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92화 (92/127)

二十장. 혹한의 위기. (3)

상호와 그가 지휘하는 토벌대가 윈디고를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던 그 무렵.

압록강을 건너 조선 땅에 당도한 명군이 드디어 왜군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총사령관인 이여송은 우선 2,000의 병력을 앞장 세웠다.

이들 병력은 조선의 지원 하에 신속하게 움직여 선천 땅을 지나 평양 바로 위에 자리한 안주성까지 당도했다.

이런 명군의 움직임은 곧 평양성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에게도 전해졌다.

평양성에 머물고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고민에 휩싸였다.

이미 조승훈의 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바 있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당초 조선 왕을 수도에서 잡고 조선을 함락된다는 계획은 선조가 파천하면서 실패하였고 뒤이어 빠르게 그를 쫓아 평양까지 왔지만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활약으로 뱃길이 끊기고 의병들에 의해 육로까지 어려워져 보급이 힘들게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명군이 참전하면 이 전쟁에서 이길 승산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평양성을 내줄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자신의 친동생인 고니시 요시치로에게 3,000의 병력을 주어 명군의 선봉을 막게 했다.

“저기 오는군.”

화려한 장식의 투구를 눌러쓴 고니시 요시치로는 저 멀리 명군이 행진하는 것을 목격하고 중얼거렸다.

형님이자 가문의 수장인 고니시 유키나가로부터 직접 부탁받았기에 그의 각오는 대단했다.

“형님께서 요청한 지원 부대가 평양성에 당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물론입니다, 도련님.”

“일제사격으로 놈들의 사기를 꺾고 정면 돌파로 적을 분쇄한다, 알겠나?”

“넷!”

고니시 요시치로의 명령에 따라 왜군은 움직였다.

전장이 되는 곳은 탁 트인 평야였기에 집단으로 이뤄지는 조총부대의 일제사격은 아주 큰 효과를 낼 터였다.

한 편, 명군도 왜군을 발견하고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장군, 적이 우리보다 우세합니다.”

“겁먹을 것 없다. 우리 대명 제국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다.”

명군의 지휘관인 양백경은 후퇴 대신 전투를 선택했다.

둥. 둥.

북을 치며 무수한 깃대를 곳곳에 세운 왜군 진형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명군도 나팔을 불며 앞으로 나아갔다.

양측의 군대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사격 준비!”

걸음을 옮기던 선두의 조총병들이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멈춰 섰다.

거리는 약 200보.

전력으로 달린다면 20,30초면 상대편에 닿을 거리였다.

“하아, 하아.”

조총병들은 긴장 속에서 화약을 재고 총탄을 집어넣는 준비 과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명군도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

“전군 멈춰라!”

“어서 등패를 세워라!”

양백경이 이끄는 명군은 북방의 병사가 아닌 중국 땅에서도 이남이라 할 수 있는 절강과 강남에서 온 병력이었다.

이들 강남병들은 수시로 해안가를 침탈하는 왜구들을 상대하였기에 그들의 무기나 병법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조총이라는 신무기를 들고 해적질을 하는 왜구가 늘어 그들을 상대하는 일도 있었기에 조총을 보고 바로 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나무를 둥글게 말아 만든 방패인 등패를 든 팽배수들이 길게 열을 짓고 서니 하나의 벽이 만들어졌다.

“쏴라!”

지휘관의 명령에 조총이 불을 뿜었다.

타타탕!

“으악!”

“컥!”

쏟아지는 총탄 세례에 등패 뒤에서 비명이 속출했다.

하얀 연기가 양군 사이를 뒤덮은 가운데, 양측 병사들은 멈추지 않고 서로를 향해 달렸다.

파캉!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양측의 병사들이 무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격렬한 싸움 속에서 왜도를 든 무사들이 용감무쌍하게 단단한 방진을 짠 명군 병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죽어라!”

왜도가 위에서 아래로 번뜩이자 등패가 잘리고 그 뒤에 있던 팽배수가 이마에서부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검을 쓰는 솜씨만큼은 귀신과도 같은 무사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명군도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철컹.

“이, 이런!”

왜도를 앞으로 휘둘렀던 무사는 무기가 명군 병사가 내민 세 갈래의 창날에 걸리자 당황해했다.

무사의 왜도를 막은 것은 미래의 사극에서 흔히 조선군 병졸들이 흔히 쓰는 무기로 나온 무기인 당파였다.

창날 사이에 끼인 왜도를 빼려던 무사는 곧 앞에서 날아든 장창에 찔려 숨을 거뒀다.

“큭! 기병들을 보내서 측면을 뚫어라.”

“알겠습니다.”

양백경의 명령에 거란, 여진의 유목민족을 용병으로 삼은 삼백여 명의 기병들이 빙 돌아서 측면을 쳤다.

월등한 기마 솜씨를 뽐내며 단번에 진형 안으로 파고든 기병들은 보병들을 유린했다.

“과연, 대륙의 기병들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놈들의 발을 묶고 고립시켜서 전멸시키겠습니다.”

“좋다!”

부하의 간언에 고니시 요시치로는 힘을 실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왜장 하나가 일단의 기마무사들을 데리고 명군 기병들이 날뛰는 곳을 달려갔다.

“나 야로베가 상대해주마!”

채앵!

비슷한 숫자의 기병과 기마무사들이 충돌했다.

일직선으로 돌파해오는 기마무사를 상대로 명군 기병들은 곧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는 반전해서 뒤를 치고자 했다.

“쏴라!”

이때, 사람 키만큼 큰 장궁을 든 왜군 궁병들이 기병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커억!”

날아오는 화살에 말을 타던 기병들이 고꾸라졌다.

순간 돌진력이 떨어지고 둔해진 명군 기병들을 향해 장창을 든 왜군 보병들이 사방에서 덤볐다.

사실 상, 기마무사들은 기병을 속이는 미끼가 된 것이다.

“기병들이 고립되어갑니다.”

“섬국 오랑캐들이 생각보다 꽤 하는군.”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양백경은 느긋했다.

곧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귀관들의 차례다.”

“······.”

양백경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스무 명의 건장한 장정들이 서 있었다.

이여송 휘하의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무예가 뛰어나고 신체 조건도 좋은 정예병들.

그런 그들에게 조선에게서 양도받은 보옥이 지급되었다.

양백경은 능력자가 된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 전투는 사실 상 자네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자리이다. 장군의 기대에 결코 실망을 시켜서는 안 될 것이야.”

“충!”

한 목소리로 답하는 병사들.

그들의 눈빛은 이미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좋아, 가라!”

양백경의 명령에 곧 스무 명의 능력자 병사들은 말을 타고 전장을 향해 질주했다.

약 300보의 거리.

그 거리에서 이들은 먼저 단창을 손에 쥐었다.

“합!”

기합과 함께 그대로 창을 던지는 그들!

화살도 겨우 미치는 거리에서 던진 창이 포물선을 그리며 왜군들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푸헉!

“뭐, 뭐야?”

“으아앗!”

난데없이 날아든 창이 동료의 몸을 관통한 것을 보고 왜군 병사들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들을 향해 능력자 병사들은 말을 전력질주로 몰아 접근했다.

“막아!”

조총병들이 황급히 총격을 가했다.

쏟아지는 총탄에 말들이 쓰러졌지만 그 위에 탔던 능력자 병사들은 지면을 한 번 구르고는 바로 몸을 일으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왜군들이 있는 곳까지 당도했다.

“헉!”

지척에 온 적을 본 왜병들은 일순 몸이 굳었다.

이런 그들을 향해 대도大刀가 크게 휘둘러졌고 그에 따라 혈풍이 일어났다.

“감히!”

한 무사가 능력자 병사를 향해 달렸다.

열도에서 손꼽히는 검술 유파를 이었고 전국 시대 당시에 여러 전장에서 스물이 넘는 무사들의 목을 벤 적이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무사의 왜도가 정해진 검로를 따라 상대의 목을 베기 위해 뻗어나갔다.

그런데······.

“컥!”

무사는 간단히 왜도를 분지르고 가슴팍을 훑고 지나가는 대도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며 그대로 쓰러졌다.

기술이 아닌 순수한 힘의 차이가 낳은 결과였다.

어디 그 뿐일까.

한쪽에서는 날아드는 총탄은 가벼이 피하며 범상치 않은 날렵함을 뽐내는 능력자 병사들이 조총병들을 학살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

고니시 요시치로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작 스무 명.

그들을 막지 못해 수백 명의 병사들이 늑대에게 쫓기는 양떼마냥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왜군은 큰 혼란에 빠졌고 명군의 공격에 큰 손실이 입기 시작했다.

“도련님, 어서 후퇴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군의 전멸을 피할 수 없습니다.”

휘하 부하들의 말에 고니시 요시치로는 치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결국 이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전군, 후퇴한다.”

“넷!”

후퇴를 결정했지만 당장 전장을 이탈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명군의 발목을 잡아 본대가 후퇴를 할 수 있도록 희생양이 필요했다.

이를 자처한 것은 눈가에 상처 자국이 있는 노령의 무사였다.

“제가 맡겠습니다.”

“노부츠.”

“부디 주군께 이 노부츠가 최후까지 용감히 싸우다 전사했다고 전해주십시오.”

“물론 그리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후퇴하는 본대를 지키기 위해 노부츠는 500의 결사대와 함께 후미에 남았다.

비장함을 갖고 명군을 막아서는 그들의 모습은 확실히 비장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쏴라!”

궁병들이 쏜 화살이 서 있는 왜병들을 거꾸러뜨린다.

이어 달려온 기병들이 대열이 무너뜨리고 창칼로 앞을 막는 자들을 쓰러뜨렸다.

“네 놈들은 한 발자국도 더 갈 수 없다!”

고니시 가문의 충직한 가신인 노부츠는 혈혈단신으로 말을 몰아 기병들이 연거푸 쓰러뜨렸다.

그의 활약에 명군 기병들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때, 능력자 병사 중 하나가 맨 몸으로 말을 탄 노부츠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오거라!”

노부츠는 상대가 인간 같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 적 병사임을 알아보고 전력을 다해 창을 휘둘렀다.

정확히 지상에 있는 적을 노리고 창이 찔러 들어갔다.

“아닛?!”

노부츠는 자신의 창을 피해 위로 뛰어오르는 적병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무려 말 머리보다 높은 곳까지 뛰어오른 능력자 병사는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대도를 내리찍었다.

“분, 분하다.”

노부츠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말에 떨어졌다.

그래도 그는 고니시 요시치로와 1천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병력을 무사히 평양성으로 후퇴할 수 있게 시간을 벌었다.

“훌륭하군.”

승전을 한 명군 장수 양백경은 반신반의하던 능력자 병사가 내놓은 우수한 성과에 크게 기뻐했다.

이런 병사가 앞으로 백 명, 천 명이 생기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불패의 군대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 승전보를 받은 이여송은 크게 기뻐하며 한 편으로 이런 명령을 내렸다.

“조선의 조공만을 기다릴 수 없다. 당장 병력을 뽑아 요괴 토벌대를 조직해라.”

이여송의 명령에 따라 무려 오천에 달하는 병력이 왜군을 상대하는 게 아닌 몬스터 토벌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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