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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08화 (108/228)

제108화

제108화 가짜 왕세자 (6)

불멸의 부대의 전력을 묻는 질문에, 가짜 왕세자는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벌써 그 힘을 얻은 줄 알겠네.

“외숙부의 말로 불멸의 군대를 얻는 건, 죽지 않는 소드 마스터를 얻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그러니 군단급쯤 되지 않겠나.”

군단이라면 대충 6만에 이르는 군세.

병력의 수가 그 정도인지 전력의 크기가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지 않는 이들이 군단급의 힘을 갖고 있다면 확실히 위협적일 터.

그런데 그것이 진정 사실일까?

그들은 이 힘의 존재 유무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을까.

“그것의 실체는 확인한 적이 있고?”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존재들은 아니지.”

그는 씩 웃으며 유세를 부렸다.

“의식을 진행할수록 섬의 생태가 변화하고 있으니까. 이 섬이 처음부터 무채색이었을 것 같나?”

왕세자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팔의 새겨진 문양을 다시금 보여 주었다.

“내 팔에 문양이 새겨지고 색이 짙어질수록 섬은 푸름을 잃어 갔다. 내가 처음 섬에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은 녹음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섬이었지. 그것만 보아도 무언가 거대한 힘이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흠.

의식의 진행 정도를 따라 섬의 생태가 변할 정도라면, 실체 없는 허상은 아닌 거 같은데.

“의식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지?”

“이제 막바지다. 곧 마무리될 테지. 그래서 외숙부도 이곳에 온 것이고. 그 뜻이 무엇이겠느냐.”

왕세자가 당차게 말했다. 말을 잇는 녀석의 눈빛에는 일순 생기가 맴돌았다.

“그건 바로, 이 몸이 곧 프렌치아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의미라고!”

“돌아가면?”

“내 손으로 프렌치아를 다스려야지.”

부푼 포부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녀석에게는 지난 10년간 기다려 왔던 순간일 터.

가짜 왕세자가 인심을 쓰듯 말했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제 이 몸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너희들이 웃으며 살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이니.”

우리가 아무 말도 없자 녀석은 그 의미를 멋대로 오해하고는, 지금까지 내팽개쳤던 위엄을 다시금 챙겨 왔다.

“네가 이제라도 정중히 사죄한다면 지금까지의 무례는 친히 용서해 주도록 하마. 내가 그 정도로 아량이 넓은 사람이니라. 음하하.”

망상의 끝에서 별안간 호탕하게 웃는 가짜 왕세자.

……할렌트는 왜 저런 모자란 녀석을 선택했을까.

“알렌, 네가 전반적인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해 줘라.”

“예.”

알렌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녀석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지 않았다.

대략적인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이제 표면적인 상황은 대강 파악했으니, 이 자식부터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말이 좀 통하겠지.

그렇다고 우리의 말을 순순히 믿지야 않겠지만, 앞으로를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녀석은 손을 들어 알렌의 말을 막았다.

그러고는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새끼 또 왜 이래?

“내가 이제 와 하는 말인데, 전부터 거슬리는 게 있더군.”

가짜 왕세자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나와 이름이 나와 같더라.”

그건 나 또한 불만인 사항이었다.

나도 아닌 녀석이 내 이름을 쓰고 있다니.

내가 가만히 있자 기세가 오른 녀석이 말을 이었다.

“좋게 말할 때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일한 적통인 이 몸과 이름이 같다는 게 심히 거슬리는구나.”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는 둘 중 하나가 죽는 게 더 빠를 듯한데.”

“…….”

호기롭게 굴던 녀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둘 중 하나가 죽게 된다면, 그것이 본인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잠시 침묵하던 녀석은, 이내 굳었던 표정을 풀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이름이 같은 정도는 내가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도록 하지. 한 나라를 다스려야 할 몸이니 이 정도 배포는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하.”

X랄도 풍년이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알렌에게 눈짓을 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의미였다.

알렌이 조심스레 말문을 뗐다.

“저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극히 공손한 말투. 나를 제외한 이들은 녀석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름의 예의는 갖추고 있었다.

알렌의 공손한 태도에 녀석은 콧대를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해 보거라.”

“저하께서 프렌치아에 관해 상당 부분 잘못 알고 계신 거 같습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고? 어느 부분이?”

“흠. 거의 전부요. 그래서 하나하나 꼬집기보다는 현재 프렌치아가 처한 전반적인 상황을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일단 말해 보라.”

알렌은 녀석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난 10년간 프렌치아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지만 강렬하게 풀어냈다.

왕세자는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강하게 항변해 왔지만, 일단 모두 듣고 말하라는 내 말에 온몸을 비틀어 대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망연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저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아버지와 같은 제국이 알고 보니 자식의 나라를 짓밟은 가정 폭력범이었다고?”

“한심한 놈. 누가 아버지란 거냐. 그들은 나라를 빼앗은 도적일 뿐이다.”

내 말에 그는 눈을 끔벅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럼 아버지라 믿었던 제국이 가정 폭력범이 아니라 이웃집을 무단 침탈한 도적이었다고?”

“……그래.”

왜 저딴 식으로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동의는 해 주었다. 녀석은 큰 충격에 빠진 듯 입을 뻐금거리더니 별안간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네 이놈들! 무엄하구나!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누가 그런 거짓에 속을 줄 알고!”

잔뜩 독이 오른 채 우리를 노려보는 녀석.

어째 순순히 믿는다 했지.

쉽게 믿길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본인이 알고 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할렌트는 우리에게는 적이지만, 그에게는 기억을 잃은 본인을 10년 동안 돌봐 준 존재.

우리의 말이 아닌 그의 말을 믿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솔직히 고하라!”

흥분한 녀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게 삿대질을 해 댔다.

“다 같이 짜고 나 하나를 바보로 만들 속셈인가 본데, 잘못 생각했다! 이 몸은 고작 그런 음모에 휘둘리지 않아!”

“일단 자리에 앉아.”

“감히 누구에게 명령하는-.”

빠각!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제 머리통을 부여잡은 녀석은 고통에 신음하며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통증이 좀 진정되자 민망한지 눈치를 보는 녀석.

그는 애써 태연하게 정좌하며 입을 열었다.

“큼큼. 내가 잠시 너무 흥분했던 거 같군. 일단 대화로 침착하게 의견을 나눠 보도록 하지.”

꼴에 왕세자랍시고 끝까지 자존심은 챙겨 간다.

녀석은 이내 단호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너희들이 무어라 해도 나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차피 곧 이곳을 나가게 될 몸. 내 두 눈으로 직접 세상을 보면 그만이다.”

맞는 말이다.

이곳에서 나가기만 한다면 그는 손쉽게 진실을 알게 될 터였다.

그래서 더 할렌트의 의도가 궁금했다.

언젠가 탄로 날 일을 왜 왜곡하여 그에게 전했을까?

이 녀석이 불멸의 군대를 얻는다고 해서 실제로 프렌치아를 넘길 것도 아닐 거면서.

이미 프렌치아를 장악하고 있는 그가 굳이 허수아비 왕을 세울 이유는 없었다.

당장에는 할렌트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잠시 말이 없자, 그새 기세가 산 녀석이 내게 살벌한 시선을 던졌다.

“그래서 네가 나보고 자꾸 가짜라고 하는 것이냐? 내가 세상을 잘못 보고 있었다고 생각해서?”

“아니, 그것과는 상관없다. 넌 그냥 가짜니까.”

“네 이놈!”

녀석이 눈에 불을 켜며 노성을 터트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총독부에서 가짜 할렌트를 보았다. 생김새와 목소리까지 모두 할렌트와 똑같더군. Dr. 주르하의 솜씨라고 했다. 즉, 그는 누군가의 얼굴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지.”

“고작 그런 이유로 이 몸이 가짜라는 것이냐? 어이가 없군. 그럼 네놈도 가짜일 수 있겠구나.”

이 부분은 이리엘도 내게 말했었다.

확실히 이것만으로는 이자가 진짜인지도 가짜인지 분별할 수 없다.

나를 제외하고는.

내가 말했다.

“그럼 반대로 묻지. 너는 네가 어떻게 진짜라 자신하지?”

“그야 물론-.”

나는 녀석의 변명을 자르며 계속 말했다.

“너는 왕세자로서 살았던 15년간의 삶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한다. 네가 왕세자라고 생각하는 건 할렌트의 말을 근거로 하지. 하지만 그는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너는 네 자신을 어찌 증명할 것이냐.”

“…….”

녀석은 입만 벙긋거릴 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녀석과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이 녀석이 진짜였어도 마찬가지.

진짜와 가짜가 외형이 똑같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방법은, 살아온 삶의 기억과 그 시간 안에서 맺었던 관계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없다.

내가 제네스로 살아온 삶이 없어 루시안을 비롯한 이들에게 가명이라 오해받았듯.(물론 나야 따지고 보면 가명이 맞다.)

그 또한 왕세자로서 살아온 삶이 없기에 스스로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 또한 이 녀석이 가짜인 것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녀석이 가짜인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너는 할렌트의 말을 모두 믿나.”

“하면 네 말을 믿을까.”

“그럼 그가 직접 말하게 하면 되겠군.”

“뭐?”

다들 내게 시선을 모았다.

“적어도 할렌트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을 게 아니냐.”

“그, 그렇지.”

가짜 왕세자가 떨떠름하게 답하자, 알렌이 불안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진실을 이야기할까요?”

“이야기하도록 만들어야지. 우리 모두의 앞에서.”

“어떻게요?”

이리엘의 물음에, 나는 복잡한 표정의 왕세자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잠시 흰 사자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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