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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포칼립스의 폭군-264화 (264/270)

264화

콰아아앙―――!!!

[……웨이나!!]

위상의 팔이 안갯속의 길잡이의 가슴을 꿰뚫었다.

붉은 핏물과 함께 그녀의 등에 위상의 손이 튀어나왔을 때,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꿀꺽― 꿀꺽―

위상은 웨이나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부디…….]

영혼이 사라지기 직전 흐릿한 목소리가 요르의 귓가에 울렸다.

파스슥……!!

하지만 그 순간 위상은 웨이나의 시체를 가차 없이 밟아버렸다. 충격과 함께 그녀의 몸이 잿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뭘 기대하고 있는 거지? 남의 미래를 예지할 수 있어도 자신의 미래는 알지 못하는 주제에.]

요르는 위상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이제 남은 건 너뿐이로구나. 요르.]

[잘도 먹어치우는구나. 그들의 힘이 과연 너를 얼마나 살찌워 줄지 모르겠지만.]

[큭큭…… 그래. 고작 이놈들을 먹는다고 내 힘이 달라지진 않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것을 먹어치우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위상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곧 남궁이 올 거다. 너는 우리를 먹느라 그를 붙잡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테지.]

[클클…… 글쎄?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 나는 그가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 녀석이 오기를 말이야.]

그는 요르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

팔위상들을 하나둘 먹어치울 때마다 소용돌이 속에 일그러져 있던 그의 모습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었고,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힘을 갖추면 갖출수록 자신이 혐오하는 형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싸움의 결말을 지을 수 있는 자가 남궁의 아내였다니.]

위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그놈은 린의 계시자가 된 것이 아니지?]

그의 물음에 순간 요르의 눈썹이 씰룩였다.

[녀석이 사슬을 쓸 때 느꼈다. 분명 강력한 힘이었으나 나를 온전하게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저 평범한 위상이 사슬을 사용 하는 것 같은 이질감. 그리고 깨달았지. 네가 준 【천외의 망토】. 잠시 동안이지만 위상의 힘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보구 말이야.]

[흥, 고작 그걸로 널 가둘 수 있었겠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오리진이라면 다르다. 네가 만든 그 망토…… 사실 내 요새의 있는 망토를 본떠 만든 것이잖느냐.]

[…….]

위상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나도 깜빡 속을 뻔했어. 네 망토가 위상의 힘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가졌다면 내 요새 안에 있던 【인외의 망토】는 인간의 힘을 끌어내는 효과를 가졌지.]

그는 말을 이었다.

[두 개의 망토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눈속임도 불가능은 아니지. 【인외의 망토】로 증강된 상태에서 위상의 힘을 쓴다면…… 마치 린의 계시자인 것처럼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과연…… 허투루 산 것은 아니군.]

[흥, 지금 나를 칭찬하는 거냐? 네놈이?]

위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칭찬이 아니라 무지를 한 번 더 꼬집은 것뿐이다. 그걸 아는 놈이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요르는 아슬아슬하게 위상의 공격을 피하며 말했다.

[린의 진짜 계시자가 오고 있다. 널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냥꾼이 말이다.]

콰아아앙―!!

그 순간 위상의 주먹이 요르의 옆구리를 스쳤다.

굉음과 함께 주먹이 스쳐간 옆구리가 마치 맹수가 물어뜯은 것처럼 크게 패였다.

[……큭!!]

요르의 몸이 휘청거렸고 그를 보호하려는 듯 주위에 있는 뱀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화르륵……!!

쩌적……!

하지만 그 순간 뱀들은 순식간에 불타거나 얼어붙으며 부서졌다.

[안타깝구나. 요르여. 이제 부릴 수 있는 뱀이 고작 이런 것들뿐이라니…… 남궁을 위해서 무리하게 너의 화신들을 소멸시킨 대가로구나.]

위상은 바닥에 버둥거리는 뱀들을 밟아 터뜨리며 요르에게 말했다.

[우스운 일이지. 팔위상 중 가장 악신이라 생각했던 신이 사실은 인간을 가장 사랑하는 자였다니. 하지만 과연 누가 이것을 알까.]

[컥……!]

위상은 요르의 목을 움켜잡아 그의 몸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가녀린 목이 당장에라도 부러질 것처럼 느껴졌다.

“요르!!!”

[오지 마……!!!]

위상에게 붙잡힌 요르를 향해 루가 달려오려 했지만, 오히려 요르의 호통에 그는 발을 멈추고 말았다.

[너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마라. 루. 네게 분노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크, 크큭…… 힘을 가져도 쓸모없다는 것이 바로 저런 걸 말하는 것이겠지. 나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죽일 수 없다? 우스운 일이다. 신보다 더 박애로운 인간이라니…….]

위상은 루를 향해 냉소를 지었다.

[그렇게 때문에 너는 결국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글쎄.”

서걱―

그때였다.

요르의 목을 잡고 있던 위상의 팔이 잘려 나갔다.

[……왔나.]

놀랄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위상은 바닥에 떨어진 잘린 팔을 발로 치우며 남궁을 바라봤다.

“얼마나 위상들을 처먹은 건지 팔 하나 잘리는 것쯤은 놀랄 일도 아닌가 보군.”

“아빠.”

“아…… 미안, 미안. 얼마나 잡수셨는지 말이야.”

남궁은 소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 왜 저 아이가 여기에 있는 거야!]

위상에게서 풀려난 요르는 소민을 보며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함께 왔다. 가족이니까.”

[야이, 미친놈아! 여기가 무슨 놀이동산도 아니도 데리고 올 곳이 따로 있지!!]

“어차피 위상이 이기면 모두가 끝이야. 위험을 떠나서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소민이의 존재는 필요하다.”

[……뭐?]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콰아아아앙―――!

그 순간 사슬이 움직였다.

[……!!]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사슬이 위상의 어깨를 터뜨렸다.

“부모는 그 어떤 신보다 강해지니까.”

[크윽!!]

조금 전과는 달랐다.

날아든 사슬이 방향을 틀어 다시 한 번 위상을 노렸고, 사슬을 쳐내려던 팔이 부딪히자 마치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위상의 팔이 부서졌다.

[이게…… 진짜 린의 힘인가.]

남궁이 썼을 때도 분명 대단한 위력이었지만 이렇게 보니 그가 사슬을 사용한 것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러니 절대로 질 수 없어.”

솨아아악……!!

남궁의 등 뒤로 마치 날개처럼 빛무리가 돋아나고, 그 뒤로 그를 감싸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감히……!!!]

위상의 부러진 팔이 다시 돋아났다.

지금까지 먹어치운 팔위상의 힘이 뿜어져 나오며 남궁을 공격했다.

콰강!!

그 순간 낙뢰가 위상의 공격을 막았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요르, 당신도 막지 못한 위상의 공격을 고작 마법으로 막아내다니.”

루는 소민의 뇌화를 보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고작 마법이 아닐 수도 있지. 애초에 어미를 닮아 뛰어난 마력 자질을 가진 아이였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상마법은 카니발의 범주 아래에 있는 마법이었어. 대단한 마법이긴 하지만 위상의 공격을 막을 만큼은 아닐 텐데…….”

[대단한 건 마법의 종류가 아니라 마법을 담은 그릇 그 자체란 의미겠지. 엄마의 영혼을 몸 안에 두었던 아이다. 게다가 요정족의 축복과 정령의 친화력까지 가진 아이지.]

요르는 현충원에서 처음 소민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저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자신에게 번개를 날렸을 때 말이다.

[한 인간의 몸속에 3종류의 각기 다른 힘이 공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네가 더 잘 알 테지.]

“그의 가족은 하나같이 비상하군. 축복받았다고 해야 하나…….”

[어미를 잃은 딸과 가족과 만나기 위해 지옥에서 돌아온 아빠. 그리고 그런 그들을 묵묵히 지켜만 봐야 했던 엄마까지. 이들에게서 축복이란 말은 미안한 것이지.]

“……그렇군.”

루는 치열하게 싸우는 남궁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수아라고 했던가……? 요르, 어떻게 상각해? 남궁의 아내가 과연 란과 우를 소멸시킬 수 있을까.”

[그녀의 역량에 달렸겠지. 용광로 속에서 우리가 사슬을 담금질했을 때, 린에게 남궁과 계약을 맺어달라고 했었어. 하지만 그는 거절했지. 아마도 그가 기다린 계시자가 그의 아내임은 확실하겠지만…….]

퍼억―――!!!

그 순간 날아든 사슬을 피하며 위상이 남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두 팔을 교차하며 위상의 공격을 막은 남궁의 몸이 튕겨 뒤로 밀려 나갔다.

[문제는 그녀의 역량이 과연 전투에 걸 맞는가 하는 것이겠지.]

요르의 걱정대로 남궁의 공세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지옥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영혼이었을 때에 불과해. 그녀는 직접 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

아내의 영혼으로부터 흘러드는 린의 힘으로 남궁이 사슬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주 조금씩 두 사람의 합이 위상보다 늦었다.

그리고 그 작은 틈이 점점 그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지?”

[란과 우, 그리고 린은 모두 온전한 위상에서 분열된 조각들이다. 그들의 싸움에 우리가 끼어들어 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요르의 말에 루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 내게 살의와 적의가 존재했더라면…… 아니, 이토록 놈을 막고 싶은데 놈을 죽일 수 없다니…….”

[자책할 필요 없어. 그렇기 때문에 린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니까. 네게 그런 악의가 없기에 희망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대로 저들에게만 이 싸움을 맡길 순 없어.”

[괜히 엄한 짓 할 생각 하지 마라. 죽이지 못하는 인간은 끝까지 뒤로 물러서 있는 게 맞아.]

루는 냉정한 그의 말에 뭔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가 위대한 인간이란 말인가…… 나만큼 결핍된 인간도 없을 거야.”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그게 인간이게? 인간은 말이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인간인 거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왜 없어?]

요르의 말에 루가 고개를 돌렸다.

[뒤로 물러섰다고 해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싸울 수 없다면…… 싸울 수 있는 자를 도우면 그만이지.]

“싸울 수 있는 자……? 그게 누구지?”

그 순간 요르는 소민을 바라봤다.

[저 아이는 더 이상 계시자가 아니다. 그러니 나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고 어떤 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자이기도 하니 너의 힘을 가질 수도 있지.]

그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신과 태초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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