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62화 (262/270)

262화

-전방 상공에 가고일 확인!!

“방벽 풀가동……!! 일일이 명령을 할 시간 없어! 지금부터 모든 방벽의 포탑들은 상관의 재량에 맡기겠다. 모든 화력은 쏟아부어!!”

쾅!! 콰아아앙―――!!!

“매직 실드!!”

“정령의 힘이여……!!”

방벽 위에 서 있던 협회의 병력들이 일제히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각종 술법들이 협회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고, 상공에 떠 있는 마물들의 공격을 막았다.

“원거리 부대!! 사격 개시!!”

[캬아악―――!!]

궁수와 총기, 마법까지 각종 원거리 공격들이 상공의 가고일들을 향해 쏟아졌다.

“방벽 위로 올라오는 언데드들을 막아라!! 성령 스킬을 가진 사람들을 소집해!!”

시체를 밟고 꾸역꾸역 올라오는 시체들을 방벽의 창병들이 막아섰다.

“흐아아아!!!”

방벽 위의 수백 개의 창들이 언데드들을 찔러댔지만 고통을 모르는 그들은 계속해서 방벽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컥!!”

끝내 방벽 위로 올라온 언데드의 손에 병사들이 하나둘 끌려가며 바닥에 떨어졌다.

[크르르르르르!!!!]

먹잇감을 찾은 맹수들처럼 바닥에 떨어진 병사들을 향해 언데드들이 달려들었다.

우그적……! 우그적…… ·!!

병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언데드들에 둘러싸였다.

“빌어먹을……! 시체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마물까지 왜 나오는 거야? 카니발도 끝난 마당에!”

쿵―!! 쿵―!! 콰앙―!!!

가고일들의 발에 달려 있던 건물의 잔해들이 비처럼 떨어졌고, 방벽을 두르고 있는 보호 마법들과 부딪히며 요란한 굉음을 터뜨렸다.

“부활한 시체들 중에 마물 술사들도 있는 모양이에요. 저기 뒤쪽에 보면 술법진들이 보여요.”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밀려오는 언데드들을 막고 있던 호준을 향해 경인이 답했다.

치지지직……!!

그가 【비전신궁】을 당기자 수십 발의 화살이 방벽에 달라붙은 언데드들의 몸을 관통했다.

콰즈즉……! 카가가각……!

언데드들을 뚫은 화살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새하얀 번개가 뿌려졌다.

[크륵……! 크르륵……!]

감전된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방벽 위로 올라오던 언데드들이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타앙―!!!

포탑 위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함께 바위를 떨어뜨리던 수십 마리 가고일들의 머리가 동시에 폭사하며 바닥으로 덜어졌다.

-그래도 가고일이니까 다행이네. 마물 술사들의 수준이 그리 높진 않은 모양이지? 이 정도 레벨의 마물들이라면 아직 충분히 막을 만 해.

콰아아아아앙――!!

그때였다.

가고일들이 떨어뜨리던 바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뭔가가 날아와 방벽에 부딪혔다.

“크윽?!”

“무, 무슨……!”

방벽의 일부가 크게 파손되었고 방어 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병사들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말하기가 무섭게.”

방벽의 높이만큼이나 거대한 오우거가 호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호 부탁한다.”

호준은 꽂고 있던 인이어를 뽑아 던지며 오우거를 향해 달려갔다.

슉―!! 콰아아앙―――!!

순간 오우거의 머리에서 탄환이 폭발했고 호준은 나이프를 뽑아 들며 마물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서걱―

칼날이 날카롭게 오우거의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크르르르……!!]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려던 오우거의 몸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퍼억!!

“……큭?!”

하지만 오우거가 쓰러지기 직전 발악을 하듯 팔을 휘두르며 호준을 밀쳤다.

거대한 주먹이 호준을 후려치자 마치 트럭에 치인 듯 그의 몸이 튕겨 나갔다.

콰앙―!!!

호준이 부서진 방벽에 처박혔다.

“형!!”

경인이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있는 힘껏 활의 시위를 당겼다.

“경인아, 평범한 오우거가 아냐. 저걸 봐. 가뜩이나 회복력이 뛰어난 마물인데 호준에게 당한 다리의 상처가 기형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치지지직……!!!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이 빛나는 【비전신궁】의 앞을 가로막으며 전태호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마물 술사들이 소환하는 마물들까지 언데드의 성질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반대편을 가리켰다.

“술사를 죽여야 해.”

술법진이 있는 곳까지는 수 킬로미터.

아래엔 수천 명이 넘는 언데드들이 있었고, 그들을 뚫고 그곳까지 가는 것은 사실 자살 행위라 할 수 있었다.

“알겠어요.”

경인은 결의를 다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부탁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경인은 군소리 없이 전태호의 말에 활을 챙겼다.

“그러니 여길 부탁한다.”

“……네?”

방벽을 뛰어넘으려는 순간 전태호는 아들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술사를 죽이러는 이 애비가 가마.”

“무슨 말씀이세요! 됐어요. 아빠도 제가 아빠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아시잖아요.”

“알지. 하지만 자식을 사지로 모는 부모는 없다.”

전태호는 잡고 있던 경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옅게 웃었다.

쾅―! 쾅―!! 콰아아앙――!!

그때였다.

놀랍게도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새하얀 섬광이 내려와 그들의 앞에 있던 언데드들을 갈라 버렸다.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언데드들이 양쪽으로 밀려 나갔다.

“누구지……? 이런 대규모 술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위상들이 소멸 된 그림자 회랑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경인은 덴 하울이 온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

하지만 이내 곧 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정말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목소리와 함께 신기하게도 따뜻한 미풍이 전장에 부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내게는 어려운 일이군…… 하지만 인간이 우리보다 나은 이유도 아마 이것에 있겠지. 창조가 신의 영역이라 자부하고 있었지만…… 사실 인간이야말로 자식을 가지는 가장 고통스러운 창조를 하는 존재니까.]

“해와 달의 관망자…… 이십니까.”

[그렇다.]

두르가는 전태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 벌어진 일들이 모두 당신들이 저지른 것이지 않습니까.”

[원망의 눈빛이로군. 하긴 충분히 그럴 만해. 당신 말대로 죽음의 안식도 얻지 못한 채 저들이 무덤에서 깨어난 것은 우리 위상의 싸움 때문이니까.]

두르가는 밀려오는 언데드들과 그에 맞서 싸우다 죽어가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저들을 불러낸 것은 우리가 아니다. 그대들에게는 못난 신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아.]

“그러겠지요. 그런 신이라면 저희를 도우러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전태호는 두르가를 바라봤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책망하고자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무엇을?]

“아직 신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때 동료였던 자들이 되살아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상황이 모든 신들의 의지라면…… 인간은 너무 외로울 것 같았으니까요.”

지금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이 신을 원망하며 검을 들었다.

“아직 진정한 신이 존재함을 보여 주십시오.”

[…… 그대들에게 몹쓸 짓을 했군.]

두르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낮과 밤이 역전되는 듯 순간 어둠과 빛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쿵―! 쿵―! 콰아아앙――!!!

어둠은 언데드들을 잡아먹었고 빛은 마물들을 불태웠다.

[싸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들은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니까. 란과 우가 마음을 바꿔 지옥문의 마물들을 다시금 불러낸다면…….]

두르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전투보다 더 끔찍한 전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있지 않습니까.”

[……뭐?]

전태호는 활의 시위를 당겼다.

“분명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과 분명히 다릅니다. 지금은 신이 함께하니까요.”

[…… 과한 기대감이로군.]

“그게 신이란 존재의 위치 아니겠습니까.”

신기했다.

두르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인간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의 계시자조차 그저 그가 내린 퀘스트를 받았을 뿐.

관망자라는 자신의 신명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무릇 신이라면 인간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누니 우습게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인간을 알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여기가 아니라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십시오.”

[내가 가야 할 곳? 내가 알기론 이곳이 가장 많은 마물이 소환된 곳일 텐데.]

“가장 가까운 자부터 사랑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는 저희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와 가장 가까운 자라…….]

“위상의 계시자.”

두르가는 전태호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침을 받았군.]

[……캬아아악!!!]

두르가의 공격에 소멸되었던 마물들이 어느새 또다시 협회 주위로 가득 되살아났다.

달려드는 마물을 뒤로한 채 두르가의 모습이 서서히 흐려졌다.

솨악―!!!

몰려드는 언데드를 향해 전태호의 화살이 날아갔다.

퍼억!!!

그 순간 놀랍게도 화살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수십 명의 언데드를 꿰뚫어 버렸다.

[내가 주는 선물일세. 해와 달이 떠 있는 모든 순간, 나의 힘이 그대들에게 남아 있을 걸세.]

“해와 달이 떠 있는 순간이라…….”

[모든 순간 그대들과 함께하겠노라.]

두르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에서는 오로라와 같은 빛의 장막이 펼쳐졌다.

와아아아아―――!!!!

와아아――!!!

장막이 펼쳐지자 고양된 사람들은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

“절망 속에 신의 빛이 있으리…….”

전태호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자신의 활을 들어 두르가가 사라진 곳을 향해, 카니발이 시작된 후 다시는 긋지 않을 것 같았던 성호를 그었다.

* * *

[사자(死者)의 절망도 인간의 희망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군. 불완전한 위상이여…… 네가 한 짓을 봐라. 너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은 모양이군.]

요르는 회랑의 아래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도시의 언데드들의 모습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은 자고로 필멸자들의 찬양을 받고 커 가는 존재인 것을…… 그들이 사라지면 신도 사라지는 것이다.]

콰아아아앙―――!!!

[악신이라 평가되는 네 녀석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그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라. 그것이 신으로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요르, 너도 인간과 너무 오래 있었나 보구나.]

요르는 위상의 공격을 막으며 어쩐지 애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네놈의 생각을 모를 것 같나? 남궁을 지상으로 보낸 것은 그놈의 딸을 불러오기 위함이겠지.]

위상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불쾌한 듯 소리쳤다.

[우의 계시자이자 가장 강력한 인간. 이제 우리가 하나가 되었으니 더 이상 계시자의 존재가 아니게 된 그 아이를 이용할 생각 아니더냐.]

하지만 요르는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따로 있는데 말이야.]

[뭐?]

[남궁 그 녀석이 회귀를 했을 때. 어째서 계시자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 녀석은 사령술을 쓸 수 있었을까.]

위상의 눈빛이 흔들렸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회귀의 특전? 아니, 우리들은 그런 여지를 두지 않았어.]

요르는 옅게 웃었다.

[인간은 시간축을 비틀었을 때 육체와 기억의 전이만 가능하지만, 영혼은 잃어버린 육체 대신 다른 한 가지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설마…….]

마치 이것을 얘기하기 위해 지금껏 기다렸던 것처럼, 그의 목소리에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