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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75화 (75/228)

제75화

제75화 불어오는 바람

울창한 산골짜기에 숨겨진 깎아지른 절벽.

그 가파른 벽면 위로 위태롭게 지어진 건물들.

이곳은 남부를 대표하는 독립군, ‘혁명의 칼’의 본부였다.

“대장!”

건물과 건물을 잇는 좁은 계단을 한 사내가 다급히 오르며 소리쳤다.

그 기세를 몰아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이.

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던 사내는 갑자기 등장한 부하 녀석을 돌아보았다.

부리부리한 눈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다른 이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거구의 사내.

상체를 탈의하고 있는 그의 상반신에는 뱀처럼 구불거리는 흉터가 가득했다.

‘혁명의 칼’의 수장이자, 남부의 창, ‘검은 유성’.

그것이 드라칸이라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것들이었다.

“뭔데 또 호들갑이야.”

“호들갑이라니! 완전 엄청난 소식이라고.”

드라칸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지껄여 봐.”

“로드르 헤이어서가 죽었대!”

세상의 비밀을 마치 혼자만 알아차린 것처럼 말하는 푸조를 드라칸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대장 혹시 바보 아냐? 로드르 헤이어서가 누군지 몰라?”

“알아, 인마.”

“알고 있는데 반응이 왜 그래?”

“그럼 내가 너처럼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어야 하냐?”

“그건 아니지만, 아는 거 맞아? 수상한데.”

“나도 알아 새끼야.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이미 한물간 늙은이가 죽었다고 뭐가 달라져? 독립이라도 와? 우리는 그냥 갈 길 가면 되는 거야.”

“호오, 멋진데?”

그를 바라보는 푸조의 눈이 기다랗게 휘었다.

“근데, 흰사자가 그를 구했었대.”

“흰사자?”

“요새 뜨거운 감자잖아.”

“알지. 한번 겨뤄 보고 싶어 죽겠다고.”

“대장이 질걸. 그 녀석 소드 마스터라고. 이제 대륙에 소드 마스터가 다섯 명이 된 거라니까.”

그는 홀로 특임대, 초원의 들개와 로열나이트를 무너뜨렸다. 게다가 로드르 헤이어서를 구하면서 보여 준 신위들.

그가 소드 마스터라는 건 이제 여지없는 사실이었다.

다들 소드 마스터가 프렌치아에서 등장했다는 것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드라칸은 푸조의 말에, 커다란 주먹을 들어 올리며 성을 냈다.

“알아! 그러니까 붙고 싶다는 거 아냐! 너 아주 한 대 맞을래?”

푸조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대장이 모르는 줄 알았지.”

“네가 오기 한참 전에 이미 알라가 와서 다 말해 주고 갔어.”

“아, 그래?”

“차르윈도 왔다 갔지.”

“호오. 녀석들 빠른데?”

“네가 벌써 다섯 번째야.”

“에? 이 자식들 소식통이 따로 있나?”

그때 집 밖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드라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지휘 체계는 밥 말아 먹은 자식들이었다. 서로 자신에게 알려 주겠다고 맨발로 달려오는 뜻은 가상하나 한 놈만 보고하면 될 걸, 뭔 일이 있을 때마다 우르르 몰려오니.

이놈들의 머리통을 다 부술 수도 없고.

드라칸은 질렸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이야기 더는 듣기 싫으니 푸조, 네가 저 새끼 포함해서 지금 본부에 남아 있는 놈들 다 모아. 그리고 전달해.”

푸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르 헤이어서가 뒈지건, 흰사자 새끼가 날뛰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고. 그러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들 말고 내일 있을 전투 준비나 똑바로 하라고 말이야. 알겠어?”

푸조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칸은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협박을 보탰다.

“그리고 한 번 더 내 시간을 방해하는 놈이 있으면 거적때기로 만들어서 밖에다 널어놓을 거라고도 전해. 알아들었지?”

“물론, 당연하지. 나를 바보로 알아?”

너 바보 맞잖아.

드라칸은 녀석이 귀찮게 굴까 싶어 뒷말을 삼켰다. 새로운 소식을 동료들에게 전할 생각에 신이 난 푸조는, 세상의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 상기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스민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휴.”

그런 둘을 보니 속에서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제야 고요해진 방 안에서 드라칸은 잠시 흰사자를 생각했다.

‘프렌치아에 소드 마스터라…….’

혁명의 칼에서 유일하게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스타치의 말로는 북부의 흰사자를 중심으로 독립의 열기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말도 함께.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자신들이 원하고 꿈꾸는 세상은 따로 있으니까.

‘그러니 상관없다.’

그는 커다란 손에 비해 작은 찻잔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뿐.’

그 앞을 막는 놈들은 독립군이건 뭐건 다 쓸어버리면 그뿐이다.

* * *

언제나처럼 무표정의 레이크는 흰사자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루시안을 찾았다.

“딱 보니 스티스 쪽 소식인가 보네.”

루시안은 평소와 다름없는 그 표정을 보고도 그가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알았다.

“네.”

레이크는 전서구에 묶여 날아온 정보를 그에게 전했다. 루시안은 그것을 가만히 읽어 갔다.

작은 지면 안에 간결하게 적힌 정보들.

이전까지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울 건 없었다.

“결국, 돌아가셨군.”

루시안은 눈을 지그시 감고 프렌치아 마지막 별의 영면을 기렸다.

그는 잠시 후 눈을 뜨며 말했다.

“제네스는 무사한가 보네.”

“네. 이제 그가 소드 마스터란 사실을 모두 알았을 겁니다.”

이제 대륙의 소드 마스터는 5명이 됐다. 다른 왕국에서 인정하거나 말거나, 프렌치아의 국민들은 그것에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른 독립군들도 저희를 견제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겠지.”

루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가 같은 배를 타고 있었지만, 그 끝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은 각기 달랐다.

다들 독립을 원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고 그 안에서 맡고 싶은 역할이, 그 이후에 원하는 나라가 있었다.

“그들을 통합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알아. 하지만 모두 프렌치아의 독립을 원하는 이 나라의 국민일 뿐이야.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모두 품을 수 있어. 그래야 하고.”

레이크는 확고히 말하는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해낼 것이다.

눈앞의 그는 그런 남자였다.

다른 사람을 품어 내는 능력을 그릇의 크기로 비유하자면, 루시안은 그 크기가 남다른 사람이니까.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도 그를 따르는 것이고.

루시안이 말했다.

“이제 제네스는 곧장 수도로 가겠군.”

“그럴 겁니다.”

몸을 일으킨 루시안은 창가로 다가가 여닫이창을 활짝 열어젖혔다.

훅 불어온 바람이 상쾌하게 밀어닥친다.

루시안의 머리칼이 바람에 일렁였다.

그는 그 바람을 맞으며 널따랗게 펼쳐진 장원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움직여야 할 시간도 곧 오겠네.”

“준비는 완벽합니다.”

레이크의 확언에 루시안은 빙긋 웃었다.

저편에서부터 격동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프렌치아 저변에 깔리고 있는 열기가 눈에 선명히 보이는 듯하다.

그것을 하나로 모아 거세게 타오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몫.

그 기점은 할렌트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이 될 거다.

* * *

제네스의 소식을 들은 지도 어느덧 1주가 지났다.

이제 그가 슬슬 도착할 시간이었다.

“부상 때문에 늦어지는 걸까요?”

이리엘은 두툼한 스테이크를 썰며 네더만을 보았다. 네더만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도 모르지. 괜한 걱정 말고 밥이나 먹어.”

“제가 무슨 걱정을 했다고 그래요.”

“그런 사람이 스테이크를 잼에 찍어 먹으려 든다고? 어디가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것보다 걱정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리엘은 아차 하며 고기를 재빨리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알렌이 그녀를 다독였다.

“괜찮아. 나도 가끔 다른 생각에 빠지면 고기를 잼에 찍어 먹곤 해.”

“전 생전 처음이에요!”

이리엘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네더만은 둘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모자란 사람끼리의 우애가 참으로 보기 좋군. 그나저나 그 괴물 같은 놈이 부상을 입었다니, 그 자식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긴 한 가보네. 왠지 고소한걸?”

씩 웃는 네더만에, 둘은 동시에 도끼눈을 떴다.

“아니, 인성이 왜 그래요?”

“진짜 사람이 마음을 넓게 쓰셔야지 밴댕이처럼 굴면 안 되는 겁니다.”

네더만이 피식 웃으며 말을 보탰다.

“어차피 큰 부상은 아닐 거라고. 그 정도는 인간미 있고 좋잖아.”

제네스가 큰 부상을 입고 도주했다면 할렌트는 그가 도망쳤다는 정보를 공표하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든 쫓아가 죽이려 했겠지.

그러니 녀석은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그렇기는 한데, 지금 제네스 님의 마음이 어떠실지.”

알렌의 말에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로드르의 죽음을 상기한 까닭이다.

그의 죽음으로 요새 테이난의 거리에는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등장은 기꺼운 일이나,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까닭.

하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마음의 방향은 절망과 체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해 기대하고 있었다.

본인들은 예측하지 못할 어떤 거대한 일이 벌어지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놈의 무력을 보았을 테니 마음 놓고 가셨을 게다. 그러니 그렇게 축 처져 있을 필요 없다고. 우리는 제네스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축배를 들어야 할 상황이야. 그 안에 들어갔다가 살아 돌아오는 게 말이 돼? 괴물 같은 놈.”

“이제 올 때쯤 되신 거 같은데, 마중이라도 나가 볼까요?”

알렌이 불안한 듯 엉덩이를 들썩이자, 네더만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충성스럽지만 멍청한 쫄따구가 바로 여기 있었군. 그 녀석이 언제 어디서 올 줄 알고 마중이야. 그냥 얌전히 기다리는 게 나아. 제네스가 길을 잃어버릴 멍청이는 아니잖나.”

식당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똑똑.

셋은 동시에 문을 바라보았다.

“들어오게.”

네더만의 허락과 동시에 열리는 문틈 사이로 하인의 상기된 표정이 보였다.

“제네스 님이 돌아오셨답니다!”

“제네스가? 그 녀석 어떻던가?”

네더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

“어디가 얼마나 다쳤던가? 옷이 해져서 거지꼴이던가? 난 그 고고한 녀석이 인간답게 흐트러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단 말일세.”

“저도 보고를 받아서 그것은 잘…….”

하인은 당황한 낯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알렌과 이리엘은 그런 하인을 닦달하는 네더만을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바라보았다.

“어떻게 사람 인성이 저러냐.”

고개를 내젓는 둘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가 보기나 하자구요!”

이리엘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네더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하긴 직접 보면 될 걸.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뭐 해? 빨리 가자고. 어떤 몰골일지 잔뜩 기대가 되는구만!”

네더만이 신나서 앞장을 서자 알렌과 이리엘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다급한 걸음으로 중정에 발을 디딘 이들은 저편에서 햇볕을 등진 채 걸어오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걸음걸이만 봐도 전해 오는 위압적인 자태.

누가 봐도 제네스였다.

“제, 제네스 님!”

알렌은 그를 보자마자 후다닥 달려 나가 그를 반겼다. 그 뒷모습을 보며 네더만은 충견이 따로 없다며 콧방귀를 끼고는 제네스를 자세히 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굳히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빌어먹을.”

자신이 얼마나 기대했는데.

제네스는 네더만의 바람이 무색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멀끔한 모습이었다.

옷이야 여벌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안색이나 몸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불편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큰 부상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오다니.

‘……저 괴물 같은 자식.’

인생을 참으로 재미없게 사는 놈이다.

* * *

“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요?”

다급히 달려온 알렌은 내 몸을 이리저리 만져 대며 호들갑을 떨어 댔다.

머리칼이 꽤 자라 밤톨 같은 녀석의 머리통이 이곳저곳으로 기웃거렸다.

나는 오랜만에 그 머리통을 후려쳤다.

빡!

“끄악!”

나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물러선 녀석을 보며 픽 웃었다.

“머리가 꽤 길었구나. 손맛이 별로야.”

“이거 기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알렌이 빽 소리를 지르며 본인의 머리칼을 소중히 쓸었다. 가까이 다가와 어색하게 기웃거리는 이리엘도 머리가 꽤 길어 짧은 단발 느낌을 내고 있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이리엘은 당황했는지 괜히 횡설수설을 해 댔다.

“왜, 왜요? 뭐 잘 다녀왔다고 진한 포옹이라도 해 줄 줄 알았어요?”

얜, 대체 뭐라는 건지.

그나저나 알렌도 그렇고 이 녀석들.

“익스퍼트 경지에 들어섰군.”

내 말에, 울상이던 네더만이 입꼬리를 올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보았는가. 바로 이 몸의 작품이라네. 자식을 키워 본 적은 없지만, 자식 농사를 짓는다는 심정으로 이들을 돌보았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네는 모를 거야. 그나저나 정말 다친 데가 하나 없는가? 있다면 꼭 말해 주게. 살짝 긁힌 상처라도 좋아.”

“됐고. 얼굴들 보니 그동안 살 만했나 보네.”

누구는 뼈 빠지게 달려왔는데 얼굴들이 아주 훤해졌다.

“살 만했다니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맞아요! 우리 정말 밤낮없이 훈련했다고요!”

“나도 마찬가지일세. 애 둘 보기가 쉬운 줄 알아!”

다들 한입이 되어 항변하는 걸 보니 꽤 열심히 했나 보다. 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네더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카드론에게 가자.”

짐은 하인에게 맡겨 방으로 보냈기에 지체할 것도 없다.

나는 남은 일들을 곧장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긴 여정이었지만 피곤하지도 않거니와, 지금 내 심경은 조급하지는 않아도 여유롭지도 않다.

하루빨리 할렌트의 목을 베고 싶은 심정.

스티스시를 오가느라 근 한 달의 시간이 흘렀으니, 세자가 향했다는 이모텔섬에 대한 정보와 「불멸의 도시」 해석본, 그리고 네스테르 신전의 일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을 터.

“너희들도 함께 간다.”

나는 네더만을 비롯한 알렌과 이리엘도 데리고 갈 작정이었다.

네더만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그 녀석이 네가 오면 한꺼번에 설명하겠다고 어찌나 발을 빼던지. 궁금해서 혼났다니까.”

“잘됐군.”

우리는 앞장서는 네더만을 따라 카드론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도 알렌과 이리엘은 옆에서 쉴 새 없이 쫑알거렸다.

“먹을 건 잘 드셨어요? 좀 야윈 것 같기도 하고요.”

“저희가 없어서 고생 많았죠? 이제 좀 저희의 소중함을 아시겠어요?”

이리엘이 턱을 치켜들며 유세를 부렸다.

나는 그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너희들 없이 지내보니 잘 알겠더군.”

내 말에 둘은, 아니 셋은 활짝 웃었다.

이제야 자신들의 노고를 알았냐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이제야 자네가 정신을 차렸군.”

“그렇지. 그래서 앞으로는 제대로 부려 먹을 작정이야.”

내 대답은 그들이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다.

“아, 아니. 결론이 왜 그렇게 가는 건데요.”

당황한 이리엘이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왜 결론이 이렇게 왔냐고?

“본래 고기도 많이 먹어 본 놈이 맛을 아는 법.”

나는 이번 여정을 홀로 보내며 이 녀석들을 어떻게 부려 먹을지 보다 효율적인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그 덕에.

“내가 기발한 생각들을 갖고 왔으니 기대해도 좋을 거다.”

그들은 일제히 얼빠진 시선을 내게 던졌다.

표정들을 보니 고심의 결과가 심히 만족스럽다.

확실히 골려 먹을 것들이 있으니 기분이 낫군.

“아, 진짜! 그런 게 어딨어요!”

이리엘이 강하게 항변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집무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문이 열리자, 카드론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그 또한 내가 도착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있었다.

“살아 돌아온 걸 축하하네. 소문과 달리 멀쩡하군.”

“보다시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괜한 신변잡기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성미는 여전하군. 다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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