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06화 (106/127)

二三장. 조선의 반격! (6)

물밀 듯이 몰려오는 왜군을 상대로 행주산성의 조선군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쏴라!”

펑! 펑!

재고가 거의 떨어진 화약을 겨우 모으고 모아 발사한 화포에 밀집된 왜군이 박살났다.

하지만 쓰러진 왜군은 전체에 비교하면 한 줌에 불과했다.

“발포하라!”

아래서부터 왜군이 쏜 화살과 총탄이 목책과 성벽을 방패삼고 방어하던 조선군을 덮쳤다.

“컥!”

“으악!”

총탄에 맞아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조선군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사격에 힘입어 창을 들고 왜병들이 달려들자 위쪽의 조선군도 창으로 그들을 맞찔렀다.

서로가 창을 찔러대는 가운데, 무사가 용감무쌍하게 조선군 진형 안으로 뛰어 들었다.

“이야압!”

무사가 기합과 함께 내지른 왜도에 한 조선군 병사의 목이 잘렸다.

그 모습에 무관 한 명이 환도를 들고 덤벼들었다.

채앵!

검을 부딪친 무사와 무관은 서로 뒤엉켜 접전을 펼쳤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조선군과 왜군의 병사들 또한 서로 치열한 백병전을 펼쳤다.

“와아아!”

“진격하라!”

아무래도 5배나 많은 병력 차 때문에 점차 조선군이 성 쪽으로 밀리는 양상이 되어갔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가장 왜군이 노리는 성문 쪽으로 향하는 길목은 조선군이 쉬이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 상호가 있었다.

“에잇!”

덤벼드는 왜병을 아래로 내던지며 상호는 왼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창을 찌르는 왜병의 안면을 강타했다.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왜병을 옆으로 밀치고 다음 오는 적을 맞이했다.

“나리!”

백준수의 목소리에 반응해 상호가 허공을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왜병이 쓰던 창이 잡혔다.

“하아앗!”

상호가 그것을 그대로 아래서 올라오는 무사를 노리고 던졌다.

“크헉!”

창은 무사의 몸을 관통하고도 그 기세가 줄지 않아 꽤 멀리까지 시체와 함께 날아갔다.

상호는 창을 던진 후 몸을 바로 세우면서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하아, 하아.”

입에서 슬슬 단내가 나온다.

아까까지 속성력을 최대한까지 쓰느라 정신력은 바닥이고 낮에 싸운 뒤에 별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싸우느라 체력도 슬슬 한계였다.

“들어 눕고 싶다.”

솔직한 심정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하지만 한가하게 쉴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도 이곳을 무너트리기 위해 수백 명도 넘는 왜병들이 창칼을 들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이것들,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오네.”

이제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털끝만큼도 들지 않는다.

지금 상호의 눈에 왜병은 바글바글 몰려드는 고블린처럼 보일 뿐이었다.

“으윽!”

무수한 왜병들이 내지르는 창칼을 ‘강철화’ 능력으로 강화시킨 몸뚱이로 막던 김태진이 신음을 흘린다.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신력이 부족해지면서 그만 왜병이 내지른 창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김 군관!”

“이 놈들!”

상호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능력을 강화했어도 아직 초인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러하기에 인해전술로 밀어붙여오는 왜병들을 맞아 싸우다 지치고 다치는 이들이 속출했다.

“다쳤으면 성으로 가서 치료받아.”

“크윽, 아직 괜찮습니다.”

팔뚝에서 피를 흘리면서 김태진이 후퇴를 종용하는 상호에게 대답했다.

그런 그를 보며 상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헛되이 목숨을 버리라고 귀한 능력을 준 게 아니거든. 그러니 당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알겠습니다.”

상호의 말에 김태진은 마지못해 승복하고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다친 부상자를 업고 후방으로 피신했다.

그것을 보며 상호는 재차 왜병들을 베며 추격을 막았다.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

행주산성을 함락하고자 왜군도 총력을 기울였다.

“장군, 위험합니다.”

“어차피 여기서 물러날 곳도 없다.”

권율은 지휘관이라는 입장임에도 위험을 피하지 않고 성루에서 성벽을 오르는 왜병을 베어갔다.

계속해서 성벽을 오르는 왜병과 그것을 막는 조선 병사들.

이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남지 않았다.

“자, 어서 이쪽으로!”

“환자에게 유시가 날아오지 않고 방패를 그쪽을 세워두게.”

성벽 너머에서 빗나간 화살이나 총탄이 넘어와 주변에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다친 부상자를 옮겨 치료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명대사와 허준이었다.

중과부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서도 조선군의 저항은 3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무려 4천에 달하는 병력을 잃은 왜군도 기진맥진이 되었지만 3천의 병력 중 절반이 죽거나 다친 조선군은 그야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끝이 난다!”

“모두 돌격하라!”

우키타 히데이에뿐만 아니라 모든 왜장들이 마지막 기세를 몰아 산성 함락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 때!

“앗, 저기를 보십시오!”

권율의 부관 중 한 명이 남쪽의 강을 가리켰다.

이에 얼굴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권율 또한 강가를 바라봤다.

횃불을 켜 강 주변을 환히 밝힌 채 행주산성 쪽으로 오는 선단이 있는 게 아닌가!

권율은 그것을 보고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저 선단은······!”

권율은 저 선단이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쌀을 실은 조운선들임으로 알아챘다.

기다리던 보급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군의 사기를 위해 그는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보급과 원군이 도착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싸워라!”

“와아아!”

원군과 보급이 왔다는 얘기에 조선군의 사기는 순식간에 치솟았다.

한 편, 우키타 히데이에는 강을 거슬러 오는 선단을 보고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다.

“원, 원군이 온 것인가.”

“적어도 스무 척은 되옵니다.”

“이럴 수가! 거의 다 성을 함락하기 직전인데 하필 이 때에 조선의 원군이 온단 말이냐!”

우키타 히데이에는 이 기막힌 우연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에게 이시다 미츠나리가 간언했다.

“이미 우리 군의 피해가 무척 크오. 이런 마당에 적 원군까지 가세한다면 전세가 뒤집어질 수도 있소.”

“허면 퇴각이라도 해야 한단 말입니까?”

“후일을 도모하려면 그리 해야 하지 않겠소.”

“크윽.”

우키타 히데이에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명군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 전군을 몰아 남쪽에 있는 조선군부터 섬멸하려 했었던 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성공시키기는 고사하고 막대한 손실만 있고 후퇴한다는 게 다이묘로서 또한 조선 출정군의 총사령관으로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시다 공의 말씀대로 일단 물러나 부대를 재정비하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한양에 돌아가 북쪽에서 오는 조명 연합군을 상대하려면 지금의 전력이라도 온존해야 합니다.”

고바야카와 다카카케를 비롯한 각 군의 지휘관까지 후퇴를 주장하니 우키타 히데이에도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전 군에게 퇴각 신호를.”

“네.”

“하아앗!”

슈칵.

검에 베인 왜병이 앞에서 쓰러진다.

상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다음 상대를 찾았다.

“어디 갔어?”

방금까지만 해도 알아서 죽으러 달려들던 왜병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이것에 상호가 의문을 품는 찰나,

“나리! 아군의 지원이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달려오며 원군의 도착을 알린 것은 아까 부상을 입고 성으로 후퇴했던 김태진이었다.

그는 다친 팔을 천으로 묶어 매고서 달려왔다.

“뒤에 남아있으라니깐. 그보다 원군이 왔다고?”

지금은 김태진이 온 것보다 그가 한 말이 더 중요했다.

상호의 물음에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진이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강을 거슬러 약 스무 척의 배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왜군들이 물러나는 모양이군요.”

왜병의 피로 피범벅이가 된 모습으로 남준이 와서 말을 거들었다.

상호는 그 얘기에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와줬구나.’

역사가 바뀌어 안 올 줄 알았다.

딱 기막힌 순간에 나타나서 왜군을 지레 겁먹게 해 후퇴시킨 강의 선단에 감사함을 느꼈다.

“도망치는 적을 소탕한다. 날 따르라!”

갑자기 위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병사들이 상호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그들의 선두엔 놀랍게도 권율이 있었다.

“적이 그냥 물러나게 두지 마라! 한 놈도 남김없이 까마귀밥으로 만들어라!”

이대로 등을 보인 왜군을 호락호락 보내지 않은 심상인 모양이다. 뒤를 칠 생각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상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도 빠질 수는 없지.”

“옛!”

방금까지 퍼질 대로 퍼진 몸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이에 상호도 추격대에 편승해서 물러나는 왜군의 뒤를 쫓아 그들의 등을 베었다.

“으악!”

“살려줘!”

따라잡혀 졸지에 조선군의 매서운 공격을 받게 된 왜군은 일방적으로 도륙당할 뿐이었다.

“추격인가.”

“주군, 제가 놈들을 막겠습니다.”

“요시다, 너의 희생을 내 잊지 않으마.”

막 한양으로 방향을 잡고 후퇴하려던 우키타 히데이에는 추격해오는 조선군을 막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한 요시다라는 이름의 무사와 일부의 병력을 남겼다.

옥쇄를 각오하고 수백 명의 왜군은 마지막으로 저항을 시도했다.

차앙!

“각오해라!”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당한 것을 갚고자 하는 조선군과 아군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왜군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큭, 몸이 안 따라주네.’

난전 중에 상호는 여러 명의 왜병을 베는 활약을 보였지만 워낙 지쳐 초인적인 활약을 하진 못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커지고 권율은 명령했다.

“일단 물러나 태세를 정비한다. 뒤로 물러나라!”

병사들을 물려 대열을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전 중이라 그것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양측이 뒤엉켜 싸우는 가운데,

쇄애애액!

“음?”

검을 휘두르던 상호는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순간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여러 명의 왜병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뭐, 뭐야?”

왜병들을 지휘하던 요시다는 그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 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먼 거리를 순식간에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익!”

요시다는 왜도를 뽑고 상대를 맞이했다.

그에 비해 생각보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상대는 갑옷도 입지 않고 검에 칼 한 자루만 들고 있었다.

“요오오옷!”

그런 상대를 향해 힘껏 왜도를 내리긋는 요시다.

하지만 그 일격은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아닛?”

자신의 머리 위로 뛰어넘는 상대를 보고 요시다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착지와 함께 말총머리가 크게 흔들리고 새하얀 피부에 갸름한 얼굴을 가진 인물은 그대로 검을 요시다에게 휘둘렀다.

한 순간, 어둠 속에서 푸른 궤적이 보이고 갑주를 입은 요시다의 허리는 잘려 몸이 두 동강 나 땅에 쓰러졌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적의 지휘관이 쓰러졌다!”

“항복하는 자는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 있는 왜군의 지휘관을 베어준 덕에 조선군은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결국 수백 명 중 태반이 죽고 나머지는 항복함으로써 싸움은 끝났다.

상호는 아까 본 싸움을 보고 상대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지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상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율······.”

“오래간만에 다시 뵈옵니다,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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