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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61화 (261/270)

261화

[크윽……!!]

남궁의 검이 위상을 몰아쳤다.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검격 하나하나엔 무게가 실려 있었고 그것을 받아낼 때마다 위상의 몸이 흔들렸다.

“웃기지 않아? 죽은 자들에게 마지막 안식을 주지는 못할망정 신이란 작자가 무덤 속에서 그들을 불러내다니…… 너야말로 내게 냉혈하다 말할 자격이 있을까?”

[……닥쳐!!]

촤아아아악……!!

잘려 나간 위상의 팔이 순식간에 돋아났다.

위상은 남궁의 검을 밀치며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앙!!

남궁이 검으로 그의 주먹을 막았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봐. 죽은 자가 내뱉는 절망보다 살아 있는 자의 희망이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희망……? 웃기지 마!! 이 세계를 만든 것 자체가 나의 실수였다. 여긴 그저 실험대에 불과해. 수많은 종족을 만들고 더 나은 존재를 가리는 곳.]

“그걸 왜 네가 판단하지? 이 세계는 너의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소멸시키는 것 역시 나의 뜻대로 할 수 있다!!!]

콰직―!!!

위상의 주먹이 남궁을 후려쳤다.

그가 들고 있던 【만악검】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조심해!!]

요르가 그 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콰가가가가강―!!

위상에게서 뿜어져 나온 소용돌이가 남궁을 덮치고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바람이 그의 전신을 베었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군.”

손잡이밖에 남지 않은 검을 던지며 남궁은 사슬을 움켜잡았다.

[……컥?!]

그 순간 위상이 반대편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들을 지켜보던 팔위상 중 한 명인 화롯불을 다루는 자, 갈란이 괴로운 듯 자신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목이 졸린 듯 괴로워하던 그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멈춰!!!”

루가 그를 막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퍼억―!!!!

기다렸다는 듯 위상은 갈란의 몸을 루에게 던져 버렸다.

“……!!”

갑자기 날아든 갈란에 루는 황급히 검을 거두려 했지만, 오히려 검을 쫓는 것처럼 갈란의 몸이 그대로 검에 박혔다.

[컥……!!]

루의 검이 갈란의 등을 뚫고 튀어나왔고 그는 괴로운 듯 신음을 토해냈다.

“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워하는 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촤아아악―――!!!

검에 박힌 갈란의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

갈란의 살점이 수미터를 날아 주위에 서 있던 미풍의 어머니, 그라시엘과 가시덩굴의 미망인, 일레이나의 얼굴에 후두둑 떨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들은 위상의 파편을 얼굴에 그대로 묻힌 채 할 말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루. 너는 분명 강하다. 우리가 하나였던 시절, 온전한 위상이 너를 만들고 난 뒤 스스로 분열될 것임을 직감했던 건…… 어쩌면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시기하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위상은 찢겨진 갈란의 시체 속에서 작은 구슬을 집어 들었다.

우적― 우적―

갈란의 영혼을 마치 사과 먹듯이 씹어 삼킨 위상이 남궁을 바라봤다.

[린이라고 했던가? 온전한 위상이 우리로 갈라지기 전에 남긴 마지막 희망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네가 인간을 위해 위상이 남긴 희망일까?]

위상은 사슬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는 그야말로 질투와 욕망 그 자체다. 온전한 위상은 우리가 태어날 것을 알고 너를 가뒀지. 진정 인간들을 위함이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남궁을 향해 위상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 희망이 과연 네게 무슨 힘을 주었지? 이 사슬이 정말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건 해봐야 알겠지. 그리고 나는 널 가둘 생각 없다. 널 죽여 버릴 거지.”

[크큭…… 희망이니 뭐니 거창하게 얘기하지만 결국 린은 온전한 위상의 한 조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위상은 그에게 말했다.

[놈은 우릴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이 아냐. 오히려 우리가 완벽해질 수 있는 마지막 조각인 거지.]

위상은 자신을 옭아맸던 사슬을 오히려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겼다.

치이이익……!!

그 순간 위상의 손에 닿은 사슬의 부위가 붉게 변하더니 새하얀 연기와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갈란의 힘이었다.

[루의 강함은 인정하지만 네 녀석은 아니야. 고작 계시자 따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나대지 마라!!]

화르르륵……!!

위상의 몸을 감싸던 소용돌이 위로 불꽃이 일었다.

붉은 화염이 그대로 남궁을 덮쳤다.

콰아앙!!!

그의 앞을 루가 가로막았다.

“란, 우……!! 갈 데까지 갈 생각인 거냐! 같은 위상을 먹어치우다니……!!”

[같은 위상? 어떻게 저 저급한 것들과 내가 같지?]

갈란의 영혼을 먹은 위상의 불꽃이 루를 거칠게 밀쳐냈다.

우드득―――!!

미풍의 어머니, 그라시엘의 목이 꺽였다.

위상이 다시금 손을 뻗자 비명을 지를 세도 없이 그녀의 머리와 몸이 그대로 반으로 잘려 나갔다.

[저것들은 네가 만든 것이잖느냐. 인간이 만든 신. 반푼이도 안 되는 것들과 나를 동급으로 말하다니.]

“그만둬……!!”

우우우우웅―――!!!

그라시엘의 영혼이 위상의 몸 안으로 흡수되자 그의 육체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어디 그 같잖은 희망이라 말하는 힘을 써보거라. 내 친히 그 힘을 짓밟아 줄 테니까!!]

촤아아악―――!!!

쾅! 쾅! 콰카가가가강……!!

그때였다.

날카로운 얼음 기둥이 위상을 향해 쏟아지고, 두터운 덩굴과 수십 마리의 검은 뱀들이 그를 물어뜯었다.

“모두 물러나! 놈의 먹잇감이 될 뿐이야!”

사계절의 방랑자, 레아가 일곱 뱀의 주인, 요르를 보며 루가 소리쳤다.

[그만하면 됐어. 어차피 얌전히 구경하는 건 성미에 맞지도 않았던 일이니까.]

[저 소리를 듣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레아는 빠르게 마법을 영창했다.

쿠그그그……!!

마법의 신답게 부서진 회랑의 천장 위로 거대한 운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랑은 조금 부서져도 괜찮지?]

[얼마든지.]

요르의 대답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위상을 향해 운석들을 떨어뜨렸다.

쾅! 쾅!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회랑 안은 운석과 부딪쳐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녀의 마법으로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약간의 시간을 벌 뿐이었다.

[루, 당신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이대로는 그를 완벽하게 소멸시킬 수 없다는 걸 당신도 알 거예요.]

레아의 말에 루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가진 본질적인 힘의 속성 때문이겠죠.]

그녀는 루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당신은 너무 착해요. 소멸이다 뭐다 큰소리쳤지만 우리는 잘 알죠. 당신이 그런 걸 할 수 없다는 걸요.]

“그래서 저 친구가 있는 거잖아. 내가 하지 못하는 걸 그가 해낼 거야.”

[남궁, 그의 강함 역시 우리도 잘 알아요. 하지만 위상이 말했던 것처럼 린의 힘은 양날의 검. 당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반대로 지금의 위상이 진정으로 온전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뿐이에요.]

“그 전에 죽이면 된다.”

[어떻게요?]

레아는 남궁을 바라봤다.

[강하지만 죽이지 못하는 루와 의지는 있지만 죽일 힘을 다루지 못하는 당신 중에 누가 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죠?]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 일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걸 너도 알 거다.]

요르는 자신의 뱀들을 불러내 레아의 운석이 떨어진 곳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캭……! 캭……!! 캬캭…… ·!!!

뱀들이 거친 포효를 터뜨리며 위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짜 결말을 지을 사람을 데리고 오거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모두가 죽었을 때 나 혼자 악착같이 살아 남았고 결국 돌아왔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내가 이뤄냈어. 그런데 내가 결말을 지을 사람이 아니라고?”

요르는 남궁을 향해 옅게 웃었다.

[그래. 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네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일 테니까.]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지상에 다녀와라. 기다리고 있으마.]

콰아아앙―――!!!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요르의 뱀들이 산산조각 나며 터져 나갔다.

[……웬만하면 빨리 돌아오면 좋겠군. 저 녀석이 나를 먹어치우기 전에 말이야. 누군가의 배 속에 들어 가는 건 사양이야.]

언제나 장난스럽고 여유로웠던 요르였지만 지금만큼은 떨리는 목소리였다.

안갯속의 길잡이, 웨이나의 시체가 위상의 손에 질질 끌려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잖은 짓을…… 그래, 다들 와라. 모조리 죽여줄 테니!!!]

위상은 웨이나의 몸 속에서 영혼을 뽑아내 씹어 삼키며 그들을 노려봤다.

팔위상의 영혼을 하나씩 먹어치울 때마다 위상의 힘이 쌓여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라.]

요르는 남궁의 등을 밀어냈다.

“진심이야? 아무리 루가 있다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야.”

[크크, 지금까지 그럼 목숨도 걸지 않고 이 일을 벌였던 것이더냐.]

죽음의 위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요르는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걱정 마라.]

요르는 남궁을 지나쳐 위상을 향해 걸어갔다.

[지긋지긋한 이 축제의 끝을 보기 전에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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