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00화 (100/228)

제100화

제100화 움파움파족 (3)

족장은 숨을 음미하듯 깊게 들이켠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우리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일세. 선조들이 살았던 신의 섬에 관한 이야기지. 나 또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네.”

그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 또한 잊고 말았어. 세대를 넘어 전해지며 대부분 까먹고 말았거든.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대가로 얻은 망각의 축복 때문이지. 때문에 이 건망증은 내가 움파움파족인 걸 증명하기도 한다네. 요새 젊은 녀석들은 이제 이 건망증마저 없어져 버렸지만.”

나는 궁금하지도 않은 그의 이야기를 일단 잠자코 들었다. 말을 걸었다가는 또 까먹을까 불안해서 그랬다.

“불멸의 도시란, 바로 그 섬의 문명을 뜻한다네. 나도 이 책을 보고 나서야 까먹었던 기억을 되찾았지. 그래, 세계의 시작과 끝이 결정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불멸 아니겠는가!”

그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두 눈을 활활 불태웠다.

“그런데 자네들은 이 책을 어떻게 얻은 것인가. 나 또한 이 책이 있다는 걸 말로만 전해 들었네. 우리는 언젠가 이 책을 해석하기 위해 과거의 언어를 붙들고 있던 거라고! 맞아, 그랬었어!”

그는 우리에게 말하면서 까먹었던 기억을 점차 되찾아 가는 듯했다.

“대체 이것을 어디서 얻은 게야?”

“죽지 않는 자에게 우연히 얻었습니다.”

“죽지 않는다고?!”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 혹 불멸의 도시와 관련이 있습니까?”

“아니, 그것은 아니네만. 죽지 않는다니 더럽게 부럽군.”

뭐지, 이 영감탱이…….

나는 분을 꾹 참으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불멸의 도시로는 어떻게 가야 합니까.”

“흠. 불멸의 도시라……. 그 섬은 말이야,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네. 평범한 나침반으로는 그곳에 도달할 수 없어.”

그는 잠시 침음에 잠겼다.

“어쨌거나 이건 우리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일세. 선조들이 살았던 신의 섬에 관한 이야기지. 나 또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네.”

진중한 태도로 말을 이어 가는 촌장.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 또한 잊고 말았어. 세대를 넘어 전해지며 대부분 까먹고 말았거든. 세상의 비밀을 알게-.”

“……그 부분은 이미 말하셨습니다.”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촌장이었다.

나도 모르게 관자놀이에 핏줄이 빠직하고 돋아났다.

우리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촌장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가벼운 장난이었네. 하하.”

장난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그곳에는 어떻게 가야 합니까.”

내가 힘주어 말하자, 그는 민망한지 이마에 난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며 말을 이었다.

“그곳에 갈 방법은 없네. 우리 선조들은 그곳을 나왔다가 돌아가는 방법을 까먹어 이곳에 정착한 것이거든. 하지만 그 섬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네.”

이곳에 정착한 이유가 황당하지만, 촌장이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충분히 납득될 만한 이유였다.

나는 그에게 원하는 답을 얻는 건 반쯤 포기하며 물었다.

“그 섬의 이름이 무엇인데요.”

“그 섬의 이름은 그러니까…….”

잠시 뜸을 들이며 머리를 싸매던 그는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몸을 떨었다.

“그래, 맞아! 그거였어.”

이제야 기억났나 보다.

“이모텝! 그 섬의 이름은 바로 이모텝일세!”

이모텝?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잠자코 있던 네더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혹시 이모텔 아닙니까?”

“맞네, 맞아! 이모텔! 그래, 그것이었어!”

나와 네더만은 눈을 맞췄다.

불멸의 도시와 죽은 세자가 향했다는 이모텔섬.

놀랍게도 그것은 같은 장소인 듯했다.

두 곳 모두 소해 쪽을 가리키기에 혹시나 하고는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뭐 다른 내용은 기억나는 게 없습니까?”

네더만의 물음에 촌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없네. 나도 세세한 부분은 아는 바가 없다고.”

조금 전까지는 해석하지 않아도 다 안다더니.

“까먹은 건 아니고요?”

내 말에 그는 발끈하며 말했다.

“아닐세! 사람을 무엇으로 보고! 까먹은 게 아니라!”

그는 이번만큼은 여지없이 확실하다는 듯, 확신에 차 말했다.

“정말 모르네.”

* * *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일단 해석본을 기다리면서 안개로 둘러싸여 있는 섬을 찾아봐야지.”

네더만이 럼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촌장에게 해석본을 맡기고 온 우리는 푸른 바다를 보며 물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럼주는 필수이자 덤이고.

“맛은 좀 어떤가?”

녀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소하니 맛있군.”

“거 보게. 내가 맛있다고 하지 않았나.”

“누가 뭐라든.”

“생색 한번 내 봤네. 그나저나 해석본을 만들어야 하는 걸 까먹지는 않겠지?”

네더만의 합리적인 걱정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까만 놈에게 돈을 줬으니, 안 해 놨으면 그 자식을 족쳐야지.”

촌장에게 해석본을 부탁하며 길을 안내했던 저키에게도 신경 써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해석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니 중간에 까먹을까 염려된 탓이다.

해석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알렌의 벗인 알스를 구해 내는 일을 처리하고 있으면 될 듯했다.

안개에 가려진 섬이야, 굽이치는 해협의 포르센 지부에 알아보라고 지시하면 될 테고.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 정보만으로 찾을 수 있을 리가.

그래도 불멸의 도시와 이모텔섬이 같은 곳인 것 같으니, 해석본을 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촌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거의 무의미했으니.

촌장이 못 미덥기는 하지만, 적어도 해석은 틀리지 않겠지.

“할렌트도 그곳에 있겠지?”

네더만이 생선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아마도.”

“세자를 그리로 데려간 거 보면 그곳에 뭔가 있나 본데.”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할렌트가 세자를 그 섬으로 데려간 이유가 따로 있을 터.

“가짜 할렌트 녀석에게 얻은 건 따로 없고?”

“딱히.”

녀석과는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무언가를 추리할 만한 거리가 없었다.

할렌트가 무슨 작당을 꾸리고 있는지는.

“그곳에 가면 알게 되겠지.”

간단하게 해안가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는 타고 왔던 배를 타고 다시 포르센 항구로 향했다.

기다란 수평선이 눈앞에 늘어졌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를 가야 했다.

.

.

.

그렇게 하루를 지나 도착한 숙소.

우리는 알렌과 이리엘을 조우하여 그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리엘이 멀쩡한 네더만을 보며 말했다.

“안 죽고 돌아온 걸 보면 그래도 움파움파족을 만나기는 했나 보네요.”

“현지민의 실없는 농담 때문에 죽을 뻔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사하다네. 간담이 서늘한 경험이었지.”

네더만이 목을 쓸자 알렌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꽤 유쾌한 경험을 하고 오셨군요.”

“그렇고말고. 자네가 들으면 꽤 흥미로워할 이야깃거리도 가져왔다네. 촌장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족 참 재밌는 부족이더군.”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알렌은 곧장 네더만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네더만은 움파움파 마을에서 있었던 일화와 불멸의 도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나갔다.

잠시 후,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알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모텔섬과 불멸의 도시는 같은 장소였군요.”

이리엘이 말했다.

“그런데 돌아갈 길을 까먹어서 외딴섬에 정착했다는 게 말이 돼요?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그렇지.”

“말로만 들어서 와닿지 않나 본데, 직접 본다면 충분히 이해될 게야.”

네더만은 촌장을 떠올렸는지 홀로 쿡쿡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때는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재밌는 양반이야. 그게 진짜 부족의 내력인지는 믿을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해석본이 나와야 뭔가 접근할 수 있겠네요.”

알렌의 말에, 네더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은 어찌 됐어? 알스인가 뭔가 하는 친구가 간 곳은 찾았나?”

“아뇨. 저희끼리만 나서기는 좀 그래서 녀석들의 본부 위치까지만 확인해 둔 상태입니다.”

그간 잠자코 있던 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가깝나?”

“네, 포르센 시에 있습니다. 일단 알스를 넘긴 건 그 자식들이 확실하니-.”

알렌이 싸늘한 눈빛을 빛냈다.

“쓸어버리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 *

비린내 나는 부둣가.

우리는 그 안쪽으로 길게 난 골목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달빛마저 짙은 잿빛 구름에 가려진 캄캄한 밤이었다.

그런 우리의 걸음이 멈춘 곳은 작은 마당이 딸린 2층짜리 건물 앞이었다.

정문 외벽에 적힌 현판에는 ‘따뜻한 중개소’라는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정문을 넘어 마당에 내려섰다.

어디로 가야 이곳의 우두머리를 만날 수 있을지는 알기 쉬웠다.

늦은 밤임에도 창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있었다.

“음하하하.”

“꺄핫.”

그곳에서 남정네의 웃음소리와 여인의 교태 넘치는 목소리가 한데 섞여 들려왔다.

대강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니 여자를 끼고 진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부럽군.”

네더만이었다.

이리엘은 그런 그를 벌레 보듯 바라보았다.

네더만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 웃음소리만 들어 보면 무지 행복해 보이잖나. 얼마나 즐거워 보여.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는 모르겠다만.”

이리엘이 살벌한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봤자 곧 비명 가득한 지옥으로 변할 건데요, 뭘.”

“그럼그럼, 그래야지. 저런 행복이 어울리는 자들이 아니라고. 나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네.”

나는 각오를 다지는 그들에게 간단한 작전을 설명했다.

“녀석들에게 얻어야 할 정보가 있음은 다들 알고 있을 테지. 일단 죽이지 않고 한곳으로 모을 거다. 입이 많을수록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을 테지. 그러니까.”

싸늘한 목소리에 밤바람이 서늘하게 일었다.

“반만 죽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