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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184화 (184/228)

제184화

제184화 해방대전 (1)

베베토의 목이 떨어지고 적막이 일었다.

주위를 두른 병사들은 감히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일대의 전쟁은 잠시 멈춰 있었다.

비명과 고함은 저편에서만 울렸다.

“…….”

병사들은 검을 겨눈 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글리머 기사단에 황제의 직속 친위대까지 당했다.

그 과정에서 보인 내 신위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을 터였다.

일대가 뒤집혔으니 당연한 일.

게다가 흰 사자의 이름은 제국군에게 특히나 무거웠다. 두려움이 자라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거기에 나는 조미료를 한 스푼 추가했다.

화아아악.

기세가 사납게 인다.

적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매서운 기파였다.

허세신공.

알렌에게 가르쳐주었던 잡기술을 내가 쓰게 될 줄이야.

첨예하게 일어나는 대기에, 적들의 얼굴이 대번에 질려 간다.

우우웅.

나는 그 틈을 타 무극천승심결을 통해 내기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선 채로도 운공이 가능한 나는,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빠르게 몸을 회복해 갔다.

비유하자면 상처를 지혈하는 정도의 응급처치였지만, 이것만으로도 피라미들을 베는 데는 충분했다.

“뭣들 하느냐! 성문을 뚫어라! 적은 한 명이다!”

소강상태가 이어지자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닦달했다.

하지만 앞장서지 않는 지휘관을 누가 따를까.

“명을 따르지 않는 놈들은 내 손으로 죽이겠다. 달려, 이 개자식들아! 제국의 군인이 이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냐!”

자신의 목소리가 병사들에게 닿지 않자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시끄러운 놈.

거리가 있었지만, 말에 올라 있는 녀석은 베기 좋았다.

일순 손끝이 흔들린다.

팔이 흐릿해지고 이내 강렬한 빛이 번쩍했다.

푸확!

지휘관의 머리통이 치솟아 올랐다.

붉은 핏물이 터졌다. 주변에서 소리를 치던 지휘관들의 목이 순차적으로 날고 있었다. 내 손이 흐릿해질 때마다 적의 머리통이 튀어 올랐다.

그들은 결국 다급히 말에서 내리는 것으로 내 검을 피했다.

나는 다시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 새끼들아! 내 손에 죽고 싶어! 안 달리는 놈은 친히 목을 베어 줄 것이다!”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더욱 닦달하고 나섰다.

그래도 병사들이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자 지휘관들은 주변에 있는 병사들의 멱살을 쥐며 검을 들이밀었다.

몇몇이 그 기세를 못 이겨 몇 걸음 걷는 척했으나, 다들 요지부동이었다.

내게 다가오는 순간 죽는다는 건 쉬이 알 수 있을 터였다.

어느 누가 개죽음을 자처하고 싶겠나.

“이 개X끼들이!”

결국, 지휘관들은 아군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죽음을 피해 밀려온 병사들이 다시 죽음을 향해 달려든다. 마침 나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뒤였다. 마기가 내력을 뒤집지 않으니 그것을 가다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나는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검을 뿌렸다.

피슈슈슈슈슛!

가볍게 산책하듯 휘두르는 검에 적들은 생을 잃고 허무하게 스러졌다. 밀려드는 병력이 많았으나 내 손은 그보다 빨랐다.

흐릿한 손이 여럿으로 불어나며 참격을 뿌려 댔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섬광이 쏟아져 내린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그 속도는 범인의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한동안 적들의 비명만이 울렸다.

적들의 시체가 내 앞에 장벽을 쌓았다. 그리고 그 장벽의 높이가 내 눈높이에 다다랐을 때, 더 이상 다가오는 적들은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성벽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내성까지 뻗었다.

마그네트가 떠나갈 정도로 몹시 뜨거운 소리였다.

루시안은 그 커다란 함성을 들으며 쉽사리 아군의 승리를 점쳤다.

하나, 아직 전장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무수히 많은 적이 마그네트에 남아 있었고,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터였다.

하지만 이미 승리를 만끽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렌치아가 제국을 견뎌 냈다는 걸.

“이번 전쟁은.”

옆에 선 레이크가 묵묵히 말했다.

“저희가 승리할 겁니다.”

한 사내가 왔기 때문이다.

그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안도감.

여러 겹의 감정이 단단히 쌓이고 있었다.

* * *

“제네스 니이이임-!”

전장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저편에서 알렌이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달려와 안길 것 같은 기세.

나는 양팔을 벌려 그를 받아 주는 대신, 주먹을 들어 보였다.

알렌은 내 앞에 기가 막히게 멈춰 서며 내 주먹을 감싸 쥐었다.

“진짜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구요!”

“어련할까.”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겁니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제네스 니이임-!”

저편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목소리.

“깡! 깡!”

네스를 말처럼 타고 질풍처럼 다가오는 이리엘.

가까이 온 그녀는 네스의 등 위에서 펄쩍 뛰어내려 내게 다가왔고, 조그맣게 변한 네스는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깡! 깡!”

안아 주니 온몸을 비비적거리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네스. 이리엘은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네스라도 되고 싶은 눈빛이랄까.

“정말이지 보고 싶었다구요!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라. 어쨌거나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이리엘의 정신 상태는 여전했다.

“다들 집 나갔던 주인이라도 반기듯 꼬리를 흔들어 대는구만.”

네더만이 고개를 내저으며 다가왔다.

“알렌 녀석이 잠꼬대로 자네를 어찌나 찾던지, 내가 잠을 다 설쳤다네.”

“사실입니다! 제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제네스 님이 저 없이 어떻게 잘 지내시겠어요!”

알렌은 자랑스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보세요. 얼굴이 반쪽이 되셨잖아요. 제가 구운 고기를 못 드셔서 그런 거라구요!”

“다들 멀쩡히 목은 붙어 있군.”

수도를 수복하고 지켜 내면서 죽은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위험한 전쟁이었고, 이중 누군가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알렌은 내 말에 무슨 기억을 떠올렸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도 마세요. 저는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잡혀가서 고문도 받았다구요! 이 얘기를 들으면 제네스 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질지도 모릅니다!”

“맞아요! 알렌 형님이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이리엘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둘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입을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손부터 내저었다.

“됐고, 일단 가 있어라. 나는 루시안에게 다녀올 테니.”

“같이 가요!”

이리엘이 손을 들며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치우며 나아갔다.

“넌 쉬고 있어.”

“우쒸!”

“그럼 끝나고 저희 막사로 오셔야 합니다! 네더만 씨랑 같이 오시면 돼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는데, 어느새 옆으로 자연스레 따라붙어 있는 네더만을 보았다.

“넌 뭐야?”

“뭐냐니? 이래 보여도 사령관일세. 당연히 저하께 승전을 보고 해야 할 게 아닌가. 같이 가세.”

“네가 사령관?”

“앞으로 사령관님이라 부르게나.”

“나라에 벌써 망조가 들었군.”

“그게 무슨 말인가? 동료에게 따뜻한 격려는 못 해 줄망정. 설마 질투라도 하는 겐가?”

“질투는 무슨.”

네더만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어쨌거나 이렇게 빨리 와 줘서 너무 반갑구만. 자네가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어.”

그는 씩 웃었다.

“지금이라면 자네에게 뽀뽀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심경일세.”

스릉.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할 생각은 없다네. 나도 달가운 일은 아니니 말이야.”

“개소리 말고.”

“하하. 자네는 모를 거야.”

호탕하게 웃은 녀석은 답지 않게 분위기를 잡았다.

“자네의 존재가 프렌치아에 얼마나 커다란지 말일세.”

“왜 몰라. 그러니까 왔지.”

“아니, 자네는 절대 알 수 없어. 이렇게 뛰는 내 심장을-.”

스릉.

“물론 금방 얌전해졌지만 말이야.”

“다시는 뛰지 않게 해 줄 수 있다.”

여전히 쓸데없는 말을 더럽게 많이 하는 놈이었다.

잠시 후 도착한 회의실.

그곳에는 루시안과 레이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무슨 눈빛이냐.”

“무슨 눈빛이긴. 승전의 소식을 가져온 기사를 바라보는 눈빛이지.”

“치워라.”

내 말에 루시안은 픽 웃더니 네더만에게 말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는요. 제가 무슨 수고를 했겠습니까. 이 자식이 다 했죠. 저는 병사들 닦달이나 좀 했습니다.”

“다들 흰 사자가 왔다는 걸 알았겠습니다.”

“그럼요. 미친놈들처럼 펄쩍펄쩍 뛰고 있습니다. 뭐,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루시안은 씩 웃으며 나를 보았다.

“이 성이 이제야 제집 같군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때? 남은 놈들만 정리하면 되는 건가?”

“예.”

답을 한 건 레이크였다.

“적들의 추가 병력은 없습니다. 이제 저들만 물리치면 저희는 3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모조리 정리하기에 적당한 시간이군.”

“우리 모두 여러모로 바쁠 겁니다. 하지만.”

레이크가 입꼬리가 살며시 들썩였다.

“다들 기꺼워할 테죠.”

꿈에 그리던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을 위해 바쁜 나날은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될 터였다.

이 전장에서만 승리한다면, 이 전장만 끝이 난다면.

프렌치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던 어둠에 끝이 보이고 있었다.

이미 모두 그 빛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무수한 적이 남아 있음에도 그랬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한 승리를 손에 쥔 것은 아니었다.

레이크가 말했다.

“이제 한 조각만 맞춰지면 저희는 이길 수 있습니다.”

* * *

흰 사자가 모습을 드러낸 뒤에도 전쟁은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됐다.

제국의 병사들은 성벽을 넘기 위해 총력을 쏟아부었고, 프렌치아 왕국군 또한 필사적으로 버텼다.

병력의 수는 제국이 우세했다.

하지만 왕성의 성문은 하나.

그 앞을 지키고 선 흰 사자를 넘어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벽을 공략한다 한들, 위태로울 때마다 흰 사자가 나타나 일거에 쓸어버리는 탓에 성벽을 넘어설 수도 없었다.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흰 사자가 벤 중요 인사들만 해도 기백이 훌쩍 넘어갔다. 어떻게든 성벽에 그를 묶어 두기 위해서는 공성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들은 그런 그를 피해 이쪽저쪽으로 도망쳤고, 제국의 사기가 날로 꺾여 가고 있었다.

이제 제국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몇 개 남지 않았다.

하나 그중에 퇴각은 없었다.

녹색의 오로라를 무시하고 진격한 군대였다. 빈손으로 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터였다.

흰 사자의 무력이 하늘에 닿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인간. 체력의 한계가 없을 리 없었다. 그리고 프렌치아의 병사들 또한 빠르게 지쳐 가고 있었다. 흰 사자의 검이 무서워 그렇지, 상황이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확실한 결단이 필요했다.

사령관, 아레안은 간부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했다.

“흰 사자를 막을 방법은 도저히 없다.”

모두 침통해 하는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이 전쟁에서 승리할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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