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71화 (71/127)

十四장. 적과의 제휴. (4)

마침내 우포늪의 괴물로 칭해지던 자이언트 리자드를 격파했다.

앞서 토벌한 리자드맨 무리까지 감안한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이 우포늪에 위험한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었다.

다들 기쁨에 겨워했지만 상호는 마냥 그럴 수가 없었다.

‘남은 왜군은 오십 정도인가. 무기도 거의 소진했고 지쳐있는 상태다.’

그러한 점은 이쪽도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이쪽엔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자들이 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왜군을 몰살시키고 역으로 저들의 입을 막을 수도 있을 터였다.

‘어차피 적일 뿐이다. 사정을 둘 이유는 없겠지.’

상호는 독하게 마음을 먹으며 옆을 보았다.

때마침 눈이 마주친 임충은 상호의 눈빛을 통해 그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곧 임충 역시 고개를 묵직하게 위아래로 한 번 끄덕였다.

한 편, 왜군 또한 이 상황에서 취해야할 행동이 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모리 테루모토는 가신들에게 은밀히 말을 전했다.

“저 조선 놈들이 가진 무기, 반드시 뭔지 알아내야 한다. 적어도 한 명만은 살리도록.”

“네.”

무사들은 검 끝을 서서히 상호와 조선인들을 겨눴다.

분위기가 이리 흘러가자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기쁨을 공유했던 왜병과 의병들도 슬금슬금 서로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상호는 왜병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저들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아까 왜군을 뜻대로 움직인 것에 자신을 얻어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상호는 이쪽을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보는 왜병들을 향해 힘을 담아 말했다.

= 너희들은 당장 너희들의 지휘관을 향해 무기를 돌려라.

이 말을 들은 왜병들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아까와 다르게 그들은 상호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이것을 본 상호는 한 번 더 외쳤다.

= 무기를 내려라!

이번에는 보다 단순한 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왜군들은 머뭇거리며 그 행동을 하기를 주저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상호는 자신의 능력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하고 지금의 차이라면 저들이 지금 나를 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편이 아니면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 기준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명령을 내려 저들끼리 싸우게 한다는 수는 물 건너간 셈이었다.

“꿀꺽.”

“제길, 또 싸워야 하나.”

서로를 보며 무기를 겨눈 채 양측 모두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람이 갑자기 불면서 아까 불붙었던 갈대숲에서 화재가 커진 것이다.

검은 연기와 함께 일대에 불이 빠르게 붙는데 여기 오래 머물게 되면 꼼짝없이 불타죽게 될 상황이었다.

“여기서 저들과 같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저것들 때문에 내가 이런 곳에서 죽어서는 안 될 일이지.”

상호와 모리 테루모토의 생각은 이 순간에 일치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양측은 서서히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

물러나는 왜군을 보면서 부축을 받아 일어난 곽재우가 말했다.

“저들을 그대로 보내야 하다니······.”

“이대로 싸운다면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장소에서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아무리 물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호라고 해도 전부를 무사히 탈출시킬 수 없게 될 터였다.

기껏 어렵게 살린 이들을 허망하게 죽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상호간에 암묵적인 이해를 갖고 물러나는 왜군을 그냥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왜군도 몬스터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저들과도 경쟁을 치러야 할 테니 그만큼 더욱 힘들어지겠구나.’

상호는 왜군이 본격적으로 경쟁자가 되었음을 인식했다.

모리 테루모토 역시 퇴로를 확보하는 부하들 속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땅에 있는 요괴들과 그리고 놀라운 무기를 가진 조선인들, 모두 우리에게 위협적인 적들이다. 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모리 테루모토는 오늘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문제는 조선 정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겼기에 이 보고를 열도에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윽고 먼저 왜군이 탈출하고 상호와 의병들도 여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서둘렀다.

촤아아앗!

상호가 남은 정신력을 짜내서 발휘한 ‘물의 속성력’으로 끌어올린 막대한 양의 물이 불을 꺼트렸다.

“길이 열렸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자고.”

불이 꺼진 곳을 따라 의병들은 황급히 떠났다.

하지만 상호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지 못했다.

“율, 아까 그곳에서 우두머리하고 빙결 능력을 쓰던 녀석에게서 보옥을 꺼내줘. 임 무관도 곽 장군이 처치한 놈을 찾아서 채취를 해주시구요.”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두릅시다.”

전투에 쫓기고 또 왜군의 눈이 있어 미처 채취하지 못한 몬스터 코어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남은 것이다.

세 사람 모두 각각 흩어져 로드와 ‘강화종’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 중, 상호가 향한 곳은 자이언트 리자드가 죽어 떠있었던 늪지 한가운데였다.

“어푸! 어푸!”

상호는 온 몸이 지쳤고 정신력도 바닥 나 피로가 극에 다해 수영하는 것도 힘에 붙였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자이언트 리자드의 시체가 있었던 곳까지 헤엄쳤다.

도착해 보니 이미 시체는 물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버린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귀한 몬스터 코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수할 수밖에 없나.”

상호는 한껏 폐에 숨을 불어넣은 다음, 그대로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탁한 물이라 주변 시야는 무척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의 눈’ 능력을 가진 덕에 꽤 넓은 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디냐?’

조금씩 폐 속의 산소를 소비해가며 상호는 시체가 가라앉았을 늪의 바닥을 조사했다.

그렇게 하던 중, 손가락 끝에 진흙뻘이 아닌 딱딱한 게 잡혔다.

조금씩 시야에 들어온 자이언트 리자드의 시체.

마침내 목표한 것을 찾았지만 수중인 만큼 몬스터 코어를 끄집어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여기서 속성력을 더 쓴다면 그대로 혼절할 지도 몰라. 최대한 숨을 참으면서 해체 작업을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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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상호는 개의치 않았다.

수면에 떠올라 숨을 가득 마시고 잠수해 시체의 상처 부위를 후벼 내부를 살피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잘라낸 부위 안쪽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찾았다!’

상호는 냉큼 손을 안쪽으로 찔러 넣어 몬스터 코어를 끄집어냈다.

막 마지막 남았던 공기가 폐에서 사라진 상태라 끄집어내기 무섭게 허둥지둥 수면 위로 부상해야 했다.

“푸하!”

상호는 수면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을 잔뜩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의 손에 들린 몬스터 코어를 보았다.

자이언트 리자드에게서 획득한 몬스터 코어는 <푸른색 코어>였다.

“고생한 보람은 있었네.”

상호는 그리 중얼거리면서 물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율과 임충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헤엄쳐 갔다.

두 사람 모두 손에 몬스터 코어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상호가 방금 물속에서 꺼내온 코어와 같은 색상이었다.

“스킬 코어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이거 완전 횡재했군.”

“나리, 제 손을 잡으시어요.”

“고마워.”

올라오는 것을 돕기 위해 내민 율의 작은 손을 맞잡으며 상호는 물 밖으로 완전히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상호에게 임충이 말을 걸었다.

“곧 여기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어서 서두르시죠.”

“알겠습니다.”

상호는 어느새 일대를 가득 채운 검은 연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떠난 의병들을 따라 세 사람도 불길 사이로 돌파를 했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우포늪의 싸움이 끝나고 상호와 그 일행은 전원 무사히 곽재우 부대의 주둔지로 귀환했다.

“고생 많았네. 자네 덕에 백성들의 복수를 할 수 있었네.”

“천만의 말씀입니다.”

돌아온 후로 하루 동안에 지친 심신을 회복한 곽재우가 상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또 그는 이와 같이 말했다.

“이제야 마음 놓고 진주성을 구원하러 갈 수 있을 것 같으이.”

“장군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진주 대첩에서 곽재우와 그의 의병 부대가 참전했다는 것을 아는 상호로선 일단 이들이 진주성을 구원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 싸움에 상호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나나 몬스터의 존재로 역사의 흐름이 왜곡되지 않는다면 진주성의 싸움은 조선군의 승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나서는 것보다 내 일에 치중하는 편이 낫겠지.’

임진왜란에서도 가장 큰 전투 중 하나인 ‘진주 대첩’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상호도 곽재우와 함께 진주성의 김시민 장군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왜군보다 한 발 앞서 경상도에 있는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곽재우로선 상호 일행의 능력이나 그리고 왜군과 자이언트 리자드를 상대로 사용되었던 어마어마한 위력의 화력이 진주성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러한 결정에 살짝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갖고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부대 중 몬스터와 싸운 경험이 있는 의병들을 뽑아 상호에게 빌려주기까지 했다.

“나도 진주성의 싸움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돌아와 자네를 돕겠네.”

“예, 꼭 승전을 거두시길 빌겠습니다.”

이렇게 곽재우와 그의 의병 부대는 다음 날 바로 진주성으로 향했다.

이제 남게 된 것은 상호 일행과 오십여 명 남짓 의병들뿐이었다.

“곽재우 장군이 알려준 몬스터들의 서식지들은 약 스무 곳. 하지만 이곳 경상도에 나타난 몬스터 게이트는 이보다 많을 게 분명하다.”

토벌을 쭉 이어가면서 탐색도 병행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토벌대 인원 편성을 하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이번 전투로 얻은 스킬 코어를 누구에게 분배하는 게 좋을까.”

우선 아직 스킬을 갖지 못한 임충에게 하나를 주는 것을 생각했다.

문제는 남은 한 개였다.

“으음,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노유명에게 주는 게 옳겠지만······.”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면서 몬스터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싸우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투의 전공을 높고 따져도 마땅히 노유명에게 남은 <푸른색 코어>는 주는 게 합당했다.

“함께 싸워서 그가 믿을 만한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신용을 주기엔 뭔가 부족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오랜 시간 함께 율과 임충과는 신뢰라는 점이 조금은 부족했다.

결국 상호는 노유명에게는 함께 획득한 <붉은색 코어>를 주기로 하고 <푸른색 코어>는 그냥 자기가 취하기로 했다.

“그럼 이것은 내가 가질까.”

아드모스의 영웅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터였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싸울 때에는 유용하지만 개인으로 싸울 때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슬슬 지금의 능력으로 감당이 안 되는 강한 몬스터들이 상대가 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물의 속성력’외에 다른 공격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해서 상호는 바로 <푸른색 코어>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삼기로 했다.

화아아앗!

빛이 사그라지고 상호는 세 번째 스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허얼.”

능력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상호의 표정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애매모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세 번째로 얻은 능력이 무엇이기에 그가 그런 것일까?

온갖 종류의 스킬들이 있고 그 안엔 직접적인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스킬들도 여럿 존재한다.

지금 상호가 취득한 스킬인 ‘마도구 제작’도 바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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