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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하제일인이 되어 귀환했다-202화 (202/228)

제202화

제202화 아르에리아 (1)

마그네트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간만에 보는 이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하루하루가 금방이었다.

“끄응.”

검 타작을 당한 네더만이 허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렸다.

“이게 가벼운 대화라고?”

“기사는 검으로 대화를 나누는 법이지.”

“오랜만의 인사치고는 과격하고만.”

“놀고만 있지는 않았군.”

“물론이지! 검은 숲에서 뼈 빠지게 구르다 왔는데.”

그는 프렌치아의 정예병들을 이끌고 드레어스 웨이브를 막고 왔다고 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1년을 넘는다고 하니 평안한 시간은 아니었을 거다.

“정말이지 몬스터가 끝도 없더군. 지옥이 따로 없었지. 알렌 녀석이 오면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라네.”

그와 함께 떠났던 드라칸과 리포드의 기도 또한 상당히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래 봤자, 여전히 최상급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지금쯤 아주 살맛이 나겠지. 부러운 녀석. 언제쯤 오려나.”

알렌의 복귀는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몸이 근질거려서 오래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하하!”

나를 보자 호탕한 척 웃는 녀석의 눈가에서 미련이 뚝뚝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간.”

알렌이 돌아온 뒤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술판이 벌어졌다.

장소는 이리엘의 궁이었다.

매번 구하기도 어려운 고급술을 공수해 오는 덕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그때 말했죠! 제네스 님! 저는 흐트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가 국경을 벗어나더라도 그 뒤를 쫓아야겠어요!”

녀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길게 늘어선 성벽을 향해서 몬스터들이 정말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인간과의 전쟁은 우스워질 지경이었다니까.”

입을 조금도 쉬지 않는다.

“저는 교양을 다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받았다니까요! 그리고 의학 공부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떨어져 있던 시간이 2년이었다.

할 말도, 들을 말도 많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들이 대화를 통해 빠르게 증발하고 있었다.

마치 매일을 함께 있었던 것처럼 평안한 시간.

나는 그것을 언제나처럼 지켜봤다.

언제부턴가 이 소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제네스 님이 얼마나 저를 부려 먹었냐면요!”

빡!

“끄악!”

나는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알렌이 심기를 거스를 때마다 녀석의 머리통을 가차 없이 두드렸다.

이제는 별로 아픈 내색도 없다.

녀석은 꿋꿋하게 이야기해 나갔고, 언제나처럼 네더만과 이리엘은 나를 눈앞에서 맹비난했다.

저것들을 그냥.

나는 내일 네더만과 검을 통해 좀 더 무거운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리엘은 지금 이 순간이 세상 편하다며 즐거워했다.

궁에 갇혀 교양을 쌓으려니 답답했겠지.

“깡! 깡!”

그래, 네스도.

“그래서 출발이 언제라고?”

“내일이잖아요! 이 양반이! 이제 술 그만 마셔요!”

이리엘이 성을 내며 네더만이 쥔 술병을 빼앗았다.

“농담도 못 하는가. 농담일세, 농담.”

이리엘의 말대로 어느새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전처럼 여정을 함께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편안한 여정은 아닐 터였다.

이제 이리엘은 우리가 호위해야 할 존재였고, 적의 위협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랐다.

이렇게 풀어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태양은 어느새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짙은 밤이 프렌치아의 하늘에 깔린다.

지난 2년간 프렌치아를 비추고 있던 평안의 빛도 함께 저물고 있었다.

이제 짙고 어두운 밤이 다시금 몰려올 터였다.

전쟁의 시간.

그 밤이 얼마나 무거울지 우리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나, 10년 전 프렌치아가 패망했던 전과는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 없이 적들을 맞이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 누구도 이 밤을 모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대비해 온 밤이었다.

견딜 힘은 충분했다.

모두가 그랬다.

우리는 밤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금 해가 떠오를 것을 알기에.

다음 날.

“출발하겠습니다-!”

왕궁을 나서는 조촐한 행렬이 있었다.

이리엘이 탄 마차와 그 주위를 호위하는 기사들.

프렌치아의 문장을 품은 마차는 강력한 보안 마법으로 둘려져 있었다.

이리엘은 열린 창으로 손을 흔들며 국민들의 함성을 받았다.

나는 마차 옆에서 말을 몰았다.

호위는 네더만을 포함해 총 20명이었다.

모두 고르고 고른 정예들이었고, 레오니랜서의 기사들이었다.

일전에 내게 훈련받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이 천천히 대로를 두드렸다.

높다란 수도의 성벽을 넘고서부터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북부로 방향을 잡았다.

주르아든의 국경을 넘어 아르에리아로 향할 생각이었다.

“하. 이제 지도도 필요가 없네요.”

마부의 자리에 앉은 알렌이 손차양을 하며 말했다. 그의 심경을 이해했다. 프렌치아 전역을 이리저리 누비느라 머릿속에 지도가 담겨 있었다.

대체 이 길을 몇 번이나 오가는 건지.

행렬은 별다른 사건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프렌치아를 벗어나는 길은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다.

“이제 끝이네요.”

마차의 창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이리엘이 말했다. 뒤편에 프렌치아의 전경이 담긴다.

나는 마차 옆에서 말을 몰고 있었다.

우리는 프렌치아와 주르아든의 국경에 있었다.

프렌치아가 점차로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적의 위협이 언제 어디서 들이닥쳐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프렌치아의 문장을 내건 마차.

우리의 움직임을 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였다.

제국의 손을 피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했다.

어차피 제국에서 쫓고자 한다면 그들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

적들과의 교전은 우리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역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온 대륙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모여 있었다.

프렌치아는 제국의 먹잇감이었으니까.

드레어스 웨이브가 일어나고 3년 후 벌어질 일들은, 프렌치아 사람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모든 왕국이 알았다.

그 전쟁의 향방에 따라 국제 정세가 요동칠 것이 빤했다.

대륙의 모든 눈이 우리를 집중하고 있었다.

제국의 힘을 과연 조그만 나라가 어떻게 버텨 낼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관심을 가지고 아르에리아에 도달할 생각이었다.

제국이 언제 암수를 뻗칠지 몰랐다.

적의 위협이 없더라도 한시도 편하지 않은 여정이 될 거다.

항시 독이나 암살을 조심해야 하니, 먹는 것부터 숙소까지 모두 철저히 수색하며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거다.

그 정도는 모두가 각오를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피곤한 여정이 될 거다.”

“뭐, 제네스 님 비위 맞추는 것만큼만 하면 되겠지요!”

알렌이 힘차게 답했다.

저 자식이.

본인의 실책을 깨닫고 하얗게 질린 녀석이 다급히 마차를 몰았다.

프렌치아를 지난 행렬은 계속해서 북쪽으로 나아갔다.

주르아든 왕국의 도시를 몇 군데나 지났음에도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하아. 경치 좋다.”

풀숲으로 우거진 숲길.

나는 고개를 빼놓고 풍경을 감상하던 이리엘의 머리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벌레가 많다.”

탁.

마차의 창이 닫히자 일순 주변에 긴장감이 맴돈다.

다들 나의 말뜻을 이해한 탓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살기가 있었다.

그것이 점차 가까워지며 향을 더한다.

네더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살기.

향은 옅지만, 농도는 짙은 기파였다.

고도로 훈련된 살수들의 냄새가 났다.

그런 이들이 일대를 넓게 포위한 채 간격을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속도를 낸다.”

숲은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일단 숲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 말에 마차를 몰던 알렌이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점차 속도를 높이는 마차를 따라 일행은 전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말을 홀로 달리게 두고 마차의 지붕 위로 올랐다.

전방위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피슈슈슛!

수풀을 헤치며 튀어나오는 암기들이 있었다.

그것들의 존재를 일찌감치 감지했던 나는 파리 쫓듯 손을 휘저었다.

손끝에 감긴 대기가 강한 날파람이 되어 위협이 되는 것들을 단숨에 무력화한다.

스르렁.

그리고 어느새 손아귀에 쥐어진 뇌운검.

적들이 아직 시야에 담기지 않는 상황에서 검끝이 흔들렸다.

일순, 사방으로 흐릿하게 뻗는 빛줄기들.

화살처럼 쏘아진 섬광이 적들의 숨통을 꿰뚫는다.

하나, 그것을 피하며 튀어나오는 그림자들도 있었다.

움직임이 기민한 암살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마차에 채 접근하기도 전에 제비처럼 나는 비검기에 몸뚱이가 절단 나며 생을 잃었다.

콰과과광!

나자빠진 그들의 시체에서 폭발이 인다.

어떤 마법적 장치가 되어 있는 듯했다.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적을 죽이려는 악독한 수법.

하나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의 대열에 감히 접근하지도 못했다.

“제네스 님!”

알렌이 내 이름을 다급히 불렀다.

쓰러진 고목들로 길이 막혀 있었다.

성문이 앞을 막아도 뚫어 내는 나였다.

이쯤이야.

콰아아앙-!

강력한 굉음과 함께 막혀 있던 길목이 시원하게 뚫린다.

네더만을 비롯한 선두가 먼저 지나치고 그 뒤를 마차가 따른다.

“그만.”

내가 말했다.

“멈춰라.”

내 말에 일행들이 일제히 속도를 줄인다.

다들 의문조차 없었다.

내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전방의 땅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고 있었다.

밟는 순간 폭발하는 형태의 아티팩트일 확률이 높았다.

적들의 준비가 철저했다.

그대로 나아가다가는 피해가 더 클 터.

“여기서 마무리하고 간다.”

내 말에 다들 말에서 내려 검을 움켜잡고 사방을 경계했다.

잠시 숲에 고요가 일었다가 적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검은 옷 일색의 자들.

내가 말했다.

“이리엘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각자의 자리를 사수해라.”

공주의 호위로 온 이들에게 내리기에는 우스운 명령이었으나,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리엘은 나 혼자만 신경 써도 충분했다.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기합 소리가 숲속에서 흩어진다.

암살자들은 고요했다.

기합 하나 비명 하나 없이 검을 휘두르고 조용히 죽어 갔다.

“빌어먹을 놈들. 이렇게 지독한 놈들은 어디서 구했대.”

네더만이 적들을 베어 넘기며 투덜거렸다.

주르아든 왕국의 암살자들이 아니었다. 검을 다루는 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제국에서 보낸 암살자들인 듯했다.

이미 우리가 주르아든 왕국을 통해 아르에리아로 갈 것을 예측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이미 예측 범위 안에 있던 것이었다.

고작 이런 녀석들로 우리에게 위협을 줄 수는 없었다.

나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위에서 모두를 도왔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검기는 아군을 위기에서 구해 내는 동시에 적의 목을 갈랐다.

숲속에 적들의 시체만이 쌓여 갔다.

주변은 손쉽고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전력으로 이득을 볼 수 없으리란 것을 황제가 모를 리 없었다.

예상컨대 우리를 피곤하고 지치게 하려는 속셈일 확률이 컸다.

아무래도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듯했다.

“빌어먹을. 몇 날 며칠을 죽어나겠구만.”

마지막 놈을 베어 낸 네더만이 칼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했다.

그 또한 나와 같은 예상을 한 듯했다.

그리고 우리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예상대로 이 암습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주르아든 왕국을 지나는 동안, 크고 작은 암습은 끝없는 파도처럼 계속해서 밀어닥쳐 왔다.

우리는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거스르며 아르에리아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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