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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54화 (254/270)

254화

브라질리아 수도에 있는 작은 아파트

찰칵―! 찰칵―!!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몰려든 기자들과 시민들을 막고 서 있었고, 수사관들이 시신과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그래도 명색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 중 하나인데 말이야.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건가?”

“결국 그도 사람이니까. 혼자서 살아갈 순 없는 것이겠지.”

“후우…… 씁쓸하구만.”

툭―

그때였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잘려 나가며 바닥에 떨어지자 그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사건 현장에서 담배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 죄, 죄송합니다.”

수사관은 황급히 남아 있던 담배를 주머니 안에 찔러 넣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부터는 저희들이 이곳을 맡을까 합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수사 동의서와 브라질 정부의 허가서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덴 하울은 수사관에게 서류 뭉치를 건네며 말했다.

“크흠…… 알겠습니다. 모두 철수한다!”

서류를 확인하던 수사관은 헛기침을 하며 황급히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덴 하울을 비롯한 그곳에 가득 나타난 무리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팔무성들이…… 모두 다 모일 줄이야. 마지막 몬스터 웨이브 이후로 각자 활동한다고 들었는데.”

“큰 사건이긴 하지 않습니까. 저들도 께름칙한 것이겠죠. 당연히 영웅이라고 추대받으면서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사람들에게 내몰린 동료의 시체나 봐야 하는 신세니까요.”

부하는 입을 가린 채 계단을 내려가는 수사관에게 말했다.

“그들이 카니발을 종결시키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맞지.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희생자들이야.”

카니발의 모든 마물들이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왔을 때, 처음에 사람들은 그들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물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생각이 들자 사람들은 하나둘 다른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미카엘이었다.

“만신전의 일만 생각해도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기 충분하지. 이득을 보려고 사람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잖아.”

“하지만 사건을 일으켰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잖습니까. 그리고 저들은 오히려 시민들을 지키는 쪽이었고요.”

“그럼 미카엘은 뭐 사람들을 지키는 쪽이 아니었나? 자기 위상이 벌인 일을 오히려 막으려다 반병신이 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그를 적으로 만들었잖아.”

“그야…….”

“정부는 그저 먹잇감이 필요했을 뿐인 거야. 시민들은 먹잇감을 물고 뜯는 데 정신 팔려 그들이 벌이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테니까.”

“벌이는 일이요?”

“카니발 이후 무정부 상태가 된 국가들이 많아. 주인 없는 땅이라는 거지. 강대국들이 그런 곳을 평화롭게 놔둘 것 같아? 하나라도 더 먹어 치우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걸.”

수사관은 조금 전 덴의 마법에 잘린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며 말했다.

“카니발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직 파괴된 도시들도 제대로 복구하지 못했는데 벌써 남의 땅을 노린다고요?”

“남의 땅이 아니라니까. 주인 없는 공짜 땅이지. 그리고 위에 놈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입맛이 쓴지 그는 피우던 담배를 대충 던져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전쟁이 없어질까요?”

“인마, 그걸 알면 신이게?”

수사관은 부하의 뒤통수를 때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봐요, 거기! 폴리스 라인 친 거 안 보입니까? 사건 현장이니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팔무성들이 처리한 것인지 건물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관은 텅 빈 골목 가운데 자신을 지나쳐 계단을 오르려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해야 전쟁이 없어지는지 알고 싶으면 내게 물어봐.”

“뭔 뜬금없는 소리야? 당신이 신이라도 돼?”

자신을 돌아보는 남자를 향해 수사관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어.”

“……??”

수사관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대답한 그의 정체를 뒤늦게 깨달았다.

“저, 저 사람……!!”

“맞죠? 팔무성 최강자, 남궁! 자취를 감췄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온 거죠?”

부하도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내가 어떻게 저 사람을 못 알아봤지? ……꼭 다른 사람 같았어.”

수사관이라는 직업상 그는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남궁과 같은 유명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데 그는 남궁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굴이 변한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외형적인 변화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신…….”

수사관은 농담이라고 치부할 그 말이 어쩐지 자꾸만 입에 맴돌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어쩐지 그가 한 말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남궁을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니까.

꿀꺽―

수사관은 자신도 모르게 남궁이 올라간 계단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뭔가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질 것 같군…….”

쿠그그그…….

화창했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 * *

“주위의 흔적으로 봐서는 자살입니다.”

“확실해?”

“이래봬도 살수 집단을 꾸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취향은 아니지만 죽이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요.”

니나가와 에리카는 미카엘의 머리에 천을 다시 덮어주며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아? 미카엘이 자살이라니…… 그런 짓을 할 성격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우리들이 잘 알잖아.”

록산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요.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세상에 부서지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정말 자살이라면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카니발이 끝난 뒤 그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으니까요.”

“애도 아니고 보호할 게 뭐가 있어? 우리 모두 같은 상황이었는데.”

“같은 상황은 아니죠. 게다가 어쩌면 카니발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이길 수 없는 자들에게 당하고 있었으니까요.”

“하긴…… 대중을 이길 순 없지. 보잘것없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존재니까.”

쾅―!!!

“젠장……!! 카니발의 마물을 소환 한 것은 문이 닫히면 당연히 일어나는 수순에 불과해. 단지 육방 다리의 연결자가 그 틈에 끼어들어 온 것뿐인데…… 어째서 희생돼야 하는 거야?”

알렉 트라만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것 같아졌군.”

그때였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계시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자고로 인간은 서로 치고받고 싸워야 하는데 말이야. 지금까지 어울리지 않게 너무 하나로 똘똘 뭉쳤지. 안 그래?”

“다, 당신…….”

“오랜만이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엔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남궁은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TV만 켜도 미카엘의 소식으로 난리던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아.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던 인간이 갑자기 이런 곳에 나타나니 하는 소리지.”

알렉 트라만은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표정에서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는 너희들은?”

“우리는 주사인의 연락을 받고 온 거야. 그가 미카엘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었던 모양이더군.”

“사인이가?”

남궁은 그들의 대답에 의외라는 듯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답군.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 곳에까지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

“정작 당사자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그다음 조각을 찾으러 간 것이겠지. 내가 왔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지만 말이야.”

남궁은 가려진 천을 들어 미카엘의 얼굴을 보고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육방 다리의 연결자는 내가 죽였다.”

“설마…… 그 때문에 미카엘도 죽었단 말인가요?”

에리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미카엘의 죽음은 남궁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위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계시자가 죽지는 않아. 다만…… 위상이 내린 힘이 사라지겠지.”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는 마지막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양 다리도 부러져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계시자의 힘까지 잃어버리다니…….”

“자살할 만해. 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던 녀석이 한순간에 자기 집 거실도 나오기 힘든 상태가 된 거잖아.”

알렉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녀석은 브라질 빈민가 출신이다. 진흙탕 속에서 구르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녀석이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을까?”

“그럼 타살이라는 말인가요?”

“진위 여부는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만약 타살이라면 이것이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지, 혹은 다른 존재에 의한 것인지도 확인해야 할 거야.”

“다른 존재라면……?”

“혹시 위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남궁은 미카엘의 시신을 살폈다.

혹여 시신에 위상의 기운이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깨끗했다.

“꼭 사람이 한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군.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처럼.”

‘정말 타살이라면 이런 괴팍한 짓을 할 놈은 기껏해야 우(无)뿐이라고 생각되지만…… 놈은 분명 란(亂)을 만나러 갔을 테니 이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다른 위상이 관여한 건가?’

하지만 다른 위상들도 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쉽사리 이런 짓을 저지를 순 없었다.

‘누구지?’

남궁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나를 시험하려 던져놓은 문제겠군.”

그는 자리에 일어섰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항상 남은 쓰레기로 골치를 썩는 뉴스가 보도되지. 카니발은 끝났지만 뒤처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이야. 우리는 그걸 끝내야 해.”

“……뒤처리라뇨?”

“이렇게 마음대로 쓰레기 같은 짓을 한 놈이 누군지 찾아내는 일.”

“범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어떻게요?”

“직접 물을 거다.”

“……사령술을 쓰시겠다는 건가요?”

“아니.”

츠르릉…….

남궁이 손을 풀자 청록빛을 뿜어내는 사슬이 바닥에 흐드러졌다.

“미카엘을 되살릴 거다.”

“……!!!”

남궁의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 잠깐.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니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에리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에게 말했지만, 그 순간 남궁의 사슬이 미카엘을 감싸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며 남궁은 그만하라는 듯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가져갔다.

▶ 귀문의 주인이 천간(天干)의 문을 엽니다.

하지만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지금 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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