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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14화 (114/228)

제114화

제114화 불멸의 군대 (5)

알렌은 앞에 있는 주르하를 네더만에게 소개해 주었다.

“저자가 내가 두 번이나 죽였던 Dr. 주르하다.”

“네가 두 번이나?”

네더만은 반사적으로 되묻는 동시에 작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 또한 알렌을 통해, 알렌이 카트르시에서 어떤 일을 벌였었는지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었다.

술만 처 마시면 늘어놓는 자랑거리였으니까.

이 자식.

또 제네스인 척 시간을 끌고 있었군.

“동료가 있었나. 클클클.”

주르하는 네더만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웃는 게 웃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네더만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감탄을 토했다.

“허, 과연 듣던 대로군.”

말로만 들었을 때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목소리부터 몰골까지 가관이다.

지금 막 관 뚜껑을 박차고 일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

“크헬헬! 이 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군.”

주르하는 네더만의 감탄을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뿌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많이 들었지. 듣던 대로 훌륭하군.”

네더만은 자연스레 알렌을 지나쳐 그의 앞을 막고 섰다.

“그럼 이제 이 자식만 죽이면 되는 거지?”

“네가 하려고?”

“그래. 이왕 피를 본 김에 내가 하지, 뭐. 아직도 손이 근질근질하거든.”

“정 그렇다면야. 방심하지 마라.”

알렌은 억지로 주르하를 넘기는 것처럼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네더만은 끝까지 연기하는 그를 보고는 픽 웃었다.

허세신공이란 기예 때문인지 기도가 제법 그럴듯했다. 말투와 표정도 제네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뭐랄까.

매우 다르지만, 뭔가 비슷해서 짜증이 난다.

다행히 주르하는 완전히 속아 넘어간 거 같다만.

네더만이 검을 들며 말했다.

“그럼 어디 진짜 안 죽는지 볼까?”

“클클클. 건방진 놈들. 감히 이 몸을 만만히 보다니.”

주르하가 스태프를 치켜들자, 그 끝에서 검붉은 빛이 산란하더니 노면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내가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이곳에 있었을까! 크하하하! 너희는 내게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녀석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색 마법진에서 새까만 운무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악취.

그 뒤를 깊은 울음이 따랐다.

“크르르르.”

“이 녀석이 바로! 지옥의 파수꾼 볼란이니라!”

주르하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친절히 곁들어 가며 공포심을 유발해 갔다.

“크하하하! 나의 흑마법을 통해 현계에 강림한 녀석은 보통의 방법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느니라! 게다가 녀석은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흰 사자도 아닌 네놈이 과연 볼란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일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치는 녀석은, 아무래도 네더만을 용 사냥꾼이라 생각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 * *

제단의 경사면을 따라 노면부터 최상층부까지 계단이 놓여 있었다.

밑에서 보니 꼭 하늘을 향해 걷는 듯한 구도다.

나는 그것을 단숨에 올랐다.

파밧.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어느새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최상층부에 걸음을 내리고 있었다.

불쑥 솟아나듯 나타난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할렌트였다.

“왔군.”

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겠지.

할렌트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이리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제네스 님!”

그녀의 옆으로는, 그녀쯤은 한 끼 식사로 거뜬히 해치울 만큼 커다란 늑대가 있었다.

“못 본 사이에 도시락이 됐군.”

“무슨 소리예요! 얘 엄청 착한 애거든요!”

이리엘이 미간을 좁히며 성을 냈다.

목소리가 쌩쌩한 거 보니 별일은 없었나 보다.

나는 그제야 너른 제단의 중심부를 보았다.

가짜 왕세자가 그곳에 앉아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그 앞으로는 수직으로 그어진 검붉은 선이 보였다.

마치 감은 눈을 뜨려는 것처럼 옅게 요동치는 선분.

그에 따라 방출된 충격파가 거센 광풍이 되어 사위를 휘젓는다.

“이미 늦었느니라.”

할렌트가 말했다.

가짜 왕세자를 중심으로 일대의 공간에 투명한 결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이 그 주변을 휘감고 있었고.

가히 바람의 장막이라 부를 만하다.

검으로 베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의식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인 듯한데.

할렌트는 내가 저것을 뚫고 가짜 왕세자를 벨 수 없을 거라 믿는 듯했다.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였다.

천령신공 검법편.

제1장 천단일선(天斷一線).

바람의 장막을 수평으로 양단하는 궤적이 그어진다.

그 푸른빛의 선이 바람을 가르며 파고들자,

콰르르르릉!

마법진은 더욱 강한 빛을 토해 내며 장막의 두께를 더했다.

동시에 세차게 회오리치며 솟구치는 바람 줄기.

장막을 수평으로 잘라 가던 푸른 검기는 그것에 휘말려 올라가, 창공의 검은 먹구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이미 늦었다고 했지 않은가.”

할렌트 녀석이 옆에서 심기를 건드려 왔다.

나는 다시 검병을 움켜잡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베어 주지.

검붉은 선이 세차게 요동친 건 내가 막 검격을 그으려던 순간이었다.

구구구구궁!

우레와 같은 울음을 내며 부르르 떨던 그것이 일순, 쿵! 하고 충격파를 터트리며 좌우로 벌어졌다.

동시에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거센 파랑.

투명한 마력의 파동이 상층부를 단번에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이리엘의 앞을 막으며 그 충격파를 검으로 갈랐다. 세찬 바람이 칼끝에서 갈라지며 양단된 채 흘러갔다.

충격파를 토해 낸 검붉은 선이 있던 자리에는 반개한 포털이 있었다.

선이 좌우로 벌어지며 드러난 단면에는 붉은 빛 무리만 일렁일 뿐, 그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구오오오오!

더욱 강력해진 마력의 방출을 따라 왕세자를 감싸고 있던 바람의 장막이 두께를 더했고, 투명했던 막 위로 붉은 빛깔이 섞여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검을 쥐었다.

확실히, 쉽지는 않겠다.

* * *

콰과과광!

녹빛 섬광이 번쩍이자, 폭발음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알렌은 그 전장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거대한 손톱으로 네더만을 노리는 볼란.

그 녀석만으로도 까다로울 텐데, 주르하까지 합세하여 공격 마법을 지원하고 있었다.

콰과과과광!

검은 불꽃에 타오르는 구체들이 폭발하며 짙은 먼지구름이 일었다.

그것을 뚫고 나와 볼란의 오른팔을 찢어발기는 한 줄기 섬광.

“와…….”

알렌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했다.

제네스의 강함은 가늠할 수 없는, 무언가 비현실적인 강함이라면.

네더만은 무언가 현실적인, 마음에 와닿는 강함이었다.

그 또한 인간의 탈을 아득히 벗어났음에도 그랬다.

꼭, 자신이 어렸을 적 선망하던 용사를 보는 것 같달까.

일순, 희끗하게 불어난 그의 검이 찰나에 공간을 찢었다.

“하, 이 괴물 같은 새끼.”

볼란을 떨쳐 낸 네더만이 이를 악 물었다.

그의 호흡은 어느새 거칠어져 있었다.

베고 베어도 마치 실체 없는 구름을 베는 기분이다. 기다란 검흔을 남겨도 순식간에 회복하여 쇄도해 오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적지 않은 상처와 체력적 부담을 안고 이곳에 온 상황.

아직은 네더만이 전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승패의 기울기는 반대쪽으로 기울게 될 터.

알렌 또한 그 흐름을 손쉽게 알아차렸다.

“크하하하! 꽤 발버둥 치는구나. 하지만 네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볼란을 보조하며 전투에 몰입한 주르하가 크게 웃어 댔다. 주르하는 이미 뒤편에 물러서 있는 알렌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듯했다.

알렌은 저편에 있는 거대한 화로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새파랗게 넘실거리는 푸른 불꽃.

알렌은 손끝으로 불멸초가 들어 있는 병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을 저곳에 던져 넣기만 해도 의식을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 앞에서 마석을 퍼 넣고 있는 이들이 있었지만,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전력.

주르하의 시선을 피해 거리만 좁히면 이 병을 저 안에 던져 넣을 수 있을 듯했다.

마음을 다잡은 알렌은, 광기에 젖은 주르하를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잘근 물었다.

콰과과과광!

그리고 녀석의 마법이 지면을 폭파시키며 먼지구름을 일으켰을 때, 있는 힘을 다해 도약했다.

타다다닥!

그런 알렌을 뒤늦게 발견한 병사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주, 주르하 님!”

네더만에게 집중하고 있던 주르하의 시선이 그제야 알렌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엉?”

처음에는 뭐지 싶었다.

흰 사자라고 생각했던 자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예상 밖이어서.

기사의 경지에 따른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소드 마스터란 자가 저렇게 필사적인 얼굴로 인간적인 속도를 보일 리는 없었다.

의문을 품었던 그의 사고가 찰나에 진실에 가 닿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이 몸을 속여!”

벼락처럼 내지르는 주르하의 호통에 알렌은 이를 악물었다.

앞을 막아 오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해 내며 화로를 향해 달렸다.

빠르게 목적지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건 내가 해야만 해!’

알렌은 각오를 다잡았다.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자신은, 바깥에 널려 있는 기사1과 다르지 않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익스퍼트 초급에 올랐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냉정히 말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먼지와 다르지 않은 존재일 뿐이었다.

만약 이곳이 이야기 속이라면 거대한 힘 앞에 무참히 쓸려버리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먼지 같은 존재겠지.

제네스와 네더만 정도는 되어야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땅을 흔들고 공간을 가르는 그들 사이에 껴서 자신이 무슨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도 이런 것쯤은 할 수 있다고!’

“크하압!”

알렌은 기합과 함께 불멸초가 든 병을 화로에 던졌다.

뱅글뱅글 돌아 푸른 불꽃 속으로 사라지는 병.

그것을 보며 알렌은 활짝 웃었다.

네더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멍청아, 피해!”

그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니 검게 타오르는 구체가 날아들고 있었다.

저것에 맞았다가는 자신이 불타 없어질 거란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제, 젠장.

하지만 알렌은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몸을 던질 틈조차 없었다.

솨아-!

그때 찰나의 적막이 인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죽 늘어지며 주변의 소리가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들이마신 호흡을 뱉을 틈도 없는 찰나의 순간.

마치 세계가 멈춘 듯했다.

그러다 이내.

세계가 제 속도를 되찾으며 집어삼켰던 시간과 소리를 일시에 토해 냈다.

콰과과과과과!

화로 안에서 터져 나오는 무언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는 알렌을 집어삼켰고, 그에게 쏘아지고 있던 검은 구체마저도 일시에 쓸어버리며 일대 반경을 단숨에 뒤덮었다.

찰나에 부피를 키우며 화로의 입구를 틀어막는 녹빛의 넝쿨.

쩌저저적!

그를 따라 저 높은 상층부까지 연결되어 있던 커다란 굴뚝에도 기다란 금이 자라났다.

쿠구구구궁.

반쯤 갈라진 굴뚝에서 부서진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화로에서 쏟아진 넝쿨에 튕겨 나갔던 주르하는 몸을 일으키며 그 전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무-.”

촤-악!

말을 맺기도 전에 그의 목을 수평으로 지나치는 섬광이 있었다.

주르하의 머리통이 팽그르르 돌며 솟구쳤다가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그의 죽음과 동시에 지옥의 파수꾼, 볼란 또한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방심은 금물이지.”

네더만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주르하의 머리통에 대고 말하고는, 곧장 알렌이 있던 쪽을 향해 달려갔다.

“알렌!”

네더만이 다급히 소리쳤다.

마치 밀림에라도 온 듯 초대형 넝쿨이 화로를 중심으로 뻗어 나와 있었다. 마치 두꺼운 고목들이 서로 엉켜 있는 듯하다.

“젠장.”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알렌을 찾을 수 없었다. 넝쿨 때문에 시야 확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때 저편에서 불쑥 손이 솟아나 넝쿨을 턱! 하고 붙잡았다.

“끄으!”

동시에 들리는 신음.

넝쿨 위로 힘겹게 몸을 끌어 올리는 이는 분명 알렌이었다. 네더만이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알렌의 뒷덜미를 잡아 단숨에 끌어 올렸다.

“이 한심한 놈아! 죽고 싶어 환장한 거냐? 세 살배기 애도 그리 무모한 짓은 안 하겠다.”

만약 불멸초가 자라나는 속도가 조금만 늦었어도 알렌은 죽었을 거다.

자신이 죽다 살아났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알렌이 멍한 눈으로 네더만을 올려다보았다.

“제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봅니다. 어쨌든 저 살아 있는 거 맞죠?”

“그래, 인마.”

네더만은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네가 뒈지면 그 자식이 날 가만두겠냐고.”

“하긴, 제네스 님이 저를 아끼기는 하죠.”

“아끼기는 개뿔. 제 수족으로 생각하지.”

눈을 마주친 둘은 씩 웃었다.

긴장이 완전히 풀어진 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넝쿨 위에 그대로 몸을 누였다.

마력을 먹고 자라나며, 마력만 있다면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넝쿨, ‘불멸초’.

상층부로 전해지던 마력을 모조리 빨아먹었으니, 의식은 이제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터였다.

네더만은 빛도 닿지 않는 저 먼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 이 정도 했으니 나머지는 그 자식이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다리 힘이 풀려서 움직일 힘도 없습니다. 뭐, 업어 주신다면 사양은 않을게요.”

“젠장. 걸음마부터 다시 가르쳐야겠군.”

둘은 가만히 누워 킥킥거렸다.

* * *

장막을 뚫고 의식을 진행하는 가짜 왕세자를 베기 위해서는 상당한 검력이 필요했다.

나도 어느 정도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

제단이 세차게 진동한 것은 그때였다.

쿠구구구궁.

저 아래 지하에서부터 올라와 상층부까지 뒤흔드는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그 자식들인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를 바라보는 할렌트의 낯빛이 싸늘히 굳었다.

나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걸 모르는 바보는 아닐 텐데.”

강렬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던 마법진이 동력을 잃은 듯 사그라들었다.

사방을 휘감고 있던 돌풍이 거짓말처럼 흩어지자, 그 중심에 있던 가짜 왕세자 녀석이 맥없이 풀썩 쓰러졌다.

장내에는 일대를 뒤흔들던 폭풍과 소음이 한순간에 흩어지며 고요한 적막이 내려 있었다.

“이제 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

내가 할렌트에게 시선을 옮기기 무섭게,

콰아아아아-!

갑자기 폭발하듯 휘몰아치는 돌풍이 있었다.

강제로 멈춰졌던 의식이 다시금 진행된 것이다.

마법진의 빛이 꺼져 있음에도 그랬다.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았나.”

할렌트 녀석이 입꼬리를 기다랗게 말아 올렸다.

허공에서 반개하고 있던 포털이, 눈을 번쩍 뜨듯 쩍 벌어지며 거대한 원을 만들었다.

콰아아아아-!

동시에 그 안에서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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