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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58화 (258/270)

258화

[남궁…… 그자가 무슨 일을 했는데?]

위상들은 요르의 말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재촉했다.

[나도 몰라.]

[……뭐?]

그의 대답에 위상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나도 기다리고 있는 거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녀석이 나를 찾아와 란과 우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는 것뿐이거든.]

[고작…… 그게 다야? 그 한마디 한 걸로 이 엄청난 일을 꾸몄다고?]

[아, 물론.]

요르는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 너희랑 같은 반응이었어.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쓴소리를 하던 입장이지.]

[뭐?]

[나도 너희랑 같은 입장이라는 말이야. 그가 무엇을 얻은 건지 정확히 모른다.]

[그, 그런……! 분명 답이 저 녀석이라고 했잖아! 저자가 위상을 잡을 수 있는 일을 해냈다고 했잖아!]

미풍의 어머니는 요르를 향해 소리쳤다.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호언장담하더니 결과적으로는 너도 마찬가지라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뭘 했는지 모른다는 것뿐. 녀석이 위상을 이긴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 의미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녀석이 새로이 사슬을 제련했다.]

요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분명 그 어떤 위상도 하지 못한 일이야.]

* * *

카아아앙―!!!

남궁이 있는 힘껏 망치를 내려쳤다.

경쾌한 울림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이 그의 눈에 쏟아졌다.

“……!!!”

하지만 쏟아지는 빛에도 불구하고 남궁은 눈을 감지 않았다.

캭……! 캬아아악……!!

놀랍게도 빛 속에서 두 마리의 뱀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색의 뱀과 적색의 뱀이었다.

남궁은 그 뱀들이 두 개의 사슬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녀석들은 서로 뒤엉켜 엎치락뒤치락하며 날뛰고 있었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싸우는 모양새도 아주 주인을 닮았군.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란 말인데…….”

뱀들은 한눈에 봐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철컥―

남궁은 【만악검】을 들어 뒤엉켜 있는 뱀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일단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지 한번 볼까?”

[캬아아악――!!!]

[캭! 캭!!]

남궁이 두 뱀 사이로 난입하자 뒤엉켜 있던 뱀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이빨을 보였다.

“훕……!!”

혈맥 속에 끓어오르는 힘을 검에 밀어 넣으며 남궁이 검날로 뱀의 머리를 후려쳤다.

적색의 뱀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공격을 피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청색의 뱀이 그의 검에 튕겨 나갔다.

[……캬아아악!!]

수 미터를 날아간 녀석은 정신이 없는 듯 머리를 흔들며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취이……! 취이익……!]

남궁의 공격을 맞지 않았던 적색의 뱀이 혀를 내밀며 그를 경계했다.

“보아하니 네 녀석이 란의 사슬인모양이군.”

적색의 뱀을 향해 그가 말했다.

“나는 너희들의 주인을 사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냥 부탁해서는 들어줄 것 같지 않고…….”

쿠웅―

남궁이 검을 바닥에 세웠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

[캬아아악!!]

서로 다투던 두 뱀이 이번엔 남궁을 향해 달려들었다.

▶ 천외(天外)의 망토가 발동됩니다.

▶ 망토의 힘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남궁이 망투를 둘렀다.

혈맥에서 차오르는 기운이 폭발적으로 방출되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뱀들을 튕겨냈다.

[크륵……! 크륵!!]

고통스러운 듯 뱀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상의 힘을 얻은 상황에서 사실 이건 별 필요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남궁은 두르고 있던 망토를 던지며 바닥에 부르르 몸을 떠는 뱀들을 향해 걸어갔다.

“실망스러운데? 신을 죽일 무기를 만들러 왔는데 이 정도 힘도 버티지 못하는 녀석들이라니.”

[…… 켁! 케켁!!]

남궁은 적색의 뱀을 움켜잡았다.

“태초의 위상들이 가진 무기가 어째 카니발의 레어템보다도 못한 것 같군.”

[취익……!]

적색의 뱀은 남궁에 손아귀가 괴로운 듯 버둥거렸지만 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만 괴롭히는 것이 어때? 그 아이들은 이제 막 태어난 위상들이거든. 아직 불완전할 수밖에.]

그때였다.

남궁은 자신의 머리 위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요르?”

[그 아이가 나를 닮긴 했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육성이 아닌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소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강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요르를 만들었다……? 넌 누구지?”

[자네 아내에게 감사해야겠군. 그녀가 우(无)의 계시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자네가 위상의 힘을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랬다면…… 우리는 영원히 보지 못했겠지.]

“그러니까. 당신이 뭐냐고.”

요르를 닮은 그 남자는 남궁을 향해 피식 웃었다.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갖추거라.]

쿵!!

그 순간 남궁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몸이 본능적으로 그 말을 따랐다.

남궁은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 벗어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존재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존재지.]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남궁을 향해 다시 한번 웃었다.

[린(暽). 당신은 이런 상황에 장난을 치고 싶습니까. 그는 스스로 문을 두드린 자입니다.]

그 순간 남궁의 어깨 위에 작은 손이 놓였고, 제정신이 돌아온 듯 남궁은 온몸에 막혀 있던 피가 다시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이구나. 루(淚). 네가 팔각전의 왕관으로 저 남자 대신 위상의 힘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어지간히도 인간을 아끼는구나.]

[그들 모두가 저의 아이들이니까요.]

린이라 불리는 요르의 얼굴을 한 존재는 차가운 눈빛으로 루를 바라봤다.

[그런 녀석이 란과 우를 소멸시키려고 해? 그들이 소멸되면 세계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찾아온 것입니다. 린(暽). 가장 처음이자 온전한 위상의 근원이여.]

린은 그의 말에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나는 온전한 위상이 아니다. 그저 그 시절 남아 있는 기억의 집합체에 불과하지.]

[하지만 당신만이 온전한 위상의 모든 감정과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한들 나 역시 그 시절과는 다르다. 기껏해야 한낱 평범한 위상에 불과해.]

루는 린을 바라봤다.

[온전한 위상은 언젠가 자신이 갈라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위상이라 한들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그 존재도 변하는 것은 순리니까요. 하지만 변화를 알기에 그는 남겨둘 수 있었던 겁니다. 저와 당신을. 저는 인간을 위해. 그리고…… 당신은.]

우우우웅…….

루가 린의 뺨을 쓰다듬자 그 둘은 마치 공명하듯 사이에 빛무리가 반짝였다.

[위상 그 자체를 위해서 말이죠. 신이라 불리는 위상은 놀랍게도 인간과 닮았습니다. 그건 온전한 위상 자체가 그런 존재였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변하게 될 것을 알고 수긍한다 해도…… 한편으로는 변하고 싶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죠.]

루는 웃었다.

[그리고 위상을 닮은 인간의 역사 또한 놀라울 정도로 위상의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지요. 인간은 역사와 신앙 속에 우리가 했던 많은 일들을 남기기도 했죠.]

그리고 남궁을 바라봤다.

[요르가 저를 낙원에서 이 세계로 떨어뜨리던 그때의 일마저 인간들은 성서와 역사에 남겼으니까요.]

[그건 네가 현재의 위상들을 만들고 인간을 키워냈기 때문이겠지. 그들도 나에 대해서는 모를 거다. 봉인이 된 란과 우와 달리 나는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이 사슬 안에 갇혀 있었으니까.]

[갇힌 게 아닙니다. 온전한 위상이 당신을 이곳에 숨겨둔 것이겠죠. 란과 우가 알지 못하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 말입니다.]

[어째서?]

[인간들은 당신의 존재를 모르지 않습니다. 단지 찾지 못해 보지 못했던 것뿐. 그들은 알지 못하는 당신에 대해 이렇게 남겼죠.]

『희망』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아 있던 그것처럼. 온전한 위상은 당신을 사슬 속에 남겨둔 것입니다. 그리고 자격을 갖춘 자만이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게 저자라는 말인가.]

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존재는 당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평생 만날 수 없는 것일지 모르죠. 그런데 그는 생과 사를 연결 짓는 사령술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회귀를 함으로써 그의 아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아내는 더 나아가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운이 좋은 녀석이로군.]

[이 모든 것은 그의 노력의 보상일지 모릅니다. 단지 하나의 운을 꼽자면 재능 있는 딸을 가진 것이겠지요. 그 아이의 마력이 엄마의 영혼을 받아들였으니까요.]

“그건 운이 아니야. 수아를 닮았으니 그런 것이지. 전생엔 멍청한 내가 그 아이의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너무 자신을 낮출 필요 없다. 이 세계에서 너만큼 뛰어난 자는 없으니까.]

“회귀를 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지.”

[회귀 이전에도 네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 않으냐. 그것은 너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지.]

루의 말에 남궁은 고개를 저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과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달라. 내가 해보니 알겠더군.”

[무시했던 팔무성들을 인정한다는 말인가?]

“위상들이 뽑은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영웅 놀이를 하는 놈도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만드는 녀석도 있지만, 적어도 그들의 뛰어남은 진짜니까.]

[변했군.]

“사람은 언제든 변하는 법이니까.”

남궁의 대답에 린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루(淚). 네가 위상의 힘을 얻게 된다면 분열된 란과 우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사슬을 가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란과 우가 하나가 된 상태에서 소멸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너의 힘이라면 그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제가 위상의 힘을 그 대신 받은 이유는 만일을 대비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루는 남궁을 가리켰다.

[하나가 된 위상을 소멸시키는 것은 제가 아니라 그여야만 합니다. 그에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인간이 이 세상의 주인임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린 역시 남궁을 바라봤다.

[그의 위상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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