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23화 (123/127)

二九장. 가토 기요마사. (1)

폭발적인 기세로 휘두른 일격!

이에 맞서 상대 또한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날린다.

파캉!

검이 격돌하는 순간, 사방으로 강풍이 몰아쳤다.

“우오오오!”

“하앗!”

기합과 함께 상대의 검을 미는 상호와 가토 기요마사!

이런 와중에 상호의 발이 지면 아래로 파고들고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상호는 일순간 자신의 검에서 힘을 뺏다.

자칫 잘못하면 가토 기요마사의 왜도에 몸에 절단날 수도 있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내리치는 왜도보다 먼저 아래로 몸을 숙이면서  가토 기요마사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퍽!

타격에 의해 가토 기요마사가 뒤로 날아갔다.

“수룡창!”

숙였던 몸을 일으키면서 상호는 재빨리 허공에 맹렬히 흐르는 물의 창을 만들어냈다.

곧장 앞으로 쏘아지는 '수룡창'!

하지만 곧장 두 발로 지면에 선 가토 기요마사는 그대로 아래서 위로 왜도를 휘둘러  ‘수룡창’을 반으로 그어 분쇄했다.

형체를 잃고 무수한 물방울이 되어버린 상호의 공격.

"음?"

가토 기요마사는 비산된 물방울을 뚫고 상호가 돌격해오는 것을 보았다.

막 왜도를 크게 휘두른 동작을 취하느라 무방비인 것이 보였다.

“하아아앗!”

상호는 기합이 토해내며 초고속의 연격을 펼쳤다.

채채챙!

보통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격이 날아드는 가운데, 가토 기요마사는 어지러이 왜도를 움직여 공격을 받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상호의 전력을 다한 연격을 모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푸학.

갑주가 갈라지고 그 안에서 피가 뿜어진다.

더 이상 갑주가 갑옷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정도로 넝마가 되어갔다.

"크아앗!"

이에 가토 기요마사는 괴성과 함께 자신의 스킬인 ‘피의 욕망’ 스킬을 발동시켰다.

한층 빨라진 움직임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는 가토 기요마사!

“스킬의 힘을 빌린다면 내 쪽도 그에 맞춰줘야겠지!”

상호는 검을 쥐지 않은 왼손바닥을 위로 들어보였다.

그러자 무수한 물방울이 허공에 띄워졌다.

“수룡참!”

새롭게 개발한 신기술을 구사하는 상호!

그가 옆으로 휘저은 손길을 따라 물의 칼날이 만들어져 앞으로 뻗어나갔다.

"이요오옷!"

가토 기요마사는 물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붉은 기운을 폭발시키며 왜도를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른 것만으로 땅에 깊고 긴 흠집을 만드는 참격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파고들 틈이 없다.’

상호는 좌우로 몸을 연신 움직여 참격을 피하기 바빴다.

이대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슬슬 실행해볼까.'

처음부터 정면으로 힘의 대결을 하면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상호는 이 일기토에서 유리하기 위해 작전을 세웠다.

"핫!"

크게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왜도를 쳐내고 상호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몸을 날렸다.

이를 쫓아 가토 기요마사는 땅을 박차고 바로 간격을 좁혔다.

“죽어라.”

가토 기요마사는 차갑게 말하며 상호의 목을 향하여 왜도를 휘두르고자 했다.

그 직전, 먼 거리를 단숨에 날아온 그의 발이 자연스럽게 지면에 닿았다.

“음?”

이 순간, 가토 기요마사는 불길한 느낌을 전달받았다.

본능적으로 땅에 닿은 발을 재빨리 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지면 아래서부터 무수한 넝쿨이 빠르게 솟구쳐 오르는 게 더 빨랐다.

파바밧!

"에이잇!"

온 몸을 휘감아오는 넝쿨을 향해 연신 참격을 날리는 가토 기요마사. 그러나 베이는 것보다 더 많은 넝쿨이 가토 기요마사의 몸을 뒤덮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상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구 제작 스킬도 이런 식으로 일대일 싸움에 써먹을 수 있단 이거지.’

식물 계열 몬스터에게서 얻은 씨앗을 갖고 만든 트랩 아이템을 왜군이 오기 전에 이 근처에 묻어놨던 것이다.

상호는 넝쿨에 온 몸이 결박된 가토 기요마사를 향해 힘껏 검을 내리그었다.

촤라락!

단숨에 베어지는 넝쿨!

그리고 그 너머에서 핏줄기가 거세게 솟구쳤다. 확실히 제대로 일격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상호는 내려진 검을 멈추지 않고 칼날의 방향을 뒤집으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지.’

가토 기요마사가 지닌 ‘재생’ 스킬을 생각하면 목을 자르든 심장을 뭉개지 않는 한 방심할 수 없었다.

하여 곧장 제 2격을 날리고자 했다.

그런데 이 때!

넝쿨에 속박되어 있던 가토 기요마사의 왜도가 붉은 기운을 폭사하며 넝쿨을 그대로 자르고 상호를 향해 뻗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번째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상체를 한껏 뒤로 젖혀야만 했다.

그렇게 공격을 피하고 뒤로 물러난 상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반격을 날릴 줄이야."

“크크, 훌륭한 일격이었다.”

잘려진 넝쿨 줄기를 손으로 뜯어내며 가토 기요마사가 걸어나온다.

그의 몸 주변으로 붉은 기운, 혈기가 뿜어지고 있다. ‘재생’ 스킬과 더불어 ‘피의 욕망’ 스킬이 같이 발동되었기에 살을 찢고 갈비뼈를 부순 일격을 받았음에도 멀쩡히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명이 대폭 깎일 짓을 잘도 해대는군."

저렇게 '피의 욕망' 스킬로 '재생' 효과를 보다 활성화하라면 그만큼 생명력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

저런 식으로 힘을 써대면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 알기는 한 걸까?

"크크크! 이 정도의 공격으론 날 쓰러트릴 수 없다."

'피의 욕망' 스킬이 부수적으로 일으키는 아드레날린 효과 덕에 고통조차 잊고 가토 기요마사는 상호를 쓰러트리고자 걸어오기 시작했다.

"칫."

상호는 다가오는 가토 기요마사를 피해 뒤로 뛰어갔다.

그렇게 달려간 자리는 봄철을 맞아 농민이 벼를 심어놓은 논이었다.

첨벙.

이제 겨우 싹을 틔운 푸른 벼가 자란 논 가운데로 달려 들어간 상호를 쫓아 가토 기요마사도 논으로 뛰어들었다.

“또 어떤 함정을 숨겨놓은 것이냐!"

이렇게 말하며 가토 기요마사는 위에서 아래로 힘껏 왜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충격파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면서 땅을 뒤집었다.

“이런!"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충격파를 보고 상호가 몸을 돌렸다.

그리곤 ‘물의 속성력’으로 논에 대어진 물을 모아 벽을 만들어 충격파를 막아냈다.

촤아앗!

물폭탄이 터진 것처럼 위로 물이 솟구쳤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만든 대지의 상처를 따라 달려온 가토 기요마사가 상호를 향해 왜도를 휘둘렀다.

"흡!"

상호는 겨우 공격을 막아냈지만 무릎이 꺾여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피의 욕망’ 스킬의 효과가 한층 강해진 것이다.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우며 공격해오는 가토 기요마사는 어지간한 로드급 몬스터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연이어 날아드는 공격!

하지만 상호는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맹공을 피하여 달아나지 않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정신없이 싸우는 사이에 상호와 가토 기요마사는 왜군에게서 상당히 떨어진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은 상호가 사전에 물색한 장소였다.

그리고 상호가 가토 기요마사를 상대로 시간을 버는 동안, 이 장소를 향해 가파른 경사에다가 나무와 바위로 이동하기가 힘든 야산의 측면을 따라 달려 내려온 이들이 있었다.

“나리!”

“이제부터 저희가 돕겠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뚫고 오느라 몸 여기저기에 나뭇잎을 붙인 채로 율과 남준이 말해온다.

“진주성에 죽어간 자들의 원혼을 갚아주마.”

“나무아미타불. 더 이상 이승에서의 죄를 짓지 않도록 그만 목숨을 거둬가겠소.”

가토 기요마사의 뒤편으로 고인후와 사명대사가 자리하면서 말하였다.

그리고 다른 세 명의 군관까지 포위망의 한 축을 만드니 여덟 명의 조선 측 능력자가 가토 기요마사를 포위하는 형국이 되었다.

일기토 도중에 갑자기 난입이 이뤄지자 멀리 있던 왜군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군이 위험하다!”

“이랴!”

왜군 기병들이 부랴부랴 상호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려 했다.

하지만!

“놈들이 토포사 나리께 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공격 앞으로!”

고개 위쪽에 있던 조선군 병력이 화살을 쏘며 그대로 아래로 돌격하였다.

이로 인해 순간 달려오던 기병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모두 죽이고 길을 열어라!"

조선군을 전멸시킬 요량으로 기마무사들이 앞으로 말을 몰며 무기를 휘둘렀다.

사실 기병을 상대로 보병이 덤빈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지만 돌격하는 선두에 능력자인 토벌대원들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타핫!”

“우리를 얕보지 말라고!”

말을 베고 그 위에 탄 무사를 땅으로 떨어트리며 기병의 진격을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양측이 뒤엉켜 싸우게 되면서 자연스레 상호 일행은 오로지 가토 기요마사만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럿이면 날 쓰러트릴 수 있다는 생각하는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만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가토 기요마사.”

상호는 대답하면서 자신과 함께 싸우고자 하는 동료를 보았다.

혼자라면 힘들지만 이들과 함께라면 아무리 괴물같이 강한 가토 기요마사라도 해치울 수 있다.

이런 확신을 없었다면 처음부터 이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호는 모두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절대로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상대가 틈을 보인다고 그것에 현혹되어 달려들어선 안 돼."

"알겠습니다."

"알았네."

이렇게 대답을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 켠이 불안했다.

상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내 말에 잘 따라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만약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 때는 그 능력을 쓰자.'

영웅의 능력.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명령을 순종적으로 따르게 하는 능력이 상호에게 있다.

그렇지만 동료들이 자주적으로 싸워 승리를 거두는 편이 후일을 위해서도 더 나은 일이기에 그 수단은 불가피한 상황이 될 때나 쓸 생각이었다.

"덤벼라."

가토 기요마사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그런 그를 에워싸고 상호와 그 동료들은 조금씩 움직였다.

그리고······.

"간다!"

상호가 선두로 움직이는 것으로 전투는 다시 속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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