온갖 것들을 뿌리째 뽑아라!!”

그녀가 검을 들어 마물을 향해 그었다.

들고 있던 세검의 주위로 3장의 부적이 나타나더니 황금빛의 불꽃과 함께 악귀왕을 향해 날아갔다.

[성급하군.]

치이이익……!!!

맹렬한 속도로 날아든 부적들이 악귀왕의 몸에 닿자 마치 인두로 지진 것처럼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놈의 몸을 파고들었다.

[이게 뭐지? 악귀와 상극이라 할 수 있는 복마술의 위력이 한낱 촛불의 불길처럼 약하다니…….]

펑―!!

놈이 힘을 주자 부적들의 불길이 힘없이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너희들은 위상들에게 고약하게 찍힌 모양이구나. 아직 10번째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나를 만나게 되었다니 말이야.]

“글쎄. 그만큼 우리가 대단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

찌익―

에리카는 거추장스러운 듯 소매를 찢어버리고서 그것을 자신의 검에 감으며 말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 오랜만에 나선 축제인데 쉽게 죽어서는 재미없지!!]

콰아아앙―――!!!

악귀왕의 거대한 주먹이 에리카를 노렸다.

“지주주력(蜘蛛呪力)! 내 앞의 적을 붙잡아라!!”

검에 감았던 찢은 소매가 마치 거미줄처럼 흩어지며 악귀왕의 팔과 다리를 움켜잡았다.

찌직……! 퍽……!!

하지만 1초도 버티지 못하고 그녀의 천은 허무하게 끊어지고 말았다.

[크하하하하!! 약하구나! 약해!!!]

악귀왕이 점차 속도를 올리며 성큼성큼 에리카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죽어라! 죽어!! 너를 시작으로 온갖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순간 에리카의 손이 멈췄다.

마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것처럼 어떤 술법을 써야 놈을 막을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카카카!! 약해 빠진 것아!!!]

악귀왕의 거대한 주먹이 에리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아아왕――!!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커먼 먼지구름이 솟구쳐 올랐다.

[케케케!! 사지가 아작 났겠구나! 손가락 하나는 제게 주십시오!! 왕이시여!]

[먹자! 먹어 치우자!]

악귀들은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승리를 확신하는 듯 소리를 지르며 웃기 시작했다.

[크륵…….]

하지만 그 순간, 연기 속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악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 얘네들은 약하지.”

[……!!]

순간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연기가 걷혔다.

“내가 강해서 생긴 거야.”

에리카의 앞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진 악귀왕을 밟고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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