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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69화 (69/228)

제69화

제69화 창과 방패 (1)

까마귀들은 포위한 채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지원 병력을 기다리는 거겠지.

저편에서 전해지는 막대한 기파가 있었다.

이 정도면 로열나이트라 불리는 특임대가 분명하다.

나는 매듭을 완성하는 순간, 곧장 움직였다.

쿵!

쏜살같이 쏘아진 신형이 까마귀들 앞에서 불쑥 솟아났다.

“온닷!”

누군가가 소리치자, 흠칫하며 긴장 어린 표정을 짓는 녀석들.

나는 그들 앞에서 지반을 박차 올랐다.

쿵!

동시에 새처럼 허공을 나르는 신형.

까마귀들의 고개가 일제히 들어진다.

전장에서 허공에 오르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손쉽게 표적이 되고, 공중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까.

그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천령신공 경신편.

제4장 비연(飛燕).

허공을 노닐던 발끝이 마치 발판이 생긴 것처럼 허공을 밟는다.

그리고 이내.

퍼어엉!

신형이 앞으로 쭉 쏘아졌다.

제비가 허공을 나르는 듯한 유려한 움직임.

그 뒤를 돌풍을 동반한 투명한 충격파가 휩쓸었다.

허공답보로 녀석들을 단숨에 뛰어넘은 나는, 다시 한 번 발끝에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단단한 지면이 내 몸을 받아 냈다.

천령신공 보법편.

제2장 추뢰(追雷).

콰앙!

또 한번 작렬하는 수평의 벼락.

적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광장을 가로지르는 직선의 걸음이 있었다.

나는 단숨에 까마귀들의 포위망을 꿰뚫었다.

“빌어먹을! 잡아!”

“쫓아라!”

뒤편에서 흩어지는 고함.

나는 재빨리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 전방을 살폈다.

색색깔의 지붕들이 바다처럼 널따랗게 퍼져 있다.

도시, 스티스는 프렌치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

저 멀리 산맥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성벽이 보였다.

갈 길이 멀다.

도시 전체가 할렌트가 파 놓은 덫과 다름이 없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이 도시를 벗어나야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지붕을 박차고 건물을 뛰어넘었다.

“헙.”

속도를 높이자마자 어깨 너머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의 가속이 그의 몸에 부담을 주는 까닭.

조금 전 이어졌던 비연과 추뢰의 연계에서도 그의 몸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내게는 산들바람처럼 느껴질 정도의 작은 저항이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결코 가볍게 닿지 않았다.

이래서는 마음 놓고 달리지도 못하겠군.

혀를 차며, 속도를 줄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내가 피할 경로까지 선점하여 널따랗게 그물망을 펴 오는 화살 비.

하지만 그들이 짠 그물코는 나를 잡기에 헐거웠다.

발끝에 힘을 주는 동시에 신형이 갈라지듯 흩어진다.

목표물을 잃은 화살들은 건물에 부딪쳐 떨어지거나 애먼 곳에 꽂혀 들었다.

그때 골목 아래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

화살 비를 피하는 사이, 말을 탄 기사들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저편에서 지붕 위로 솟아오르는 병사들도 보였다.

그들의 포위망은 처형대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랬기에 사람들도 내가 등장하리라 생각지 않았고, 할렌트 또한 이것을 보고도 올 수 있으면 와 보라는 심정이었겠지.

공개 처형의 시일이 한 달 전에 공개했을 때부터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간 동안 철저히 준비한 만큼, 이들 또한 나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꿰뚫으려는 창과 그것을 막아 내려는 방패의 결전.

로드르의 죽음 저변에 깔린 새로운 시작과 패망의 종착.

나와 적은 그 기로에 서 있었다.

프렌치아의 마지막 숨통이 이대로 끊어질지, 아니면 흰사자로 인한 새로운 열망이 피어오를지는 모두 이 결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각기 다른 두 개의 바람이 교차하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쐐애애액!

그때, 대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거뭇한 무언가.

그것을 피해 내자 건물의 지붕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무너진다.

거뭇한 그림자의 정체는 짙은 묵창이었다.

곳곳에 늘어선 녀석들이 내가 밟을 건물의 지붕에 투창을 해 댔다.

내가 밟을 지면을 줄이겠다는 속셈.

콰과과과광!

쏟아지는 묵빛 창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나는 그럼에도 남아 있는 건물의 뼈대와 잔해들을 밟으며 곡예를 부리듯 그것을 넘었다.

이 새끼들.

시민들은 생각지도 않나 보다.

누군가 입게 될 재산 피해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나는 투덜거리며 지붕 아래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건물의 피해도 그렇지만, 넓게 흩어져 있던 병력이 점차 내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지붕을 타고 가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이동경로가 적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파밧!

나는 좁은 길가를 달렸다.

거리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이 휑했다.

깍― 까악―!

상공에서는 까마귀 전령들이 허공을 유영하며 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적의 눈이 하늘에 있다.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이곳에서는 어디로 가든 녀석들의 손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도시를 벗어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적의 병력은 내게 더욱 집중될 터.

속도를 낼 필요가 있었다.

* * *

“어, 어떡하죠?”

엉망이 된 장내를 바라보던 사르페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정말이지 찰나에 벌어진 일.

갑작스레 등장한 흰사자가 로드르를 업은 채,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로드르를 빼내는 것까지는 성공한 것 같지만, 현재 스티스시는 단단히 잠겨 있는 상황.

혼자 힘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리포드는 궐련에 불을 붙이곤 입을 열었다.

“어쩌기는 뭘 어째. 가만히 있어야지. 말했잖냐. 어차피 지금 나섰다가는 개죽음이야. 그 자식도 눈이 있을 텐데 제국군이 쫙 깔린 걸 몰랐겠어? 자신이 있으니 뛰어들었겠지.”

“……그렇기는 하지만.”

리포드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자신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지금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는 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거나 다름없으니.

그런데 흰사자는 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정말 이곳을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고 여기는 건가?

그는 어떤 계책을 세우고 있길래 자살 행위와 다르지 않은 이 선택을 한 걸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진짜 소드 마스터라도 되나 보네요.”

굳은 표정의 레이나가 말했다. 그녀의 입은 여전히 살짝 벌어져 있었다. 흰사자의 등장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리포드는 턱을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까닭.

프렌치아에 소드 마스터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어떻게 그런 존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난단 말인가.

다른 왕국 소속의 소드 마스터가 프렌치아를 도우러 왔을 리는 없고.

그렇기에 흰사자가 소드 마스터라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 조금 전 허공을 밟고 나아가던 그 움직임은 어떤 경지로 설명해야 할까.

그것은 소드 마스터가 아니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아니, 사실 자신은 소드 마스터가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도 안 믿었을 거였다.

X발. 허공을 밟는 게 말이 돼?

하지만 분명 마법도 아니고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 그게 대체 무슨 조화냐고!

정말이지 괴물 같은 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흰사자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너희는 어느 쪽에 걸래?”

“꼭 벗어나야죠. 프렌치아를 위해서라도!”

사르페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별처럼 반짝였다.

직접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열렬히 응원하겠다는 태도였다.

리포드는 그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야 이 자식아. 저놈이 살아나는 게 우리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만은 아니란 건 알고 하는 말이지?”

리포드의 말에 사르페는 뜨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리포드의 말은 진심이었다.

정황상 흰사자는 북부의 흰사자 소속일 게 분명했다.

그곳에는 북부의 별이 있다.

획기적인 전략으로 제국군을 쓸어버리며 유명세를 떨친 자.

그런데 그 세력에 소드 마스터까지 있다고?

어느 정도 평형을 이루던 각 파벌 간의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릴 것은 자명한 바.

만약 프렌치아가 독립을 하게 된다면 이 땅덩어리는 그들의 주도하에 새롭게 태어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자칫 우리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 있다고.”

지난 10년간 독립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을 위해 싸워 왔다.

각자가 원하는 나라를 위해서.

처음에 그들이 원하던 나라는 모두 같은 나라였을 거다.

자신들이 기억하고 사랑했던 프렌치아.

그 나라를 되찾고 싶었을 테지.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네 개의 파벌로 나뉜 독립군들이 원하는 독립은 모두 같을까?

독립군들은 여전히 프렌치아의 독립을 꿈꾸고 있겠지만, 그 이후에 맞이하게 될 새로운 나라, 새로운 프렌치아에 대해서는 각기 생각이 달랐다.

그렇기에 독립군들은 같은 목표를 가졌음에도 동, 서, 남, 북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세력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제국을 몰아낸다고 해도, 자칫 내전이 일어날 판이다.

그것은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을 터.

만약 그들이 주도하여 만들려는 프렌치아가 자신이 바라는 나라와 어긋난다면?

만약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걸림돌이 된다면?

답은 결국, 또 전쟁이다.

그럼 참으로 X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이미 예전의 프렌치아로는 돌아갈 수 없겠죠.”

레이나가 씁쓸히 말하자, 리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프렌치아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사실, 자신들이 되찾고 싶었던 프렌치아는 어떤 의미로 이미 끝이 났다.

언제나 회의적인 태도의 리포드였지만, 이 부분은 그저 명백한 사실이었다.

레이나는 그런 리포드를 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저는 흰사자가 살아나는 쪽에 걸래요.”

사르페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조했다.

“당연하죠. 저도 그쪽에 걸 겁니다. 그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고요!”

그런 둘을 보며 리포드는 입을 댓 발 내밀었다.

“제길, 빌어먹을 자식들. 나만 쓰레기로 만드는구나. 언제나 나만 나쁜 놈이지. 근데, 이번에는 너네들 말이 맞다. X발. 기왕 이렇게 된 거 저 자식이 무사히 탈출하기를 기도해 보자고. 뭔 사달이 나도 이왕이면 독립한 이후가 좋지 않겠어?”

사실 아직까지도 이들에게 독립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 이후를 벌써 걱정하는 건, 사실 망상에 불과했다. 이 땅에서 제국군을 쫓아내는 게 일단은 최우선의 과제니까.

그 개X끼들을 쫓아내야, 나눠 먹든 찢어 먹든 할 게 아닌가.

그럼에도 그가 독립 이후를 생각했던 건, 흰사자의 전력이 그만큼 막강했던 탓이다.

만약 그가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프렌치아의 독립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X발, 독립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일이구만.”

리포드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흰사자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그는 어쩌면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독립에 대해 체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장이 어찌 이렇게 제멋대로 날뛴단 말인가.

식어 버렸던 희망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 환희를 담아 흰사자에게 소리 없이 외쳤다.

빌어먹을 놈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꼭 살아남아라!

동포의 칼날에 뒈지더라도, 독립은 한번 보고 죽자!

* * *

콰아앙!

강력한 폭발과 함께 열풍이 밀려왔다.

조금 전 지나쳤던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쉬아악!

동시에 대기를 가르며 쏘아지는 바람의 칼날들.

그것에 더해 푸른 마력탄이 곡선의 궤도를 그리며 사방에서 들이친다.

콰과과과과광!

좁은 공간으로 집중되는 공격 마법에 주변 일대가 깡그리 터져 나가며, 산산이 부서진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시야를 가리는 자욱한 연기가 일었고, 그 사이로 거뭇한 그림자가 기다란 구름 꼬리를 달고 튀어나왔다.

“마, 막아!”

그것을 보며 다급히 소리치는 마법사들.

하지만 어느새 그림자는 자신들의 앞에 놓여 있었다.

촤―악!

수평으로 그어진 검극에 마법사들의 목이 일제히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들을 단숨에 베어 버린 나는, 발을 땅에 디디기 무섭게 다시금 걸음을 박찼다.

콰과과과광!

내가 있던 자리에 다시 한번 마법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쿠르르르릉.

그 충격파로 무너지는 건물들.

이것들이 단체로 정신을 놨는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생각도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건물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집 안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던 시민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들의 속셈은 알고 있었다.

오늘 일어난 일들을 모두 나의 죄로 몰 테지.

현 총독부의 힘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거뭇한 그림자가 내 앞을 막으며 떨어져 내린 건 그때였다.

쾅!

마법 공격이 한차례 지나니, 이제 기사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감히, 어딜 도망가려고!”

얼굴도 익히기 전에 칼부터 들이미는 녀석들.

나는 쏘아지는 칼날을 피해 벽의 측면을 차고 그 반동을 이용해 적의 안면을 무릎으로 찍었다.

콰직!

“커억!”

녀석은 비명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으나, 나는 앞으로 갈 수 없었다.

뒤편에서 찔러 오는 검이 있기 때문.

나는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뒤로 돌며 돌려차기로 검을 쥔 손을 쳐 내고, 그대로 한 바퀴를 더 돌아 뒤꿈치로 녀석의 어깨를 찍었다.

“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비명을 질러 댔다.

손끝에서 뿌려진 희끗한 검영이 놈의 비명을 잘라 낸다.

“뒈져라!”

골목에서 튀어나와 기습해 오는 또 다른 기사.

나는 옆구리를 찔러 오는 칼을 쳐 내고 그대로 검을 올려쳐 녀석의 턱을 갈랐다.

푸확!

붉은 핏물이 허공에 뿌려졌다.

나는 조금의 숨도 돌리지 않고 곧장 몸을 움직였다. 시간을 조금 지체했다고 그새 병력이 몰려들고 있었다.

“……끄응.”

어깨 너머에서 신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움직임이 로드르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거다.

최대한 자제하고 있음에도 충격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힘을 최소한으로 자제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니.

이 모순에서 오는 고욕이 상당하다.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진 건 그때였다.

부웅!

고개를 드니 건물의 일부가 통째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떤 미X놈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던지듯 건물을 뽑아 던진 듯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잔해들.

던져진 건물이 바닥과 다른 건물과 부딪치며 주변을 으스러뜨렸다.

“어디를 그렇게 도망가시나.”

그런 내 앞을 막아 오는 목소리.

지금까지와 달리 여유로운 태도가 전해진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녀석들과는 다른 기도를 가진 자였다.

그런 이들이 주변으로 하나둘 내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주위를 포위한 그림자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공간 전체를 짓눌러 왔다.

사위의 대기가 내려앉은 듯하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건가.

잘 벼려진 검날처럼 첨예한 기세를 가진 녀석들.

그들이 입고 있는 제복의 왼쪽 가슴팍에는 금색 칼날이 거꾸로 세워져 있었다.

제멋대로였던 들개들과 달리 단체로 제복을 맞춰 입은 이들에게서는 확실한 규율과 체계 안에서 완성된 기사의 느낌이 물씬 전해졌다.

덕분에 바로 알았다.

이 자식들이 바로 특임대, ‘로열나이트’.

그들의 단장으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폐허 속에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은 채 절도 있게 움직이는 녀석.

그는 하는 짓만큼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네놈의 사형을 집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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