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조선시대에 가다-126화 (126/127)

二九장. 가토 기요마사. (4)

각오를 하고 남은 상호를 뒤로 하고 의식을 잃은 율을 데리고 고인후와 남준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싸움에서 먼저 이탈했던 사명대사나 다른 군관들과 합류해 조선군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데 변이된 가토 기요마사가 자신에게 등을 보인 인간들을 보더니 갑자기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카아앗!”

괴성과 함께 질주하는 그!

순간 일대에 충격파가 퍼질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중간에 갑자기 솟구친 물의 장벽이 나타나고 거기에서부터 ‘수룡시’가 사출되자 땅을 부수면서 멈추고는 날아드는 물의 화살을 변형된 팔로 부쉈다.

“네 녀석 상대는 나다!”

상호는 이리 소리치며 제자리에 멈춘 가토 기요마사의 등 뒤로 달려들어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파캉!

목을 노리고 내질러진 검은 칼처럼 변형된 오른팔에 막혔다.

이 때, 몸을 상호 쪽으로 비트는 가토 기요마사.

‘위험하다!’

본능이 이렇게 경고를 해왔다.

상호는 이를 믿고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이 행동이 결과적으로 상호의 목숨을 구했다.

몸을 돌리면서 가토 기요마사는 창처럼 변형된 왼팔이 기습적으로 찔러져 온 것이다.

퍽!

가까스로 몸을 틀어 찌르기를 피한 상호가 기습적으로 발차기를 날려 안면을 찼다.

“크아아앗!”

생나무도 부러트릴 수 있는 위력의 발차기였기에 가토 기요마사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그것을 보며 상호는 욱신거리는 자신의 정강이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더럽게 단단하네.”

저 정도의 강도라면 어지간한 창칼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봐야했다.

상호는 슬쩍 다른 이들이 있던 곳을 보았다.

어느새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을 보면 꽤 멀리까지 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왜군을 상대하던 병력들 또한 산 위쪽으로 후퇴했다.

‘이제 그러면······.’

상호의 시선은 우물쭈물 멈춰 있는 왜군에게 향했다.

자신들이 섬기는 주군의 갑작스런 변모에 충격을 받아 후퇴하는 조선군을 추격하지도 못하고 멈춰 있는 그들을 향해 상호가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날 위해 방패가 되어줘야겠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 가토 기요마사를 상대로 정면으로 싸워 이길 승산은 거의 없다.

놈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아울러 놈을 끝장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려면 왜군 사이에 섞여 공격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이쪽으로 온다!"

"주군!"

상호와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가토 기요마사를 보고 왜군이 큰 혼란에 빠졌다.

적이라 할 수 있는 상호의 존재보다 인간이 아니게 된 그들의 주군을 보고 공포에 질린 것이다.

"실례."

상호는 말에 탄 무사들 사이로 빠르게 돌파했다.

이를 인지하고 고개를 돌리던 무사들 사이로 죽음의 빛이 무수히 번뜩였다.

삽시간에 조각조각난 무사와 말의 시체, 그들이 내쏟는 피를 받아가며 가토 기요마사는 상호를 계속 쫓았다.

"으아아악!"

"도망쳐라!"

살육을 본 왜군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려 했다.

이를 본 상호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힘을 모았다.

'미안하지만 가게 둘 순 없다.'

곧 '물의 속성력'이 발휘되고 일대의 논에 고여있던 방대한 물이 일제히 솟구쳤다.

졸지에 물의 벽에 의해 왜군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촤라라락!

이런 와중에도 가토 기요마사는 자신의 범위 안에 드는 모든 자들을 참살했다.

이에 몇몇 자들은 애원하듯 그에게 말을 건넸다.

"주군! 우리는 같은 편입니다!"

"부디 이성을 찾으십시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미 인격 자체를 상실한 지금의 가토 기요마사는 한 마리의 마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곧 말을 건넸던 자들까지 무참히 살육하니 남은 자들은 살기 위해서 그에게 무기를 겨누게 되었다.

"우와아앗!"

한 무사가 창을 들고 가토 기요마사를 향해 말을 달려 돌격했다.

정확히 몸통에 꽂히는 일격!

그런데 정작 공격한 무사와 그가 탄 말은 마치 거대한 장애물이 막힌 듯 충격을 받으면서 앞으로 굴렀다.

창에 찔린 부분에 얕은 상처만 생겼을 뿐, 치명상을 입지 않은 가토 기요마사는 그대로 뒤돌아 검으로 변한 팔로 막 일어나려던 무사를 양단했다.

"쳐라!"

"우오옷!"

사방에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무사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내지르는 병장기는 강철보다 더 단단한 피부를 가진 가토 기요마사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검은 피부가 베이고 피가 분출되었다.

"크아앗!"

분노한 가토 기요마사는 크게 팔을 내질렀다.

그 궤적에 든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썰려져 죽음을 당했지만 한 사람만은 무사히 뒤로 피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물론 상호였다.

'내 전력을 다해도 얕은 부상 정도만 입힐 수 있는 건가.'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무사들의 공격에 맞춰 기습을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기 좋게 실패하였다.

가토 기요마사는 상호를 노리고 재차 창으로 변한 팔을 뻗었다.

"큭!"

그것을 피해 몸을 날린 상호!

하지만 어느새 그것을 쫓아 가토 기요마사도 몸을 놀렸다.

파캉!

충격음이 들리고 상호가 쥐고 있던 검이 두동강 나버렸다.

'빌어먹을!'

맨 손이 된 상호는 황급히 벽을 이루는 물에서부터 '수룡시'를 뽑아내 달려드는 가토 기요마사에게 날렸다.

사방에서 쇄도하는 '수룡시'를 막느라 발이 묶인 틈을 타 재빨리 거리를 벌린 상호가 향한 곳은 왜군들이 있는 쪽이었다.

"오, 오지마!"

"히이익!"

상호가 접근하자 왜군들은 기겁하며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가토 기요마사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상호에게 그들의 공격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다.

가볍게 공격을 피하면서 한 무사로부터 왜도를 빼앗은 상호는 뒤를 보았다.

푸화학!

방금 그가 지나쳐온 사람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시금 주의를 왜군들에게 돌려 한 고비를 넘겼지만 곧 다시 표적이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뭔가 수가 없을까.'

이대로 공격해봤자 치명상을 주기 힘들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가토 기요마사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방도를 생각하던 상호의 뇌리에 번뜩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가능할까?'

상호는 한 가지 가능성에 자신의 생존을 걸어보기로 했다.

우선 주변에 병풍처럼 펼쳤던 물에게서 속성력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솟구쳤던 물은 이내 아래로 쏟아져내렸고 사방이 열리게 되었다.

"으아아앗!"

"도망치자."

여태껏 살아남은 소수의 왜군들은 살 길이 열리자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가토 기요마사를 자극하는 일이 되었고 한 명도 남김없이 추살되었다.

이 와중에 상호는 호흡을 가다듬고 의식을 집중했다.

'좀 더 강력한 공격. 그래, 고압의 수압은 철도 뚫을 수 있다. 그러한 수압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지금 발휘할 수만 있다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제까지 만들었던 '수룡시', '수룡창', '수룡의 가호' 같은 기술들도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구축하여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크아앗!"

마침내 왜군의 마지막 생존자가 해치운 가토 기요마사가 고개를 들고 괴성을 토해냈다.

그것이 사냥꾼으로서 쾌감에서 비롯된 울부짖음인지 아니면 자신의 부하였던 자들을 무참히 죽인 것에 대해 괴물 안에 아직 있을지 모르는 가토 기요마사의 영혼이 슬퍼해서 낸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는 표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상호 한 명뿐이었다.

"크윽!"

수 초 후에 자신이 무참히 찢겨 죽임을 당할 것임을 알기에 상호의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우선 자신이 낼 수 있는 수압의 참격인 '수룡참'을 허공에서 만들고 날렸다.

촤아앗!

하지만 역시나 이 정도의 공격은 간단히 분쇄되었다.

'보다 절단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방어를 취할 틈도 주지 말아야 되는 건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계속해서 '수룡시'와 '수룡참'을 날리며 시간을 벌어보지만 그래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정신력의 고갈이 슬슬 닥치면서 어지럼증이 일어났다.

'그냥 달아날까.'

궁지에 몰리니 새삼 과거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상호는 곧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었다.

'멍청하긴! 그래봤자 등 뒤에서 바로 쫓아온 가토에게 살해당할 뿐이야. 지금 내가 살 길은 어떻게든 그 수단을 완성시키는 거다.'

상호는 정신을 고쳐먹고 다시금 이길 수 있는 수단을 완성키기고자 집중했다.

연신 날아드는 공격을 쳐내며 코앞까지 온 가토 기요마사.

그를 막기 위해 상호는 아래로 내렸던 왜도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영감이 폭발하듯 번뜩였다.

'보다 강한 힘으로 물을 일점에 모아 방출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물을 모아서 압축해야 돼.'

상호는 생각해낸 것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흡!"

우선 상호는 자신의 왼손에 한 덩어리의 물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압축시키는 일을 했다.

점차 작아지는 물 덩어리.

그것은 급기야 작은 구슬만한 크기가 되었다.

'크윽, 압력이!'

손 전체가 바들바들 떨린다.

고도의 집중을 하느라 어느새 가토 기요마사가 간격 안에 들어온 것도 몰랐다.

쉬이이익!

바람을 가르며 칼로 변형된 팔이 상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치잇!"

상호는 본능적으로 왼손을 들어 칼날을 막고자 했다.

본래라면 팔이 잘렸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날카로운 칼날은 손바닥 위에서 멈춰 있었다.

"하, 하하."

상호는 칼날을 막은 게 자신이 압축시킨 물 덩어리임을 보고 실소를 터트렸다.

압축된 물이 가지는 높은 밀도가 칼날조차도 밀려나게 한 것이다.

'이거라면 가능하다.'

상호는 그대로 왼손을 바로 앞에 선 가토 기요마사의 가슴 한가운데로 옮겼다.

"더 이상 괴물로서 살지 않게 도와주겠어."

지금 눈앞에 있는 괴물이 아닌, 이전 자신이 상대했던 적의 무장 가토 기요마사에게 이 말을 전하며 손바닥을 앞으로 밀었다.

그 순간, 앞에 떠있던 물의 탄환은 그대로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그것을 본 상호는 황급히 뒤로 몸을 날리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유지하던 '물의 속성력'을 해제했다.

퍼엉!

몸 안쪽에서부터 엄청난 파열음이 들리고 그토록 강건하던 괴물의 상반신은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뿌려지는 물보라 속에 섞여 흩뿌려졌다.

이것이 바로 가토 기요마사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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