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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78화 (178/228)

제178화

제178화 버티면 이긴다 (1)

제국의 막사는 분주했다.

갑작스레 하늘에 깔린 녹색의 오로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자는 없었다.

드레어스 웨이브는 오래전의 기록이었으나 누구나 어렸을 적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자라 왔다.

그 시대의 이야기는 모두 노래와 전설로 남아 있었다.

“흠.”

1차 원정대의 사령관, 오호른 알센도르는 그 하늘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이렇게 발목이 잡히는 건가…….”

바르안 알센도르의 복수를 위한 여정.

그것이 시작도 전에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왜 하필 지금…….

이제 곧 출전이었다.

그러니 더욱 아쉬울 수밖에.

하지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

“폐하의 명을 기다려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회군한다면 손해가 막심할 겁니다.”

옆에 선 참모의 말이었다.

수도에서 황제의 명이 하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였으나, 섣불리 회군하기도 어려웠다.

10만에 이르는 대군이 움직였다.

이대로 프렌치아를 정복하지 못하고 철군한다면 지금까지 들인 모든 비용을 밭에 뿌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회군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몇몇 간부들은 그 때문에라도 당장 회군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곳에 머물수록 손해는 더 커질 게 분명했다.

다른 것도 아닌 아르에리아 조약.

아무리 손해가 막심하더라도 황제의 윤허가 있을 리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대기하자는 의견과 바로 회군하자는 의견의 대립으로 막사가 소란스러워졌을 때, 한 사내가 등장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흑색의 제복에 가슴팍에 왕가의 상징을 달고 있는 자.

“프렌치아로 진격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으니까요.”

씩 웃은 그는 품에서 하나의 서신을 꺼내 오호른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소속을 여기 있는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황제의 직속 친위대 저스티스.

오호른은 건네받은 서신을 재빨리 읽어 갔다.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린다.

“폐하께서는 어떠한 상황이 있더라도 걸음을 멈추지 말고 진격하라 명하셨습니다.”

서신을 읽은 오호른의 말에 좌중에 술렁임이 있었다. 그것에 반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 오호른은 말을 이었다.

“녹색의 오로라가 발생할 경우에도 말이지요.”

“허.”

좌중에 일제히 짧은 탄성이 터져 나갔다.

마치 이 순간을 예측이라도 한 듯 미리 명을 전해 놓은 황제였다. 아마 회군할 의지가 없다는 뜻을 확고히 전하려는 의도였을 테지. 하나, 우연히도 녹색의 오로라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이게 이렇게 맞아떨어지는군요.”

녹색의 오로라가 갖는 무게를 생각했을 때 황제가 허투루 그 문장을 적었을 리 없었다.

황제의 뜻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의미고, 그것은 진군의 허락과도 같았다.

다들 마음이 프렌치아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 힘을 실어 주는 황제의 명이 있었다.

진군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오호른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 문제없습니다.”

공문을 그에게 전한 베베토 또한 그 결단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폐하의 공문이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요.”

오호른이 말했다.

“만약 적국에서 불만을 이야기하더라도 오로라 현상이 있기 전에 출정했다고 말하면 될 일입니다. 바다를 건너고 있었기에 뱃머리를 돌릴 수 없었다고 하지요.”

황제의 뜻이 함께하는 상황.

변명이야 만들면 충분했다.

어느 나라가 제국의 변명을 전면으로 무시하며 프렌치아를 옹호하겠는가.

“또한, 제국에서 충분한 병력을 북부에 지원할 겁니다. 이것은 제국의 영토 내의 문제입니다. 반역을 처리하는 거죠.”

아르에리아 조약은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나라 내부에 심각한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예의가 인정되는 조항도 있었다.

특수 상황을 이용한 내전이나 반란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프렌치아는 명백한 제국의 국토.

명분은 약하지만, 제국의 힘이 있기에 충분했다.

“다만, 후발대는 없을 겁니다.”

본래는 2차, 3차 원정대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그들까지 소해를 건너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병력은 필요치 않았다.

오호른이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프렌치아 내부에는 제국군이 여전히 산재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희들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물어볼 것도 없는 질문이었다.

다들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조약을 무시한 채 출항을 결정했다.

이번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프렌치아에 3년이란 시간을 주게 된다.

그 기간은 그들이 세력을 정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될 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이 있어야 프렌치아를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 마무리해야 했다.

“그럼 당장 출항하도록 하겠습니다.”

* * *

“해냈군.”

루시안은 저편에서 밀려오는 녹색의 오로라를 바라보았다.

찰나에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가는 녹색의 섬광.

그 뒤에 커튼처럼 일렁이는 장막이 남는다.

300년 전 발생했다던 녹색 오로라.

드레어스 웨이브라 불리는, 재앙과 다름없는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 증상.

그것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르에리아 조약이 발동했다는 의미와 같았다.

“늦지는 않았으려나.”

“확신은 할 수 없으나 시기는 적절했습니다.”

레이크가 답했다. 화렌카에게서 전해진 서신으로 판단하자면 늦지는 않았을 터였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든 국가의 군대가 북부로 집결하겠군.”

“그렇게 되겠지요.”

조약이 발동되었으니, 신성왕국 아르에리아에서 대륙의 국가들을 향해 협조 요청이 이어질 터였다.

최초의 장벽으로 각국의 군대들이 모여들 테지.

몬스터가 장벽으로 몰려드는 시기는 오로라가 발생한 뒤 세 달 후.

그리고 1년간은 끝없이 밀려올 테지.

지금까지 전해지는 사료로는 그랬다.

“이로써 3년의 시간을 벌었네.”

조약이 이어지는 건 그로부터 3년.

북부의 전쟁이 지속되는 시간 동안은 프렌치아도 움직일 수 없을 테지만, 그 후의 2년의 시간이면 내부를 정리할 시간은 충분했다.

프렌치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기였다.

“제국이 멈출까?”

만약, 제국이 전쟁을 멈춘다면 말이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추가 병력을 파견하지는 못할 겁니다.”

제국 또한 조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북부의 병력 집결을 피할 수는 없을 테지. 하나, 지금 제국이 가진 힘은 대륙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들의 행보를 저지할 견제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조약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는지…….

그것은 레이크 또한 쉬이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럼 최악이라 해 봤자 1차 원정군이 마그네트로 향하는 것이군.”

루시안이 말했다.

최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것이 진행될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을 뿐.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제네스 없이는 무리겠지.”

그 없이는 적들을 막아 낼 수 없다.

“고작 시간 끄는 것이 다일 겁니다, 제네스 님이 돌아올 때까지.”

“무능하군.”

루시안이 자조적인 웃음을 던졌다.

“당연한 일입니다. 애초에 그의 존재가 있어 가능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레이크는 일말의 흔들림 없이 말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 모두 흰 사자란 존재가 있기에 할 수 있었던 전략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가 없었다면 이 전략을 펼칠 수도 없었다.

무모하지만, 그만큼 흰 사자의 무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었으니까.

흰 사자란 존재는 프렌치아에 더없이 커다란 존재였다.

왕의 자리에 오른 루시안보다도 더.

“덕분에 최소 10년은 당겨졌습니다.”

레이크의 말에,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덕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그의 무력을 빌려 당겨 온 10년의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을 당겨 온 만큼 아군의 힘을 키울 시간 또한 함께 증발했다.

그 존재에 기대어 이룬 성과인 만큼 프렌치아의 병력들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루시안에게 그 당연함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다가왔지만.

루시안이 말했다.

“얼마나 버텨야 되려나.”

그는 제국의 병력이 조약을 무시하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최악의 가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 제국의 행보를 보았을 때, 상당히 높은 확률인 탓이다.

게다가 프렌치아 원정은 전쟁을 반대하던 황제 입장에서 반대파와 민심까지 모두 잡은 전쟁이었다.

레트로이나 6검과 무한의 속검의 죽음.

거기에 총독부의 해체까지.

제국의 자존심은 박살 나 있었다.

그 때문에 황제는 전쟁의 반발을 모두 잠재우며 명분까지 얻었다.

황제는 마치 모든 걸 예상이라도 한 듯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제네스가 계획보다 일찍 출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그가 프렌치아를 쉽게 포기할 거 같지 않았다.

레이크가 말했다.

“제네스 님이 복귀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한 달하고도 보름. 제네스 님이 직접 그리 말했으니 얼추 비슷할 겁니다.”

한 달하고도 보름.

그 정도면 적군의 군대가 마그네트에 당도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쉽지 않겠군.”

“쉬운 일은 없었지요.”

루시안은 픽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쉬울 리가 없는 길이기도 했고.”

“그래도 이번만 버티면 완전한 독립을 이루게 될 겁니다.”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만약에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이 파도만 넘으면 프렌치아는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된다.

적의 파도는 마그네트의 성벽을 삼킬 만큼 높겠지만, 반드시 버텨 내야 했다.

* * *

저편의 하늘 위로 초록색 오로라가 깔리고 있었다.

아름답게 일렁이는 커튼 자락.

하나 등 뒤의 하늘은 지옥과 다름이 없었다.

커다란 폭발 이후 산의 정상에서 마그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화산재를 머금은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온 세상이 까맣게 물드는 듯했다.

나는 뒤편에서 밀려오는 재앙을 피해 전력을 다해 달렸다.

이곳이 바로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점.

왜 오로라가 발생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지 알겠다.

몬스터들은 이 재해를 피해 바깥으로 내몰리는 것이겠지.

파바밧!

봉황의 날갯짓에 공간이 수십 장(丈)씩 사라진다.

황제는 내가 이곳에 올 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

아마 조약을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올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프렌치아가 위험하다.

쾅-!

나는 발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최대한 빠르게 프렌치아로 돌아가야 했다.

거리를 생각하면 잠을 안 자고 달려도 지금부터 한 달하고도 보름은 족히 걸릴 여정.

‘아니, 너무 늦어.’

최대한 단축한다.

한 달이면 제국군이 마그네트에 도달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프렌치아에 도착해야 했다.

‘어떻게든 버텨라. 내가 돌아갈 때까지.’

나는 루시안에게 닿지 않을 말을 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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